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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태국-캄보디아 국경분쟁의 영향과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

동남아시아 일반 김형석 EC21R&C 연구원 2025/07/31

자료인용안내

자료를 인용, 보도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 AIF 아세안 ”으로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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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과 캄보디아의 국경 분쟁: 역사적 배경과 최근 충돌


태국-캄보디아 국경 분쟁의 역사적 배경


태국과 캄보디아 간의 국경 분쟁은 식민지 시대의 유산으로부터 비롯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두 국가 간 817km에 달하는 국경선 중 상당 부분이 명확하게 획정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어 양국 간 긴장의 원인이 되어왔다. 특히 프레아 비헤아르(Preah Vihear) 사원을 둘러싼 영유권 분쟁은 이러한 갈등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1959년 캄보디아는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의 영유권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했다. 1962년 ICJ는 해당 사원이 캄보디아 영토 내에 위치한다고 판결했는데, 이는 1907년 프랑스 식민지 관리들이 작성한 지도를 태국이 수용했다는 사실에 근거한 것이었다. 태국은 이 판결을 수용했으나, 이는 태국 내에서 식민 세력에 의해 영토를 상실했다는 내러티브를 강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2008년부터 2011년 사이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을 둘러싼 양국 간 무력 충돌로 34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2013년 11월 ICJ는 1962년 판결을 재확인하면서 사원이 캄보디아 영토에 위치한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재판소는 사원 인근 분쟁 지역의 경계선을 확정할 관할권이 없다고 밝혀, 양측 모두 승리를 주장하는 결과를 낳았다.


최근 국경 충돌과 군사적 대치


2025년 5월 28일, 태국 우본 랏차타니(Ubon Ratchathani) 주의 총복(Chong Bok) 지역에서 양국 군대 간 무력 충돌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캄보디아군 2명이 사망했으며, 이후 양측은 200미터씩 후퇴했으나 수천 명의 병력을 추가 배치하며 긴장이 고조되었다.


이번 충돌의 여파로 태국은 캄보디아와의 대부분의 국경 검문소를 폐쇄했으며, 양국 간 무역과 인적 교류가 크게 제한되었다. 특히 태국은 학생, 의료 목적 방문자, 필수품 구매자를 제외한 모든 입출국을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던 중 6월 18일, 훈 센(Hun Sen) 전 캄보디아 총리가 태국의 패통탄 친나왓(Paetongtarn Shinawatra) 총리와의 비공개 통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이 통화 내용 유출로 인해 태국 연립정부의 제2당인 품자이타이당(Bhumjaithai Party)이 연정을 탈퇴하는 등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었다.


캄보디아는 분쟁 지역 4곳에 대한 영유권 문제를 ICJ에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태국은 1960년 이후 ICJ의 강제관할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양자 협상을 통한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양국은 공동국경위원회(Joint Boundary Commission)를 통한 협상을 계속하고 있으나, 캄보디아는 ICJ 제소 대상인 4개 지역에 대해서는 논의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도 양국은 주 3회 군사 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으며, 각각 7명의 장성이 참여하여 전선에서의 긴장 완화와 사태 악화 방지를 위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캄보디아 국방부는 자국 주권 영토에서 군대를 철수하지 않을 것이며, 영토 보전을 위한 모든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경 분쟁의 정치적 영향과 국내 정치의 변화

태국의 정치적 위기와 정부의 대응

태국 정부는 캄보디아와의 국경 분쟁이 심화되면서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 파에통탄(Paetongtarn) 총리가 훈센(Hun Sen) 캄보디아 상원의장과 나눈 전화통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정치적 파장이 확대되었다. 헌법재판소는 36명의 상원의원이 제출한 청원을 받아들여 파에통탄 총리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이는 5월 28일 국경 지역에서 발생한 양국 군대 간 충돌 사건 이후 악화된 양국 관계 속에서 발생한 사건이었다.

공개된 통화 내용에서 파에통탄 총리는 태국 제2군구 사령관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고 훈센에게 지나치게 저자세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태국 내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며, 연립정부의 핵심 파트너인 품자이타이당(Bhumjaithai Party)이 정부를 이탈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누틴 찬위라쿨(Anutin Charnvirakul) 내무장관의 사임으로 이어진 이 사태는 파에통탄 정부의 정치적 기반을 크게 약화시켰다.

태국 정부는 위기 수습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파에통탄 총리는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국경 지역 군부대를 방문하여 제2군구 사령관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했다. 또한 캄보디아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취하며 사이버 사기 센터 문제를 제기하는 등 대외적으로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캄보디아의 정치적 대응과 내정 변화

캄보디아는 태국과의 국경 분쟁을 통해 국내 정치적 결속을 강화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훈마넷(Hun Manet) 총리는 태국 측의 일관성 없는 대응을 지적하며 캄보디아의 단일한 입장을 강조했다. 특히 태국의 국경 폐쇄 조치에 대해 캄보디아는 "하나의 목소리로 대응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태국과의 국경 분쟁을 국내 정치적 지지 기반 강화에 활용했다. 훈센 상원의장은 태국 정부를 비판하는 동시에 캄보디아의 주권을 강조하는 발언을 이어갔는데, 이는 캄보디아 국민들의 민족주의적 정서를 자극하고 정부에 대한 지지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또한, 캄보디아는 태국의 경제적 압박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태국이 석유 수출 중단을 검토하자 캄보디아는 대체 공급원 확보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오히려 태국 기업들이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대응은 캄보디아 정부의 자신감과 독립적인 정책 결정 능력을 과시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국제적 중재와 외교적 노력

국제 기구의 개입과 법적 해결 시도

태국과 캄보디아 간의 국경 분쟁이 심화되면서 국제사회의 중재가 필요한 상황에 이르렀다. 2025년 5월 28일 발생한 무력 충돌 이후, 캄보디아는 국제사법재판소(ICJ: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에 제소를 준비하며 적극적인 법적 대응에 나섰다. 캄보디아는 6월 15일 ICJ에 분쟁 해결을 요청했으며, 특히 뭄베이(Mum Bei) 지역과 타모안톰(Ta Moan Thom), 타모안타우치(Ta Moan Tauch), 타크라베이(Ta Krabei) 사원 지역에 대한 영유권 문제를 제기했다.

캄보디아는 1904년과 1907년의 프랑스-시암 조약, 그리고 1962년과 2013년 ICJ의 프레아비헤아르(Preah Vihear) 사원 및 주변 지역에 대한 캄보디아 주권 인정 판결을 근거로 들며, 이번 분쟁에서도 국제법적 해결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캄보디아는 양자 간 협상이 실패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ICJ의 개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반면 태국은 ICJ의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태국 외교부는 1960년 이후 ICJ의 강제관할권을 수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분쟁은 양자 간 협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국은 2000년에 체결된 양국 간 국경 조사 및 경계 획정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근거로, 분쟁은 협의와 협상을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ASEAN과 지역 협력의 역할

아세안(ASEAN)은 회원국 간 분쟁이 지역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중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의 안와르 이브라힘(Anwar Ibrahim) 총리는 아세안 의장국 자격으로 양국 총리와 직접 접촉하며 적극적인  중재에 나섰다. 이는 아세안이 전통적으로 고수해 온 '불간섭 원칙'에서 벗어나 회원국 간 분쟁 해결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려는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분쟁 해결을 위한 양국 간 기존 메커니즘으로는 일반국경위원회(GBC: General Border Committee), 지역국경위원회(RBC: Regional Border Committee), 육상국경획정공동위원회(JBC: Joint Commission on Demarcation for Land Boundary) 등이 있다. 실제로 무력 충돌 직후인 6월 14일과 15일에 JBC 회의가 개최되어 양국이 대화 채널을 유지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양자 간 메커니즘만으로는 분쟁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양국은 국경 검문소 운영 시간 단축 및 폐쇄, 미디어 차단, 교역 제한 등 상호 보복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태국군은 캄보디아와의 모든 육상 국경 통과를 사실상 차단했으며, 캄보디아는 태국 미디어를 금지하고 국경 간 인터넷을 차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세안의 중재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아세안은 회원국 간 분쟁이 역내 평화와 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인식 하에, 보다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의 중재 노력은 아세안이 역내 분쟁 해결에서 보다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분쟁은 법적 해결과 지역 협력 메커니즘의 조화로운 활용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국제법적 절차와 아세안을 통한 지역 차원의 중재가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할 때, 분쟁의 평화적 해결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적 여파와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

국경 폐쇄와 경제적 손실

태국-캄보디아 국경 분쟁이 심화되면서 양국 간 국경 폐쇄 조치가 취해져 심각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태국 정부는 캄보디아와의 접경 7개 주의 모든 국경 검문소에서 학생과 의료 목적 방문자를 제외한 모든 통행을 제한했다. 특히 양국 간 주요 교역 통로인 반클롱루엑(Ban Khlong Luek) 검문소가 폐쇄되면서 앙코르와트가 있는 시엠립으로 가는 육로 이동이 전면 중단되었다.

이러한 국경 폐쇄 조치로 인해 양국 간 무역과 인적 교류가 크게 위축되었다. 태국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경 무역의 90% 이상이 중단되어 일일 수천만 바트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캄보디아는 태국으로부터의 연료 및 석유 제품 수입을 전면 중단했는데, 2023년 기준 캄보디아의 대태국 광물연료 및 석유제품 수입액이 7억 3,811만 달러(약 1조 100억 원)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그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 간 농산물 교역도 큰 타격을 입었다. 캄보디아는 태국산 과일과 채소의 수입을 금지했으며, 태국은 캄보디아산 카사바의 수입 검역을 강화하고 통관 지점을 6개로 제한했다. 이는 양국 농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

국경 분쟁이 지역 사회에 미치는 사회적 영향

국경 지역 주민들의 일상생활도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매일 태국으로 건너가 일하는 캄보디아 상인들과 노동자들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긴급한 가족 방문조차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관광업계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를 방문하려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발이 묶이거나 항공편으로 우회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온 한 배낭여행객은 "방콕으로 돌아가 비행기를 타야 할 것 같다"며 "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다른 선택이 없다"고 토로했다.

지역 사회의 불안도 고조되고 있다. 태국 접경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대피 훈련을 실시하고 방공호를 구축하는 등 군사적 충돌에 대비하고 있다. 이는 198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군사적 긴장이 조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양국 정부는 이러한 위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캄보디아 정부는 자국 노동자들의 귀환을 지원하고 있으며, 태국 정부도 국경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양국 간 외교적 갈등이 지속되는 한 근본적인 해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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