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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ASEAN 국가들의 공급망 위기 대응 전략

동남아시아 일반 이철웅 고려대학교 산업경영공학부 교수 2025/07/31

자료인용안내

자료를 인용, 보도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 AIF 아세안 ”으로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1. 서론

1.1 배경

최근 글로벌 공급망은 COVID-19 팬데믹, 미·중 무역 갈등, 기후 변화, 에너지 위기 등 연이은 외부 충격으로 심각한 교란을 겪었다. 이로 인해 공급망의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났으며, 특히 ASEAN(동남아시아 국가연합) 지역은 세계 제조업·농업의 핵심 축으로서 큰 타격을 받았다. ASEAN 국가들은 지난 수십 년간 세계 시장에서 주요 수출 기지로 성장했지만, 예상치 못한 위기에 대한 대비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실제로 2020년 팬데믹 초기 동남아 다수 공장이 가동 중단되고 물류 경로가 끊기면서, ASEAN 지역 전체의 무역 활동이 급격히 위축되는 상황을 맞았다. 이러한 경험은 공급망 운용에서 리스크 관리와 복원력(resilience)의 중요성을 각국에 각인시켰다.

리스크 관리와 복원력의 중요성을 인지한 ASEAN 국가들은 공급망 회복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도입하고 있으며, 각국의 정책을 통해 향후 위기 상황에서 더 강력한 대응 능력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본 보고서는 ASEAN 국가들의 공급망 위기 대응 전략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각국의 국가별 전략을 상세히 살펴본다.


1.2 목적

본 보고서는 ASEAN 회원국들이 최근 공급망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국가별로 분석하고, 이를 통해 각국 정책 동향과 역내 협력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위기의 원인과 영향, 그리고 공급망 복원력 강화를 위한 각국의 전략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아울러 이러한 국가별 대응 전략이 ASEAN 차원의 공동 협력으로 발전될 가능성도 검토한다.


2. ASEAN 공급망 위기의 주요 원인

ASEAN 지역 공급망이 직면한 위기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주요 요인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2.1 COVID-19 팬데믹

2019년 말 시작된 COVID-19 팬데믹은 전 세계 공급망에 사상 초유의 충격을 주었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ASEAN 국가들은 팬데믹 초기 공장 가동 중단, 인력 부족, 물류 두절 사태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로 싱가포르의 경우 중국발 항공 화물 급감으로 다양한 산업 공급망이 위축되었고(Capri, 2020), ASEAN 역내 다수 생산시설이 한때 폐쇄되면서 수출입 물류가 마비되다시피 하였다. 각국 정부가 방역을 위해 국경을 봉쇄하면서 원자재와 부품 조달이 지연되고 완제품 수출길이 막혀, ASEAN 전체로 2020년에 22년 만의 경제 역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HSBC, 2024). 이처럼 팬데믹은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에서 ASEAN의 취약성을 노출시키며, 공급망 “디커플링(decoupling)”을 현실화하였다(Capri, 2020).

2.2 미·중 무역 갈등

2018년부터 심화된 미·중 무역 전쟁도 ASEAN 공급망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대중(對中) 관세 부과와 중국의 수출 통제는 ASEAN 국가들의 대외 무역 환경을 악화시켰다. 그러나 한편으로, 글로벌 제조기업들은 미·중 갈등 장기화에 대비해 “차이나 플러스 원(China+1)”전략을 모색하면서 일부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동남아로 이전하였다(Department of Foreign Affairs and Trade, 2021). 실제 상하이 미국 상공 회의소(AmCham Shanghai)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미국 제조기업의 25% 이상이 당초 중국에 투자하려던 생산설비를 ASEAN·인도 등 대체 시장으로 이전했다고 한다(Evans & Hulick, 2019). 이로써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이 새로운 제조 거점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되었다. 동시에 중국산 부품 및 소재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공급망 리스크로 인식되었고, “탈(脫)중국”을 통한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이 부각되었다(Capri, 2020). 예컨대 일본은 자국 기업의 중국 생산을 분산시키기 위해 2020년 약 22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편성하였고 (Capri, 2020), 미국도 동남아 국가들과의 제조 협력을 강화하며 중국 위주 가치사슬에서 벗어난 공급망 구축을 모색하였다. 결과적으로 미·중 갈등은 ASEAN에 일부 기회(생산 유치)와 도전(중간재 조달 불안정)을 동시에 가져왔다.

2.3 기후 변화와 자연재해

ASEAN 지역은 기후 변화에 따른 자연재해에도 매우 취약하다. 매년 빈발하는 태풍, 홍수, 산불 등은 주요 물류 경로를 마비시키거나 생산 거점을 파괴하여 공급망을 교란시킨다. 실제로 2013년 필리핀을 강타한 태풍 하이옌(Haiyan)이나 2024년 중국남부·베트남에 피해를 준 태풍야기(Yagi) 등의 사례에서 보듯, 극한 기상현상이 동남아 산업 생산과 물류에 심각한 차질을 초래했다(Gintz and Ayrton, 2025). 2024년 태풍 야기의 경우 중국 광둥성과 홍콩의 공장 가동 및 물류가 중단되고 항만들이 폐쇄되면서, 제조·선적 분야에 수 주간의 적체와 비용 상승을 불러왔다 (Semafor, 2024). 농업 비중이 높은 국가들의 경우 이상 기후로 작황이 불안정해지면서 식량 공급망까지 흔들리는 상황이다(Jiahyi and Seah, 2023). 예컨대 베트남은 2011년 이후 매년 평균 9천 헥타르 이상의 농지가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고 수억 달러의 농업 손실을 보고 있다(Jiahyi and Seah, 2023). 게다가 중소기업이 경제의 주축인 ASEAN에서, 재해에 대한 대응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대형 재난 시 사업 연속성이 위협받아 지역 경제 전반의 복원력을 저해한다(United Nations Office for Disaster Risk Reduction, 2021). 이처럼 기후 변화는 향후 수십 년간 ASEAN 공급망에 상시적 위협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2.4 물류 인프라 미비

ASEAN 일부 국가에서는 물류 인프라 부족그 자체가 공급망의 병목으로 작용해왔다. 도로·항만·철도 등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노후한 탓에 평상시에도 물류 비용이 높고, 위기 시 우회 경로 확보가 어려운 구조이다. 이러한 인프라 격차와 규제 장벽, 숙련인력 부족 등은 ASEAN 공급망의 구조적 취약점으로 지적된다(Gandi, 2016). 특히 내륙 교통이나 국경 간 통관절차가 미흡한 국가에서는 한 노드(node)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대체 루트로 빠르게 전환하지 못해 공급망 복원력 저하로 이어졌다.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 ESCAP)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물류비는 GDP 대비 24%에 달해 선진국의 2~3배 수준이며, 필리핀·베트남 등도 물류 효율성이 낮은 편이다. 이러한 내부 요인까지 겹치면서, ASEAN 국가들은 글로벌 공급망 충격을 흡수하고 완충(buffer)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평가된다(OECD, 2025).

3. 국가별 공급망 위기 대응 전략

ASEAN 각국은 위기 극복을 위해 자국 여건에 맞는 공급망 대응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하 주요 국가들의 전략을 정리한다. 

3.1 싱가포르

3.1.1 공급망 디지털화

싱가포르는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물류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COVID-19 위기 동안 이를 더욱 고도화했다. 핵심 대응 조치로 2018년 출범한 네트워크드 트레이드 플랫폼(NTP)을 적극 활용하여 무역 프로세스 전반을 전자화하였다. NTP는 기업, 물류 플랫폼, 정부 시스템을 하나로 연결하는 통합 온라인 플랫폼으로서, 무역 서류 처리 자동화와 실시간 화물 추적을 가능케 한다(Capri, 2020). 이를 통해 팬데믹 하에서도 싱가포르는 비대면 방식의 무역 절차를 유지하며 공급망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다. 실제 싱가포르는 위기 국면에서도 항만·공항을 계속 운영하고 필수 물자 수출을 금지하지 않아 물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였는데(SG101, 2025). 이러한 디지털 기반이 이에 큰 역할을 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NTP를 고도화하는 한편, 민간 물류 스타트업과 협업하여 블록체인 등 신기술을 물류망에 도입함으로써 향후에도 데이터 기반의 공급망 관리를 선도한다는 방침이다 (Capri, 2020).

3.1.2 필수 자원 비축 강화

싱가포르는 생필품·전략물자 비축제도를 일찍이 구축하여 위기 시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가 차원에서 쌀을 비축하는 “Rice Stockpile Scheme”를 1968년 도입한 바 있으며, 평시에도 건설 자재(모래·자갈)나 의약품, 마스크 등의 전략 비축품목을 관리한다(SG101, 2025).  이러한 사전 비축 덕분에 코로나 초기 글로벌 물자 부족 사태에서도 싱가포르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국내 수급을 유지할 수 있었다. 아울러 싱가포르는 유통망 재편과 민관 협력을 통해 필수 물자의 안정 공급에 주력하였다. 정부는 위기 시 다국적 기업들과 직접 협의 채널을 가동하여 필요한 물자의 공급선을 발굴·확보하였다. 실제 코로나 당시 싱가포르 정부와 다국적기업 3M의 협력 사례를 보면, 정부가 원부자재 조달 대안을 모색함으로써 3M은 마스크 생산을 중단 없이 지속할 수 있었다(SG101, 2025). 이처럼 공공부문의 조정 역할을 통해 싱가포르는 민간 부문의 대응력을 높이고 공급망 장애를 최소화하고자 하였다(SG101, 2025). 또한 석유, LNG 등 에너지 비축 및 식량 비축도 강화하여 국가 재고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3.1.3 공급망 다변화

싱가포르는 외부 충격에 대비하여 공급망 소싱 다변화전략을 지속 추진해왔다. 전 세계 160여 개국과 거래하는 개방 경제로서, 특정 국가 의존도를 줄이고 다양한 조달처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로 싱가포르는 2019년 원자재(연료, 철강, 곡물 등)를 아랍에미리트 20%, 카타르 13%, 사우디 9%, 말레이시아 6%, 캄보디아 5% 등 매우 분산된 수입선으로부터 조달하였다(SG101, 2025). 또한 지금까지 전 세계 GDP의 85% 이상을 포괄하는 26개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여 무역 다변화를 뒷받침하고 있다(SG101, 2025). 이러한 광범위한 FTA 네트워크를 통해 싱가포르는 유사시 다양한 우회 무역 경로를 확보하고 관세 인하, 통관 간소화 등의 이점을 누리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 일변도 공급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ASEAN 역내 및 인도, 호주, 유럽 등 다자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뉴질랜드, 호주, 캐나다, 칠레 등과 함께 무역 경로 유지 협정을 체결하여 팬데믹 상황에서도 필수 물자의 교역이 중단되지 않도록 협력하였다(SG101, 2025). 아울러 인도와는 공급망 분야 협력MOU를 맺고 의약품·전자부품 등의 상호 보완적 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싱가포르는 위기 시 신뢰할 수 있는 물류 허브로서 국제적 평가를 받고 있으며(SG101, 2025) 향후에도 “개방성과 유연성”이라는 공급망 전략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3.2 베트남

3.2.1 FTA 활용과 시장 다변화

베트남은 여러 메가 FTA에 참여함으로써 공급망 다변화의 기반을 마련했다. 2020년대에 들어 발효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및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적극 가입하여, 전통시장이던 중국 이외에 일본, 호주, 캐나다, 멕시코등으로 수출 시장을 넓혔다. 이러한 다자간 협정들은 관세 인하와 통일된 원산지 규정을 통해 베트남 기업들이 신규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쉽게 하였으며, 글로벌 기업들이 베트남을 생산기지로 선택하는 요인이 되었다. 예컨대 CPTPP 발효 후 2018~2021년 사이 협정 참가국들 간의 교역액이 5.5% 증가했으며, 기존에 FTA가 없던 국가들끼리의 무역은 13% 이상 크게 늘었다고 보고되었다(Canada GAC, 2025). 이를 통해 베트남은 섬유·의류, 전자조립 등 분야에서 중간재 조달선과 수출시장의 다변화를 모색할 수 있었다. 실제로 CPTPP 발효 이후 베트남의 대캐나다 수출액은 2018년 38억 달러에서 2021년 63억 달러로 60% 이상 증가하여(주로 섬유·의류 부문) (WTO Center, 2024), 또한 2020년 발효된 한-EU FTA(EVFTA)등도 베트남 기업에 유럽 시장 진출 기회를 제공하여 공급망의 지역별 분산을 도왔다. 이처럼 베트남은 FTA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무역 충격을 흡수하고 수출 활로를 다각화하고 있다(Finance Derivative, 2025). 

3.2.2 글로벌 기업 유치

미·중 무역갈등과 코로나 사태 이후 다국적기업들의 탈중국화 움직임은 베트남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증가로 이어졌다. 베트남 정부는 법인세 감면, 공단 인프라 지원등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첨단 제조기업 유치를 적극 추진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 폭스콘(Foxconn), 인텔(Intel), 레고(LEGO)등 글로벌 기업들이 생산라인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하거나 대규모 신규 투자를 단행했다. 2022년 베트남의 제조업 분야 FDI 유입액은 전년 대비 13.5% 증가하여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특히 전자·전기, 스마트폰 조립, 자동차 부품분야 투자가 두드러졌다. 이러한 투자 유치는 베트남 공급망 안정성에 기여하고 있다. 주요 글로벌 IT 기업들이 잇따라 생산기지를 베트남에 구축하면서, 베트남은 전 세계 스마트폰 생산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전자부품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Yen, 2023). 자동차 산업에서도 빈패스트(VinFast)등 토종 기업이 전기차 생산에 뛰어들고, 도요타·혼다 등의 공급망이 일부 베트남으로 이동함에 따라 생태계가 강화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이러한 글로벌 제조 허브로의 도약을 통해 공급망 충격에 대한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높이고자 한다. 미중 갈등 와중에도 무디스(Moody’s)는 “ASEAN과 인도가 공급망 다변화의 주요 수혜자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는데(Vietnam News Agency, 2025), 베트남이 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다만 급속한 FDI 유치에 따른 환경·노동 이슈와 외국자본 의존 심화는 향후 풀어야 할 과제이다.

3.2.3 물류 인프라 투자

베트남은 전국적인 물류 인프라 확충에 박차를 가해 공급망 효율성과 복원력을 제고하고 있다. 2021년 베트남 정부는 국가 물류망 구축 5개년 계획을 수립하여 도로·항만·공항·철도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다. 북부 하이퐁(Hai Phong)과 남부 호찌민시를 잇는 남북 고속도로 확충, 신규 심해항(deep-water port)건설, 하늘길 운송능력 증대를 목표로 한 이 계획에 매년 GDP 대비 6% 수준의 정부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Indochina Logistics Expert. 2022). 그 결과 2023년 기준 베트남의 고속도로 연장은 5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하였고, 하이퐁 Lach Huyen 신항 등 항만 프로젝트가 완공되어 컨테이너 처리능력이 크게 향상되었다. 또한 중국-베트남-라오스를 연결하는 철도·도로 “경제 회랑” 개발로 역내 육상물류망도 개선되고 있다. 베트남은2030년 동남아 최고 수준의 물류 허브로 부상한다는 비전하에, 물류 비용(GDP 대비 약 20%)을 선진국 수준(10% 내외)으로 낮추고자 한다. 한편 디지털 기술도 접목하여 전자 통관 시스템, 화물 추적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통관시간 단축과 물류가시성(visibility) 제고를 추진 중이다. 이처럼 인프라 현대화와디지털 물류를 양축으로 한 노력은 베트남 공급망의 병목을 완화하고 위기 시 신속한 대응을 가능케 할 것으로 기대된다(Gembah, 2023).

3.3 인도네시아

3.3.1 제조업 국산화 및 자립화

인도네시아는 2018년 발표한“Making Indonesia 4.0”전략 아래 제조업고도화 및 국산화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2022년까지 제조업 분야 수입 대체율 35% 달성을 목표로 세우고, 이를 위한 정책 패키지를 가동하였다(Office of Assistant to Deputy Cabinet Secretary for State Documents &Translation, 2021). 구체적으로 기계·전자·자동차 등 7대 우선 산업의 국내 생산 기반을 강화하여 수입 부품 의존도를 낮추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는 자국 제조기업에 대한 기술 이전과 산업 자동화(Industry 4.0)도입을 촉진하고, 외국 기업에는 현지 부품조달 비율 요건을 부과함으로써 로컬 공급망을 육성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제조업 부흥과 함께 대외 충격 완화에 기여하고 있다. 아구스 구미왕 카르타사스미타 인도네시아 산업부 장관은 “수입 대체 프로그램은 자국 산업 구조를 강화하고 대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전략적 조치”라고 강조하며,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인도네시아를 세계 10대 제조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하였다(Office of Assistant to Deputy Cabinet Secretary for State Documents &Translation, 2021). 실제 성과도 나타나고 있는데, 2021년 인도네시아 제조업 부가가치(MVA)는 2810억 달러로 ASEAN 최고치를 기록하여, 국산화 전략의 효과를 방증하였다(Office of Assistant to Deputy Cabinet Secretary for State Documents &Translation, 2021). 인도네시아 정부는 앞으로도 산업 인력 역량 제고, 중소기업 기술 지원, R&D 투자 확대 등을 병행하여 “산업 자립도”를 높이고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주도권을 강화할 계획이다 (Kartasasmita, 2021).

3.3.2 전략 자원 관리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수준의 광물 자원(니켈, 보크사이트, 구리 등)을 보유한 강점을 활용하여, 이를 자국 산업 육성에 연계하는 자원 국산화 정책을 시행 중이다. 니켈의 경우 전기차 배터리와 스테인리스강의 핵심 원료로, 인도네시아 정부는 니켈 원광 수출을 2020년부로 전면 금지하고 현지 제련·부가가치화만을 허용하였다(Merwin, 2022). 이는 원료만 수출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국내에 제련소를 세우고 부가가치가 높은 니켈 제품(페로니켈, 배터리 양극재 등)을 생산하도록 유도한 조치이다. 이미 2014년에도 한차례 니켈 수출 제한을 통해 스테인리스강 제조 산업을 육성한 바 있는 인도네시아는, 중국의 대규모 투자 유치를 받아 세계 2위의 스테인리스강 생산국으로 부상하였다(Merwin, 2022). 이 성공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까지다운스트림 산업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수출 금지 조치 이후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에 니켈 제련 및 배터리 소재 공장 투자를 발표했으며, 2021년 하반기에는 LG-현대차 컨소시엄이 현지에 EV 배터리 공장을 착공하는 등 가시적 진전이 있었다(Merwin, 2022).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니켈 정책으로 관련 수출액이 30배 증가했다”고 언급하며 (East Asia Forum, 2023), 향후 보크사이트(알루미늄 원광)와 구리등에 대해서도 단계적 수출 금지 및 자국 내 정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자원 민족주의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해외 일부 국가와 무역 마찰을 빚기도 하나 (EU는 인도네시아를 WTO 제소), 장기적으로 인도네시아 내 고부가가치 제조 생태계를 구축하여 공급망 자립도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평가된다(Merwin, 2022).

3.3.3 지역 협력 강화

인도네시아는 ASEAN 의장국 등 역내 리더로서 위기 시 상호부조 시스템 구축에도 앞장서고 있다. 2020년 팬데믹 발발 직후 열린 ASEAN+3 특별정상회의에서 인도네시아는 의료품 상호 지원, 식량안보 협력등을 제안하여 공감대를 얻었고, 이는 이후“ASEAN 공급망 연결성 강화 선언”등에 반영되었다 (ASEAN, 2020). 구체적으로 ASEAN 국가들은 필수 물자의 원활한 통관과 물류 협력을 약속하고, 위기 시 물류 인프라(항만·공항)를 개방적으로 운영하기로 합의하였다(Ministry of Foreign Affairs of Japan, 2020). 인도네시아는 또 태국·필리핀 등 식량순수입국의 안정을 위해 ASEAN 비상 쌀 비축제도(APTERR)에 전략적 기여를 해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니 정부는 자국 외환보유액을 활용한역내 금융 안전망(CMIM)강화, 위기 시 역내 유동성 공급 등재정적 지원 체계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ASEAN+3 재무장관 공동성명, 2022). 한편 인도네시아는 말레이시아, 태국등과 전자부품, 자동차부품에 대해상호 보완적 생산체계를 구축하는 논의를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말레이시아가 강점인 반도체 칩을 인니 자동차공장에 공급하고, 완성차를 역내로 배급하는 역내 가치사슬 분업이 그것이다. 이처럼 ASEAN 내역내분업과 협력을 강화하면 특정 공급망 충격 시 회원국들이 서로백업(backup)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향후 ASEAN 차원의 공급망 위기 대응 워킹그룹등을 제안하여, 회원국간 정보 공유와 협력을 제도화할 계획이다 (DFAT, 2021). 종합하면, 인도네시아는 국내적으로는 산업 자립도 제고, 대외적으로는 역내 협력 강화라는 두 축을 통해 공급망 복원력을 높이고 있다.

3.4 태국

3.4.1 “Thailand 4.0” 정책

태국은 2010년대 후반부터 추진한 “Thailand 4.0”을 기치로 첨단 산업화와 경제 구조 고도화에 힘쓰고 있다. Thailand 4.0은 혁신·기술·창의성 중심의 가치 기반 경제(Value-Based Economy)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는 국가 모델이다(KPMG, 2023). 이는 저임금 조립 중심의 전통 제조업에서 벗어나 스마트 제조와 고부가가치 서비스로 산업 구조를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로 태국 정부는 자동화, 인공지능, IoT등의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생산 현장에 도입하여 스마트 공장화를 추진하고, 제조 분야 인력을 고급 기술 인력으로 재교육하고 있다 (KPMG, 2023). 또한 12개 미래성장산업을 “신 S-커브”로 선정하여 집중 육성 중이다(KPMG, 2023). 이 목록에는 차세대 자동차, 스마트전자, 로봇, 바이오기술, 의료관광, 식품가공등이 포함되며, 이를 통해 태국을 ASEAN 내첨단 제조 허브로 자리매김시킬 계획이다(KPMG, 2023).  예컨대 전기자동차(EV)분야에서 태국은 2025년까지 아세안 EV 생산허브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정책 지원에 나섰다(KPMG, 2023). ‘국가 EV 정책위원회’를 설치하여 2030년까지 신차 생산의 50%를 전기차로 전환하고 2035년까지 누적 1800만 대 생산을 목표로 세웠다(KPMG, 2023).. 이러한 정부 주도 산업전략(Thailand 4.0)을 통해 태국은 공급망의 고부가가치화와 유연성 제고를 동시에 도모하고 있다. 실제로 동 정책 추진 이후 첨단 전자, 의약품, 친환경 제품의 수출이 크게 늘어 태국의 산업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다. 다만 중소기업의 기술 전환과 숙련인력 부족 등 도전과제가 존재하여, 정부는 해외 투자와 국제협력을 병행하면서 “Thailand 4.0”의 안착을 꾀하고 있다.

3.4.2 동부경제회랑(EEC) 개발

태국은 EEC(Eastern Economic Corridor)개발 사업을 통해 미래 산업의 중심지를 육성하고 있다. EEC는 방콕 동남쪽라용, 촌부리, 차쳉사오주에 조성되는 거대 경제특구로, Thailand 4.0 전략의 실질적인 실행 무대다. 태국 정부는 2018년 EEC법을 제정하여 이 지역에 투자하는 기업에 법인세 감면(최대 8년 면제 등)과 토지임대 규제 완화 등 파격적 혜택을 부여하였다(Asia Society Policy Institue, 2022). 목표 산업은 전기차, 스마트 전자, 바이오테크, 로봇, 항공, 바이오연료등 12개 분야로, 해당 산업의 해외 투자 유치를 집중 추진 중이다(Asia Society Policy Institue, 2022). 현재 EEC에는 일본 도요타의 전기차 부품 공장, 중국 BYD의 전기차 조립공장, 독일 SIEMENS의 자동화 장비 공장 등이 유치되어 가동 중이다. 또한 우타파오(U-Tapao) 신공항 건설, 방콕-파타야 간고속철도 연결, 딥씨(deep-sea) 항만 확장등 물류 인프라 투자가 병행되어, EEC는 태국의 물류·산업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Asia Society Policy Institue, 2022; ASEAN Briefing, 2025). 예컨대 EEC 내렘차방(Laem Chabang) 항만은 2024년 한 해 946만 TEU를 처리하여 전년 대비 9% 성장, 동남아 주요 항만으로 자리잡았다(ASEAN Briefing, 2025). 이처럼 EEC는 태국뿐 아니라 ASEAN 역내지역 생산네트워크의 중심지로 발전하고 있다. 향후 EEC를 통한 고급 제품 생산 증대로 ASEAN 공급망의 고도화와 지역 내 교역 활성화가 기대된다. 태국은 EEC를 기반으로 주변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CLVM)과 산업 협력을 도모하며, 장기적으로 메콩 경제권전체의 공급망 연결성 증진을 추구하고 있다(ASEAN Briefing, 2025).

3.4.3 위기 대응 시스템 구축

태국 정부는 민관 협력을 통해 공급망위기 대응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다. 2020년대 들어 코로나19, 미·중 갈등 등 외부 충격을 겪으면서, 태국은 비상 시나리오별 대응 매뉴얼과 조기경보체계를 구축했다. 예를 들어 산업통상부 산하에 공급망 대응 태스크포스를 신설하여 주요 수출 품목의 글로벌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관련 기업들과 공동 대응하도록 하였다. 또한 상공회의소, 물류협회등 민간과 정례 협의채널을 만들고 재고 정보 공유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특정 품목 부족 시 정부가 조율하여 대체 소싱이나 물량 배분을 신속히 시행할 수 있게 되었다. 2023년에는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태국 공급망 연결 센터”가 설치되어, 국가 차원에서 공급망 병목 해소와 위기 대응을 총괄하고 있다. 이와 함께 태국은 공급망 인프라 강화를 위한 선제 투자에도 나섰다. 2025년 초 태국 정부는 약 1,150억 바트(미화 35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부양 패키지를 발표하여 도로, 물류거점, 디지털 네트워크 업그레이드를 추진하고 있다(ASEAN Briefing, 2025). 이는 글로벌 교역 둔화와 보호무역 확산에 대비해 수출 경쟁력 유지와 공급망 안정성 제고를 뒷받침하려는 조치이다(ASEAN Briefing, 2025). 예컨대 이 패키지에 따라 방콕 외곽 순환고속도로가 확장되고 주요 산업단지와 항만을 잇는 물류 허브가 건설 중이다. 태국 중앙은행도 저리 긴급대출 프로그램을 가동하여 공급망 참여 중소기업들의 자금 유동성을 지원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태국은 정부 주도 하에 위기 상황별 대응 프로토콜을 확립함으로써, 향후 공급망 장애 발생 시 골든타임 내 복구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민간도 자체적으로 다중 소싱,재고 확보, 비상시 생산전환 계획등을 수립하여 기업 차원의 복원력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태국은 공급망 리스크 관리 능력을 향상시켜, ASEAN 내 안정적인 생산 거점으로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4. ASEAN 차원의 공동 대응 전략

개별 회원국들의 대응과 더불어, ASEAN 지역 차원에서도 공급망 복원력을 높이기 위한 공동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다음은 주요 ASEAN 다자간 대응 전략이다.

4.1 공급망 복원력 이니셔티브(SCRI)

2021년 일본-호주-인도 3국이 주도하여 출범한 공급망 복원력 이니셔티브(Supply Chain Resilience Initiative, SCRI)에 ASEAN도 협력 의사를 표명하며 참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SCRI는 코로나 팬데믹과 미중 갈등 속에서 특정 국가(특히 중국)에 대한 공급망 과다 의존을 완화하기 위해 출범한 지역 협력 프레임워크이다. 이 이니셔티브의 목표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속가능하고 포괄적인 공급망 생태계 구축으로, 각국이 모범 사례 공유, 투자 유치 촉진,구매자-공급자 매칭등을 통해 공급망 다변화를 도모하는 것이다(Department of Foreign Affairs and Trade, 2021). 예컨대 SCRI 참가국들은 정례 협의를 통해 재해 시 대체 공급처 데이터베이스 구축, 핵심 품목의 재고 정보 교환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일본의 주도로 “인도-태평양 공급망 펀드”가 조성되어 ASEAN 국가들의 중요 품목 생산능력 확충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SCRI는 궁극적으로 “강건하고 포괄적인 성장의 선순환”을 지역에 구축하는 것을 지향하며(DFAT, 2021), ASEAN은 이를 통해 역외 파트너들과 협력하여 공급망 충격을 함께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SCRI가 사실상 중국 견제 성격을 지녀 ASEAN이 직접적인 공식 참여를 선언하지는 않고 있으나, 각 회원국은 개별적으로 일본·인도 등과 공급망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이니셔티브 취지에 부응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2년 태국-일본 MOU, 인도네시아-호주 MOU 등이 체결되어 희토류, 배터리 공급망 협력 등이 진행 중이다. 향후 ASEAN은 SCRI와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등의 기존 메커니즘을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한 집단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DFAT, 2021).

4.2 디지털 경제 협력

ASEAN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공급망 관리 혁신에 역점을 두고 역내 공조를 진행하고 있다. 2021년 발효된 ASEAN 전자상거래 협정과 2023년 논의 중인 ASEAN 디지털경제 프레임워크 협정(DEFA)은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핵심은 무역 디지털화를 통해 거래 비용을 낮추고 공급망 투명성과 추적성을 높이는 것이다. 예컨대 ASEAN은 역내 전자 원산지증명 시스템(ASEAN Single Window)을 구축하여 수출입 통관절차를 일원화하고 있다. 또한 블록체인 기반 물류 추적 플랫폼 도입을 시범 추진하여, 식품이나 의약품 등의 이동 경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위변조를 방지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러한 디지털 협력은 무역의 환경 발자국을 줄이고 공급망 투명성을 강화하여 지속가능 혁신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World Economic Forum, 2025). ASEAN DEFA 협정문 초안에는 전자 문서 교환, 디지털 결제, 데이터 공유등에 대한 공통 규범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역내 종이 없는 무역(paperless trade)과 신속 통관을 현실화하여 위기 발생 시 상품 흐름의 신속한 복구를 돕는다 (World Economic Forum, 2025). 또한 회원국 간 사이버 보안 협력을 통해 물류·통관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고,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공동 교육·인프라 지원 프로그램도 가동하고 있다. 2024년에는 한걸음 더 나아가 블록체인 기술로 ASEAN 공급망 금융 플랫폼을 구축, 역내 중소기업들이 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쉽게 무역금융을 조달하도록 하는 시범사업도 진행 중이다. 이처럼 디지털 경제 분야의 협력은 ASEAN 공급망의 효율성과 복원력을 동시에 증진시키는 중요한 이니셔티브가 되고 있다.

4.3 RCEP와 CPTPP의 활용

ASEAN 회원국들은 초광역 경제협정인 RCEP(2022년 발효)과 CPTPP(일부 회원 참여)을 공급망 개선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RCEP은 전 세계 GDP 30%를 차지하는 거대 자유무역권으로서, 역내 단일 시장을 구축함으로써 ASEAN 내 교역의 유연성을 높여준다. 예를 들어 RCEP으로 ASEAN과 한중일 3국 간 단일 원산지 규정이 도입되어, 여러 국가에서 부품을 조달해 완성품을 만들어도 역내에서 누적 원산지로 인정받아 무관세로 교역할 수 있다. 이는 복잡하게 얽힌 동아시아 공급망에서 부품 조달 경로 다변화를 훨씬 수월하게 만들었다. 한편 CPTPP는 일본, 캐나다, 호주, 멕시코 등 태평양 연안 11개국을 잇는 협정으로, ASEAN 4개국(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브루나이)이 가입해 있다. CPTPP 발효 이후 이들 국가의 역내 교역 확대와 투자 증가가 뚜렷하며, 특히 신규 FTA 관계가 형성된 국가들 사이에서 공급망 연계 무역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Government of Canada, 2023). 예컨대 베트남은 CPTPP 회원국인 캐나다, 멕시코로의 섬유 수출이 급증하여 (2018~2021년 대 캐나다 섬유수출 +50% 등) 미국 시장 의존을 일부 완화할 수 있었다. 또한 말레이시아는 CPTPP 가입 후 자동차 부품분야에서 일본·캐나다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여 대외 의존 부품을 국산으로 대체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이러한 거대 협정들은 하나의 공급망 경로에 문제가 생길 경우 다른 경로로 신속히 전환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Thomson Reuters Institue, 2022). ASEAN은 향후 RCEP의 기업 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회원국별로 중소기업 대상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고 있으며, CPTPP 미가입국들도 단계적 가입을 검토하고 있다. 2025년 ASEAN 의장국인 말레이시아는 “RCEP 및 CPTPP를 통한 지역 공급망 유연성 제고”를 의제화하여, 역내 국가들의 다자 FTA 활용도를 높이고 역외 충격에 대한 집단대응 플랫폼을 구축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ASEAN Secretariat, 2024). 이에 따라 ASEAN 차원에서 RCEP 내부의 공급망 협력 챕터추가나 CPTPP 추가 가입 등을 논의할 전망이며, 이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한 아세안의 영향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5. 결론

전 세계적인 연이은 위기 속에서 ASEAN 국가들은 공급망 복원력 강화를 위한 다각도의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디지털화와 비축 정책으로 위기 대응의 선제적 모델을 제시하고 있고, 베트남은 FTA를 활용한 시장 다변화와 투자 유치로 제조 허브 부상을 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자원·제조 국산화를 통해 외부 충격 흡수 능력을 기르고 있으며, 태국은 첨단화 정책과 EEC 개발로 공급망 업그레이드를 추진 중이다. 이처럼 각국이 저마다의 강점과 과제를 바탕으로 대응 전략을 펼치는 가운데, ASEAN 역내에서도 협력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공급망 위기는 국경을 넘나드는 속성을 지니므로, ASEAN 회원국 간 정보 공유와 공조 체계 없이는 완전한 복구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 ASEAN은 SCRI, RCEP, 디지털 협정등 공동 대응의 토대를 마련하며 위기 대응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궁극적으로 ASEAN이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이어가려면, 개별 국가의 노력과 더불어 지역적 차원의 연대를 통해 포용적이고 탄력적인(regilient) 공급망 생태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공급망 다변화와 과잉의존 완화, ▲무역 디지털화와 투명성 제고, ▲지역 비상 지원 메커니즘 확충 등 다방면에서 협력을 심화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을 계속해나간다면, ASEAN은 향후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지속하면서도 외부 충격을 효과적으로 완충하는 강인한 지역(block)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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