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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폴란드의 선도적 유럽 방위 리더십: K-방산과의 협력 전망
폴란드 고상두 연세대학교 지역학협동과정 명예교수 2025/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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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안보 환경의 변화
우크라이나 전쟁을 3년 이상 수행하면서, 러시아의 군사력은 병력과 장비, 그리고 실전 경험 측면에서 크게 강화되었다. 2024년 러시아는 전차 1,550대, 장갑차 5,700대, 대포 450대를 생산하였으며, 정부예산의 약 3분의 1을 국방비에 지출하였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7~8%에 해당하는 규모이다.1)
향후 휴전이 이루어지더라도 러시아의 방위산업은 당분간 전시 수준의 생산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무기 소모가 사라지면 군비증강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아울러 러시아는 핵 선제타격 가능성을 언급하고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는 등 유럽에 대한 위협 수준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칼라스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승리할 경우, 다른 국가에 대한 침략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였다. 이러한 경고를 뒷받침하듯, 유럽 주요 국가의 정보기관들도 향후 5~10년 이내에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의 영토를 침범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러시아, 벨라루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폴란드는 러시아의 안보 위협을 가장 심각하게 인식하는 국가 중 하나이다. <그림 1>에 따르면, 유럽 주요 국가들 가운데 폴란드의 전쟁 우려 수준이 가장 높으며, 전체 국민의 40%가 전쟁 발발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다른 국가들이 올해 들어 전쟁 우려가 증가한 데 비해, 폴란드는 지난해에도 39%를 기록하는 등 러시아에 대한 안보 불안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림 1> 유럽 주요국에서 전쟁 발생 가능성을 우려하는 국민의 비율(%)
출처: Felix Richter, “War Is a Growing Concern Across Europe” Statista, May 8, 2025.
유럽의 안보 불안을 초래하는 배경에는 러시아의 위협 증대뿐만 아니라, 미국의 안보 공약 약화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고, 유럽의 방위비 분담 증대를 요구한다. 냉전 시기 미국은 자유 진영의 보호를 목표로 유럽의 안보를 책임졌으며, 소련 붕괴 이후에도 나토가 존속한 이유는 동유럽을 포함한 유럽 주변부에 자유주의를 확산하는 데 기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의 위협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체제대결로 간주하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이 공동으로 구축해 온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이념이 약화되면서, 대서양 동맹을 지탱해 온 규범적 기반 역시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들에게 방위비를 GDP 대비 2%에서 5%로 증액할 것을 요구하였다. 금년 6월 나토 헤이그 정상회담에서 2030년까지 5%를 달성하기로 약속하였지만, 스페인이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하였고, 약속한 목표치를 5년 내 달성하게 될지는 미지수이다. 트럼프 이전에도 미국 대통령들이 방위비 분담 문제를 제기했으나, 동맹국이 비용 분담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나토 제5조의 자동 개입 조항을 준수하지 않겠다고 위협한 대통령은 트럼프가 유일하다.2)
유럽 방위의 선봉으로 나선 폴란드
미국의 군사적 리더십이 약화되면서 유럽은 독자적인 안보 질서 구축을 모색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유럽 안보의 주도국은 E3로 불리는 영국, 프랑스, 독일이었다. 하지만 브렉시트 이후 안보 중심은 E2+1로 전환되었고, 최근에는 프랑스와 독일의 안보 리더십이 국내 정치의 불안정으로 인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E3가 유럽 안보의 핵심 역할을 견지하고 있지만, 러시아와의 대결에서 최전선에 있는 폴란드가 유럽 방위의 선봉을 자임하고 있다. E3와 유사한 형태로, 바이마르 삼각협력이 주목받고 있다. 바이마르 삼각협력은 1991년 독일, 프랑스, 폴란드 외무장관이 폴란드의 탈공산화와 유럽 복귀를 촉진하기 위해 결성한 협의체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이 삼각협력은 안보 분야에서 점차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독일의 메르츠 신임 총리는 올해 5월 7일 취임 첫날 프랑스와 폴란드를 순방하며 해당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하였다.3)
폴란드는 2008년 러시아의 조지아 침공 이후 유럽이 직면한 안보 위협을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다. 2009년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한 대러 화해 정책인 리셋 정책을 비판하였으며,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이듬해 돈바스 지역에서의 내전은 폴란드가 본격적으로 방위비 증대에 나서는 계기가 되었다. 2015년 폴란드는 GDP의 2%를 넘어섰고, 같은 해 독일은 1.19%에 불과하였다. 또한 폴란드는 22만 명의 병력을 보유하며, 프랑스의 20만 명을 상회하게 되었다.4)
그러나 폴란드의 경고는 유럽연합 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였다. 이는 집권당인 ‘법과 정의당’의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으로 인해 폴란드가 정치적으로 유럽연합에서 소외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폴란드는 대러 제재에 적극 동참하고, 서방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위한 항공 및 육상 통로를 제공하였으며, 대규모 전쟁 난민도 수용하였다. 폴란드 정부는 금년도 우크라이나 지원액이 GDP의 4.91%에 달할 것이며, 직접지원 0.71%와 난민 지원 4.2%을 포함한 수준이라고 밝혔다.5) 2023년 정권 교체로 민주적 정부가 들어서면서, 폴란드는 유럽 안보 정책 논의에서 보다 강한 발언권을 확보하게 되었다.
폴란드는 나토 회원국 가운데 방위비 지출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 중 하나이다. GDP 대비 2022년의 2.7%에서 2024년에는 4.7%로 증가하였다. 이 중 3%는 정식 국방예산에서 충당되며, 나머지 1.7%는 국채 발행을 통해 조성된 군사지원기금으로 구성되어 있다. 해당 기금은 주로 무기 조달을 신속히 추진하기 위한 목적에서 마련된 것이다. 2023년 총선에서 정권이 교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위비 증액 기조는 유지되고 있으며, 이는 국민의 70% 이상이 재무장 정책에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위비 증액에 대하여 나토 회원국은 서로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첫째, 2014년 나토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GDP 대비 2% 목표를 아직 달성하지 못한 남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와의 지리적 거리가 멀어 안보 위협 인식이 낮고, 높은 국가부채로 인해 방위비 지출 여력이 제한적이다. 둘째, 대다수 회원국들은 복지 지출을 조정하여 방위비를 증액함으로써 2% 목표에 도달했으며, 이 중에서 독일은 5%를 새로운 공동 목표로 설정하기 위해 다른 회원국을 독려하고 있다. 셋째, 폴란드와 발트 3국은 방위비 증대에 가장 적극적인 그룹으로, 이미 5% 수준에 도달하였다.
폴란드는 신속한 재무장을 추진하기 위해 세 가지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첫째, 우크라이나에 보유하고 있던 소련제 무기를 전량 제공하고, 이를 신형 무기로 긴급히 대체하는 “신속 대체 조달” 원칙이다. 폴란드는 소련제 전차 800대, 장갑차 500대, 다량의 포탄과 전투기를 포함한 주요 장비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였다. 둘째, 무기 도입 시 단순 구매에 그치지 않고, 수리 및 성능 개선이 가능하도록 관련 기술을 이전받는 “기술 이전 병행” 원칙이다. 셋째, 전체 무기 조달의 50% 이상을 자국 산업을 통해 충당하는 “국내 조달 우선” 원칙이다.6)
한국과 폴란드의 방산 협력 전망
유럽은 냉전 종식 이후 무기 조달이 급감하면서 방산 생산시설이 축소되었다. 예를 들어, 독일은 통일 당시 약 4,000대의 전차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현재는 380대로 감소하였다. 또한 유럽의 방위산업 시장은 국가별로 파편화되어 있다. 협소한 국내시장이라는 구조적 제약으로 인해, 유럽 방산기업들은 대량생산이 어려워 무기 생산 단가가 높으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방공망, 정찰·감시, 원거리 수송 등의 분야의 생산 역량이 뒤처져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유럽은 무기 공동개발 및 공동구매가 가능한 방위산업 단일시장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방산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여 무기의 다양성을 확대하고 가격을 인하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현재 해외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첨단 무기의 상당 부분을 유럽 내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폰데어라이덴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2030년까지 총 8,000억 유로의 방위예산을 마련하는 "ReArm Europe" 계획을 발표하였고, 이 중에서 1,500억 유로는 회원국의 무기 구매를 위해 빌려주겠다고 약속하였다.
한국은 유럽연합과 안보 방위 파트너십을 체결함으로써, 유럽기업과 공동으로 EU 역내 무기 조달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이와 별개로 현재 유럽은 전체 무기 구매의 약 50%를 미국으로부터, 30%를 기타 국가로부터 수입하고 있으며, 유럽산 무기의 비중은 20%에 불과한 실정이다. 유럽이 낙후된 방위산업을 재건하고 무기 자급화를 실현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의 방위산업은 우크라이나 지원 물량을 보충하기 위한 국내 비축 생산이 필요한 상황이며, 동시에 이스라엘과 대만 등으로부터의 무기 수요 증가로 인해 유럽에 대한 수출 역량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한국 방위산업은 유럽 시장의 점유율을 높일 수 기회를 맞이하였다.7)
폴란드는 한국 무기 구매에 가장 적극적인 유럽국가이다. 2022년 한국과 FA-50 전투기 12대, K9 자주포 670대, K2 전차 180대 등 20조 원에 달하는 구매계약을 하였다. 노후 무기를 신속하게 대체하기 위해, 납품 기간이 짧고 가격이 합리적인 한국산 무기를 대량 구매한 것이다.8)
한국의 방산기업은 폴란드를 유럽 시장 진출의 전초기지로 삼아야 한다. 무기 수입의 조건으로 기술 이전을 요구하는 폴란드를 고려할 때, 현지에 합작기업을 설립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폴란드 내에 K-무기에 대한 운용 교육, 정비, 수리 등 서비스를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는 현지 인프라를 구축하면, 유럽 전역을 대상으로 한 수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유럽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무기 생산 역량의 확대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덴마크는 우크라이나 방위산업의 재건을 가장 먼저 지원한 국가로, 대포, 미사일, 드론 등 주요 무기 체계의 생산에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였다. 이후 노르웨이, 스웨덴, 리투아니아, 아이슬란드 등이 이른바 '덴마크 모델'을 따르며 우크라이나의 무기 생산을 공동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는 현재 자국이 필요로 하는 무기의 30% 이상을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드론의 경우 2023년 약 30만 대에서 2024년에는 400만 대로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9)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래전에 있어 미사일과 드론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한국은 미사일 생산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폴란드와는 다연장 로켓 시스템인 천무의 판매 계약을 체결하였다. 또한 탄도미사일 현무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벙커버스터로 평가받고 있다. 아울러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중거리 방공미사일 천궁은 최근 중동에 수출되고 있다. 한국은 공격 및 방어용 미사일 기술의 혁신을 위해 우크라이나의 실전 사용 경험을 활용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우크라이나와 밀접한 협력 관계에 있는 폴란드와의 삼각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협력은 드론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다. 폴란드는 노르웨이에서 자국에 이르는 약 3,800km 길이의 국경선에 드론 감시 장벽을 설치하기로 관련국들과 합의하였다. 드론을 활용한 감시 체계는 고정식 감시카메라에 비해 광범위한 지역을 보다 효율적으로 감시할 수 있다. 우리는 휴전선 감시를 위한 드론 기술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타격 능력을 갖춘 드론 개발에도 주력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폴란드를 생산 및 기술 협력의 거점으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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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Alexandr Burilkov, Guntram Wolff, “Defending Europe without the US: First Estimates of What is Needed” Bruegel Analysis, Feb. 21, 2025, p. 2.
2) Andrew Dorman, “NATO Summit Spending Promises May Cost America Dear,” Chatham House, The World Today, June 9, 2025, p. 2.
3) Giovanni Grevi, "Eighty Years After WWII, Post-American Europe Lacks a Post-American Agenda" ISPI Commentary, May 8, 2025
4) Maxime Philaire, “Poland and the Defence of Europe against Russia,” Network for Strategic Analysis, Policy Report, Issue 30, April 2025, p. 3.
5) The official website of the Presidential of the Republic of Poland, “Poland’s aid to Ukraine” News, Feb. 23, 2025.
6) Michal Oleksiejuk, “Sharing the Burden: How Poland and Germany Are Shifting the Dial on European Defence Expenditure,” NATO Review, April 14, 2025, p. 5.
7) Alexandr Burikov et al, “The US Defence Industrial Base Can No Longer Reliably Supply Europe,” Bruegel Analysis, Dec. 18, 2024, p. 3.
8) 박정한, “한국, 세계무기 수출 10위 달성...폴란드가 수출의 46% 차지” 글로벌 이코노믹, 2025. 7. 13.
9) Rudy Ruitenberg, “Going Danish: How a Small Nordic Country Is Aiding Ukraine’s Defense,” Defense News, Jan. 30, 2025, pp.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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