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세안과 중국의 AI 협력 및 발전 전략
아세안-중국 미디어 협력 포럼에서의 AI 활용
아세안과 중국은 인공지능(AI) 기술을 매개로 한 지역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아세안 중국 센터(ACC: ASEAN China Center)는 중국 국제통신그룹(CICG: China International Communications Group)과 공동으로 제8회 아세안-중국 미디어 협력 포럼을 개최했다. 2025년 5월 25일 중국 허난성(Henan Province)의 고도 뤄양(Luoyang)에서 열린 이번 포럼은 "지역 내 커뮤니케이션 협력 강화를 위한 AI 활용"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아세안 중국 센터의 시중쥔(Shi Zhongjun) 사무총장은 아세안-중국 공동체의 미래 비전을 강조하며, 양측의 파트너십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결실이 풍부한 협력 모델로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20억 명이 넘는 인구에 혜택을 주는 이 협력 관계는 아시아의 성장을 견인하고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글로벌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증가하는 시기에 아세안과 중국이 지역적 연대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미디어는 국민들 간의 상호 신뢰와 이해를 증진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AI가 미디어를 포함한 산업 전반을 전례 없는 속도로 재편하는 변혁적 힘으로 부상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중국의 AI 슈퍼 리그와 아세안 스타트업 지원
중국은 아세안 시장을 겨냥한 AI 슈퍼 리그를 출범하며 스타트업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베트남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광시(Guangxi)는 오랫동안 동남아시아와의 협력 중심지 역할을 해왔으며, 이 지역에서 AI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두를 위한 AI(AI for All)"라는 제목으로 진행되는 이번 대회는 9월까지 계속되며, 자동차, 관광, 국경 간 전자상거래, 스마트 농업, 시장 규제 등 17개 분야를 아우른다.
광시 지방정부가 주최하는 이 대회는 광시의 중심도시 난닝(Nanning)을 비롯해 베이징(Beijing), 상하이(Shanghai), 항저우(Hangzhou), 선전(Shenzhen), 홍콩(Hong Kong), 방콕(Bangkok),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 등 8개 도시에서 동시에 개막되었다. 홍콩의 혁신기술산업 장관인 손동(Sun Dong)은 홍콩의 AI 생태계가 사이버포트(Cyberport)와 사이언스 파크(Science Park)에 걸쳐 1,000개 이상의 AI 기업들과 함께 강력한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번창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시는 22년간 중국-아세안 박람회를 개최해왔으며, 아세안은 25년 연속 광시의 최대 교역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2024년 양측 간 교역 규모는 3,980억 위안(약 554억 달러)에 달해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이러한 성과는 중국이 아세안 지역의 AI 발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스타트업 생태계를 육성하려는 노력의 결실로 평가된다.
아세안의 AI 투자 및 기술 발전
아세안 국가들의 AI 투자 증가
아세안 국가들의 인공지능(AI) 투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레노버(Lenovo)의 최신 CIO 플레이북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AI 투자는 3.3배,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을 포함한 아세안 시장에서는 2.7배 증가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아세안 기업들의 하이브리드(Hybrid) 및 온프레미스(On-premises) 솔루션 도입률이 글로벌 평균을 상회한다는 것이다. 응답자의 68%가 AI 워크로드를 지원하기 위해 이러한 방식을 선호하는 반면,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에만 의존하는 비율은 19%에 그쳤다.
AI 투자의 주요 목적은 공급망 및 재고 최적화, 규제 준수 개선, 직원 생산성 향상, 지속가능성 확보, 생성형 AI와 같은 신기술 도입 등이다. 특히 아세안 기업들의 AI 예산 중 42%가 2025년까지 생성형 AI 프로젝트에 투입될 예정이며, 고객 서비스가 가장 일반적인 활용 사례로 꼽혔다. IT 운영과 엔지니어링이 그 뒤를 이었다.
AI 도입에 있어 주목할 만한 또 다른 트렌드는 AI 기반 PC의 확산이다. 아시아-태평양 기업의 43%가 생산성 향상을 경험했으며, 아세안 지역에서는 65%의 기업이 이러한 장치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내부 전문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44%의 아세안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이 전문 AI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으며, 추가로 56%가 이를 고려 중이다.
말레이시아의 AI 주권 및 인프라 구축
말레이시아가 지역 최초로 자국의 완전한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중요한 진전을 이루었다. 테오 니에 칭(Teo Nie Ching) 말레이시아 부통신장관은 전략적 인공지능 인프라(Strategic Artificial Intelligence Infrastructure) 출범이 자국의 AI 발전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딥시크(DeepSeek)와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의 현지화와 서버의 국내 호스팅을 통해 데이터가 국내에서 처리되어 사용자 개인정보와 데이터 보안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프로젝트의 특별한 점은 데이터가 말레이시아에 저장되고, 말레이시아인에 의해 관리되며, 말레이시아인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 외 지역 최초로 화웨이(Huawei)의 칩과 서버, 딥시크 대규모 언어 모델이 도입된 사례이다. 이를 통해 말레이시아는 AI 도입과 응용 측면에서 아세안 지역의 선도적 위치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말레이시아의 첫 번째 완전한 국가 AI 인프라인 이 플랫폼은 정부, 기업, 대학이 AI를 활용하여 서비스를 개선하고, 생산성을 높이며, 혁신을 추진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알터매틱 DT250 AI 서버(AlterMatic DT250 AI Server)가 구동하는 말레이시아 최초의 자주적 생성형 AI 환경은 8개의 고성능 GPU를 탑재하여 업계 대비 20% 높은 성능과 30% 에너지 절감을 제공한다.
스카이바스트 데이터(Skyvast Data)와 리디오 시스템즈(Leadyo Systems)는 2026년까지 여러 인프라 구역에 걸쳐 3,000개의 고급 GPU를 배치하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또한 말레이시아-중국 신뢰 데이터 구역이 출범하여 말레이시아 사이버자야(Cyberjaya)와 중국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 린강 특별구역을 연결하는 최초의 양자 회랑이 구축되었다. 이는 인프라, 공동 혁신 플랫폼, 디지털 역량 통합을 통해 원활한 국경 간 AI 개발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세안의 중립적 외교 정책과 AI 경쟁
아세안의 중립적 외교 정책 유지
아세안(ASEAN)은 미국과 중국 사이의 첨예한 경쟁 속에서도 일관되게 중립적인 외교 정책을 유지해오고 있다. 아미르 함자 아지잔(Amir Hamzah Azizan) 말레이시아 재무장관은 "아세안은 미국과 중국의 입장이 서로 다르더라도, 양측과 무난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교역을 이어가는 데 성공해왔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중립적 접근은 지역의 안정성과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기여해왔다.
아세안의 중립 정책은 단순히 수동적인 태도가 아닌 전략적 선택이다. 아세안은 GDP 약 3.8조 달러(약 5,290조 원) 규모의 세계 5위 경제 블록으로서, 각 회원국의 발전 수준과 필요에 따라 유연한 접근을 취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같이 고도로 발전된 국가부터 상대적으로 발전 단계에 있는 국가들까지, 각국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아세안은 다자간 규범 기반 체제를 지지하면서도, 개별 국가들의 양자 관계 발전을 허용하는 실용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다. 이는 회원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다른 회원국들의 이익을 저해하지 않도록 하는 균형잡힌 정책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AI 경쟁 속 아세안의 역할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미중 경쟁이 심화되면서, 아세안은 새로운 도전과 기회에 직면해 있다. 양국 모두 AI 분야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 결정적인 경제적, 전략적, 군사적 이점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세안은 어느 한쪽의 기술 생태계에 완전히 종속되는 것을 피하면서, 양측의 기술과 투자를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의 전략은 "가장 큰 AI 생태계를 보유한 국가가 글로벌 AI 표준을 설정하고 광범위한 경제적, 군사적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는 전제에 기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규제 장벽을 제거하고 컴퓨팅 파워를 신속하게 확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AI 안전 문제에서 주도권을 잡고 상하이에 세계 AI 협력기구를 설립하는 등 다른 접근을 보이고 있다.
아세안 지역은 이러한 경쟁 구도 속에서 중요한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등에 AI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면서 지역 내 일자리 창출과 인프라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으로 인해 아세안은 추가적인 투자 유치 기회를 얻고 있다.
아세안이 이러한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 양측에 대해 명확하고 일관된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 기술 도입에 있어 이념이나 가치가 아닌 실용적 관점을 강조하고, 과도한 규제나 예측 불가능한 정책 변화가 장기 투자를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양측에 분명히 해야 한다.
이러한 균형 잡힌 접근은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아세안이 미국과 중국의 기술 생태계 사이에서 완전한 양분화를 피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한쪽에 완전히 종속되는 것은 선택의 폭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세안은 앞으로도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하면서 양측과의 협력을 통해 지역의 AI 발전을 도모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AI의 사회적 영향과 윤리적 고려
AI의 사회적 영향과 윤리적 문제
아세안 지역에서 인공지능(AI)의 활용이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사회적 영향과 윤리적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태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텔레노르 아시아(Telenor Asia)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태국 인터넷 사용자의 91%가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는 2023년 77%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이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하루에 한 번 이상 AI와 상호작용하고 있으며, 28%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AI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I는 특히 직장에서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태국 근로자의 40%가 업무에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는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이다. 주요 활용 분야는 콘텐츠 개발(61%), 데이터 분석(54%), 고객 서비스(53%) 등이다. 하지만 기업의 AI 전략 수립은 아직 미흡한 상황으로, 응답 기업의 30%만이 AI 전략을 보유하고 있다고 답했다.
세대별로 AI에 대한 인식과 수용도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Z세대(1997-2012년생)는 AI 수용도에서 10점 만점에 8.5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으나, 동시에 가장 높은 수준의 우려도 표명했다. Z세대의 56%는 AI가 사회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으며, 61%는 안전장치가 마련될 때까지 AI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는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태도를, X세대(1965-1980년생)와 베이비부머 세대(1946-1964년생)는 중간 수준의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아세안의 AI 윤리 및 규제 정책
아세안 지역의 AI 윤리 정책과 규제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기술 격차로 인해 AI 혁신과 인프라 개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와 같은 국가들이 전자제품 제조 및 조립 분야에서 진전을 이루었지만, 기술 사다리에서 하위에 위치하고 있어 가치사슬 상승에 제약이 있다.
이스트 웨스트 퓨처스(East West Futures)의 존 리(John Lee) 컨설팅 디렉터는 "아세안 경제는 각자의 강점이 있지만, 여전히 기술 사다리의 하위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아세안의 자체 AI 역량 개발은 미국과 중국 기술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인해 제한을 받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제공업체와 반도체 제조업체 등 미국 기업들의 기술과 규정을 준수해야만 아세안 국가들이 AI 분야에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이다.
AI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높은 수준이다. 태국의 경우 83%의 응답자가 온라인 보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으며, 68%는 AI가 적절히 사용된다면 안전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믿었다. 채용과 같은 민감한 영역에서는 인간의 감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며, 응답자의 49%만이 AI 채용 도구가 공정하다고 생각했다.
데이터 공유와 관련해서는 77%의 태국인이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데이터를 공유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으나, 이는 투명성과 옵트아웃 옵션이 제공되는 경우에 한정되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61%의 응답자가 정부나 기술 기업보다 자신을 더 신뢰한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산업계 리더들은 AI 거버넌스에 있어 책임이 공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텔레노르 그룹의 AI 책임자 이에바 마르틴케나이테(Ieva Martinkenaite)는 "통신사들이 신뢰할 수 있는 연결성 제공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안전하고 보안이 확보된 AI 서비스를 위한 표준을 수립하기 위해 클라우드 제공업체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