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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인도공과대학(IIT) 사례로 본 인도 고등교육의 명과 암
인도 Young Seaon Park KOTRA Kolkata Director General 202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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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오징어게임은 2021년 넷플릭스 서비스 모든 국가에서 시청율 1위를 기록했는데 가장 늦게까지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국가는 인도였다. 당시 인도에서 오징어게임의 인기를 능가했던 드라마는 ‘코타 팩토리(Kota Factory)’로서 인도공과대학(IIT, 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 입학시험을 준비하는 학원생들의 애환을 다루는 학원물이다. IIT가 인도인들의 마음속에 차지하는 관심도를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인도가 19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네루 총리는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국가 발전의 핵심전략으로 정하여 1951년 웨스트벵골주 콜카타 인근의 카락푸르에 IIT를 설립하였다. 그 후 1961년까지 순차적으로 봄베이(마하라슈트라주), 칸푸르(우타르프라데시주), 마드라스(타밀나두주), 델리에 IIT를 설립하였다. 이때 설립한 IIT의 위치를 지도상으로 보면 인도의 동서남북에 골고루 분포하여 지역균형을 고려한 것을 알 수 있다. IIT가 인도를 대표하는 고등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학교를 추가 개설하는 요구도 늘어나 1995년 아삼주 과하티IIT를 시작으로 2016년 고아IIT 까지 18개 학교를 더 증설하여 현재 인도의 IIT는 23개에 달한다. 인도의 전반적인 공교육 환경은 열악하여 인재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IIT는 우수한 인재들을 배출하여 인도의 자랑스러운 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하였다.
IIT의 위상
현재 실리콘밸리에 종사하는 다수의 최고경영자, 엔지니어들이 IIT 출신들이다.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 IBM 회장 겸 CEO 아르빈드 크리슈나 등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IIT 졸업생들이 실리콘벨리의 IT분야에서만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를 사전에 예견하고 이를 대비하여야 한다고 경고하였던 유명 경제학자 라구람 라잔은 IIT델리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였다. 그는 IIT 졸업 후 MIT에서 재무경영 박사학위를 받은 후 IMF 수석경제학자, 인도 중앙은행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는 시카고대학에 재직 중이다. IIT 재학생들은 졸업시즌이 되면 전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앞다투어 졸업생들을 채용하기 위해 학교를 방문한다.
IIT졸업생들은 또한 최고의 신랑감으로 인도에서 주목받는다. 인도는 아직까지 자유연애 결혼보다는 중매를 통한 결혼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신문에도 배우자감을 구하는 광고들을 매주 볼 수 있다. 이때 선호하는 배우자의 조건 중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IIT, IIM, 그리고 IAS이다. 이는 IIT 졸업이 인생의 여러 측면에 성공을 보장해 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참고로 인도경영대학(IIM, Indian Institute of Management) 역시 네루총리가 기획위원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1961년 현재의 콜카타에 IIM캘커타, 그리고 구자라트주에 IIM아메다바드를 설립한 공립학교들이다. 최초 설립당시 IIM캘커타는 IMT슬로언 경영대학원과 협력하였고 IIM아메다바드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지원을 받았다. IIM 또한 경영학석사(MBA)과정이 큰 명성을 얻게 되면서 IIT와 마찬가지로 인도 전역에 22개교 까지 증가하였다. IAS는 Indian Adminstrative Service의 약자로 일반적으로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을 일컫는다. 인도의 행정고시는 IIT 입학시험 못지않게 난이도, 합격률 등이 어려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인도는 관존민비의 전통이 강하기 때문에 IAS가 되면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게 된다. 인도인들의 명함에는 출신학교 또는 학과 등의 정보도 자주 들어가는데 필자가 만났던 한 공무원은 명함에 IIT, IIM, IAS가 모두 표시되어 있었다.
IIT는 인도 IT산업의 발전과도 무관하지 않다. 인도는 네루 총리가 사회주의적 경제정책을 채택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이 제조업 및 국제무역 기반의 높은 경제성장을 이룰 때 상대적으로 뒤처지게 되었다. 특히 정부가 생산, 투자, 판매, 수출, 외환 등 모든 분야에 규제를 가하면서 인도 제조업의 성장을 크게 억제하였다. 중국이 1970년대 시장개혁을 하면서 인도와의 경제력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인도는 1990년대부터 콜센터, 소프트웨어 개발 등 IT 서비스사업이 발전하게 되었고 이를 주도한 Infosys, Wipro, TCS 등은 인도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카르나카주의 벵갈루루는 인도 IT사업이 발달함에 따라 글로벌 IT기업들이 앞다투어 진출하면서 인도 IT산업의 메카로 등장하게 되었다.
인도가 제조업이 약한 가운데 서비스업인 IT산업이 발전하게 된 이유는 중에는 IIT의 역할이 매우 컸다. 제조업이 공장설립, 운영 등에 각종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반면 IT서비스는 새로운 사업영역이기 때문에 정부의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으며, IIT에서 배출한 유능한 인재들이 첨단 IT산업 확장에 필요한 노동력 확보에 기여하였다.
성공 이유는 정부의 지원과 치열한 경쟁
IIT가 이처럼 우수한 인재들을 배출할 수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인도정부의 효율적인 지원정책이다. 인도의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IIT는 정부의 지나친 간섭을 받지 않고 학사운영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받는 동시에 매년 막대한 예산지원을 받고 있다. 금년 인도정부가 발표한 한 해 교육부 예산은 150억 달러인데 IIT에 배정된 예산은 전체 교육예산의 거의 1/10에 해당하는 13억 달러에 달한다. 인도정부가 얼마나 IIT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사례이다.
또한 IIT는 입학 경쟁이 매우 치열한 것으로 유명하다. 매년 수백만 명이 응시하는 공동입학시험(JEE, Joint Entrance Examination)에서 상위 1% 이내의 학생만이 IIT에 입학할 수 있다. 라자스탄주의 소도시 코타가 IIT입시학원의 메카로 등장한 것은 사교육 없이는 IIT입학이 매우 어려운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RNA에 관한 연구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벤키 라마크리슈난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경우 학생시절 사교육의 도움 없이 IIT 입학시험을 보았다가 실패한 바 있다. 그의 부모는 학원이나 과외와 같은 방식을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일반 공립대학에서 학사학위를 마친 후 미국 유학을 하여 과학자로 큰 성공을 하게 되었다. IIT 입학이 이처럼 어렵기 때문에 IIT 낙방하면 MIT를 간다는 농담반 진담반의 이야기도 있다. 2019년 개봉한 인도 영화 ‘Super 30’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흥미로인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인도에서 가장 경제수준이 가장 낮은 지역인 비하르주의 파트나에 거주하는 아난드 쿠마르는 고등학생 시절 수학실력이 우수하여 캠브리지 대학에 합격하기도 하였으나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학업을 포기하고 과외를 시작하였다. 학원사업으로 크게 성공한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워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우수한 학생 30명을 2003년부터 매년 선발하여 무료로 숙식까지 제공하며 가르쳐 대부분의 학생들을 IIT에 합격시키는 기적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이며 IIT 입학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코칭학원비, 생활비 등 학생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크기 때문에 저소득층 자녀가 IIT에 지원하고 합격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IIT에 대한 비판
IIT가 경쟁력이 있는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여 인도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지만 여러방면의 비판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인도의 전반적인 교육수준이 아직도 많이 열악한 가운데 소수의 학생들만 혜택을 받는 IIT에 정부재정을 집중 투자하는 것이 국가 전체적으로 바람직한가 하는 점이다. 특히 졸업자들 중 다수가 인도의 산업개발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등 선진국으로 이주하여 소위 두뇌유출의 문제가 제기된다. 이에 대한 반론으로는 해외에 취업한 졸업생들은 대기업 임원 등이 되어 세계경제와 산업에 대한 인도의 영향력 강화에 기여하고, 벌어들이는 높은 급여를 국내에 있는 가족, 친지들에게 송금하여 국가 경제적으로도 기여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한편 IIT가 인도 내에서는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절대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으나 세계대학순위에서는 그다지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2026 QS세계대학순위를 보면 IIT델리 123위, IIT봄베이 129위, IIT마드라스 180위, IIT카락푸르 215위, IIT칸푸르 222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학순위의 결정요소 중에는 연구성과도 들어있는데 IIT의 경우 세계 유수의 대학에 비하여 이 부분이 약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IIT가 기초과학 보다는 엔지니어링 등 실용적인 분야에 교육의 중점을 두었기 때문일 수 있다. IIT 졸업생중에 아직까지 노벨상 수상자가 한 명도 없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IIT 재학생들의 학업 환경도 여러 차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학교를 입학한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은 성적을 낮게 받으면 유급이 되는 스트레스도 감내해야 한다. 또한 입학정원의 60%는 하층 카스트와 저소득층에 할당이 되기 때문에 입학 후 계층갈등의 불씨도 존재한다. 필자가 거주하는 콜카타 인근에 위치한 IIT카락푸르의 경우 올해에 들어 5명의 학생이 자살하였다는 보도가 나고 인도 대법원까지 우려의 목소리를 내자 학생들의 상담을 전담하는 정신과의사를 채용하기로 하였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았던 인도영화 ‘세 얼간이’는 IIT를 모델로 한 공과대학 재학생들의 삶에 대해서 다루었는데 인도 고등교육의 현실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IIT는 졸업생들이 부와 명성을 얻는 성공의 열쇠가 되었지만 과연 교육과정이 그에 걸맞은 수준인가 하는 문제 역시 제기해 볼 수 있다. IIT가 인도 내 다른 교육기관과 비교하여서는 정부의 예산지원을 많이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유수의 교육기관들과 비교하면 시설, 국제교류 등 다방면에서 부족함이 있다. 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으로는 IIT가 배출하는 우수한 인재들이 IIT의 교육 때문인가 아니면 학생들 자체가 우수하기 때문인가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슈아 앵그리스트 MIT 교수 등은 엘리트 학교 졸업생들과 기타 학교 졸업생들의 임금 격차를 비교분석하였다. 연구에 의하면 엘리트 학교 졸업생들은 다른 학교 졸업생들에 비하여 높은 임금을 받는 것이 사실이지만 비슷한 수준의 SAT성적을 갖춘 두 부류 대학들의 졸업생들을 비교하면 그 차이는 현격히 줄어든다. 이와 관련하여 인도의 사례를 들면 IT기업 인포시스의 창업자이자 인도 소프트웨어 산업의 선구자인 나라야나 무르티는는 우수한 성적으로 IIT에 합격하였으나 어려운 집안사정으로 진학을 포기하고 고향에 있는 공과대학 IIE(Indian Institute of Engineering)에 입학하였다. 비록 엘리트 학교인 IIT를 다니지 못했으나 그는 우수한 학습능력과 비전으로 인도에서 가장 성공한 사업가 중 한 명이 되었다.
시사점
IIT는 1950년대 설립 이후 인도의 기술인력양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졸업생들은 실리콘벨리 글로벌기업들의 핵심인력으로 자리잡았고 인도 IT산업의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인도정부는 IIT가 국가 기술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도록 막대한 재정지원을 하였으며 점차적으로 학교 수를 늘려왔다. 금년 확정한 인도의 예산계획에는 향후 4년간 IIT를 5개 더 늘리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IIT는 지난 수십 년간 축적한 학사운영 노하우를 신설학교에 접목하여 교육 수준을 관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IIT를 신설할 때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그린필드 방식 대신 기존의 학교를 IIT로 전환하여 활용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초기에는 시설확충, 우수한 교수진 및 인재유치 등에 애로가 있으나 매년 학교평가 등을 실시하여 수준을 높이고 있다.
IIT가 인도 IT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으나 인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의 제조업 분야, 뒤처진 첨단기술산업 등의 해결 과제를 안고 있다. 이웃나라 중국이 일반 제조업 뿐만 아니라 전기차, 재생에너지, 반도체 등 최첨단 산업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인도는 여전히 IT서비스 제공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최근 인도 정부는 반도체산업을 육성하기 위하여 마이크론과 타타전자의 구자라트주, 아삼주 반도체 제조시설 건설을 지원하고 있다. 그동안 우수한 IIT 졸업생들은 미국 실리콘벨리의 글로벌기업에 취업하여 막대한 연봉을 받는 것이 성공의 공식이 되었는데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기술직 비자(H1-B) 발급에 제재를 가하는 정책을 발표함에 따라 과거의 성공방식이 향후에도 지속될 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불균형 확대 등에 대한 해결책으로 신정부는 지역거점대학을 활성화시키는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인도가 이미 수십년 전부터 IIT와 IIM을 전국에 골고루 설립하여 교육에 있어서는 지역균형을 실현시킨 점은 벤치마킹 차원에서 고려해 볼 수 있겠다.
[참고문헌]
JD Angrist, JS Pischke, Mastering ‘Metrics, 2014
The Indian Express, “IIT Kharagpur student found dead, 5th case of suspected suicide this year”, 2025년 9월 21일
Digital Learning, “5 IITs adding 6000 seats over 4 years, Rs 11,828 crore budget approved”, 2025년 5월 8일
India Today, “5 famous personalities who dropped out of IITs and became successful”, 2021년 12월 1일
Business Outreach, “The real story of super 30 fame Anand Kumar”, 2025년 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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