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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말레이시아에서 본 K-뷰티 수출: 한류의 효과에 대한 냉정한 고찰

말레이시아 Jimmyn Parc University of Malaya Associate Professor 202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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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를 인용, 보도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 AIF 아세안 ”으로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BTS, 블랙핑크, 오징어 게임, 기생충, K-pop 데몬 헌터스 등 지속적으로 흥행하는 한국 관련 콘텐츠는 한류의 세계적 확산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들 문화산업의 규모가 자동차, 기계, 혹은 IT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지만,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형성하고 한국 제품 전반의 신뢰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볼 때 결코 가볍게 여길 수만은 없다. 즉, 한류는 국가 이미지와 문화적 위상을 제고하는 ‘소프트 파워(soft power)’의 핵심 축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한류의 세계적 인기로 인해 가전제품, 관광, 식품, 패션, 화장품 등 다양한 산업이 그 파급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존재감마저 미미했던 한국 화장품 산업은, 2023년 시장 규모 기준으로 세계 9위,1) 그리고 2024년 수출액 기준으로는 세계 2위에 오르는 성과를 이뤘다.2) 한국 화장품 산업의 이러한 놀라운 성장은 한류의 효과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자주 언급되고 있으며, 이제는 ‘K-뷰티(K-beauty)’라 불리며 K-팝(K-pop)과 K-드라마와 함께 한류를 구성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 가운데 인구 2천만 명 이상으로 비교적 큰 시장을 보유한 국가 중 1인당 GDP 기준으로 가장 높은 말레이시아에서도 한류는 높은 관심과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 화장품 또한 꾸준히 인지도를 높여왔으며,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 코로나19 팬데믹 시기(2020~2021년)를 제외한 지난 10년간(2014~2023년) 한국의 대(對)말레이시아 화장품 수출액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그림 1. 상위 5개국의 대(對)말레이시아 화장품 수출액(2014~2023)
단위: 백만 달러
주: 화장품 품목에는 스킨케어류, 파우더류, 매니큐어류, 눈화장품류, 입술제품류, 향수류, 데오도란트류, 샴푸류 및 기타 헤어제품류가 포함됨 
자료 출처: 유로모니터(Euromonitor)

한류 콘텐츠가 본격적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한국 화장품이 한류의 수혜를 입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2014년에서 2023년 동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간 동안 한국을 포함한 주요 상위 5개국 모두의 화장품 수출이 전반적으로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류가 실제로 수출 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그림 1을 보다 면밀히 살펴보면 이러한 의문은 한층 더 뚜렷해진다. 첫째, 경쟁국 중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은 한류 콘텐츠와 같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문화상품을 보유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한국보다 높은 화장품 수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둘째, 한국의 대(對)말레이시아 화장품 수출국 순위는 오히려 2014년 4위에서 2023년 5위로 떨어졌다.

유로모니터(Euromonitor)가 제공하는 화장품 수출 통계는 스킨케어류, 파우더류, 매니큐어류, 눈화장품류, 입술제품류, 향수류, 데오도란트류, 샴푸류, 그리고 기타 헤어제품류 등 총 9개 세부 품목으로 구분되어 있다. 만약 한류의 파급효과가 한국 화장품 산업 전반에 균등하게 작용했다면, 이들 9개 전 부문에서 유사한 수준의 수출 성장세가 관찰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2023년 기준으로 보면, 한국이 뚜렷한 성과를 보이는 품목은 스킨케어류, 입술제품류, 샴푸류, 기타 헤어제품류 등 4개 항목에 불과하다. 무엇보다도 그림 2에서 확인할 수 있듯, 이러한 품목들에서조차 한국의 (수출액 기준) 시장 점유율은 기대에 못 미친다. 세부 품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스킨케어류는 한국의 대(對)말레이시아 화장품 수출액에서 핵심 부문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 품목에서 3위의 점유율에 머물러 있으며, 1위인 싱가포르와는 약 두 배에 달하는 격차를 보인다.3) 또한, 샴푸류의 경우, 한국은 경쟁국 중 2위를 기록하지만, 1위인 태국과 약 9배라는 큰 차이를 보인다. 

그림 2. 세부 품목별 경쟁국 점유율(2023)
단위: %.
자료 출처: 유로모니터(Euromonitor)

이 네 가지 품목을 다른 경쟁국과 비교해 보면 한류의 확산이 K-뷰티 수출의 폭과 깊이에 미친 영향이 제한적이었음이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그림 3 참조). 먼저 스킨케어류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른 경쟁국들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지만, 한국의 수출은 상대적으로 완만한 증가세에 머물러 있다. 입술제품류에서는 미국, 프랑스, 중국이 지속적으로 한국보다 높은 수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2021년 이후 한국은 가장 더딘 회복세를 보이며, 과거 한국과 비슷하거나 더 낮은 수준이던 태국과 싱가포르에 최근 추월당했다. 샴푸류의 경우, 한국의 수출액이 증가세를 보이지만, 1위인 태국과는 큰 격차를 보인다. 마지막으로 기타 헤어제품류에서는 한국의 성장세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만, 태국과 일본 역시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며 여전히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그림 3. 세부 품목별 수출국 점유율(2014~2023)
자료 출처: 유로모니터(Euromonitor)

앞서 살펴본 여러 분석 결과를 종합해 보면, 일반적으로 말하는 것처럼 한류로 인해 한국의 화장품 수출이 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러한 추세는 한류의 영향보다는 말레이시아 화장품 시장의 전반적 성장세에서 기인한 것으로, 주요 수출국들의 대(對)말레이시아 수출이 동반 증가한 결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또한 미국·프랑스뿐 아니라 인도네시아와 태국 역시 한국보다 우수한 수출 실적을 보이는 것으로 볼 때, 이는 한국 화장품의 수출 증대가 한류의 파급효과보다는 제품 가격, 품질 경쟁력, 유통망 확보, 마케팅 전략 등 비(非)문화적 요인에 의해 더 크게 좌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한국 화장품의 대(對)말레이시아 수출을 더 확대하기 위해서는, 한류에 의존하기보다는 현지 시장의 제도적·관습적 환경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말레이시아에서 화장품은 1952년 제정된 ‘의약품 판매법(Sale of Drugs Act 1952)’에 근거하여 공포된 ‘의약품 및 화장품 규정(Control of Drugs and Cosmetic Regulations) 1984’에 따라 규제된다.4) 또한, ‘아세안 화장품 지침(ASEAN Cosmetic Directive)’에 따른 ‘회원국 간 화장품 규제의 조화(harmonisation)’가 추진되면서, 말레이시아는 2008년 1월 1일부터 화장품 제품을 정부의 ‘사전 허가’ 대신 ‘통보 절차(notification procedure)’를 통해 관리하고 있다. 다시 말해, 규제 체계는 형식적으로는 완화되어 있으나, 행정 당국의 재량에 따른 임의적 개입이 언제든 이루어질 수 있는 불안정한 체계를 가지고 있다.

한편, 이슬람교를 국교로 하는 말레이시아에서는 할랄(Halal) 뷰티 제품에 관한 관심이 매우 높으며, 이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5) 말레이시아의 화장품 유통 구조는 제품의 단가와 종류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고가 제품의 경우 백화점이나 방문판매 채널을 중심으로 유통되며, 대중적인 제품은 H&B 스토어(Health & Beauty Store),6) 대형 유통점,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판매된다. 특히 방문판매는 말레이시아 화장품 시장에서 여전히 중요한 유통 경로의 한 축이다.7)

국가별 시장 접근 전략에도 차이가 뚜렷하다. 한국 기업들은 주로 H&B 스토어를 통한 유통과 판매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미국과 프랑스는 백화점 및 방문판매망을 통한 고가 브랜드 중심의 확장 전략을 취하고 있으며, 중국 브랜드들은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하는 젊은 소비층을 겨냥해 쇼피(Shopee), 라자다(Lazada) 등의 온라인 플랫폼, 숏폼(short-form) 콘텐츠, 그리고 말레이시아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8) 한편, 온라인 유통 채널의 확장과 함께 위조 화장품 유통 문제도 심화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한국 화장품으로 위장하여 진품과의 구별이 어려운 정도의 위조품이 다수 유통되고 있다.9)

이러한 현실은 한류가 화장품의 수출을 견인하는 ‘지속 동력’이라기보다,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촉진 요인’으로 기능했음을 시사한다. 결국, 한류는 한국 화장품이 세계시장으로 나아가는 문을 여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고, 그 문을 지탱하고 확장한 것은 제품 자체의 품질과 기업의 전략적 대응 능력이라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화장품 산업의 성과를 ‘한류의 덕분’으로 단순히 환원하는 것은 복잡한 화장품 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이자, 현장에서 혁신과 품질 개선을 위해 묵묵히 최선을 다해 온 종사자들의 노력에 대한 ‘과소평가’이라 할 수 있다.

진정한 K-뷰티의 경쟁력이 한류와 같은 외적 요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산업 내부의 지속적인 혁신과 품질 경쟁력에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한국 정부는 단순히 한류의 인기에 편승해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철저한 해외 시장 분석과 이를 위한 지원을 통해 우리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지속적이고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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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허강우. 2025/1/23. “통계로 보는 대한민국 화장품 산업현세⓵.” 코스모닝, https://www.cosmorning.com/news/article.html?no=49761.
2) 이가영. 2025/3. “2025년, K-뷰티의 현황과 전망.” 삼성증권, https://www.samsungpop.com/common.do?cmd=down&contentType=application%2Fpdf&fileName=2020%2F2025031908193342K_02_03.pdf&inlineYn=Y&saveKey=research.pdf.
3)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 화장품 제품의 재수출 허브(re-export hub)로, 주요 수입국은 프랑스, 일본, 미국, 주요 수출국은 한국, 홍콩, 말레이시아임. 따라서, 수출에 대한 별도의 분석이 필요함; 참고, Observatory of Economic Complexity (OEC). n.d. “Beauty Products in Singapore”, https://oec.world/en/profile/bilateral-product/beauty-products/reporter/sgp; Jones, Kobza, Lowery, and Peters. 2020. “The Rising Role of Re-exporting Hubs in Global Value Chains”, Journal of International Commerce and Economics (April), pp.1-42. https://www.usitc.gov/publications/332/journals/jice_re-export_gvc.pdf. 
4) National Pharmaceutical Regulatory Agency, Ministry of Health Malaysia. n.d., Cosmetic Products. https://www.npra.gov.my/index.php/en/cosmetic-main-page.html?.
5) 앤드루 정. 2022/3/8.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할랄 뷰티시장 혁신 '선두주자'”. COS‘IN, https://cosinkorea.com/mobile/article.html?no=43237.
6) Health and beauty의 준말; 과거에는 약국(드럭스토어)에 잡화점을 합친 개념이었으나, 최근에는 의약품 판매보다는 헬스·뷰티 용품에 초점을 맞춘 개념이 더 강해짐.
7) 백재현. 2019/11/18. “중소기업의 대말레이시아 화장품 수출전략(1)”. K.C.A., https://kcia.or.kr/home/industry/industry_01.php?type=view&no=12465&ss=page%3D101%26skind%3D%26sword%3D%26ob%3D.
8) Liang, Chen and Li, Chenggang. 2022. “Research on International Marketing of Chinese Beauty Brands Based on the 4I Theory”. Modern Economy(13),1435-1449; Agarie, Michiru. 2025/7. “The Rise of Chinese Color Cosmetics in Southeast Asia: Market Insights and Brand Performance”. Global Balance, https://global-angle.com/wp-content/uploads/2025/07/The-Rise-of-Chinese-Color-Cosmetics-in-Southeast-Asia-Market-Insights-and-Brand-Performance-Report.pdf.
9) Vethasalam, Ragananthini and Allison Lai. 2025/4/3. “Dubious Beauty Items Abound”. The Star, https://www.thestar.com.my/news/nation/2025/04/03/dubious-beauty-items-abound?; The Star. 2025/11/7. “Counterfeit K-beauty Products Flooding Global Market, and Most Shoppers Can’t Tell the Difference”, https://www.thestar.com.my/aseanplus/aseanplus-news/2025/11/07/counterfeit-k-beauty-products-flooding-global-market-and-most-shoppers-cant-tell-the-dif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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