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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아시아 개발도상국 시위의 배경 및 글로벌 영향

인도 김기봉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 2025/12/10

자료인용안내

자료를 인용, 보도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 AIF 인도ㆍ남아시아 ”로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1. 피로 얼룩진 ‘아시아의 봄’ 

금년 9월 네팔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면서 총리가 사임했을 뿐 아니라, 70명 이상이 사망하고 2천명 이상이 부상당하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었다. 정부가 특권층 자녀(‘네포키즈’)에 대한 불만 확산을 막기 위해 SNS를 차단1)하자, Z세대(`97~`12년 출생자)들이 시위를 일으켰는데, 단순히 남아시아의 조그만 국가에서 일어난 해프닝으로 보기에는 눈여겨볼 점이 많다. 
특히 시위를 기성층이 아닌 Z세대들이 주도하였다는 것뿐 아니라, 이미 `22년부터 6개국(스리랑카,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네팔, 동티모르, 필리핀)에서 시위가 빈번히 일어났다는 점에서, 반정부 시위가 미중갈등, 보호무역주의 등과 같이 글로벌 리스크의 한 축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일부 언론에서는 금번 아시아 지역의 시위를 약 10년간(`10~`19년) 이어졌던 '아랍의 봄'2) 사태와 유사한 ‘아시아의 봄’으로 명명하며 사태가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위의 구조적 발생 원인과 향방을 다각적으로 살펴 볼 필요성이 늘어나고 있다.

2. ‘먹고사니즘’ 문제의 심화

시위의 주요 원인 중의 하나는 바로 경제적 요인이다. 시위 발생국들은 공통적으로 1인당 GDP가 세계 평균의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난한 국가<그림1>이며, 빈곤율 역시 20% 이상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네팔, 동티모르 등은 아직 저소득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향후 성장전망이 5%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이렇듯 저성장이 장기화되자 숙련인력들도 점차 더 높은 소득을 좇아 해외로 떠나면서, 인력 유출 규모가 `19년 대비 50% 이상 늘어났다<그림2>. 이에 따라 고급인력 이탈→ 산업 경쟁력 약화 및 소비 부진→ 경제 위기의 악순환이 우려되고 있다. 추가적으로 이러한 인재유출은 여타국들의 직접투자까지 위축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또한 과거 경제성장기때 자산을 축적한 기성세대와 달리, Z세대는 단기간에 두 차례의 대규모 경기침체(`08년 금융위기, `19년 코로나 위기)를 겪어 자산을 모으지 못하는 등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일례로 네팔의 경우 상위 10% 자산이 하위 40% 자산의 세 배 이상에 육박하고 있다. 전세계 청년 인구의 60%가 아시아 지역에 집중되었고, 청년층의 소비성향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시아 Z세대의 자산형성이 미약할수록 소비를 중심으로 아시아뿐 아니라 글로벌 성장을 둔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트럼프가 부과한 미국의 무차별적 관세도 시위발생국들이 주력하는 저부가 제조업에 집중되면서 일자리 감소에 따른 불만 확대 등을 유발하고 있다. 英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의 대중국 관세를 피해 아시아로 이주하였던 여러 기업들이 트럼프의 무차별적 관세로 인해 철수하고 있다며 해당 지역의 성장둔화를 경고하였다.

3. 부패 연쇄고리로 증폭

정치적 측면에서도 시위를 주도한 Z세대는 자유, 공정의 가치를 중시하는데, 시위발생국들은 대부분 권위주의적이며 정부부채 및 정경유착 문제가 심해 해당 세대의 구조적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시위발생국 모두 정치적 부패가 만연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스리랑카에서는 라자팍사 가문의 권력 독점 문제, 방글라데시는 국회의원 자녀들의 불공정한 공직 취업 문제, 네팔은 고위층 자녀들의 무분별한 사치와 올리 총리의 고위직 독점 문제가 시위의 기폭제가 되었다. 또한 시위발생국들은 국가별 부패 정도를 나타내는 부패인식 지수에서 모두 하위권(180국 중 인니 99위, 네팔 107위 등)을 기록하여 사회체제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금번 네팔 시위에서도 시위대는 정부의 부패와 밀접하게 연관된 기업들만 집중적으로 공격하거나 파손하여 정경유착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보여준 바 있다. 

부패 관련 특혜와 거래가 곧 정부 권력의 원천이 되고, 이렇게 형성된 권력이 더 강한 부패를 초래하는 점을 고려할 때 권위주의와 부패의 부정적 시너지 현상은 쉽게 끊어내기 어렵다.  

4. 디지털 경로로 확산, 멀어지는 합의

더욱 우려할 점은 Z세대가 SNS를 통해 시위를 주도하면서, 과거 대비 시위의 파급력과 확산 속도가 빨라졌다는 점이다. `23년 초 실리콘밸리 은행은 디지털뱅킹의 발달로 인해 부실 우려가 제기된지 불과 하루만에 예금이 온라인으로 대량 인출되면서 파산하였다. 이와 유사하게 금번 시위도 인터넷, SNS의 발달로 인해 정부에 대한 불만이 몇 시간만에 확산되면서 과격시위로 발전하는 등 과거보다 시위가 번지는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 일례로 인도네시아, 네팔, 동티모르의 소요 사태는 3일 내로 급전개되면서 수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특히 SNS를 통한 시위는 정부가 협상의지가 있어도, 시위를 총괄하는 뚜렷한 지도부가 없어 합의가 어렵다. 금번 네팔 시위에서도 정부가 본격적인 협상에 나서기도 전에 과격시위와 폭력사태로 번졌다. 또한 SNS를 통해 수십명이 사망하였다는 허위정보가 난무하면서 시위가 더욱 과격해지는 것을 초래했다. 

실제로 글로벌 시위건수는 취약국 불안과 인터넷 발달 등으로 `19년 64건에서 `24년 181건으로 약 3배 증가하였다. 정치적 충격을 겪은 국가들은 5년간 총 GDP가 충격을 겪지 않았을 때보다 약 4% 줄어든다는 분석이 제시(Dirks et al, 2023)되면서 시위 등 정치적 불안이 글로벌 저성장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5. 글로벌 이념의 양극화로 전이 우려

금번 아시아 시위는 일부 반중정서와 극단점 이념 쏠림 현상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의 상반기 일대일로 투자 중 60%가 아시아에 집중된 가운데, 네팔과 스리랑카 시위대는 자국이 일대일로 사업으로 중국에 착취당하고 있어 해당 사업의 전면 철수를 요구하면서 반중 정서를 드러냈다. 이는 최근 표준 2035, 디지털 일대일로 등을 통해 영향력을 늘리고 있는 중국에 일부 제동을 걸 수 있다. 

국가 간, 진영 간 이념대립이 심화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데, 실제로 시위로 인한 정권 교체 초기에는 편중된 경제·외교전략을 구사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스리랑카는 시위 이후 급진 좌파로 정권이 교체되었고, 중남미에서도 20년간(1990년대~2010년) 포퓰리즘을 내세운 정권이 득세한 전례가 있다. 신흥국뿐 아니라 최근 유럽 주요국과 미국에서도 우경화 현상이 강화되는 등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제러드 다이아몬드 교수(Jared Diamond) UCLA 교수는 SNS가 정치적 견해가 다른 채널을 차단하거나 노출을 막아주므로 향후 정치적 양극화 및 부작용이 더욱 커질 것을 우려하였는데, 아시아뿐 아니라 글로벌 국가 전체가 극단적 이념에 매몰될 경우 진영 간 대립과 분쟁이 심화될 수 있다. 
실제로 금번 최장기를 기록한 미국 셧다운 사태 역시 민주당-공화당 간 극단적 정치적 대립으로 인해 일어났듯이, 아시아 국가 간 정치적 이념 대립이 지역 내 갈등뿐 아니라 글로벌 이데올로기 전쟁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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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네팔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SNS 기업들이 소셜미디어 등록제를 준수하지 않아서 차단하였다고 주장하나, 고위층에 대한 불만이 SNS를 통해 활발히 공유된 이후인 8월에야 해당 등록제를 황급히 실시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9월 초 차단에 돌입했다는 점에서 시위를 막기위한 졸속 명분이라는 평가가 다수   
2) `10년 말 튀니지를 시작으로 약 20개국의 중동, 북아프리카 국가(알제리, 이집트 등)에서 식량난과 독재 타파 등을 주장하면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반정부 시위를 지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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