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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아세안 핵심 광물 개발과 산업화 전략

동남아시아 일반 안진주 EC21R&C 연구원 2026/02/27

자료인용안내

자료를 인용, 보도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 AIF 아세안 ”으로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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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핵심 광물 수요 증가와 아세안 생산력 주목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아세안의 역할 확대

글로벌 에너지 전환과 전기차 산업의 확대에 따라 니켈, 희토류 등 핵심 광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의 '2025 글로벌 전기차 전망(Global EV Outlook 2025)'은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라 배터리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배터리 핵심 소재 확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하였다. 니켈은 같은 크기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고에너지 밀도 배터리 제조에 활용되는 주요 원료이며, 희토류는 전기차 모터와 풍력 터빈용 영구자석 생산에 사용되는 필수 소재로 분류된다.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은 2025년 보고서에서 배터리 공급망이 일부 국가에 집중되어 있으며, 향후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조달 및 가공 역량의 지역적 다변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특히 중국은 희토류 채굴의 약 70%, 가공의 약 90%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배터리 및 청정에너지 산업의 핵심 소재 가공 단계에서도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집중 구조는 지정학적 긴장이나 정책 변화 발생 시 공급 차질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취약성을 내포한다. 실제로 2025년 4월 중국이 일부 희토류 품목에 대해 수출 허가제를 도입하면서 공급망 리스크가 현실화되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자국 내 희토류 공급망 강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며, 마운틴 패스(Mountain Pass)* 광산 투자 지원과 가격 안정 메커니즘 도입 등을 통해 대체 공급 기반 구축에 나섰다.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아세안 지역의 자원 보유 및 생산 역량이 주목받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글로벌 니켈 생산의 약 60%를 차지하는 주요 생산국이다. 필리핀은 세계 4위 수준의 니켈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주요 니켈 광석 공급국 중 하나로 평가된다. 베트남은 약 350만 톤 규모의 희토류 매장량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등은 아세안 국가들과 핵심 광물 분야 협력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 10월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미국은 말레이시아 및 태국과 관련 협력 합의를 도출하였으며, 2026년 1월 EU는 베트남과 광물·반도체·통신 분야 협력 강화를 위한 합의를 발표하였다. 이와 같이 글로벌 핵심 광물 공급망에서 아세안 국가들이 점차 비중을 확대해 가고 있으며, 주요 국가들의 협력 대상 지역으로 자리하고 있다.

* 마운틴 패스(Mountain Pass):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희토류 광산으로, 미국 내 유일한 대규모 희토류 생산 시설


아세안 핵심 광물 부존 현황과 산업 특징 

국가별 자원 구조와 산업 단계의 차별화

동남아시아의 핵심 광물 구조는 니켈과 희토류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국가별로 자원 구성과 산업 단계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으로, 2024년 글로벌 생산의 60%를 차지한다. 2020년 원광 수출 금지 이후 제련 설비를 빠르게 확충했으며, 현재 배터리 공장까지 가동하는 통합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중국 기업이 니켈 제련 역량의 약 75%를 보유하며, 컨템포러리 앰퍼렉스 테크놀로지(CATL: 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를 비롯한 중국 자본의 대규모 투자가 진행 중이다. 또한 희토류 매장 가능성이 있는 블록을 확인하며 희토류 분야로의 확장도 모색하고 있다.

필리핀은 세계 4위 니켈 매장국이나, 여전히 원광을 중국에 직접 수출하는 구조를 유지한다. 니켈 생산의 96% 이상이 가공 없이 중국으로 수출되며, 현재 59개 금속 광산이 운영 중이다. 2025년 원광 수출 금지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5년 유예기간을 두어 산업화 전환은 단계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일부 기업이 제한적 HPAL* 설비를 운영하고 있으나, 전반적인 가공 역량은 초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

베트남은 희토류 중심 국가로, 세계 6위 매장량을 보유한다. 2026년부터 원광 수출을 금지하고 국가 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나, 현재 상업적 생산은 연간 300톤 수준으로 초기 단계로 평가된다. 정부는 2050년까지 연간 200만 톤의 광석 채굴을 목표로 설정했으나, 가공 인프라 구축과 기술 이전이 선결 과제로 지적된다.

공급망 구조 측면에서 세 국가는 상이한 단계에 위치한다. 인도네시아는 채굴–제련–배터리 소재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고, 필리핀은 원광 수출에서 가공 중심 구조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단계에 있으며, 베트남은 제도 정비와 국가 전략 수립을 통해 산업 기반을 구축하는 초기 단계에 있다. 이러한 단계적 차이는 각국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수행할 수 있는 기능과 연계 방식이 서로 다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아세안 핵심 광물 협력이 국가별 산업 구조와 발전 단계에 따라 상이한 방식으로 전개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HPAL(High Pressure Acid Leaching): 고온·고압 환경에서 황산을 사용해 라테라이트(laterite) 광석에서 니켈과 코발트를 추출하는 제련 공정, 배터리 소재로 사용하는 고순도 니켈 생산에 적합함


인도네시아의 니켈 다운스트림 전략과 산업적 도전 

다운스트림 전략의 성과와 산업 단계 확장

인도네시아는 니켈 원광 수출 제한 정책을 계기로 제련·가공 중심의 산업 구조로 전환하며 니켈 다운스트림(downstream)* 산업화를 본격적으로 확대해 왔다. 조코 위도도(Joko Widodo) 전 대통령 정부가 2020년 시행한 니켈 원광 수출 금지 조치는 원광 수출을 제한하고 국내 제련 설비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으로, 이후 외국 기업의 현지 투자로 가공 설비 확충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정책 시행 이후 인도네시아의 세계 니켈 시장 점유율은 2020년 31.5%에서 2024년 60.2%로 상승했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Global Market Intelligence)는 해당 비율이 2035년 74.1%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니켈 매장량의 약 42%를 보유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자원부(MEMR: Ministry of Energy and Mineral Resources)는 매장량을 약 52억 톤으로 추정한다. 인도네시아는 라테라이트(laterite) 니켈 광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HPAL 방식의 배터리급 니켈과 니켈선철(NPI: Nickel Pig Iron)*** 생산이 모두 가능하다.

외국 자본 주도의 산업 확장과 투자 재조정

중국 기업의 투자는 인도네시아 니켈 및 배터리 산업 확장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인 CATL은 총 59억 달러(약 8조 5,6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2025년 6월 29일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서부 자바주 카라왕(Karawang)에서 열린 기공식에서 CATL은 인도네시아 배터리공사(IBC: Indonesia Battery Corporation)와의 합작을 통해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공장은 2026년 말부터 가동을 시작하며, 단계적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인도네시아 배터리 산업은 신규 투자 재조정 흐름 속에 놓여 있다. 2025년 4월 LG에너지솔루션은 인도네시아 내 77억 달러(약 11조 1,800억 원) 규모의 양극재 전구체 시설 투자 계획을 철회하였으며, 회사 측은 사업 수익성 악화를 주된 이유로 제시하였다. 이에 앞서 2024년 6월,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BASF)와 프랑스 광산기업 에라메(Eramet)는 북말루쿠(Maluku )주의 니켈-코발트 제련소 건설 계획(총 26억 달러, 3조 7,700억 원 규모)을 철회하였다. 두 기업은 니켈 시장 여건 변화와 전기차 수요 둔화를 공식 사유로 제시하였으나, 사업 부지 인근 원주민 서식지 훼손 문제 및 EU 배터리 규정상 지속가능성 요건 충족의 불확실성 또한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 다운스트림(downstream): 광물 채굴 이후의 제련, 정련, 가공, 소재화 및 최종 제품 생산에 이르는 하류 산업 단계를 의미함
** 라테라이트(laterite) 니켈 광상: 열대·아열대 지역 암석의 풍화로 형성된 토양층에 니켈이 농축된 광상. 황화물 광상에 비해 매장량이 풍부하나 가공 시 에너지 소비가 큼
*** 니켈선철(NPI: Nickel Pig Iron): 저품위 라테라이트 광석을 고로에서 제련한 철-니켈 합금(니켈 함량 10~15%). 주로 스테인리스강 생산에 사용되며 배터리용 고순도 니켈보다 생산 비용이 저렴함


인도네시아의 니켈 다운스트림 전략과 산업적 도전 

다운스트림 전략의 성과와 산업 단계 확장

인도네시아는 니켈 원광 수출 제한 정책을 계기로 제련·가공 중심의 산업 구조로 전환하며 니켈 다운스트림(downstream)* 산업화를 본격적으로 확대해 왔다. 조코 위도도(Joko Widodo) 전 대통령 정부가 2020년 시행한 니켈 원광 수출 금지 조치는 원광 수출을 제한하고 국내 제련 설비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으로, 이후 외국 기업의 현지 투자로 가공 설비 확충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정책 시행 이후 인도네시아의 세계 니켈 시장 점유율은 2020년 31.5%에서 2024년 60.2%로 상승했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Global Market Intelligence)는 해당 비율이 2035년 74.1%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니켈 매장량의 약 42%를 보유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자원부(MEMR: Ministry of Energy and Mineral Resources)는 매장량을 약 52억 톤으로 추정한다. 인도네시아는 라테라이트(laterite) 니켈 광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HPAL 방식의 배터리급 니켈과 니켈선철(NPI: Nickel Pig Iron)*** 생산이 모두 가능하다.

외국 자본 주도의 산업 확장과 투자 재조정

중국 기업의 투자는 인도네시아 니켈 및 배터리 산업 확장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인 CATL은 총 59억 달러(약 8조 5,6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2025년 6월 29일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서부 자바주 카라왕(Karawang)에서 열린 기공식에서 CATL은 인도네시아 배터리공사(IBC: Indonesia Battery Corporation)와의 합작을 통해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공장은 2026년 말부터 가동을 시작하며, 단계적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인도네시아 배터리 산업은 신규 투자 재조정 흐름 속에 놓여 있다. 2025년 4월 LG에너지솔루션은 인도네시아 내 77억 달러(약 11조 1,800억 원) 규모의 양극재 전구체 시설 투자 계획을 철회하였으며, 회사 측은 사업 수익성 악화를 주된 이유로 제시하였다. 이에 앞서 2024년 6월,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BASF)와 프랑스 광산기업 에라메(Eramet)는 북말루쿠(Maluku )주의 니켈-코발트 제련소 건설 계획(총 26억 달러, 3조 7,700억 원 규모)을 철회하였다. 두 기업은 니켈 시장 여건 변화와 전기차 수요 둔화를 공식 사유로 제시하였으나, 사업 부지 인근 원주민 서식지 훼손 문제 및 EU 배터리 규정상 지속가능성 요건 충족의 불확실성 또한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 다운스트림(downstream): 광물 채굴 이후의 제련, 정련, 가공, 소재화 및 최종 제품 생산에 이르는 하류 산업 단계를 의미함
** 라테라이트(laterite) 니켈 광상: 열대·아열대 지역 암석의 풍화로 형성된 토양층에 니켈이 농축된 광상. 황화물 광상에 비해 매장량이 풍부하나 가공 시 에너지 소비가 큼
*** 니켈선철(NPI: Nickel Pig Iron): 저품위 라테라이트 광석을 고로에서 제련한 철-니켈 합금(니켈 함량 10~15%). 주로 스테인리스강 생산에 사용되며 배터리용 고순도 니켈보다 생산 비용이 저렴함

배터리 기술 변화와 니켈 산업 전략의 조정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니켈을 사용하는 삼원계(NMC: Nickel Manganese Cobalt)*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 비중은 2024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의 약 50%를 기록했다. 니켈을 사용하지 않는 리튬인산철(LFP: Lithium Iron Phosphate)** 배터리 비중 역시 50% 수준까지 확대되었다.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LFP 배터리를 채택한 전기차 모델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LFP 배터리는 니켈을 사용하지 않는 특성을 지니므로, 해당 배터리의 확산은 니켈 수요 증가세를 일정 부분 완화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는 니켈 채굴–제련–배터리 소재로 이어지는 인도네시아의 통합 생산 전략이 향후 배터리 산업 내의 기술 선택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러한 시장 변화에 대응하여 2025년 12월 바흘릴 라하달리아(Bahlil Lahadalia) 에너지광물자원부 장관을 통해 2026년 니켈 생산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조치는 가격 안정과 정부 수입 확대, 환경 유해 채굴 활동 단속 등을 주요 목표로 하며, 니켈 시장의 공급 과잉을 완화하기 위한 조정 정책으로 해석된다. 구체적인 감축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정부는 연간 생산 승인 제도인 RKAB(광산 사업 계획서)***를 기존 3년 단위에서 1년 단위로 전환하였다. 이는 시장 수급 상황에 따라 생산량을 보다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동시에, 인도네시아 니켈 산업의 지배 구조 역시 주요 변수로 언급된다. 미국 싱크탱크 첨단국방연구센터(C4ADS, Center for Advanced Defense Studies)는 2025년 2월 보고서에서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 역량의 75% 이상이 중국 측의 수익적 소유권(beneficial ownership) 하에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외국 자본의 높은 참여 비중이 인도네시아의 니켈 산업 운영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중 관계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산업 구조는 향후 수출 협력이나 기술 협의 과정에서 고려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 삼원계(NMC: Nickel Manganese Cobalt) 배터리: 니켈·망간·코발트를 양극재로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로, 높은 에너지 밀도가 특징
** 리튬인산철(LFP: Lithium Iron Phosphate) 배터리: 인산철을 양극재로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로,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이 장점
*** RKAB(광산 사업 계획서): 인도네시아 광산 기업이 정부에 제출하는 연간 생산 계획 승인 문서


필리핀:니켈 공급국에서 산업화 전환 모색

원광 수출 구조와 산업화 전환 추진 

필리핀은 인도네시아에 이어 세계 2위 니켈 생산국으로, 2024년 생산량은 약 33만 톤이다. 니켈 매장량은 약 4억 8,500만 톤으로 세계 4위 수준이며, 라테라이트 광상을 기반으로 한다. 32개 니켈 광산과 2개 가공 시설이 운영되고 있으나, 탐사율은 낮고 상당한 미개발 자원이 남아 있다. 경제복잡성관측소(OEC: Observatory of Economic Complexity)에 따르면 니켈은 필리핀의 9번째 수출 품목으로, 대부분은 추가 가공 없이 직송광(DSO: Direct Shipping Ore)* 방식으로 중국에 수출되는 원광 수출 중심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의 전환을 위해 필리핀 정부는 다운스트림 산업 육성 방안을 추진해 왔다. 2025년 2월 3일 필리핀 상원은 원광 수출 금지 조항을 포함한 광업 재정 개편 법안(SB 2826)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원광 수출 금지와 국내 가공 산업 육성을 주요 내용으로 하며, 대통령 서명 이후 5년의 유예 기간을 두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양원 협의회 심의 과정에서 필리핀 니켈산업협회 (PNIA: Philippine Nickel Industry Association) 등 산업계의 반발이 지속되었고, 2025년 6월 양원 협의회는 원광 수출 금지 조항을 최종 법안에서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최종 통과된 법안은 이익 기반 로열티 및 초과이익세 부과 등 조세·재정 규율을 담고 있다. 원광 수출 금지 조항의 삭제로 다운스트림 전환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은 향후 과제로 남게 되었으며, 수출 금지 시행 이전부터 투자 유치와 설비 구축을 병행했던 인도네시아의 사례와 비교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필리핀 민간 부문에서도 관련 투자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다. 필리핀 국내에서는, 2025년 3월 DMCI 마이닝(DMCI Mining Corporation)과 니켈 아시아(Nickel Asia Corporation)가 니켈 가공 공장 개발 타당성 검토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또한 필렉스 마이닝(Philex Mining Corporation)이 추진 중인 실랑간(Silangan) 구리-금 프로젝트는 2026년 1분기 상업 생산을 목표로 추가 자본을 확보했으며, 탐파칸(Tampakan) 프로젝트 역시 2026년 상업 생산 개시를 계획하고 있다.

*  직송광(DSO: Direct Shipping Ore): 채굴한 광석을 별도의 가공 없이 원형 그대로 수출하는 방식 또는 해당 광석을 지칭함

환경 제도적 제약과 시장 환경 변화

민간 투자 논의가 진행되는 한편, 환경 및 제도적 요인도 산업 전환의 주요 변수로 거론된다. 미국 NGO 클라이밋 라이츠 인터내셔널(CRI: Climate Rights International)은 2025년 11월 보고서를 통해 민다나오(Mindanao) 섬 카라가(Caraga) 지역 일부 니켈 광산의 산림 훼손 및 수질 오염 사례를 기록했다. 제도적 측면에서는 필리핀의 분권화된 정치 구조로 인해 지방 정부가 광물 개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2020년 민다나오 광산 폐쇄 사례에서 보듯 환경·사법 문제가 중앙 정부의 정책 집행을 지연시킨 선례도 있다.

대외 시장 환경도 필리핀의 산업화 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글로벌 니켈 시장이 공급 과잉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인도네시아의 2026년 생산 감축 계획은 단기적으로 필리핀산 원광에 대한 수요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단기적 원광 수출 확대 흐름과 중장기 가공 산업 육성 목표 간의 조율 방식은 향후 필리핀 정책 집행 과정에서 구체화될 전망이다.

미국과의 핵심 광물 협력과 공급망 다변화 전략

2026년 2월 4일 필리핀과 미국은 워싱턴에서 핵심 광물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해각서는 니켈 공급망 협력 확대와 가공 역량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며, 필리핀의 대중국 수출 집중 구조 완화와 국내 가공 비중 확대 방향을 담고 있다. 미국 측 지원 수단으로는 미국 국제개발처(USAID, U.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를 통한 약 2억 8,000만 페소(약  70억 원) 규모의 기술 지원 프로그램, 미국 수출입은행(EXIM, Export-Import Bank of the United States)의 전략 핵심 광물 지원 프로그램(Project Vault)*, 미국·일본과의 3자 협력 틀이 포함되며, 투자·기술·금융 분야를 포괄한다. 

해당 MOU는 미국이 같은 날 아르헨티나, 영국, 페루 등 11개국과 동시에 체결한 핵심 광물 협력 프레임워크의 일환으로,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 외교의 흐름 속에서 이루어졌다. 필리핀 무역산업부(DTI: Department of Trade and Industry)는 이번 협정이 광물 가공·정제 및 다운스트림 제조 분야의 투자 유치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제공할 것으로 평가했으며, 수출 구조 다변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전략 핵심 광물 지원 프로그램(Project Vault): 미국 수출입은행(EXIM)이 최대 100억 달러를 지원하는 공공-민간 파트너십 기반의 핵심 광물 비축 프로그램. 공급망 교란 시 민간 제조업체에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2026년 2월 출범하였음


베트남의 희토류 전략과 공급망 협력 확대

희토류 전략 수립과 관리 체계 구축 

베트남은 2025년 12월 11일 국회에서 개정 지질광물법을 통과시켜 희토류를 전략 자원으로 지정하고 미가공 원광 수출을 금지했다.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동 법에 따라 희토류 탐사·채굴·가공 활동은 국가 관리 체계 하에 놓이며, 정부가 지정하거나 승인한 기업만이 관련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 지질 데이터의 국가 관리, 국가 희토류 전략과 연계한 생산 통제, 전략적 광물 비축 권한도 규정에 포함된다. 아울러 심층 가공 및 첨단 분리 기술 분야에서의 국제 협력을 장려하는 조항도 담겼다.

베트남 정부는 2026년 초 총리 승인을 통해 국가 희토류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해당 전략은 가공 요건, 기술 이전 기준, 투자 우선순위 등을 규정하여 시장 접근 조건을 구체화하는 내용을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관련 규제 체계는 2026~2027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구축될 예정이다. 한편 희토류와 방위 산업 및 국가 안보의 연계성도 전략 내에서 언급되고 있으며, 일부 광산을 특정 목적에 배정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United States Geological Survey)이 2025년 1월 발간한 ‘광물 상품 요약(Mineral Commodity Summaries 2025)’에 따르면, 베트남의 희토류 매장량은 약 350만 톤으로 세계 6위 수준이다. 주요 매장지는 북서부 라이쩌우(Lai Châu)., 라오까이(Lao Cai), 옌바이(Yên Bái) 등지에 분포한다.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공급의 약 7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베트남의 매장량은 절대 규모에서 제한적이나, 공급망 다변화를 모색하는 국제적 논의 속에서 주목받고 있다.

산업화 초기 단계와 국제 협력 확대 

국제 협력 측면에서 베트남은 공급망 다변화 논의 속에서 협력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2026년 1월 28일 베트남과 유럽연합(EU)은 광물, 반도체 및 신뢰 가능한 5G 분야 협력 강화를 위한 합의문에 서명했다. 2023년 미국과의 관계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이후, 핵심 광물 분야의 양자 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협력은 연구, 가공 기술 이전, 공급망 안정성 확보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다만 베트남의 희토류 산업 기반은 현재 초기 단계에 있다. 2024년 희토류 산화물 환산 생산량은 약 300톤으로, 상업적 정제 역량은 아직 제한적이다. 일부 매장지에는 토륨·우라늄 계열의 자연 방사성 물질이 수반되어 환경 관리 부담이 따른다. 과거 규제 지연 및 승인 절차 문제로 인해 개발이 장기간 지연된 사례도 있었다. 베트남의 희토류 전략은 단기적 생산 확대보다 국가 관리 강화, 가공 역량 구축, 기술 협력 확대를 통한 중장기 공급망 참여 기반 마련에 초점을 두고 있다. 향후 산업화의 진전은 정제 설비 구축, 기술 이전 실현, 규제 집행의 일관성 등 이행 여건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아세안 핵심 광물 전략 비교와 향후 전망

3국 전략의 단계별 특징과 공통 방향성

아세안 3국의 핵심 광물 전략은 산업화 단계와 정책 접근 방식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자원 통제 강화와 가공 중심 전환이라는 공통 흐름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니켈 다운스트림 전략을 통해 채굴–제련–배터리로 이어지는 가치 사슬을 구축하며 글로벌 공급망 내 핵심 생산국으로 자리잡고 있다. 필리핀은 원광 수출 중심 구조에서 가공 산업 육성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며, 제도 정비와 투자 유치의 성과가 향후 산업 구조 변화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베트남은 희토류를 전략 자원으로 지정하고 국가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단계에 있으나, 상업적 생산 및 정제 역량은 현재 제한적인 수준이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세 국가는 모두 원자재 수출 의존도를 완화하고 부가가치 확대를 도모하는 정책 기조를 공유하고 있다. 이는 에너지 전환과 공급망 안정성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는 흐름과 맞물려 나타나는 현상이다. 다만 중국이 니켈 제련과 희토류 가공에서 높은 비중을 유지하고 있는 구조적 현실을 고려할 때, 공급망의 실질적 재편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각국의 정책 집행 속도, 투자 환경, 기술 이전의 실질적 이행 여부가 향후 전개 방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장 환경과 대외 협력 구도 

시장 측면에서는 단기적 공급 과잉과 가격 변동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제기되며, 이는 신규 설비 투자와 산업화 추진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다. 동시에 환경·사회적 기준(ESG)의 강화는 아세안 핵심 광물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HPAL 공정의 환경 부하, 광산 개발에 따른 산림 훼손 및 수질 오염, 희토류 채굴 과정에서의 방사성 물질 관리, 지역사회 수용성, 규제 집행의 일관성 등은 공급망 신뢰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EU·일본·한국 등 주요국은 아세안 핵심 광물 산업을 공급망 다변화의 주요 협력 대상으로 주목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배터리·소재 산업과의 연계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제련 기술 및 배터리 소재 분야, 필리핀에서 가공 산업 전환 단계의 기술·금융 지원, 베트남에서 희토류 분리·정제 기술 이전 및 환경 관리 역량 공유 등이 협력 분야로 거론되고 있다. 아울러 필리핀·베트남은 제도 정비 초기 단계에 있어, 규범 형성 과정에서의 참여 시기가 향후 협력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아세안 핵심 광물 산업의 실질적 성과는 자원 매장 규모보다 가공 역량의 조기 구축, 제도 집행의 일관성, 국제 협력의 실질적 이행 여부에 달려 있으며, 이 세 가지 조건이 각국의 산업화 속도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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