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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정세변화] 아프리카 핵심광물 경쟁: 생산국의 시장 개입과 서방 자본의 재진입
아프리카ㆍ중동 일반 이혜빈 EC21R&C 연구원 202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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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핵심광물 공급망의 재편
에너지 전환 속 아프리카 핵심광물의 전략적 부상
아프리카 핵심광물 공급망이 재편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와 전력망 인프라에 필요한 리튬·코발트·구리 수요가 확대되면서, 이들 광물의 주요 공급지인 아프리카의 전략적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는 단순한 원자재 공급지를 넘어, 생산국의 정책 개입과 기업의 생산 조정, 역내 공급망 기능 확충, 외부 자본의 자산 확보가 동시에 나타나는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프리카 내부 변화와 서방 자본 재진입
이러한 재편 흐름은 크게 아프리카 내부의 공급망 관리 강화와 서방 자본의 재진입으로 나눌 수 있다. 아프리카 내부에서는 생산국의 정책 개입, 광산기업의 생산 조정, 광물 투입재의 역내 조달 시도가 함께 나타나고 있다. 이는 핵심광물의 수출·생산·조달 과정에서 아프리카 내부의 관여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방 자본은 탐사, 생산 자산 확보, 장기 광상 발굴이라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아프리카 핵심광물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아프리카 광물 생산국의 공급 통제력 강화
콩고의 코발트 시장 개입 확대
콩고민주공화국(DRC: Democratic Republic of the Congo)은 코발트* 공급망에 대한 국가 통제력을 강화하는 제도적 조치를 시행했다. 2026년 4월 10일 내각 의결을 통해 공식 출범한 코발트 전략비축 제도는 국가가 직접 광물을 취득·보유·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제도화한 조치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광물 시장 규제기관인 아레콤스(ARECOMS: Agence de Régulation et de Contrôle des Mines)에 전략비축 운영 권한을 부여한 데 있다.
* 코발트 수산화물(Cobalt Hydroxide): 코발트 광석을 1차 처리한 중간재로, 이후 정제 과정을 거쳐 배터리 원료로 사용
콩고는 연간 국가 코발트 수출 물량의 10%를 전략비축분으로 배정하도록 규정했다. 2026년 기준으로는 9,600톤이다. 미사용 쿼터의 국가 귀속 조항도 포함됐다. 2025년 4분기 수출 쿼터를 4월 30일까지, 2026년 1분기 쿼터를 6월 말까지 소진하지 못한 기업의 물량은 자동으로 국가 전략비축분으로 이전된다. 이는 광산 기업에 대한 생산·출하 압력을 제도에 반영한 조치다.
아레콤스의 시장 개입 권한 확대와 그 의미
2025년 초 수개월간의 수출 금지 조치, 이후 쿼터제 도입, 그리고 이번 코발트 전략비축 제도 출범까지 콩고의 코발트 정책은 단계적으로 강화돼 왔다. 수출 금지는 단기간에 물량 유출을 차단하는 비상 조치였고, 쿼터제는 허용 물량을 관리하는 상시 통제 장치였다. 여기에 전략비축 제도는 미사용 물량을 국가가 직접 흡수·보유·판매할 수 있게 함으로써, 수출 제한을 넘어 시장 개입 수단까지 국가가 확보했다. 단기적 시장 대응에서 출발한 조치가 공급 통제력의 구조적 확보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확장된 것이다.
정책 효과는 수출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2026년 1분기 콩고의 코발트 수출량은 약 4만 8,800톤으로, 수출 금지 시행 직전 물량이 집중됐던 2025년 동기 12만 3,000톤과 비교해 60% 이상 감소했다.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국인 콩고가 생산과 수출, 비축을 함께 관리하려는 방향으로 정책 수단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 역내 생산 조정과 광물 투입재 현지화
유라시아자원그룹의 생산 조정 전략과 공급 관리의 확장
콩고의 코발트 전략비축 제도와 쿼터제는 민간 광산기업의 생산 전략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유라시아자원그룹은 콩고의 수출 금지와 쿼터제에 대응해 2025년 코발트 수산화물 생산량을 전년 대비 70% 줄였고, 2026년에도 회복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과잉 공급과 가격 하락에 대응해 생산량을 조절하려는 선택적 생산 전략의 성격을 띤다.
콩고 정부의 전략비축 제도와 민간 광산기업의 감산이 맞물리면서, 코발트 시장에서는 국가의 수출·비축 관리와 기업의 생산 조정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움직임이 곧바로 가격 안정이나 생산국의 협상력 강화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로서는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에 대응하기 위한 초기 조정 국면에 가깝다.
켐코어의 광물 화학 투입재 현지 생산 프로젝트
공급망 관리 움직임은 생산량 조정뿐 아니라 광물 생산에 필요한 투입재 조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아프리카는 세계 핵심광물의 주요 공급지이지만, 정작 광물을 채굴하고 정련하는 데 필요한 화학 투입재는 상당 부분 중국과 중동에서 수입해왔다. 황산과 아황산나트륨 등 구리·코발트 정련에 필요한 화학물질을 외부에서 조달하는 구조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할 때마다 생산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대응해 아프리카 기반 광산 화학제품 기업 켐코어는 보츠와나에 1억 300만 달러 규모의 광물 화학 처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 시설은 2027년부터 연간 5만 7,500톤의 아황산나트륨, 황산나트륨, 부유 선별제 등을 생산해 잠비아와 콩고의 구리·코발트 생산업체에 공급할 계획이다. 2032년까지 생산량을 25만 톤으로 확대해 아프리카 전체 수요의 약 25%를 충당하는 것이 목표다. 앙골라에서는 희토류 프로젝트와 연계된 황산 및 가성소다 생산 시설도 병행 개발 중이다.
켐코어 사례는 광물 생산에 필요한 화학 투입재를 아프리카 내부에서 조달하려는 역내 공급망 확충 시도다. 이는 아프리카가 원자재를 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채굴·정련에 필요한 일부 기능을 내부에 두려는 초기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켐코어의 현지 생산 프로젝트는 아직 건설 단계에 있어, 실제 비용 절감과 공급 안정화 효과는 설비 완공과 수요처 확보 이후 확인될 필요가 있다.
서방 자본의 아프리카 광물 탐사 단계 진입
AI 기반 탐사 기업 코볼드 메탈스의 콩고 마노노 진출
미국은 콩고민주공화국의 리튬 자원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Jeff Bezos)와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Bill Gates)가 투자한 AI 기반 광물 탐사 기업 코볼드 메탈스(KoBold Metals)는 2026년 4월, 2027년 초까지 5,000만 달러를 웃도는 자금을 투입하는 대규모 리튬 탐사 프로젝트를 콩고에서 공식 발표했다. 탐사 범위는 13개 탐사 라이선스에 걸쳐 30,000㎢에 이르는 항공 조사 구역을 포함하며, 광범위한 시추와 대규모 지구화학* 샘플링이 병행된다. 주요 목표 지역은 콩고 탕가니카주(Tanganyika Province)의 마노노(Manono) 지역으로, 세계 최고 품위의 리튬 페그마타이트** 광상이 집중된 곳이다. 코볼드 메탈스는 이미 콩고 국고에 2,000만 달러를 납입했으며, 최고경영자 커트 하우스(Kurt House)는 자사가 현재 콩고 최대의 미국인 투자자라고 밝혔다.
* 지구화학(Geochemistry): 토양·암석·수계 등의 화학 성분을 분석해 지하 광물 매장 가능성을 추정하는 탐사 기법
** 페그마타이트(Pegmatite): 리튬과 희귀금속이 고농도로 농집된 화강암계 암석
코볼드 메탈스는 자체 개발한 항공 센서와 실시간 AI 기반 시추 목표 갱신 시스템, 이동식 현장 실험실을 결합해 탐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는 기존 탐사 방식보다 광상 확인과 생산 준비 단계까지의 기간을 단축하려는 접근이다. 연내 라이선스 면적을 약 5,000㎢까지 확대할 계획도 제시됐다.
미-콩고 파트너십의 구체화와 초기 단계의 한계
코볼드 메탈스의 탐사 프로젝트는 미국 정부의 대아프리카 핵심광물 전략과 맞닿아 있다. 미국은 중국 중심의 글로벌 광물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콩고를 핵심 파트너로 설정했고, 2025년 양국 간 공식 파트너십 협정을 체결했다. 코볼드 메탈스의 콩고 진출은 이 협정의 실질적 첫 민간 이행 사례로 평가된다. 콩고는 아프리카 최대 구리 공급국이자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국이며, 아직 개발되지 않은 리튬 매장량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코볼드 메탈스의 활동은 탐사와 초기 투자 단계에 머물러 있다. 실제 생산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추가 자본이 필요하다. 호주계 에이브이제트 미네랄스(AVZ Minerals)가 마노노 광구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며, 콩고 정부와 코볼드 메탈스의 계약이 기존 국제 중재* 명령을 위반했다고 반발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 국제 중재(International Arbitration): 기업 간 또는 기업과 국가 간 분쟁을 국제기구나 중재기관이 판정하는 절차
서방 자본의 아프리카 광물 생산 자산 확보
미-인도 합작으로 케마프 광산 기업 인수
케마프(Chemaf)는 콩고의 구리·코발트 생산 자산을 운영해온 광산기업이다. 미국계 버투스 미네랄스(Virtus Minerals)는 2026년 3월 케마프를 3,000만 달러에 인수하고, 약 9억 달러에 이르는 기존 부채까지 승계했다. 인수 주체는 버투스 미네랄스와 인도계 로이즈 메탈스 앤드 에너지(Lloyds Metals & Energy)의 합작법인인 버투스 로이즈 미네랄 홀딩(Virtus Lloyds Mineral Holding)이다. 기존 소유주였던 두바이계 샬리나 리소시스(Shalina Resources)로부터 소유권이 이전되면서, 중동 자본이 보유하던 콩고 광산이 미국-인도 합작 자본으로 넘어갔다.
미국 정부는 이번 거래를 미-콩고 파트너십의 틀 안에서 지원했고, 케마프 인수를 해당 파트너십의 첫 현장 거래로 규정했다. 이는 미국의 대콩고 핵심광물 전략이 탐사 단계를 넘어 실제 자산 확보 단계로 이어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2027년 전면 생산 재개 계획과 잠재적 실행 리스크
버투스-로이즈 합작법인은 2027년 1월을 전면 생산 재개 목표 시점으로 제시했다. 보도 시점 기준 케마프의 유일한 가동 사업장인 루붐바시(Lubumbashi) 시설은 최대 2개월간 유지보수를 위해 가동이 잠정 중단된 상태였으며, 콜웨지(Kolwezi)와 루붐바시 양 거점에서는 생산 및 가공 준비 공사가 병행되고 있었다. 2019년부터 중단된 무토시 구리·코발트 개발 프로젝트*의 재가동도 핵심 과제로 포함됐다. 인도 측 로이즈 메탈스 전문 인력은 자문 역할로 투입됐으며, 인도의 에이엔 수브라마니얌(A.N. Subramaniyam)이 최고경영자로 선임됐다.
* 무토시 구리·코발트 개발 프로젝트(Mutoshi copper and cobalt project): 콩고 콜웨지 인근에 위치한 구리·코발트 개발 사업. 2019년 코발트 가격 약세와 자금 조달 문제로 가공이 중단
다만 실행 과정에서 검토해야 할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로이터(Reuters)는 버투스 미네랄스가 자사의 광산 운영 경험을 과장했다고 보도했으며, 이는 대규모 생산 자산 운영 역량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9억 달러에 이르는 부채 승계도 재무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 2027년 전면 가동 목표 역시 가동 중단 상태의 사업장 정비와 복수 거점 준비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정상 제약이 있다. 케마프 인수는 미국의 대콩고 핵심광물 전략과 연결된 실제 자산 거래 사례로 해석될 수 있다. 향후 성과는 운영과 재무 측면의 안정성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대형 광산기업의 아프리카 구리 탐사 복귀
잠비아 구리 벨트의 재부각과 투자 환경 변화
잠비아(Zambia)는 아프리카 제2위 구리 생산국으로, 콩고민주공화국과 함께 중앙아프리카 구리 벨트(Copperbelt)를 이루는 핵심 지역이다. 기존 대형 구리 광상의 상당수가 이미 개발된 상황에서, 아직 탐사가 충분하지 않은 잠비아의 전략적 중요성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잠비아 정부는 2031년까지 현재 생산량의 3배 이상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지질 정보 데이터베이스의 디지털화와 항공 지구물리 조사*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국제 투자 기업의 광상 정보 접근성을 높이려는 이러한 조치는 잠비아의 탐사 매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에이치피의 재접근과 탐사 초기 단계의 한계
세계 최대 광산 기업 중 하나인 호주 기업 비에이치피(BHP)도 약 10년 만에 아프리카 광물 시장에 재진입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비에이치피는 2015년 사우스32(South32) 분사를 계기로 아프리카 사업에서 손을 뗐고, 이후 탄자니아(Tanzania)의 카방가 니켈(Kabanga Nickel) 프로젝트*에 잠시 참여했다가 2024년 철수했다. 이러한 전력을 고려하면, 비에이치피가 2026년 4월 잠비아·남아프리카공화국·나미비아(Namibia)·앙골라(Angola) 4개국을 아우르는 남부 아프리카 탐사 워크숍을 개시한 것은 시장 재접근 신호로 볼 수 있다.
* 카방가 니켈 프로젝트(Kabanga Nickel project): 탄자니아 북서부 카방가 지역에서 추진된 대형 니켈 개발 사업
비에이치피 글로벌 탐사 부문 책임자 캠벨 맥쿼이그(Campbell McCuaig)는 남아 있는 대형 광상의 상당수가 깊이 매장돼 있거나 지질 피복층 아래 숨어 있다고 설명하며, 첨단 지질 분석과 대규모 데이터 처리 기법을 활용해 광물 시스템 단위의 탐사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단계는 탐사 워크숍 개시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실제 탐사 라이선스 취득과 본격적인 광상 개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아프리카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의 시사점
생산국의 정책 개입 확대
콩고민주공화국의 코발트 전략비축 제도는 생산국이 핵심광물의 수출과 비축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을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수출 금지, 쿼터제, 전략비축으로 이어지는 정책 흐름은 단기적 가격 대응을 넘어 코발트 시장에 대한 국가의 조정 권한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정책 개입이 실제 가격 결정력이나 협상력 강화로 이어질지는 제도 운용의 지속성과 시장 반응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역내 공급망 기능 확충의 가능성
유라시아자원그룹의 감산과 켐코어의 광물 화학 투입재 생산 계획은 생산량 조정과 투입재 조달 측면에서 아프리카 내부의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켐코어의 보츠와나·앙골라 프로젝트는 원자재 수출과 화학 투입재 수입에 의존해온 기존 구조를 일부 완화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감산은 가격 하락에 대응한 조정 국면에 가깝고, 투입재 현지 생산도 아직 건설 단계에 있어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지는 더 확인이 필요하다.
서방 자본의 진입 방식 다변화
코볼드 메탈스의 리튬 탐사, 케마프 인수, 비에이치피의 잠비아 탐사는 서방 자본의 아프리카 진입 방식이 탐사, 생산 자산 확보, 장기 광상 발굴로 나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서방 자본이 단순한 광물 구매를 넘어 자원 개발의 초기 단계와 생산 자산 확보 단계까지 접근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일부 프로젝트는 아직 탐사·재가동 준비 단계에 머물러 있고, 운영 경험과 재무 안정성, 법적 분쟁 등의 변수도 남아 있어 단기간 내 성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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