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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특집이슈

[월간정세변화] 중동 에너지 위기와 아세안 연료 보조금 정책 대응

동남아시아 일반 안진주 EC21R&C 연구원 202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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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에너지 위기와 아세안 보조금 체계의 재정적 시험

아세안의 에너지 취약성과 보조금 체계
2026년 3월,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계기로 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재점화됐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실질적 봉쇄 조치로 브렌트유는 3월 초 배럴당 119달러(약 17만 5,000원)까지 상승했다가 일시 하락했으나, 4월 현재까지도 90~100달러(약 13만 2,300원~14만 7,000원) 수준의 고가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이번 국면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와 달리,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아세안 국가들에 직접적인 충격을 가하고 있다.

아세안은 구조적으로 에너지 가격 충격에 취약한 지역이다. 2024 아세안 에너지 아웃룩(ASEAN Energy Outlook)에 따르면 역내 정제유 수입 의존도는 약 60%에 달하며, 중동산 원유가 역내 공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아세안 주요국의 연료 보조금 체계는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상시적 정책 제도이다. 인도네시아는 1970년대 오일붐(Oil Boom)* 시기부터 국민에 대한 저가 연료 공급을 국가 의무로 제도화해왔으며, 말레이시아는 국영 에너지기업 페트로나스(Petronas)**의 수입을 재원으로 수십 년간 포괄 보조금을 운용해왔다. 태국의 석유기금(Oil Fuel Fund)은 1973년 1차 오일쇼크 이후 가격 안정화 목적으로 설립됐다.

각국마다 보조금 운용 방식은 다르지만, 유가 급등 시 재정 부담이 자동적으로 확대되는 구조적 특성은 공통적이다. 이번 중동 에너지 위기는 이 같은 보조금 체계의 지속 가능성과 각국의 재정 여력을 동시에 시험하고 있다. 본 보고서는 보조금 운용 방식, 재정 여력, 정책 대응 속도를 비교하여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4개국의 연료 보조금 현황과 정책 대응을 분석하고, 공통 쟁점 및 향후 전망을 검토한다.

* 오일붐(Oil Boom): 1973년 및 1979년 두 차례의 오일쇼크로 국제 유가가 급등한 시기 원유 수출국이 누린 대규모 외화 수입 증대 현상을 의미함. 당시 원유 수출국이었던 인도네시아는 재정 수입이 급증하였으며, 이를 재원으로 연료 보조금 제도를 본격적으로 확대·제도화함

** 페트로나스(Petronas):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가스 기업. 원유 탐사·생산·정제·판매를 담당하며, 말레이시아 정부 재정의 주요 수입원임

아세안 주요국의 연료 보조금 현황 및 정책 대응 

인도네시아: 가격 동결 기조 유지와 재정 압박 심화
인도네시아는 국영 석유기업 퍼타미나(Pertamina)*가 공급하는 RON 90** 보조금 적용 연료를 리터당 1만 루피아(약 860원), 보조 경유를 리터당 6,800루피아(약 580원)로 고정하여 운용하고 있다. 에너지부 장관 바흘릴 라하달리아(Bahlil Lahadalia)는 2026년 4월 "대통령 지시에 따라 연말까지 보조 연료 가격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의 2026년 국가 예산은 인도네시아산 원유 기준가격(ICP, Indonesian Crude Price)***을 배럴당 70달러(10만 2,900원)로 가정하여 편성됐다. ICP는 브렌트유 등 국제 원유 가격과 연동하여 변동하는 지표로, 브렌트유 상승 시 ICP도 함께 오른다. 현재 브렌트유가 90~100달러(13만 2,000원~14만 7,000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예산 가정과의 격차가 지속되고 있다. 

재무장관 푸르바야 유디 사데와(Purbaya Yudhi Sadewa)는 4월 의회 청문회에서 유가가 연평균 92달러(13만 5,200원)에 달할 경우 재정 적자가 GDP의 3.6%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인도네시아의 법정 재정 적자 상한은 GDP 대비 3%로, 2003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재정 규율 확립을 위해 법제화됐다. 2026년 에너지 보조금 예산은 3,813억 루피아(약 326억 3,900만 원) 규모이다. 인도네시아는 원유를 일부 수출하는 동시에 국내 정유 시설 부족으로 인해 휘발유·경유 등 정제유는 대량 수입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국제 유가 상승이 수출 수익 증가로 충분히 상쇄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재정 압박에 대응하여 정부는 공무원 출장 제한 등 긴축 조치를 시행 중이다. 그러나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무상 영양 급식(Makan Bergizi Gratis) 프로그램은 삭감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프로그램은 8,000만 명을 대상으로 하며 중앙정부 예산의 11% 규모이다. 동 프로그램은 에너지 보조금과 직접적 연관은 없으나, 삭감 불가 방침으로 인해 재정 조정 가능한 지출 항목이 축소됨으로써 에너지 보조금 부담 증가에 대응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무디스(Moody's)와 피치(Fitch)는 2026년 2~3월 인도네시아의 신용등급 전망을 각각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 조정했으며, 재정 불확실성 확대를 주요 사유로 제시했다. 

* 퍼타미나(Pertamina): 인도네시아 국영 석유·가스 기업. 전국 주유소 운영, 정유, 원유 탐사를 담당하며 정부 에너지 보조금 정책의 실행 창구 역할을 함. 보조금으로 인한 손실을 먼저 부담한 뒤 정부로부터 사후 보전받는 구조로 운영됨

** RON(Research Octane Number): 연료의 내폭성을 나타내는 옥탄가 등급. 수치가 높을수록 고급 연료에 해당함. 인도네시아는 RON 90(Pertalite), RON 92(Pertamax), RON 98(Pertamax Turbo) 등 다단계 유종 체계를 운용하고 있음

*** ICP(Indonesian Crude Price):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자원부가 매월 산정하는 인도네시아산 원유 기준 가격. 국가 예산 편성 및 에너지 보조금 규모 산정의 기준으로 활용되며, 브렌트유 등 국제 원유 가격과 연동하여 변동됨


말레이시아: 표적 보조금 체계 전환과 유가 급등에 따른 운용 조정
말레이시아는 4개국 중 연료 보조금 합리화 개혁에서 가장 진전된 사례로 평가된다. 아누아르 이브라힘(Anwar Ibrahim) 정부는 2024년 6월 경유 가격 자유화를 시작으로 보조금 체계의 단계적 표적화를 추진해왔다.  표적화 체계* 전환과 함께 차량 종류·용도별 구매 상한을 설정하는 쿼터제를 도입했다. 기존 포괄 보조금 체계에서는 보조가로 경유를 무제한 구매할 수 있어 인근 국가로의 밀수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졌으나, 쿼터제 도입 이후 이 같은 누수가 사실상 근절되면서 월 6억 링깃(약 2,232억 원) 규모의 재정 절감 효과가 확인됐다. 이어 2025년 9월 27일부터는 일반 휘발유인 RON95 보조금도 표적화 체계로 전환했다. 'BUDI95' 프로그램으로 명명된 이 제도는 유효한 운전면허를 보유한 말레이시아 국민에게 리터당 1.99링깃(약 742원)의 고정 보조가를 적용하되, 외국인 및 소득 상위 5%에 대해서는 2026년 4월 기준 약 3.87링깃(약 1,440원)인 시장가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번 중동 위기는 개혁 전환 중인 보조금 체계에 추가적인 재정 부담을 가하고 있다. 재정부(Ministry of Finance)는 2026년 3월 11일 RON95** 가격 1.99링깃 유지 방침을 공표하는 한편, 경유 현금 보조(BUDI Diesel)를 월 200링깃(약 7만 4,400원)에서 300링깃(약 11만 1,600원)으로 증액했다. 유가 급등으로 월간 연료 보조금 지출은 30억 링깃(1조 1,160억 원)에서 40억 링깃(1조 4,890억 원) 수준으로 확대됐으며, 4월 1일부터는 BUDI95 월별 구매 한도를 300리터에서 200리터로 한시 하향 조정했다. 재정부는 수혜자의 90%가 이미 200리터 미만을 소비한다고 설명했으나, 이 조치는 실질적으로 보조금 지출 총량을 억제하기 위한 재정 관리 수단으로 기능한다.

세계은행(World Bank) 말레이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아푸르바 상히(Apurva Sanghi)는 BUDI95의 방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재정 여건 악화 시 추가 조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아누아르 총리는 페트로나스의 대체 원유 조달 역량과 브라질·캐나다 등 수입 다변화를 근거로 5월 이후에도 BUDI95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 표적화 체계(targeted subsidy): 모든 국민에게 일괄 지원하는 포괄 보조금(universal subsidy)과 달리, 소득·직업·차량 등 기준으로 수혜 대상을 선별하여 지원하는 방식. 재정 효율성 제고와 고소득층 수혜 차단을 주요 목적으로 함

** RON95: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표준 등급 휘발유. 인도네시아의 Pertalite(RON 90)에 해당하는 대중적 유종으로, 말레이시아 전체 휘발유 소비의 대부분을 차지함


태국: 석유기금 매커니즘의 한계 노출과 단계적 가격 조정
태국의 연료 가격 안정화는 석유기금(OFF: Oil Fuel Fund)이라는 별도 재원을 통해 운용된다. 경유 소비자에게 리터당 보조금을 지급하는 동시에, 휘발유·가솔홀* 사용자로부터 리터당 기여금을 징수하여 기금 재원을 조성하는 교차 보조** 구조다. 일반 회계 예산이 아닌 별도 기금을 운용한다는 점에서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와 구별된다.

2026년 3월 초 중동 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태국 정부는 경유 소매가 상한선을 리터당 30바트(약 1,360원)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석유기금사무국(OFFO: Oil Fuel Fund Office)은 3월 14일 경유에 대해 리터당 최대 18.31바트(약 833원)를 보전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그러나 이에 따른 일일 보상액이 14.73억 바트(670억 2,150만 원) 규모로 기금이 급속히 소진됐다. 3월 15일 기준 126억 바트(약 5,730억 원) 규모이던 석유기금 적자는 4월 7일 기준 562억 바트(약 2조 5,500억 원) 규모로 확대됐다. 

기금 고갈이 가시화되면서 정부는 사실상 30바트(약 1,360원) 상한 유지 정책을 포기했다. 석유기금사무국은 4월 15일 경유 보상액을 리터당 7.85바트(약 357원)에서 5.89바트(약 268원)로 하향 조정하고, 고급 경유 소비자에게는 리터당 1.50바트(약 68원)의 기여금을 부과했다. 그 결과 4월 21일 경유 소매가는 리터당 41.70바트(약 1,890원)로 상승했다. 재정부(Ministry of Finance)는 최악의 경우 석유기금 운용을 위해 1,500억 바트(약 6조 8,200억 원) 규모의 차입 보증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경우 현재 GDP 대비 66% 수준인 공공부채 비율이 법정 상한선 70%에 더욱 근접하게 된다. 태국의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57%로, 이번 분쟁으로 인한 공급망 불안이 직접적인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참고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석유기금 최대 적자는 1,200억(약 5조 4,600억 원) 바트를 기록한 바 있다. 

* 가솔홀(Gasohol): 휘발유에 에탄올을 혼합한 연료. 태국은 E20(에탄올 20% 혼합), E85(85% 혼합) 등 다양한 가솔홀 제품을 유통하고 있으며, 일부는 석유기금의 보조 또는 기여 대상에 포함됨

** 교차 보조(Cross-subsidy): 특정 집단의 납부금으로 다른 집단에 대한 보조를 충당하는 구조. 태국의 경우 휘발유·가솔홀 이용자의 기여금이 경유 이용자에 대한 보조 재원으로 활용됨


필리핀: 시장 연동 체계하의 선별적 긴급 대응
필리핀은 4개국 중 유일하게 연료 소매가격을 시장에 연동하는 기본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광범위한 소매가 보조금 없이 국제 유가 변동이 소비자 가격에 직접 반영되는 구조이다. 특히 연료 수입 의존도가 약 90% 규모에 달해 국제 유가 변동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는다. 아울러 국제 원유가 달러로 결제되는 특성상, 유가 상승은 달러 수요 확대를 통해 페소화 약세로도 이어지며 이는 다시 원유 수입 원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필리핀 페소화는 이번 유가 급등 시기인 2026년 3월 31일 달러당 60.74페소(약 1,470원)를 기록했다. 

필리핀 정부는 2026년 3월 25일 두바이산 원유 기준 월평균 가격이 배럴당 80달러(11만 7,600원)를 초과하는 경우 대통령이 석유제품 개별소비세를 한시적으로 정지 또는 인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이어 4월 16일 행정명령 제144호로 LPG와 등유에 한해 개별소비세를 3개월간 한시 면제했으며, 이에 따른 세수 조정 규모는 약 41억 페소(약 993억 원)이다. 경유·휘발유로의 면제 확대 논의도 제기됐으나, 재정부(Department of Finance)는 확대 시 연간 최대 1,362억 페소(약 3조 3,300억 원)의 세수 변동이 발생한다는 점을 근거로 현행 범위를 유지했다. 

2025년 재정 적자가 GDP의 5.63%를 기록한 가운데, 2026년에도 1조 6,500억 페소(약 40조 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재정 여건을 감안하여 정부는 선별적 지원을 중심으로 대응 방향을 설정했다. 대중교통(PUV) 운전자 연료 보조금 지급 및 에너지부 긴급 기금 가동 등 농업·어업·운송 부문 표적 지원을 중심으로 4월 현재 총 1,252억 페소(약 3조 323억 원)가 집행됐다. 아울러 유가 상승 기조가 지속될 경우 2분기 경상수지 적자가 GDP의 4%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통 쟁점 및 비교 분석

보조금 운용 방식의 다양성과 재정 취약성의 상관관계
4개국의 보조금 운용 방식은 크게 세 유형으로 나뉜다. 소매가 고정 방식(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별도 기금을 통한 가격 상한 유지 방식(태국), 시장가 연동 기반의 선별적 세제 조정 방식(필리핀)이다. 소매가 고정 방식은 유가 상승 시 고정가와 시장가의 차이가 자동으로 벌어지는 구조로, 재정 부담이 가장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태국의 석유기금 방식은 일반 회계와 분리된 별도 재원을 운용한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는 예산 압박을 완충하는 기능을 하나, 기금 소진 이후에는 공공부채 확대 또는 세수 포기라는 형태로 재정 부담이 전가된다. 필리핀은 직접적인 보조금 부담은 없으나, 유가 변동이 소비자 가격에 그대로 반영되면서 물가 상승과 민간 소비 위축이라는 별도의 경제적 비용이 발생한다. 보조금 방식의 차이는 유가 급등의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를 결정할 뿐, 비용 자체를 소멸시키지는 않는다. 고정가 방식은 재정이, 시장 연동 방식은 소비자가 그 비용을 부담하며, 별도 기금 방식은 양자 간 부담 시점을 조정하는 기능을 한다.

포괄 보조금의 수혜 편중 문제
포괄 보조금은 저소득층 보호를 명분으로 시행되지만, 실제 수혜는 고소득층에 편중되는 구조적 특성이 있다. 연료 소비량이 소득 수준과 비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차량 보유 대수가 많고 이동량이 많은 고소득층일수록 보조 연료를 더 많이 소비하며, 그만큼 보조금 혜택도 커진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말레이시아 연료 보조금의 경우 소득 상위 10~20% 계층이 가장 많은 혜택을 받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필리핀 국립대 경제대학(UPSE, University of the Philippines School of Economics)의 분석도 이를 뒷받침한다. 경유 개별소비세 면제 혜택의 약 85%가 소득 상위 30% 계층에 귀속되는 반면, 소득 하위 30% 계층의 수혜 비율은 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혜 편중은 형평성 문제를 넘어 재정 운용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 재정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포괄 보조금을 유지하는 것은 고소득층 연료비 지원에 상당한 재원을 투입하는 한편, 의료·교육·사회 인프라 등 저소득층 지원에 직접 기여하는 지출을 압박하는 기회비용을 수반한다. 말레이시아가 표적화 체계 전환을 통해 절감된 재원을 사회보호 프로그램으로 재배분하는 방향을 택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재정 규율 상한선의 압박
현 유가 수준이 지속될 경우 일부 국가의 법정 재정 규율 상한선 준수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인도네시아의 GDP 대비 재정 적자 3% 상한과 태국의 공공부채 GDP 대비 70% 상한이 대표적이다.  인도네시아의 2026년 재정 적자 목표는 GDP의 2.68%로, 법정 상한인 3%까지의 여유가 0.3%포인트 내외이다. 재무장관은 유가가 연평균 92달러(13만 5,300원)를 유지할 경우 적자가 GDP의 3.6%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의회에 보고했다. 

태국은 현재 공공부채 비율이 GDP의 66%로 법정 상한 70%까지 4%포인트의 여유가 있으나, 석유기금 지원을 위한 1,500억 바트(6조 8,300억 원) 규모의 차입 보증이 현실화될 경우 이 여유는 축소될 수 있다. 필리핀은 별도의 법정 재정 적자 상한은 없으나 이미 설정된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어 4개국 중 추가 대응 여력이 가장 제한적이다. 재정 여력의 범위는 단기 위기 대응과 함께 이후 경기 회복 과정에서의 재정 정책 운용 여지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보조금 정책 조정과 사회적 수용성
보조금 합리화는 재정 건전성 측면에서 불가피한 방향으로 평가되나, 연료 가격은 교통비·물가·생산비용에 직결되는 만큼 가격 조정의 체감 효과가 빠르고 광범위하다. 이로 인해 각국 정부는 재정 여건과 사회적 부담 사이에서 정책 조정의 속도와 범위를 조율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제약은 각국의 정책 설계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인도네시아는 연말까지 보조 연료 가격 동결을 선언했고, 말레이시아는 경유 가격 인상 이후의 여론 반응을 감안하여 RON95 개혁을 가격 완전 자유화가 아닌 표적화 고정가 방식으로 설계했다. 태국은 30바트(약 1,360원)상한을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을 택했으며, 필리핀은 경유·휘발유 개별소비세 전면 면제 요구에도 LPG·등유 한정 면제로 범위를 제한했다. 선거 주기와 보조금 조정 시점 간의 정책적 긴장은 아세안 주요국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특성으로, 향후 개혁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망 및 시사점 

유가 수준별 정책 조정 임계점
각국의 정책 조정 시점은 향후 브렌트유 가격 추이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가가 80달러(약 11만 7,600원) 이하로 하락할 경우 4개국 모두 현행 보조금 체계를 당분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90~100달러(약 13만 2,000~14만 7,000원) 수준이 2026년 하반기까지 지속될 경우 인도네시아는 법정 재정 적자 상한 초과가 현실화되고, 태국은 석유기금 적자가 GDP의 5% 수준을 넘어서며, 말레이시아는 월간 보조금 지출 40억 링깃(약 1조 4,890억 원)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100달러(약 14만 7,000원)를 상회할 경우 필리핀의 경상수지 적자가 GDP의 4%를 초과하고, 인도네시아는 보조 연료 가격 동결 기조에서 벗어나야 하는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


4개국 중 보조금 체계의 근본적 재설계 압력이 상대적으로 큰 국가는 태국과 인도네시아로 평가된다. 태국은 석유기금 적자 562억 바트(약 2조 5,500억 원)의 공공부채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이후 기금 부채 상환 구조 설계와 함께 석유기금 제도 자체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네시아는 법정 상한 초과 시 2027년 이후 RON 90 가격 인상, 무상급식 예산 조정, 법정 상한 개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정책적 기로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반면 말레이시아는 이미 표적화 체계로 전환하여 BUDI95 쿼터 조정 등 기존 틀 내에서의 미세 조정이 가능하며, 필리핀은 시장 연동 체계 특성상 개별소비세 면제 연장 여부 결정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조금 체계 개편의 함의
이번 중동 에너지 위기는 단기 재정 부담을 넘어 아세안 보조금 체계의 중장기 구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말레이시아의 표적화 모델이 재정 절감과 밀수 근절 효과를 입증함에 따라 인도네시아와 태국에서도 포괄 보조금 방식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태국의 석유기금 방식은 이번 위기에서 기금 소진 속도와 공공부채 전환 리스크가 동시에 노출되면서 제도 근본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중동 원유 의존도 감축을 위한 공급망 다변화 및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의 가속화가 각국의 주요 에너지 안보 의제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2027년 초 가격 조정 결정과 태국 석유기금의 공공부채 전환 시점은 역내 보조금 체계 재편의 분기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으며, 각국의 대응 방식은 재정 건전성 및 사회 안정성에 중장기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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