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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글로벌 권력 경쟁의 교차로에 선 남아시아: 인도와 파키스탄의 엇갈린 외교적 행보

파키스탄 / 인도 김태형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26/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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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를 인용, 보도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 AIF 인도ㆍ남아시아 ”로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1. 인도와 파키스탄의 외교적 배경과 현황

1947년 영국으로부터 파키스탄과 함께 분할 독립한 이후 인도는 비동맹 노선을 견지하며 미국과는 거리를 두었으나, 소련과는 1971년 평화우호협력조약을 체결하고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였다. 중국과는 1962년 국경전쟁 이후 적대적 관계가 지속되었다. 냉전 종식 후 경제 자유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였고, 특히 2005년 원자력협정 체결 이후 양국 간 전략적 유대가 한층 강화되었다. 인도는 탈냉전기에도 러시아로부터 다량의 무기를 수입하는 등 긴밀한 협력을 이어갔으며, 중국과는 국경분쟁 등 현안에도 불구하고 경제 교류를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왔다. 트럼프(Donald Trump) 1기 재임 시 모디(Narendra Modi) 총리는 상호 국빈 방문 등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신뢰 관계를 다졌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대(對)러시아 제재 불참 및 러시아산 원유의 지속적 수입 문제를 놓고 바이든(Joseph Biden) 행정부와 갈등을 빚기도 하였으나,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전략이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인도의 전략적 중요성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였다. 이러한 배경에서 모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직후 가장 이른 시기에 미국을 방문하여 축하 의사를 전한 외국 정상 가운데 한 명으로, 트럼프 2기 출범을 환영하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파키스탄은 국력 면에서 우위에 있는 인도를 견제하기 위해 강대국과의 동맹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며 미국·중국과의 우호 관계 유지에 주력하여 왔다. 특히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점령 시기에는 대(對)소련 저항의 주요 거점 역할을 수행하였고,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시에는 핵심 지원국으로서 지정학적 이점을 활용하였다. 그러나 파키스탄 군부가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프간 내 탈레반 세력의 테러 문제로 인해 미국과의 관계는 지속적으로 악화되었다. 반면 중국과는 일대일로(一帶一路)의 핵심 협력국으로서, 그리고 인도 견제라는 공동의 전략적 이해를 바탕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여 왔다. 트럼프 2기 출범 당시를 기준으로 하면, 인도는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반면, 파키스탄은 중국을 제외할 경우 외교적 입지에서 인도에 뒤처지는 상황이었으며, 트럼프 2기의 등장은 인도에 더욱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러나 2026년 3월 현재 양국의 외교 지형은 당초의 예상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년간 양국 외교 관계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었던 것인가.

2. 트럼프 2기 미국의 대인도·파키스탄 관계 변화

최근 국제관계의 위기와 긴장이 고조되는 주요 배경으로는 강대국 간 대결의 심화를 꼽을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높은 정책 불확실성과 강경한 대외 기조는 국제사회의 혼란과 불확실성을 가중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관세를 주요 수단으로 한 전방위적 경제 압박, 국제법·국제규범의 경시, 전통적 동맹 네트워크에 대한 공개적 평가절하 등으로 인해 미국에 대한 신뢰와 의존도가 약화되면서 글로벌 외교 지형에 급속한 변화가 초래되었고, 예상치 못한 외교적 연대의 형성 혹은 기존 관계의 단절이 빈번하게 나타났다. 이처럼 급변하는 외교 역학이 가장 두드러지게 표출된 지역 가운데 하나가 남아시아이다. 

인도는 자국이 주요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는 브릭스(BRICS)와 상하이협력기구(SCO: Shanghai Cooperation Organisation) 내에서 여타 회원국들과의 마찰을 감수하면서도 미국에 협조하는 입장을 취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처럼 인도가 트럼프 행정부와의 공조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서도 양국 간 갈등은 점차 심화되고 있었다. 인도의 대(對)미국 무역흑자 확대 문제와 인도 농수산물 시장 개방을 강하게 요구하는 미국, 그리고 이에 소극적으로 임한 인도 간의 입장 차이로 인해 양국 무역협상은 난항을 거듭하였다.

2025년 4월 말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을 계기로 5월 초 인도-파키스탄 간 무력충돌이 발생하였다. 단기간에 종결되기는 하였으나 휴전의 주도권을 둘러싼 해석 차이가 미-인도 관계의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부상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중재로 양국이 휴전에 합의하였으며 핵전쟁을 방지하였다고 주장하였고, 파키스탄 정부는 이에 동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인도 정부는 제3자 중재를 수용한 바 없으며 인도의 단호한 군사적 대응이 휴전을 이끌어냈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의 주장과 분명한 거리를 두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파키스탄의 대(對)테러 노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6월에는 파키스탄의 실질적 권력자인 무니르(Asim Munir) 육군 참모총장을 백악관에 초청하였는데, 이는 인도-파키스탄 무력충돌을 경험한 인도 측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한편 미-인도 무역협상이 교착 상태에 놓인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8월 초 기본관세 25%에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이유로 한 추가 관세 25%를 더해 총 50%의 관세를 인도에 부과한다고 발표하였다. 이는 당시 미국이 부과한 관세 중 가장 높은 수준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이에 인도 외교부는 기본 관세와 추가 제재 모두 불공정하고 정당성이 없으며 비합리적(unfair, unjustified, and unreasonable)이라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인도 강경 기조의 배경으로 다수의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를 지목하고 있다. 첫째, 파키스탄과 달리 인도 정부가 5월 인도-파키스탄 휴전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은 데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작용하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둘째, 트럼프 행정부 내 무역 담당 관료들이 인도의 농산물 시장 개방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이 미-인도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는 상황에서 파키스탄의 샤리프(Shehbaz Sharif) 총리와 무니르 육군 참모총장은 2025년 9월 희토류 협력 방안을 제시하며 백악관을 재차 방문하였고,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 시기 미국의 최신 공대공 미사일의 파키스탄 판매도 승인되었다. 인도와는 대조적으로, 파키스탄은 희토류 협력 제안,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 창설자로 참여하고 있는 암호화폐 기업에 대한 적극적 관여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관리하는 데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3. 트럼프 2기 인도의 대미국 헤징 외교 전략

예기치 않은 미-인도 관계의 급속한 냉각은 인도 외교 전반에 걸쳐 여러 변화를 야기하였으며, 그 가운데 하나가 인도-중국 간 관계개선이다. 아시아에서 전략적 경쟁 관계에 있는 양국은 국경분쟁 등 여러 현안을 둘러싸고 대립을 지속하여 왔으며, 특히 2020년 갈완(Galwan)계곡에서의 양국 군 간 충돌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사상자를 발생시키며 양국 관계를 크게 악화시켰다. 이후 인도 내 반중 정서가 급속히 고조되었고, 군사회담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국경 문제는 양국 관계 진전의 주요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디 총리는 2025년 9월 초 중국 톈진(天津)에서 개최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하였다. 이 자리에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도 함께하여 세 정상이 한 자리에서 회동하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과 외교적 긴장이 인도-중국 간 관계 완화의 계기로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모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불참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주최 G20 정상회의에도 참석하여 브라질·남아공 등 브릭스(BRICS) 회원국은 물론 캐나다·호주·한국·일본 등 다양한 국가들과 교류를 확대하며 미국의 압박에 대한 외교적 대응역량 강화에 주력하였다. 인도의 헤징 외교(hedging diplomacy)는 특히 유럽과의 관계 확대로 구체화되었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갈등 및 외교적 마찰을 겪어온 유럽연합(EU) 역시 경제관계 다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공동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20여 년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던 인도-EU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2026년 1월 말 타결에 이르렀다. 양측은 이번 합의를 '모든 협정의 어머니(mother of all deals)'로 칭하였다.

한편 인도-EU 자유무역협정 타결 발표로부터 1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트럼프 행정부가 미-인도 무역협상의 타결을 발표하면서 그 시점을 둘러싼 의문이 제기되었다. 인도 국내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미국과의 협상 내용이 인도에 불리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번 합의만으로는 미국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러시아 및 미국으로부터의 무기 수입 의존도를 낮추려는 인도의 노력은 프랑스산 라팔(Rafale) 전투기 114대의 추가 구매 합의로도 나타났으며, 이 가운데 80%는 인도 현지에서 양국 합작으로 생산될 예정이다. 
아울러 캐나다와의 관계도 주목할 만한 변화를 보였다. 2023년 밴쿠버에서 발생한 시크(Sikh)교 분리주의 운동 지도자 암살 사건 당시 캐나다 트뤼도(Justin Trudeau) 총리가 인도 정부의 관여를 주장하면서 양국 관계는 갈등 국면으로 접어든 바 있다. 이후 집권한 카니(Mark Carney) 총리는 2026년 2월 말 4일간의 일정으로 인도를 방문하여 양국 관계의 실용적 복원 방향을 논의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기로 합의하였다.

4. 지역 정세 변화와 인도·파키스탄의 외교 재정립

남아시아와 인접한 중동의 정세 변화 역시 인도와 파키스탄의 외교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2023년 10월 하마스-이스라엘 전쟁 발발 이후 분쟁이 레바논·예멘·시리아·이란 등지로 확산되면서 중동 전역의 안보 불안이 심화되었다. 특히 2025년 9월 이스라엘이 카타르를 방문 중이던 하마스 대표단을 공격한 사건은 중동 국가들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카타르는 중동 최대 규모의 미군 기지가 위치하고 미국과 오랜 군사적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온 국가로, 이 사건을 계기로 중동 국가들 사이에서 미국의 안보 보장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었다.

이 사건 직후 사우디아라비아는 핵보유국인 파키스탄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준하는 방위조약 체결을 전격 발표하였다. 사우디-파키스탄 간 군사협력은 1970년대부터 이어져 왔으며, 파키스탄의 핵 개발 과정에서 사우디 정부가 상당한 재정적 지원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번 방위조약의 체결 시점과 파키스탄의 핵우산 제공 등 구체적 내용은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파키스탄은 이러한 방위협력을 카타르·이집트 등 여타 중동 아랍 국가들과도 확대하고자 하는 의향을 보이고 있다.
모디 총리가 2025년 초 사우디를 직접 방문하는 등 양국 관계 강화에 공을 들여온 인도로서는 이번 사우디-파키스탄 방위조약이 적지 않은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외교 전반에 걸쳐 파키스탄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평가받아 온 인도가 이제는 중국의 지원, 사우디의 전략적 협력, 미국과의 우호 관계를 동시에 확보한 파키스탄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모디 행정부는 전통적으로 팔레스타인을 지지해 온 인도의 외교 기조와 달리 이스라엘과의 군사·외교적 교류를 확대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공개적 비판을 자제하는 입장을 취하여 왔다. 그러나 가자 전쟁 이후 아랍 국가들의 강경한 반응이 이어지면서 인도 정부도 제한적인 정책 조정 가능성을 시사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최근 사우디와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된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2026년 1월 인도를 방문하여 전략적 방위협력 관계 추진을 포함한 양국 간 협력 증대 방안을 논의하였다.

한편 인도·파키스탄과 인접하며 복잡한 관계를 형성해 온 아프가니스탄의 정세 변화 역시 양국 외교의 재정립을 촉구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소련 침공에 맞서 미국의 지원을 받으며 저항해 온 무자헤딘(Mujahideen) 세력 시기부터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은 파키스탄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여 왔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전 시에는 탈레반 세력 척결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미국으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2021년 8월 미군의 전격적인 철수 이후 정권을 재장악한 탈레반과 파키스탄 정부 간 관계가 악화되면서 양국 국경지대에서 수차례 무력충돌이 발생하였다.

파키스탄은 최근 테러 공격 발생 빈도가 높은 국가 가운데 하나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지원을 받는 파키스탄 탈레반(TTP, Tehrik-i-Taliban Pakistan)의 활동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TTP 문제를 둘러싸고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 간 갈등이 깊어진 가운데, 아프간 난민 처우 문제와 19세기 말 영국 식민지 시기에 획정된 듀랜드 라인(Durand Line)의 국경선 인정 여부를 둘러싼 긴장까지 겹치면서 양국 관계는 더욱 악화되어 왔다. 수십 년간 강대국의 개입과 철수가 반복되는 가운데서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여 온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관계에 균열이 깊어지는 상황은, 아프가니스탄을 경유한 중앙아시아 진출을 모색해 온 인도에 외교적 기회로 작용하였다. 2025년 10월에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외무장관이 뉴델리를 방문하여 인도 외교장관과 양국 관계 증진 및 카불 주재 인도 대사관 재건 문제를 논의하였다. 남아시아의 지정학적 변화가 이러한 외교적 동학을 이끌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5. 인도와 파키스탄의 외교 전망과 과제

최근 국제정세는 '강대국 정치의 귀환'으로 특징지어지는 가운데, 국가 간 경쟁과 대결 심화, 자국 이익 우선의 각자도생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비강대국들의 외교적 운신의 폭이 크게 좁아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비강대국들로 하여금 외교 다변화와 헤징 전략을 더욱 강하게 추구하도록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강대국 지위를 지향하나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한 인도와, 경제위기·정치 불안정 등 다양한 국내외 도전에 직면한 파키스탄 모두 강대국 간 관계 변화로부터 자유롭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 가운데서도 미-중 관계의 향방이 특히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2기 미국의 국가안보전략(NSS)과 국가방위전략(NDS)은 전통적인 미국의 대전략(grand strategy)과는 달리 본토 방어와 서반구를 전략적 최우선 순위로 설정하였으며, 남아시아는 부차적으로만 언급되었다. 또한 중국에 대해 대결보다는 협력적 관계를 지향하는 기조를 표명함으로써 인도의 우려를 자아냈다. 트럼프 1기에 본격화되어 미-인도 관계 강화의 주요 기반이 되어 온 인도-태평양 전략 역시 최근 들어 언급이 크게 줄어들면서 인도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미국이 대(對)중국 관계를 대결에서 타협 또는 공생의 방향으로 전환할 경우, 인도의 전략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약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2025년 10월 31일 인도와 미국은 2005년 최초 체결 이후 10년 기한으로 운용되어 온 국방협력협정(DCA)의 갱신에 합의하였으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양국 간 무역협상도 타결에 이르렀다. 미국 내에서도 인도를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며 관계의 조속한 복원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의 미-인도 간 갈등이 일시적인 것으로서 지정학적·경제적 필요에 의해 관계가 복원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으며, 인도 정부 내에서도 미국을 가장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로 보는 시각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양국 관계는 점진적으로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인도 국내에서는 미국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상당 부분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 관계 복원의 과제로 남아 있다. 아울러 미국 연방대법원의 트럼프 행정부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 조성된 불확실성으로 인해 미-인도 관계의 향방은 여전히 유동적인 상황이다. 

이와 동시에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촉발된 이란과의 전쟁은 인도에 또 다른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도는 이란과 항구 사용 등을 매개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공을 들여온 한편, 이스라엘과도 모디 총리가 공습 직전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미국이 이란 전쟁에 깊숙이 개입되어 있는 상황에서 인도가 외교적으로 취할 수 있는 입장의 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인도 관계 악화의 반작용으로 인도-중국 관계가 일정 부분 개선된 것은 사실이나, 이를 양국 관계의 전면적 '리셋'으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할 수 있다. 인도-중국 간 지속 가능한 관계 완화를 가로막는 구조적 장벽은 여전히 상당하며, 일부 분야에서는 오히려 경쟁이 심화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국경 분쟁은 양국 관계 진전을 제약하는 가장 핵심적인 변수로 남아 있다. 또한 중국이 '전천후 우방(all-weather friend)'으로 지칭하는 파키스탄이 인도와 재차 무력충돌을 빚었다는 사실도 인도-중국 관계 개선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2025년 5월의 무력충돌이 시사하듯, 인도-파키스탄 간 긴장이 고조될수록 인도-중국 관계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 해군의 인도양 내 존재감 확대에 따른 해양 전략경쟁의 심화 역시 양국 관계의 불안정 요인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양국 국민 간 상호 불신과 비호감이 뿌리 깊게 형성되어 있는 데다, 중국이 극히 민감하게 인식하는 달라이 라마 문제도 언제든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발(發) 불확실성과 미-인도 관계 악화는 인도로 하여금 기존 외교전략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사례는 브릭스(BRICS)·상하이협력기구(SCO)의 공동 회원국이자 다극체제를 함께 추구하는 중국과의 관계가 인도 외교의 주요 변수로 부상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의 불확실한 국제환경 속에서 다중동맹(multialignment) 전략의 추진은 실용적 선택으로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며, 인도는 이 분야에서 상당한 외교적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다만 다중동맹 전략은 관계 유지에 막대한 노력과 정교한 외교적 기술을 요하며 그에 따른 위험 부담도 적지 않은 만큼, 인도 외교가 앞으로도 상당한 난관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키스탄은 2025년 한 해 동안 괄목할 만한 외교적 성과를 거두었으나, 이러한 성과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미국과 파키스탄의 관계 강화에 대해 중국이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며, 특히 미국이 파키스탄이 제안한 발루치스탄(Balochistan) 지역의 희토류 등 광물자원 개발에 참여할 경우 중국과의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인도와의 관계를 어떠한 방식으로든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과제 역시 파키스탄에 쉽지 않은 외교적 부담으로 남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방위조약 체결은 파키스탄이 중동 분쟁에 연루될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이란이 사우디를 포함한 걸프 지역 국가들의 주요 인프라를 공격하면서 파키스탄은 전통적 우방인 이란과 새로운 동맹국인 사우디 사이에서 외교적으로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다만 파키스탄은 이란과 미국 양측 지도부와 동시에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이러한 위기를 양국 간 휴전 중재의 기회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6년에는 이란 전쟁의 향방,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여부, 대만해협의 급변사태 발생 가능성, 미국 국내정치의 변화 등 강대국 간 이해관계를 둘러싼 다양한 변수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 가운데 이란 전쟁의 조속한 종식은 인도와 파키스탄 모두가 절실히 바라는 사안으로 보인다. 양국 모두 중동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걸프 지역에서 일하는 수천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인도·파키스탄 출신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이들의 송금이 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이러한 복합적 불확실성과 급격한 정세 변화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외교적 통로를 모색하며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노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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