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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잇는다, 세상을 잇는다, 대경산업

베트남 KOTRA 2017/05/12

다리를 잇는다, 세상을 잇는다, 대경산업

- 교량 받침 전문업체의 세상을 연결하는 법 -

 

 

 

□ 다리 보는 남자

 

“이봐요, 위험해요~ 다리에서 뭐하는 겁니까?”

 

다리를 지날 때면 나는 꼭 이런 걱정과 질책을 듣는다. 교량을 보면, 차에서 내려 다리가 튼튼한지 걸어보고 한적한 곳에서는 다리 밑으로 내려가 교량 받침 상태를 확인하기 때문이다. 이런 나에게 사람들은 ‘직업이 교량 안전 점검원이냐’고 묻는다. 그럴 때마다 우리 회사를 자랑스럽게 소개한다.

 

“저는 교량 받침 전문업체 ‘대경산업’의 대표, 최영륜입니다~”

 

 

□ 다리에 눈뜨다

 

나는 자동차 타이어와 소방차량용 호스를 제조하는 회사에서 근무했다. 기술영업팀을 이끌었던 터라 고무제품 생산 방법 파악은 물론이고, 고무제품 사용처 곳곳을 돌아다녔던 나는 교량 작업 현장을 눈여겨보았다. 당시 나는 교량 연결부에 설치해서 온도 변화 등에 따른 신축(伸縮)을 흡수하는 ‘신축이음장치’용 고무를 납품하고 있었는데, 가는 현장마다 독일이나 일본에서 수입한 신축이음을 사용하고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고무 기술만 활용해도

 방수도 잘 되고, 수명도 오래 가는 장치를 만들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그런 제품을 만드는 곳이 없나?’

 

값비싼 수입제품을 볼 때마다 안타까움을 느꼈던 나는 고무제품을 활용한 교량용 이음장치 생산 기업에 대한 꿈을 꾸었고 1982년 ‘대경산업’을 설립했다.

 

□ 교량 부품 국산화가 나라의 경사

 

교량 부품을 국산화하면 국가적으로도 좋은 일이라는 뜻에서 기업명을 ‘대경(大慶)’, ‘큰 경사’로 지은 나는 이때부터 기술 개발에 몰두했다.

 

첨단공학의 집합체인 교량 건설에는 수많은 부품이 사용된다. 이 중 고무 기술이 적용되는 대표적인 부품은 ‘교량 받침’과 ‘신축이음장치’로 두 제품에 집중한 ‘대경산업’은 교량 받침대의 하부판을 고무로 코팅하고 교량이음새의 이음 부위에 2중 구조의 방수커플링 기술을 적용하는 등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하며 교량 부품 국산화에 속도를 냈다.

 

‘대경산업’의 노력은 1990년 뜻깊은 결실을 맺었다. 교량 표면에 강재(鋼滓)가 노출되는 구조인 ‘강재형 이음새’를 개발해 수입 제품들과 비교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값비싼 수입품보다 품질이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 결과를 본 서울시는 1990년대 본격적으로 한강 대다수의 교량을 ‘대경산업’에 의뢰했고, 이때부터 우리 회사는 성장의 길을 걷게 됐다.

 

 

□ 우리 제품 위로 우리 가족이 다닌다

 

사실 차량의 통행을 주목적으로 하는 교량의 ‘신축이음장치’는 반복적으로 차량 하중을 받기 때문에 파손이 가장 많이 되는 부품이다. 그래서 ‘신축이음장치’ 설계에는 내구성, 주행성, 방수성, 시공성, 보수성, 경제성 등 다각적인 시각이 필요해 개발이 쉽지 않다. ‘교량받침’도 안전성, 교량의 회전, 편심 등에 의한 지지 하중의 감소, 내진 성능, 고무패드 이탈, 강판의 부식 문제 등 다양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 때문에 개발 과정 과정이 고비였고, 실패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실패 없이는 성공도 없다’는 마음으로 실패의 경험을 딛고 일어나 한걸음씩 나아갔다. 무엇보다 ‘우리가 만든 부품으로 다리가 완성되면, 그 다리 위로 우리 가족이 다니는데, 튼튼한 다리를 만들려면 우리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각오를 다졌다.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도 계속됐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우리 기업은 매출이 최대 30% 신장했지만 수익은 고스란히 신제품 개발에 투입됐다.  살림살이에 빨간불이 켜진 적자상황까지 갔지만 그 순간에도 기술 개발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대경산업’은 2006년 교량 받침에 대한 KS표시를 인정받았고 2009년에는 국내 최초로 신축이음장치 성능 인증서를 획득했다.

 

우리 회사의 주 생산품목인 E.R.B(Earthquake Resistance rubber Bearing(내진탄성받침))도 국내 교량 공사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일체형 내진 탄성받침’으로 자리매김하며 2013년, 조달 우수제품으로 선정됐다.

 

□ 베트남으로

 

국내 교량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대경산업’이 수출을 시작한 것은 2005년이었다. 중국으로 납품하며 수출길을 열었지만 이 무렵 중국은 품질보다는 가격이 중요한 시장이었다. 하지만 나는 가격으로 승부하기보다는 우리 제품의 품질을 인정해주는 곳에서 다리를 만들고 싶었다. 여러 시장을 조사해 본 결과, 조금 비싸더라도 좋은 품질의 제품을 선호하는 동남아시아라면 우리 회사가 품질과 가격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마침 ‘대경산업’은 2009년 한국 시공사의 베트남 교량 프로젝트 입찰을 계기로 베트남에 진출할 수 있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신도시, 고속도로, 철도, 발전소 등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사업 붐이 불기 시작한 베트남은 매력적인 시장이었다. 베트남은 앞으로 수많은 다리를 건설할 텐데, 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면 베트남 경제개발의 젖줄을 우리 손으로 연결하는 긍지와 성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를 위해 대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베트남에 진출했지만 현지 에이전트의 지원은 기대만큼 원활하지 않았다. 베트남 현지에서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고, 시공사에 대한 판단도 정확하게 해줄 곳이 필요했던 나는 2012년 KOTRA 하노이무역관에 지사화사업을 신청했다.

 

□ KOTRA 지사화사업은 수출의 연결고리

 

해외 기업은 베트남 공사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 베트남 진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고, 양질의 베트남 시공사를 소개 받고 싶어 하는 나에게 KOTRA 하노이무역관은 하노이 출장을 권유했다.

 

“최영륜 대표님,

 베트남은 만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입니다.

 우리나라처럼 정이 많아서 손님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이죠.

 특히 베트남 기관장들은 직원들이나 마을 사람들이

 자신의 집에 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집을 방문하는 것은 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는다는 뜻이니까요.

 베트남은 관계에 많은 의미를 두는 곳이니까

 직접 오셔서 바이어를 만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베트남 문화까지 파악한 세심한 조언에 나는 당장 베트남으로 갔다. 방문을 기다리고 있었던 하노이 무역관은 ‘대경산업’에 도움이 될 만한 교량 관련 주요 국영 시공사와 설계업체 등 현지 바이어를 소개했다. 또 바이어 미팅이 잡히면 나와 동행해서 인사부터, 통역, 시장 현황에 대한 의견 취합까지, 세세하게 도와주며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했다.

 

여러 바이어들을 만난 결과, 베트남은 교량부품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그에 따라 무역업체의 전문성, 정부기관과의 관계가 입찰의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알게 됐다. 그런데 우리 회사가 어떤 곳인가? 다리를 잇는 곳이 아닌가? 최선을 다해서 다리를 이어왔듯, 진심으로 베트남 시장에 다가가면 마음과 마음이 연결돼서 수출길도 열릴 것이라 믿었다.

 

□ 마음을 연결하다

 

이때부터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베트남을 방문해 바이어를 만났다.

 

“하노이에 온 김에 찾아왔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죠?”

“최 대표, 자주 만나니 더 반갑네요.

 그런데 요즘 공사 진척이 없어서 고민입니다.”

“문제라도 있습니까?”

“교량 받침을 교체했는데, 이게 자꾸 들뜨면서 통행을 방해하네요~”

 

우리 회사 공사는 아니지만, 바이어가 고민하면 기술 자문을 해주고, 베트남과 한국의 교량 분야 협력을 활용하는 방안도 알려주며 만남을 이어갔다. 하노이 무역관도 바이어들과 지속적으로 만나고, 우리 회사를 대신해서 제품 관련 면담을 진행하는 등 관계를 발전시켜 나갔다. 이러한 정성은 수출의 징검다리가 됐다. 2013년 베트남 국영 시공사에 12만6474달러 규모의 제품을 공급하고 이듬해에는 12만7153달러 규모의 2차 수출을 했다. 베트남에서 가장 전문성있고 규모가 큰 Vinh Hung사도 2014년 거래의 문호를 열었다.

 

지난 2년간 “Xin chào~” 베트남어로 반갑게 인사를 하며 방문을 해도, 우리가 개발한 기술로 도움을 줘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던 Vinh Hung사가 2014년 8월, 갑자기 엄청난 양의 프로젝트 정보를 보내오며 계약을 맺었다. 그해 1차 수출(3만5456달러)을 기점으로 2015년 20여 개 가량의 크고 작은 프로젝트 계약을 진행한 Vinh Hung사는 ‘대경산업’의 좋은 친구로 앞으로도 많은 사업을 함께 할 계획이다.

 

□ 황금 제국을 잇는 다리를 만들자

 

베트남에서 신뢰를 얻고 있는 ‘대경산업’은 ‘신비한 황금의 나라’로 알려진 ‘브루나이’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석유 부국인 ‘브루나이’는 풍요로운 경제를 기반으로 SOC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대경산업’은 ‘브루나이 템부롱 해상특수교량 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에 입찰하며 황금의 땅에 첫발을 내딛는 날을 고대하고 있다.

 

‘브루나이’의 관문이 언제 열릴지는 모른다.

내일이 될 수도 있고, 내년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

그날이 올 때까지 ‘브루나이’를 향한 다리를 만들고 있으면,

그 다리가 ‘브루나이’로,

더 큰 세상으로 나가는 연결 통로가 될 것이다.

 

 

#출처: 지사화 우수 사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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