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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관 르포] 모디 정권 4년과 75년 만의 New India Movement

인도ㆍ남아시아 일반 KOTRA 2017/08/25

2017-08-25 임성식 인도 뉴델리무역관




임성식 KOTRA 뉴델리 무역관 과장


지난 8월 15일 화요일, 모디 총리는 인도 뉴델리의 붉은 요새에서 광복절 기념 연설을 했다. 인도에서는 매년 독립기념일에 붉은 요새의 남쪽 정문에서 총리가 연설하는 것이 관례이다. 이때 총리는 자신의 철학과 비전, 현 정부의 정책과 성과, 향후 계획을 발표하기 때문에 당해 총리가 무슨 말을 할 것인지가 항상 주목된다.


71주년 독립기념일 기념식에서의 모디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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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원: 현지 언론사 the Indian Express


2017년 독립기념일 기념사에서 모디가 던진 화두는 'New India by 2022'였다. 인도가 지니고 있던 오래된 것, 낡은 것을 대체해 새로운 인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2014년 총 선거를 통해 추대된 현 정부의 최대 목표는 2019년 총선거 승리를 통한 재집권이다. 이쯤에서 취임 이후 모디 총리의 행보와 보다 넓은 역사적 맥락에서 New India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모디 정권의 지난 4년


모디 총리의 취임 이후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 그의 국정철학과 비전을 말해왔다. 취임한 해였던 2014년에는 'Make in India'의 슬로건을 전면으로 내세우고 세계 제조공장으로서의 인도의 비전과 적극적인 외국인 투자유치를 강조했으며, 2015년에는 'Clean India', 'Digital India'와 같이 Make in India의 큰 그림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할 정책목표와 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작년 초의 중앙정부 예산안을 통해 'Reform, Perform, Transform India'라는 화두를 던지며 인도 정치·경제·사회의 대대적인 전환을 피력했고, 주요 과제였던 통합간접세 제도 도입을 위한 헌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이어진 독립기념일 연설에서는 지난 3년간 정부가 거둔 성과를 나열하며 취임 이후 전개해온 다양한 개혁정책들이 실질적인 성과로 피어나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후, 2016년 말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은 임기의 반환점을 돈 상태였던 모디에게 정치적 시험대이자 위기와 극복, 성공의 시기였다. 11월 기습적으로 발표된 전격적인 고액권 화폐통용 금지조치는 지도층은 물론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반발을 불러왔으며, 2016년 7%대 성장목표 달성이 불가능해짐과 동시에 정치적 반대세력에게 현 정부를 비난하는 구실이 됐다. 인도의 성장을 갉아먹어 왔던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기 위함이라는 선전이 지속됐지만, 화폐통용 금지조치는 차년도 3월로 예정돼 있었던 우타르 프라데시의 지방선거에 대한 전망을 안개 속에 빠뜨렸다.


(좌) 현금을 인출하기 위해 줄 서 있는 사람들, (우) 불에 타는 모디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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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원: 현지 언론사 Livemint 및 indiaexpress


사실 3월 지방선거는 2019년 총선거와 긴밀히 잇닿아 있었다. 우타르 프라데시는 '인도 정치 1번지'로 불리는 곳으로 유권자만 무려 1억6000만 명에 이르는 인도 최대의 주이다. 현 정권인 BJP당(인도국민당)은 과거 우타르 프라데시에서 집권한 사례가 없었으며, 최대의 정치적 라이벌인 INC당(국민회의당)의 핵심세력 네루 집안이 대대로 물려받던 선거구가 있던 곳이다. 2015년 말 인구 1억 명에 이르는 비하르 주의 총선거에서 패배한 상황에서 사실상 임기의 반환점에 서있는 현 정권에 대한 재신임을 묻는 '중간선거'의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은 압승을 거둔다. 총 의석 403석 중 313석을 석권하며, 의석수는 기존 47석에서 무려 266석으로 늘린 것이다. 내외신은 일제히 '압도적인(Landslide)', '모디의 거센 바람(Modi Wave)'과 같은 형용구를 내세우며 집권여당의 대승을 타전했다. 선거 참패를 인정한 INC당 당수인 라훌 간디의 축하 트윗에 모디는 "감사하다. 민주주의 만세"라는 리트윗을 남겼다.


75년 만의 Quit India Movement


정치적 승리는 모디가 New India를 주장하는 커다란 기반이 됐다. 새로운 인도를 하필이면 '2022년'까지 만들어 보이겠다는 부분이 재미있는 부분인데, 이를 뒤집으면 새로운 인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2019년 총선거에서 모디와 현 집권여당을 찍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새로운 인도란 무엇인가?


독립기념일 축사 이전에 모디 총리는 'Quit India' 선언 75주기를 대대적으로 기념하는 행보를 보인다. 'Quit India'란 1942년 8월 8일 인도 건국의 아버지인 마하트마 간디가 주창한 것으로, 인도가 영국의 식민 자치령이 아닌 독자국가로서의 Satyagraha(사티야그하라, 독립)를 지향한다는 의미이다. 인도의 영국에 대한 저항은 오래 전부터 시작됐지만, 자치령 수준이 아닌 독립국가로서 영국의 지배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자신들의 안방에서 영국인들을 '나가라'라고 공식적으로 천명한 것은 이때가 시작이다. 


8월 8일 모디는 75년의 선조가 그랬던 것처럼 진정한, 새로운 인도의 탄생을 막아서는 다섯 가지 장애물(한국식으로는 '적폐')에서 인도를 자유롭게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가난(Poverty), 부정부패(Corruption), 테러리즘(Terrorism), 분파주의(Communalism), 카스트(Casteism)가 그것이다. Quit India를 통해 서구의 지배자를 몰아내고 주권을 찾은 선조들의 정신을 계승하는 동시에, Quit India를 통해서도 달성하지 못한 '2% 부족한 것'을 달성하겠다는 의지의 피력인 것이다.


사실 모디의 이러한 주장이 갑작스레 나온 것은 아니다. 취임과 동시에 부정부패 척결을 통한 친기업 환경조성을 강조했으며, 하루 아침의 고액권 통용금지를 통해 검은 돈을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 보인 바 있다. '000 India'로 시작하는 캐치프레이즈도 상투적일 만큼 자주 동원됐던 수사이다. 다만, 굳이 독립(독립선언을 통한 상징적인 의미로서의) 이후의 75년사를 들먹이며 다소 거창한 새로운 인도 건설을 주장한 맥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숨겨진 부와 노동력의 발견, New India Movement


탄탄한 정치적 기반을 바탕으로 모디 총리와 내각은 본래 4월 초였던 도입계획이 어려워 보였던 통합간접세 제도의 도입을 7월 1일로 확정한다. 이어서 5월 아다하르(Aadhaar)와 빔(BHIM)의 연동 플랫폼의 런칭을 전격 발표한다. '아다하르'는 인도의 주민등록이며, '빔'은 인도 정부가 구축한 전자결재 시스템을 말한다. 본래 '아다하르'는 전 정권에서 도입된 주민등록제도로 공신력 있는 신분증명제도가 없어 국민이 통제가 안 되는 인도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다만 대리등록, 가짜 등록증의 제작, 등록 기피 등으로 인해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된 상태였다.


지방선거 승리 이후, 이들 두 제도의 도입의 의미를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흔히 인도를 거대한 코끼리에 비유하며 이 코끼리가 과연 언제부터 뛰기 시작할까 많은 사람들이 전망을 내놓곤 한다. 앞으로 인도가 뜰 것이다, 안 뜰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미국 제조업의 부흥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인도가 탈 막차는 중국이 타버렸다는 등 인도의 미래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다만, 이에 선행돼야 할 질문은 독립 이후 비슷한 경제구조(사회주의 혹은 사회주의적 경제체제)와 비슷한 개방 시기와 조건(1990년대 초, 남아도는 노동인구)이라는 조건을 가졌음에도 왜 중국은 경제적으로 G2를 넘보고 있고 인도는 그렇지 못하냐는 것이다.


가능한 한 가지 가설의 하나는, 인도의 풍부한 '노동력'과 잠재적인 '부'가 제대로 '동원'되지 못해왔다는 것이다. 인도 언론에 따르면 인도에서 소득세(Income Tax)를 내는 사람의 전체 인구에 대한 비중은 1.5%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적용기준이 달라서 나타난 차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한국의 근로소득 면세자 비중이 46.5%(2015년)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없다'에 가까운 인도의 납세자 비율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통합간접세 제도의 간접적인, 동시에 최종적인 의미는 이러한 '숨겨진 부'를 찾아내는 것이다. 인도 전역에서 모든 사업자가 번호를 부여받고 재화와 서비스의 거래를 인도 당국이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이 현금거래와 화폐 비축을 통한 소득을 숨기기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인도 정부의 기습적인 고액권 통용금지 조치는 인도 정부의 의도와 정책 방향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아다하르-빔의 연동 플랫폼 런칭은 숨겨진 '노동력'의 발견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아다하르-빔 플랫폼은 생체정보 기반의 아다하르 정보를 통해 개인 간, 개인-기업 간, 개인-정부 간 전자 결재를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아다하르에 등록된 개인에게 전자결제가 가능한 계좌를 생성하는 것이다. 인도 정부는 플랫폼의 활성화를 통해 먼저 개인의 생체정보와 등록정보를 일치시키는 아다하르 정보의 재확인(Authentication) 작업을 대대적으로 진행했는데, 이를 위해 각종 보조금을 아다하르-빔 계좌를 통해 지급하거나 플랫폼 사용 시 현금을 입금하는 등 적극적인 인센티브 정책을 실시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4월까지 4억4400만 건이었던 재확인 사례는 7월 현재 9억3600만 명에 이르게 됐다. 인도 시골의 지주가 대신 받아가던 '빈민 개똥이'의 정부 보조금을 이제는 개똥이 자신이 지문을 찍어서 전자결재를 하지 않는 이상 손을 댈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로써 인도 정부는 인도 국민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생체정보 인식기반 결재시스템 BHIM-Aadhaar체계와 BHIM 애플리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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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원: upipaments.co.in, bhimappdownload.com


맺음말


'부’와 '사람'을 국가로 귀속시킨 상기 두 가지 사례는 결국 '거버넌스'의 개선이라 볼 수 있다. 1947년 독립 이래 제3세계 국가의 맹주로 불리기도 했지만, 인도를 대표적인 저개발국(Under-Developed)으로 만든 것은 근대국가스럽지 못한 경제사회구조이었던 것이 아닐까. 이러한 맥락에서 모디 총리의 'New India Movement'는 21세기판 'Quit India Movement'인 것이다. 잠자는 사자가 오랜 잠에서 깨어났듯이, 웅크리고 있던 코끼리의 비상을 예상해본다. 

 

 

자료원: KOTRA 뉴델리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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