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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ASEAN), 일본과의 경제 관계 강화되나

동남아시아 일반 The Japan Times 등 2020/05/15

☐ 코로나19가 서플라이 체인에 미친 영향
지난해 말 중국 우한(Wuhan)에서 시작한 신종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글로벌 제조업계 지형 변화를 불러일으킬 태세를 보이고 있다. 발생 초기, 빠른 시일 내 종식될 것처럼 보였던 이 새로운 바이러스는 진원지인 동아시아를 넘어 서방 국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고, 6개월 이상 계속해서 위력을 떨치면서 급기야는 글로벌 팬데믹 현상까지 불러 일으켰다. 코로나19는 의료계와 방역 당국을 시작으로 급기야는 제조업계에도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 이는 많은 인력을 투입하여 실물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제조업체들이 매우 빠르고 강한 전염성을 지닌 코로나19로 인해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했기 때문이다. 세계 곳곳의 대형 제조설비들이 해당 국가 정부의 대규모 집회 금지 명령으로 가동을 멈추었지만, 그 중에서도 제조업계에 가장 큰 여파를 미친 국가는 지난 20여년 간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많은 다국적 기업들의 생산 기지로써 역항을 했던 중국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번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발생지로 중국이 지목된 점 역시 제조업계의 고통이 더욱 커지는 원인이 되었다.

최근 수년 간, 많은 기업과 정부는 IT와 디지털로 대변되는 정보화 산업의 가능성에만 주목한 나머지 제조업이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실제 위상과 중요성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 소프트웨어와 솔루션과 같은 무형 자산의 연구 개발과 원론적인 창의성을 강조하는 사이, 제조 부문에서 일어날 수 있는 리스크를 관리하는데 소흘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신종 코로나19로 인해 세계는 제조활동이 중단되면 글로벌 경제도 심대한 타격을 입으며, 심지어는 국가 안보에도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IT 업계의 대표격인 반도체 설계 기업들의 최신 설계는 실제 칩 생산이 멈추면서 의미가 퇴색되었고. 그동안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해 생활 필수품 생산 설비를 해외로 이전했던 선진국들은 기본적인 방역 물품 수급에 있어서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이에 많은 경제 주체들이 그동안 중국을 생산 활동의 거점으로 삼는 데에서 벗어나, 제조설비 보유 지역을 보다 다각화 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한 움직임은 먼저 기업 차원에서 시작되고 있고, 여기에 각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안정적인 설비 이전을 돕기 위해 정책으로 지원하는 모습이 더해지는 형국이다. 그리고 지난 20여년간 중국을 생산 기지로 삼았던 각 기업과 정부가 다음 행선지로 주목하고 있는 지역이 동남아시아로 일컬어지는 아세안(ASEAN) 국가들이다.

아세안 국가들은 과거 중국이 그러했듯이 아직까지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하여 많은 인력을 채용해야 하는 제조업체의 입장에서는 좋은 조건을 보유한 곳이다. 한편 단일 국가로는 인도가 중국의 뒤를 이을 대형 시장이 될 것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예측하고 있고 인도 역시 인건비가 저렴하다고는 하나, 신분제도가 존재하고 동남아시아 국가들 보다는 문화적으로 폐쇄적인 까닭에 현 시점에서 생산 기지로써 가장 매력적인 곳은 아세안 국가들이라는 평가가 많은 점도 제조업계의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부분이다. 더불어,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외국 자본 유치에 적극적이라는 점 역시 글로벌 기업들이 동남아시아 진출을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 일본, 국가 차원에서 서플라이 체인 이전에 대대적 지원 예정
이러한 생산 설비와 서플라이 체인 이전 움직임에 일본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최근 자국 기업이 생산 설비를 중국에서 다른 지역으로 옮기거나, 혹은 다시 생산 기지를 일본 내로 이전하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형식으로 지원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일본 정부가 기업의 설비 이전에 재정적 지원을 하는 정책 패키지를 실행하는 것은 사상 처음으로,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이 제조업계에 준 충격도 그만큼 크다는 점을 시사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정책 패키지를 발표하면서 일본 기업의 중국 다음 행선지로 아세안 지역을 언급했다.

실제로, 총액 235억 엔(한화 약 2,710억 원)에 이르는 이번 일본 정부의 설비 이전 지원 패키지에는 아세안 국가들이 생산 기지로써 얼마나 적절한지를 평가하는 타당성 연구 용역 비용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지원 패키지 정책을 발표한 일본 경제상업성(Economy, Trade and Industry Ministry) 담당자 역시 지금보다 더 많은 일본 기업이 아세안 국가에 생산 설비 투자를 하면 이들 국가의 인프라와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일본 기업뿐만 아니라 설비를 유치하는 아세안 국가들 역시 고용 창출과 지역 경제 발전 등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일본과 아세안 국가들의 관계 증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취지의 발언도 덧붙였다.

다만, 일본 정부가 기업의 설비 이전을 지원한다고 해서 이것이 일본 기업이 중국에서 완전히 떠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번 정책이 입안된 계기는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중국 내에서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었고, 그러한 고충을 행정 당국에 토로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자동차 제조업계의 생리상, 생산 설비를 주요 타깃 시장 인근에 다수 보유할 수 밖에 없으며 따라서 인건비가 오르고 사회문화적 리스크가 있다고는 하나 대형 시장인 중국에서도 생산 활동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즉, 이번 정책에는 일본 기업들이 제조 시설을 아세안 지역으로도 확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성격도 내제되어 있으며 실제로 일본 경제상업성도 이번 정책을 ‘차이나 플러스 원’이라고 명명하였다. 물론, 지원 패키지 대상 기업에는 자동차 제조사와 같은 기업 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재 생산 업체도 포함되어 있고, 이들 업체는 설비를 중국에서 아세안 지역으로 완전히 이전할 가능성도 있다. 결론적으로, 일본 기업들이 보유한 생산 설비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앞으로 낮아질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정책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일본 행정부의 통합 긴급 예산 중 일부로 2020년 예산에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실제 정책 시행 시기도 가까운 시일 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경제상업성 담당자는 설비 이전 지원 보조금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코로나19가 없었더라도 일본 기업들은 지난 몇 년 간 생산 기반을 아세안 지역으로 넓히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말하면서 아세안 지역으로의 진출은 장기적인 대세 흐름이었고 일본 정부는 이를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다. 또한 그동안 베트남을 비롯한 아세안 국가들이 해외 자본 유치에 적극적이었던 점과 이들 아세안 국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자국 경기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자본 투자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감안 시, 앞으로 아세안 국가들이 일본 자본 유입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 감수 : 장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The Japan Times, Japan to help shift manufacturing to ASEAN from China after virus disrupts supply chains, 2020.05.05. 
Straits Times, Japan looking at Asean as next manufacturing base,  2020.05.05. 
The Mainichi, Japan to help shift output to ASEAN from China after virus disruption, 2020.05.03. 
Nikkei Asian ReviewJapan preps first subsidy to company moving production out of China, 2020.04.21. 
The Asean Post, Japan switching manufacturing to ASEAN , 2020.04.19
bloomberg, VJapan to Fund Firms to Shift Production Out of China, 2020.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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