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말레이시아, 철강 산업 보호 위한 무역 제재 검토

말레이시아 Edge Markets 등 2020/08/06

☐ 말레이시아가 수입 철강에 대한 새로운 반덤핑 조사를 시작함
최근 말레이시아 정부는 베트남 산 냉연 강판(CRC, Cold Rolled Coils)이 덤핑 행위로 말레이시아 철강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불만을 접수했다고 하면서 해당 제품과 관련하여 불공정 행위가 있었는지를 조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 국제통상산업부(MITI, Ministry of International Trade and Industry)는 말레이시아 상계관세 및 반덤핑 관련법에 의거하여 덤핑 행위 여부를 판정할 것이다. 관련법에 따르면 국제통상산업부는 조사 착수일 기준으로 180일 내에 최종 결론을 내야 한다.

이번 조사는 냉연 강판 제조 전문 기업 마이크론 스틸(Mycron Steel Berhad)이 베트남에서 들어오는 냉연 강판 제품 가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서 시작했다. 마이크론 스틸은 최근 베트남 산 냉연 강판의 덤핑 마진이 이전보다 커졌으며, 수입량도 급격히 늘어나 말레이시아 철강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이크론 스틸은 조사 당국이 특별한 반대 증거가 없는 한 마이크론 스틸의 주장을 옳다고 수용하는 일견법(prima facie) 원칙에 따라 냉연 강판 반덤핑 조사를 진행해 줄 것을 요청하였으며, 국제통상산업부 역시 이러한 마이크론 스틸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따라서 이번에 조사 대상이 된 업체가 덤핑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판정을 받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증거를 제시해야만 한다. 한편, 국제통상산업부는 베트남 안에서 생산하는 제품뿐만 아니라 베트남을 거쳐 오는 철강 제품도 반덤핑 조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제통상산업부에 따르면 냉연 합금 강판(Cold Rolled Alloy Coil)과 함께 비 합금 강철(Non Alloy Steel)도 조사 대상에 포함했다고 덧붙였다.

☐ 말레이시아, 철강 산업 보호 정책 지속적으로 시행
말레이시아가 자국 철강 산업 보호를 위해 상계관세 및 반덤핑 관련법을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가장 최근의 반덤핑 제재 사례를 보면 2020년 1월 22일, 국제통상산업부는 터키 및 싱가포르 산 철근 콘크리트 보강용 철근(steel concrete reinforcing bar)에 대하여 덤핑 판정을 내리고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반덤핑 제재 적용에 따른 추가 관세율은 철근 제조사별로 상이해 최저 3.62%에서 최대 20.09%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반덤핑 제재 기간은 5년으로, 효력 발생일인 2020년 1월 22일부터 2025년 1월 21일까지 적용한다. 말레이시아는 반덤핑 제재 대상의 개별적인 덤핑 마진에 따라 추가 관세율을 달리하기는 하지만, 서로 다른 업체라고 하더라도 같은 조사에서 반덤핑 법안 적용 대상으로 결정되면 추가 관세 부과 기간은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한편, 말레이시아는 이번 조사 대상 물품인 냉연 강판과 관련해서도 과거 반덤핑 조사를 진행하고 실제로 추가 관세를 부과한 적이 있다. 지난 2019년에는 5개 냉연 강판 제품에 대하여 중국산, 일본산, 베트남산, 한국산 수입품의 덤핑 여부를 조사했고 결국 2019년 12월부터 5년간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의 경우, 포스코는 추가 관세 제재 대상에서 비켜갔고 나머지 한국산 제품에도 비교적 낮은 3.84%의 관세율을 적용했으나 일본과 중국산 제품에는 26%대의 높은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그리고 베트남산 제품 역시 기업별로 다르기는 하나 한국보다 높은 반덤핑 관세가 붙게 되었다.

또한 말레이시아는 이에 앞선 2015년에도 중국산, 베트남산, 한국산 냉연 강판 7종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진행하여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가 상계관세 및 반덤핑 관련 법안을 가장 빈번히 적용하는 산업 분야가 철강 섹터인데, 심지어 이번 조사는 기존에 이미 반덤핑 제재를 받고 있는 국가의 역시 반덤핑 관세 대상인 제품에 대해 추가로 반덤핑 제재를 할지 여부를 검토하는 건이다.

☐ 말레이시아는 전통적으로 철강 순수입 국가임
말레이시아는 오랜 기간 철강 수출량보다 수입량이 많았다. 미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청(ITA, International Trade Administration)이 매년 발간하는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는 수입량 기준으로 글로벌 15~20위 정도의 철강 순수입 국가이다. 국제무역청의 가장 최근 연례 보고서인 2019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는 2018년에도 790만 톤의 철강을 수입하여 2017년 760만 톤 대비 수입량이 4% 증가했다. 또한 2018년에는 철강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 그로 인해 수입액 상승률은 수입량 증가폭 4%를 크게 상회하는 20%를 기록했다.

그리고 말레이시아 철강 산업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수출입 양 사이의 차이가 계속 벌어지는 현상이 장기간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분기별 철강 수출입 양을 보면 말레이시아는 2009년 이후로 매 분기 꾸준하게 약 50만 톤 정도의 철강을 수출한 반면, 수입량은 2009년 2분기 70만 톤으로 저점을 기록한 이후 매 분기 지속적으로 늘어나 현재는 분기당 약 200만 톤을 전후한 철강을 수입하고 있다.

실제로, 2009~2018년 사이 말레이사의 연간 철강 수입량은 107% 늘어났으나 수출량은 반대로 43% 감소하면서 수출입 격차가 심화되었다. 톤을 기준으로, 2009년 당시 말레이시아의 철강 무역 적자는 94만 4,000만 톤이었는데 2018년에는 620만 톤까지 적자 폭이 커진 것이다. 또한, 2017년 철강 무역 적자는 590만 톤이었고 2018년 적자는 620만 톤으로 2018년 한 해에만 5%의 적자폭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수출입 양 격차가 벌어지는 속도가 둔화될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말레이시아의 철강 무역 적자폭이 계속 심화되는 것은 말레이시아에서 철강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 반면 말레이시아 로컬 철강 업체의 성장은 더디거나 혹은 퇴보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는 현재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노력 중이며 국가 경제에서 중공업과 같은 3차 산업의 비중을 더욱 높이려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말레이시아는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장기 계획을 세워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그리고 도로망 등 각종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자연히 철강 수요는 늘어나거나 혹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말레이시아의 연간 철강 소비량은 2009년 630만 톤이었던 것이 꾸준히 증가해 2016년 1,000만 톤을 넘어섰고 지금은 900~1,000만 톤 사이를 오가고 있다.

그에 반해 말레이시아의 철강 생산량은 오히려 매년 감소 또는 정체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연간 철강 생산량은 지난 2009년 540만 톤이었으며 그 이후 2012년 까지는 500만 톤 이상의 연간 생산량을 달성했다. 하지만 2013년 생산량이 470만 톤으로 감소한 이후 하락세가 빠르게 나타나 이제는 연간 생산량이 300만 톤 대에 머물고 있다. 그리고 심지어 지난 2016년에는 연간 생산량이 280만 톤에 그치면서 300만 톤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처럼 소비량 증가와 생산량 감소 현상이 겹치면서 결과적으로 수입산 제품의 말레이시아 철강 시장 침투율이 상승했다. 지난 2009년 말레이시아가 소비하는 철강 중 약 60% 정도가 수입산 제품이었다면 2016년에는 86.5%가 수입산 철강이었고 지금도 수입산 철강의 점유율이 80% 중반대를 오가고 있다.

☐ 아시아에서 수입 많아
말레이시아가 부족한 철강 공급량을 채우기 위해 가장 많이 문을 두드리는 나라는 중국, 일본, 대만, 한국 등 아시아권 국가이다. 2018년 기준으로 수입량 상위 5개 국가는 순서대로 중국-일본-대만-한국-베트남으로, 총 수입량의 26%가 중국산 제품이었으며 2위 일본이 19%, 대만 12%, 한국 12%, 마지막으로 5위인 베트남이 8%를 차지했다. 그리고 철강 수입량 상위 6~10위 국가도 대부분 터키,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 나라이며,  2018년 인도네시아는 상위 수입량 상위 10개 국가에서 총 수입량의 92% 정도를 조달하였다.

말레이시아의 철강 수입에서 한 가지 더 특기할 만한 점은 최근 베트남산 철강 수입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2018년 기준, 베트남은 말레이시아에 5번째로 철강을 많이 수출한 나라이기도 하지만 같은 해 말레이시아가 베트남으로부터 들여온 철강 수입량은 전년도인 2017년 대비 67% 증가했고 수입액 상승폭은 그보다 더 큰 89%에 달했다. 한편, 베트남 다음으로 수입량과 수입액 증가율이 높았던 국가는 터키로, 말레이시아는 2018년 터키산 철강을 2017년 보다 양으로는 44%, 액수로는 74% 더 많이 수입했다.

말레이시아의 장단기 철강 수출입 추이와 국가별 철강 무역을 보면 말레이시아의 철강 반덤핑 제재와 높은 상관관계가 보인다. 말레이시아는 중국산, 일본산, 한국산, 베트남산, 터키산 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그리고 베트남산 제품에 대해서는 이미 반덤핑 제재를 가한데 이어 추가 관세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하는 등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는데, 이는 최근 베트남산 철강 수입량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말레이시아의 현 경제 발전 수준, 그리고 말레이시아 정부의 경제 개발 계획을 감안 시 당분간 철강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에 비해 말레이시아의 철강 산업은 아직 기반이 약하며 외국산 철강 제품이 계속해서 말레이시아 철강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철강 분야에서만큼은 이전부터 반덤핑 제재를 적극적으로 시행했다. 그리고 말레이시아 로컬 철강업체의 더딘 성장 속도를 볼 때, 앞으로도 자국 철강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반덤핑, 상계관세, 또는 세이프가드 등의 정책을 검토하거나 시행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 감수 : 장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Edge Markets, Govt initiates administrative review of anti-dumping duty on cold-rolled coils from Vietnam, 2020.07.28.
Malay Mail, Govt to initiate anti-dumping investigation into cold rolled coils imports, 2019.04.01.
Steel Orbis, Malaysia starts AD review on alloy and non-alloy CRC imports from Vietnam, 2020.07.30.
The Star, Government initiates administrative review on anti-dumping duty on cold-rolled coils from Vietnam, 2020.07.28.
Borneo Post, Govt to impose anti-dumping duty on cold rolled steel, 2020.07.30.
Vietnam Plus, Vietnamese goods face tough road to foreign markets due to trade remedies, 2020.07.30.
New Straits Times, MITI re-strategises action plan in NAP 2020, 2020.07.22.
Trending Economics, Malaysia Imports of Iron and steel, 2020.08.04.
Malaysia Steel Institute, White Paper on iron and steel sector to be ready by year-end, 2020.07.17.
Malaysian Iron and Steel Industry Federation, Malaysia’s Apparent Steel Consumption On Track to Surpass 12 million MT by 2025, 2019.07.01.
Argus Media, Malaysia imposes duties on Turkish, Singaporean rebar, 2019.09.26.
Malay Mail, Miti imposes anti-dumping duties on steel concrete from Singapore, Turkey, 2020.01.22.
Reuters, Malaysia imposes anti-dumping duties on China, Japan, South Korea and Vietnam steel imports, 2019.12.26.
International Trade Administration, Steel Imports Reports: Malaysia, 2019.06.

[관련 정보]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