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자동차 산업 활성화 위해 관세 인하
베트남 Vietnam News 등 2020/08/13
☐ 베트남이 수입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를 인하했음.
베트남 정부가 최근 수출입품에 대한 관세법을 개정하였다. 이번에 개정한 관세법 가운데 자동차 부문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베트남이 비 아세안(non-ASEAN) 국가에서 수입하는 자동차 부품에 대하여 관세율 0%를 적용하는 품목을 늘렸다는 점이다. 베트남은 관세법을 개정하면서 일반 가솔린 자동차 부품 27종, 전기자동차의 경우에는 30종의 부품을 새롭게 무관세 수입 품목으로 지정했다. 해당 법안은 지난 2020년 6월에 최종 확정 고지하였으며 2020년 7월부터 정식 시행에 들어갔다.
이번에 베트남이 무관세율을 적용하기로 결정한 품목은 주로 베트남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는 제품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관련해서는 외장 전원으로만 작동하는 카오디오 시스템, 차량용 키 체인 등이 포함되었고, 전기자동차 부문에서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및 이를 구성하는 세부 부품 등이 앞으로 수입 관세를 면제받게 된다. 또한 볼트, 너트, 리벳, 잠금 장치 등 별도의 단독 수입 품목으로 지정하기 어려운 부속품을 제외한 차량용 외장재도 관세 인하 대상이 되었다. 다만, 베트남은 조이기나 부착같이 단순 조립 행위(simple assembling)로 완성 가능한 제품은 관세 면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즉, 이번에 개정한 자동차 관련 관세법은 일정한 제조 공정(manufacturing process)을 통해 생산하는 자동차 부품에 대해 무관세 적용 범위를 늘린 것이며, 따라서 자동차 제조사가 무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베트남 정부의 요구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한편, 베트남은 2017년부터 수입 자동차 부품의 경우 해당 부품을 이용하여 일정 기준 이상의 자동차를 생산해야 수입한 품목에 대하여 관세를 면제해 주는 정책을 시행했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는 이번 관세법 개정을 통해 의무 생산량 조항을 없앴다.
☐ 자동차 제조사, 베트남 생산 확대 계획.
베트남이 수입 부품 관세를 인하하자 베트남에 진출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연이어 베트남 공장의 생산 비중을 늘린다고 발표했다. 이는 수입 부품 가격 하락으로 완성차 제조 단가가 하락하여 베트남 내에서 만드는 완성차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중 부품을 베트남 내에서 수급하는 비율은 약 7~10% 정도로,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생산 차량 부품의 55~60%가량을 국산으로 조달하는 것과 비교할 때 현저히 낮은 상태이다. 이는 베트남의 자동차 판매량이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와 비교할 때 적기 때문으로, 완성차 제조사 입장에서는 시장이 크지 않은 베트남을 위해 부품까지 베트남 내에서 생산하여 공급받는 서플라이 체인 네트워크를 구성하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베트남은 주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인구 규모 대비 자동차 판매량이 적은 편이다. 베트남의 인구는 9,600만 명가량인데, 1억 1,000만 명으로 인구 규모가 베트남과 가장 비슷한 필리핀의 연간 자동차 판매량과 비교하면 베트남의 판매량은 2/3 미만에 불과하다. 또한 인구 2억 7,000만 명인 인도네시아의 연간 자동차 판매량은 물론이고, 인구 7,000만 명으로 베트남보다 인구가 적은 태국에도 연간 판매량에서 크게 뒤처져 있다. 이와 같은 베트남 자동차 시장이 특성으로 인해 베트남에 진출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는 베트남 생산 물량을 위한 부품을 주로 수입으로 조달하였다. 그리고 이는 베트남에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생겨나기 힘든 환경이 조성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편, 베트남은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높은 수입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사용했다. 하지만 몇 년 전 아세안 회원국 사이에 완성차 수입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면서 관세 장벽은 비 아세안 국가에만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되어 버렸다. 여기에, 관세 철폐는 완성차에만 적용되어 아세안 국가에서 수입하는 완성차의 관세율은 0%인데 비해 부품에는 관세가 계속 부과되었다. 이로 인해 일부 차량의 경우 같은 제조사의 동일 모델이라고 하더라도 베트남 내에서 생산하는 차량이 완성차를 수입하는 것보다 가격이 비싸지는 가격 역전 현상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실제로, 얼마 전 혼다(Honda) 자동차는 인기 모델인 CR-V 차량을 베트남에서 생산했을 때와 수입했을 때의 원가를 비교하는 자료를 공개했는데, 베트남 생산 차량의 원가가 2%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혼다 자동차 외에도 많은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가 베트남 국민에게 판매하기 위한 베트남 수요 물량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완성하여 수입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고 계속 지적했다. 이러한 베트남 자동차 산업의 특성 때문에 지난 2018년, 아세안 국가 사이에 완성차 수출입 관세가 완전히 철폐될 당시 태국과 인도네시아가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시장은 전망했고 이 같은 예측은 현실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에 베트남 정부가 수입 자동차 부품의 관세를 낮추면서 베트남에서 자동차 생산량을 늘리려는 기업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혼다 자동차는 지금까지 CR-V를 베트남에서 판매하기 위해 태국에서 생산하여 수입했으나, 최신형 CR-V부터는 베트남 현지에서 직접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미쓰비시(Mitsubishi) 자동차도 역시 베트남에서 인기 있는 X팬더 모델을 더 이상 인도네시아에서 수입하지 않고 베트남에서 제조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며 영국 MG 자동차 또한 일부 모델을 베트남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베트남 정부가 수입 자동차 부품의 관세를 낮춘 것은 우선적으로 베트남에서 완성차 제조 부문을 더욱더 육성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베트남은 최근 유일한 로컬 자동차 기업인 빈패스트(VinFast)가 2019년부터 자체 브랜드 차량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빈패스트 역시 다른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와 마찬가지로 세계 각지에서 부품을 수입해서 차량을 제작해야 하며, 그러므로 이번 관세법 개정의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베트남 정부는 완성차 제조 부문을 먼저 육성하면 장기적으로 베트남에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려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고, 이는 장기적으로 베트남 자동차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현 시점에서는 아직 베트남의 자동차 부품 산업은 걸음마 단계이며 따라서 당분간 해외 자동차 부품 생산 기업이 베트남 시장에서 상당한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감수 : 장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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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N Express, Auto companies seek to expand Vietnam production, 2020.01.19.
Asia Perspective, Vietnam’s Growing Automobile Industry brings Opportunities to Investors, 2020.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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