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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농수산업 육성 의지 강화

필리핀 Manila Times 등 2020/08/27

☐ 농수산업, GDP 기여도 감소했으나 무시할 수 없어
필리핀 통계청(Philippine Statistics Authority) 발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필리핀 GDP는 약 3,768억 달러(한화 약 450조 3,450억 원)로 아세안(ASEAN) 국가 가운데 1위 인도네시아와 2위 태국의 뒤를 이은 3위였다. 필리핀 정부는 GDP 구성 부문을 크게 서비스, 제조, 농수산업으로 나누고 있는데 2019년 기준으로 서비스 부문이 약 60%의 GDP를 창출했고 제조 부문이 30.7%, 그리고 농수산업이 9.7%를 담당했다. 필리핀의 GDP 구성 추이를 보면 농수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감소했다. 1980년대 농수산업은 필리핀 전체 GDP의 30% 정도를 만들어 냈으나 2009년 GDP 기여도는 그 절반 수준인 15%까지 떨어졌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감소 추세가 계속되어 2018년 10% 대가 무너졌고 지난해에도 전체 GDP 대비 농수산 부문의 비율 하락세가 지속되었다. 이는 그동안 필리핀 정부가 제조업과 서비스업 성장 중심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필리핀 전체 GDP에서 농수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계속 낮아졌다고 해서 필리핀 노동 시장에서 농수산업의 중요도가 약화된 것은 아니다. 2019년 기준으로 필리핀 전체 노동 인구 중 농수산업에 종사하는 비율은 25%로 제조업 종사자 비율인 18.4%를 크게 앞서고 있다. 필리핀에서 가장 많은 GDP를 생산하는 서비스업 종사자 비율이 56.6%이므로 농수산업 노동 인구는 서비스업 인구의 절반 가까이 되며, 따라서 노동 창출 측면에서 농수산업은 여전히 필리핀 국민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농수산업은 아직까지도 필리핀 수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2019년 필리핀의 주요 수출품 중 수출액 기준으로 과일과 견과류를 중심으로 한 농산품은 전자 제품과 기계류의 뒤를 이은 3위를 차지했다. 필리핀의 산업 구조가 과거 1차 산업에서 이제는 서비스업 중심으로 재편되었다고는 하나, 필리핀의 서비스업은 주로 금융과 로컬 리테일 등 서비스 부문 중에서도 내수 지향적 성향이 강한 분야에 국한되어 있으며 따라서 서비스 부문이 필리핀의 수출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는 매우 제한적이다. 또한 필리핀의 제조업은 주로 해외 글로벌 기업의 조립 공장의 역할을 하는 데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자생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필리핀의 자체 역량 측면에서 볼 때 농수산업은 필리핀의 국제 교역에서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 농수산업 부문이 해결해야 할 문제
농수산업이 필리핀 실물 경제와 국민들의 일상생활, 국제 교역에서 아직까지도 큰 역할을 하고 있으나, 경제 전문가들은 필리핀 농수산업의 생산성이 낮다는 점을 계속해서 문제로 지적했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데이터에서 알 수 있듯이 농수산업 종사자 수가 제조업 종사자보다 많으나 필리핀 총 GDP 기여도는 1/3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농수산업 부문의 낮은 생산성은 필리핀 국민 소득에도 부정적인 여파를 미치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필리핀의 국가 총 GDP는 아세안 회원국 가운데 3위에 해당하지만 이는 필리핀의 총 인구가 1억 1,000만 명으로 아세안 국가 중 두 번째로 많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세안 회원국의 경제력을 총 GDP가 아닌 1인당 GDP로 순위를 선정하면 필리핀의 1인당 연간 GDP는 2019년 기준으로 약 9,300달러(한화 약 1,105만 원) 정도로, 하위권인 6위에 그친다.

또한, 아시아 개발은행(ADB, Asean Development Bank)에 따르면 필리핀의 빈곤율은 2018년 기준 16.6%로, 라오스와 미얀마에 이어 빈곤율이 세 번째로 높은 나라로 집계되었다. 다른 아세안 회원국이 대체로 빈곤율이 10% 미만인 점을 감안 시, 필리핀은 인접 국가 가운데서도 빈곤 계층에 해당하는 인구가 많은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필리핀의 상대적으로 낮은 1인당 GDP와 높은 빈곤 계층 비율은 전체 노동 인구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농수산업 부문의 낮은 생산성이 소득에 반영된 결과이다.

필리핀 농수산업계의 생산성이 낮은 주된 이유는 개별 농가와 어민이 매우 영세하고, 이러한 영세 농어민이 필리핀 농수산업계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증거로, 필리핀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필리핀 농가 1가구당 경작지 면적은 평균 1헥타르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수산업이 필리핀 전체 GDP의 30% 이상을 창출했던 1980년대 농가 1가구당 평균 경작 면적이 3헥타르 이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 평균 경작지는 그 1/3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로, 총 556만 가구에 이르는 필리핀 농가 중 경작지가 1헥타르 미만인 가구는 57%에 달하며 1~3헥타르 사이의 경작지를 보유한 농가 비율도 32%에 달한다. 즉, 전체 필리핀 농가의 90% 가까이가 40년 전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규모의 토지에서 생산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는 그동안 필리핀 농가가 크게 영세화된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러한 경향은 수산업도 마찬가지로 필리핀 어민 대부분이 소형 선박으로 근해에서 조업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근해 조업 중심으로 제한적인 영역에서만 몰려 조업 활동을 하는 것은 수산자원 보존에도 악영향을 주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수산업계의 생산성에 부정적인 여파를 미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 농수산업 부흥 계획, 이에 힘을 더한 코로나19.
필리핀 농수산업계의 생산성이 매우 낮고, 이것이 영세화 및 파편화된 농가와 어민 때문이라는 사실은 필리핀 정부도 알고 있다. 그동안 농수산업 육성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필리핀 정부는 농수산업의 GDP 기여율이 10% 미만으로 처음 떨어졌던 지난 2018년, 농수산업 성장을 위해 ‘새로운 방식(new thinking)’을 도입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다시 농수산업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정부가 언급한 새로운 방식 중 하나가 농가 혹은 어민 가구를 집단화 및 조직화하여 커뮤니티를 형성, 규모의 경제를 창출하는 것이다. 필리핀 정부는 이를 위해 F2C2(Farm and Fisheries Clustering and Consolidation) 정책을 구상했으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행을 잠시 미루었다가 최근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필리핀 정부는 F2C2 정책으로 농촌 혹은 어촌을 보다 큰 단위로 구분하게 되면 정부의 지원책도 지금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지역 농가와 어민도 그룹 단위로 금융을 이용할 수 있어 자금 조달이 더욱더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통해 지역 개발을 위한 투자 자본 확보가 용이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필리핀 정부는 농수산업계에도 최신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려 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최근 고등교육위원회(CHEd, Commission on Higher Education)에 농업 기술을 연구하고 농가에 이를 교육하는 필리핀 농업 기술 패널(TPA, Technical Panel for Agriculture)을 완전히 교체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고등교육위원회는 대학교수와 실무 경험이 풍부한 아세안 농업 기술 연구소 재직자 등 전문가 그룹을 재편성했다. 필리핀 정부는 농법 현대화를 통해 동일 면적 당 생산량을 늘리는 한편, 농수산품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식품 안전도 국제 기준에 부합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처럼 필리핀 정부는 지난해부터 빈곤율 하락과 1인당 국민소득 증대, 그리고 빈부 격차 감소를 위해 농수산 부문에 투자를 다시 늘리고 있다. 그리고 올해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식량 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되었고 이에 식량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정책 기조가 보다 강화되었다. 또한 필리핀 정부는 최근 농수산업을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핵심 국가 산업 중 하나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점을 감안 시, 필리핀 정부의 농수산업 육성 정책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감수 : 장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Manila Times, Agri panel reconstituted to reduce poverty, boost growth, 2020.08.19.
Manila Bulletin, Gov’t reconstitutes tech panel for agriculture amid COVID-19 pandemic, 2020.08.19.
Manila Times, CHEd picks Searca head for HEIs agri curriculum reforms, 2020.08.20.
Business World, Farm, fisheries ‘clustering’ to be required for some DA aid, 2020.08.12.
Market Screener, DA kickstarts farm consolidation, clustering program, 2020.08.11.
Manila Times, DA kicks off farm clustering, consolidation program, 2020.08.13.
Investopedia, Emerging Markets: Analyzing the Philippines's GDP, 2020.05.04.
Nordea, The economic context of the Philippines, 2020.07.
Trading Economics, Philippines GDP, 2020.08.26.
Xinhua.net, Philippines' GDP growth rate drops 16.5 pct Q2 2020, lowest since 1981, 2020.08.06.
Philippine Statistics Authority, GDP growth rate drops by 16.5 percent in the second quarter of 2020; the lowest starting 1981 series, 2020.08.06.
Reuters, Philippines Q2 agricultural output grows 0.5% y/y, 2020.08.04.
Oxford Business Group, Development plans seek to boost Philippine agriculture and fishery exports, 2019.
Statista, Agriculture industry in the Philippines, 2020.07.19.
Philippine Statistics Authority, Performance of Philippine Agriculture, 2020.08.26.
Business Mirror, Modern agriculture key to easing poverty, 2019.10.01.
World Top Exports, Philippines Top 10 Exports, 2020.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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