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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보건의료 환경의 특성과 우리 기업의 진출방안

미얀마 KOTRA 2022/08/04

- 현지 전문가가 전하는 미얀마 의료환경의 특성과 한계
- 수출과 인력교류를 동시에 고려하는 종합진출전략으로 돌파구 마련 필요


보건의료 수요의 급증과 정체
미얀마는 2010년대 초반까지도 보건의료 분야의 불모지로 남아 있었다. 국가의 전반적 의료 수준을 보여주는 평균기대수명은 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 중에서도 최하위권에 머물렀으며 병상과 의료인력 수 역시 매우 낮은 수치를 보여왔다. 세계은행(World Bank)이 집계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의료비 지출 규모는 약 2% 정도로 정체돼 있었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1970년대 초중반 지출비율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1년부터 대외개방과 경제개발이 본격화되며 미얀마의 보건의료 환경도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우선 미얀마 정부가 공공지출을 대폭 확대하며 보건의료 환경 개선에 앞장섰다. 실제로 유럽상공회의소(Eurocham)는 미얀마 정부의 공공의료 지출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약 8.5% 늘어났다고 평가했으며, 특히 2017년의 보건의료 분야 공공지출은 7억4,100만 달러로 국가 예산의 6% 가량을 차지한 바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물론 이 시기 건강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지며 민간 지출도 함께 늘어나기 시작했다. 덕분에 2% 수준을 맴돌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의료비 지출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해 2015년에는 무려 5.48%를 기록하기도 했다.




경상의료비 지출비율은 2015년 정점을 기록한 이후 다소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1년부터 2015년 사이 4년간 지출 규모가 급격히 늘어난 다음 마치 제한선을 만난 것처럼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와 같은 현상은 미얀마 경제가 코로나19와 국가 비상사태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2021년보다 훨씬 앞서 일어났다. 경기 위축과 소득감소가 보건의료 시장 정체의 주된 원인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결국 미얀마 보건의료 산업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장진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경제상황뿐만 아니라 의료환경까지 고려한 입체적 분석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미얀마 의료산업의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인 민간병원협회(Myanmar Private Hospitals’ Association)의 틴뻐(Dr. Htin Paw) 회장도 현지 의료환경의 특성과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며 우리 기업들이 헬스케어 시장진출을 위해 미얀마의 경제 여건 외에 고민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자문했다.

미얀마 의료 환경의 문제점 ①: 낙후된 병원 시스템
틴뻐(Htin Paw) 회장은 먼저 병원 시스템의 문제를 언급했다. 우선 미얀마 보건부(Ministry of Health)가 발표한 국영병원의 수는 2020년 기준 1,168개로 이중 전문병원이 33개, 종합병원은 1,135개인 기형적 구조를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종합병원’은 우리나라의 대형병원과는 다른 개념임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종합병원’은 복수의 진료과를 갖춘 복합 의료시설을 의미하는 것으로 최고 수준의 의료진은 물론 최신 의료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병원이다. 반면 미얀마의 종합병원은 단순히 모든 종류의 질병을 다루는 의료기관을 의미한다. 심지어 진료과 조차 구분되어 있지 않아 단일 병동에서 한꺼번에 여러가지 진료를 수행한다. 같은 의사가 안과 진료를 위해 내원한 환자와 산부인과 진료를 위해 내원한 환자를 모두 담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경제수도 양곤(Yangon)과 제2도시인 만달레이(Mandalay)에 소재하는 종합병원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병동이 구분돼 있고 전문의들이 분야별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이 두 도시를 제외한 지역의 모든 종합병원들이 ‘단순한 종합진료 시설’이라는 점이다. 물론 국영병원이기 때문에 고가의 의약품에만 추가 비용을 청구할 뿐 그 외에는 매우 저렴하게 진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틴뻐 회장은 이런 국영병원들의 시설과 장비가 모두 심각하게 낙후돼 있어 제대로 된 치료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하며, 이런 이유로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있는 사람들은 민간병원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틴뻐 회장은 그러나 민간병원을 통한 의료서비스 제공 역시 아직 충분한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는 미얀마 정부가 상당히 오랫동안 민간의 병원운영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1995년 단일 진료과를 갖춘 ‘특별진료센터(Specialist Center)’의 영업허가만이 민간에게 먼저 허용됐으며 복수 진료과를 갖춘 일반병원의 운영 라이선스(Hospital License)는 2010년에 이르러서야 민간에 개방됐다. 또 현재는 전국적으로 약 250개의 민간병원들이 운영 중인데, 틴뻐 회장은 이 중 규모가 큰 병원들은 모두 양곤(Yangon)과 만달레이(Mandalay)에 있다고 말했다. 특히 양곤에만 55개의 민간병원이 등록돼 있으며 이중 9개 병원은 100개 이상의 병상을 갖춘 제법 규모 있는 시설들이다.




미얀마 의료 환경의 문제점 ② : 전문의료진의 부족
전문의료인력이 크게 부족하다는 점 또한 미얀마의 의료환경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우선 미얀마 보건부(Ministry of Health)는 2016년 기준으로 의사 34,256명, 간호사 33,525명이 등록되어 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서 매우 적은 수치이다.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가 집계한 미얀마의 의료지원인력 수도 2021년 기준으로 인구 1만 명당 17.8명에 불과했다.

그리고 틴뻐 회장은 이와 같은 전문의료진 부족 현상이 의료인력에 대한 불합리한 보상 체계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일단 미얀마의 의과대학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6년제인데, 학부생은 졸업 후 별도의 시험 없이 바로 ‘일반의사’ 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다만 이 ‘일반의사’는 제대로 된 의료진으로 대우 받지 못하며 커리어 또한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정식으로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의학대학원 석사 과정에 진학해야 한다. 문제는 국가가 석사 과정 진학 전 2년간 의료공무원으로 일할 것을 강요한다는 점이다. 석사 학위를 취득한 이후에도 또 5년간 의료공무원으로 국영병원에서 진료를 수행해야 하며, 이 의무가 모두 끝난 다음에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고 민간병원으로의 이직도 허용된다. 특히 석사 과정 진학 전인 의료공무원의 초임은 현지화로 월 23만 짜트(Kyat), 한화로 약 15만 3000원에 불과한데 이는 봉제공장 직공의 월 급여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물론 직업에 귀천이 없음은 당연하지만 고된 교육훈련을 오랜 기간 동안 감내해야 하는 전문의료인력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보상인 셈이다. 이와 같은 전문의 과정이 싫어 ‘일반의사’ 자격만 갖춘 채 민간병원에 들어갈 경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커리어를 보장받기 어렵다. 심지어 전문의료기술을 전수한다는 명분으로 일반의사들에게 무급 진료를 강요하는 민간병원도 상당수 있다. 결국 불확실하면서도 낮은 보상 때문에 상당수 의과대학생들이 공부를 중도에 중단하거나 졸업 후에도 의사로서의 길을 포기하고 의료기기 판매회사 직원 등으로 진로를 바꾸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학생은 아예 외국 유학길에 오르기도 한다.

틴뻐 회장은 2021년 2월 발생한 국가비상사태도 의료진 부족 현상을 더욱 심화시켰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얀마 군부에 저항하기 위해 상당수 공무원들이 업무를 거부하는 ‘시민불복종운동(CDM, Civil Disobedience Movement)’을 벌였는데, 여기에 참가한 공무원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 것이 위에 언급한 ‘의료공무원’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군부에 의해 구금되거나 아예 의사자격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틴뻐 회장은 시민불복종운동 이후 미얀마 의료진의 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 아직까지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으며, 이것이 2021년 5월부터 7월 사이 발생한 코로나19 3차 대유행에 미얀마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수많은 희생자를 내게 된 원인이었다고 분석했다.


 
외국자본의 보건의료 산업 진출
이와 같이 문제점들로 발생한 의료공백은 상당부분 외국자본이 합작투자로 설립한 민간병원들이 충족해주고 있다. 우선 태국 자본이 합작 설립한 아유(ArYu)병원과 펀라잉(Pun Hlaing)병원은 시설투자의 대표 사례로 꼽아볼 수 있으며 양곤의 대표적 고급의료시설로 명성이 높다. 특히 태국 톤부리(Thonburi) 그룹이 미얀마 현지기업 가뭉 쁘인뜨(Gamone Pwint)사와 합작으로 설립한 아유(ArYu) 종합병원은 훌륭한 장비와 의료진을 갖춰 외국인 주재원들도 자주 이용하고 있다.  

또한 부유층을 비롯한 상당수 미얀마인들이 인도, 태국, 말레이시아, 그리고 싱가포르 등 인근국가로 의료관광을 떠나고 있다. 특히 미얀마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태국의 병원들은 미얀마에 대표 사무소까지 운영하며 공개적으로 ‘의료관광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태국 범룽랏(Bumrungrad)병원과 파야타이(Phyathai) 병원은 아예 기초 검사를 미얀마 현지에 진행한 다음 환자를 태국으로 이송하는 방식의 ‘원스톱 의료관광’까지 제공하고 있다.



 
시사점
결국 미얀마 의료환경의 가장 큰 문제점은 ‘소프트웨어’에 있다는 것이 틴뻐(Htin Paw) 회장의 일관된 분석이다. 보건의료에 대한 미얀마인들의 관심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공급이 그 수요를 충족해줄 만큼의 질적 수준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틴뻐 회장은 이런 문제점 속에 현지진출의 핵심전략이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우리 기업들이 미얀마 보건의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제품 수출과 전문인력 교류를 함께 고려하는 ‘종합진출전략’이 필요하다고 자문했다. 틴뻐 회장은 그중에서도 헬스케어 장비는 단순히 하드웨어를 판매하는데 그치지 말고 운용기술을 같이 전수해주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헬스케어 장비의 기능은 다소 열등하지만 적극적인 사후지원으로 미얀마 현지 의료진들이 이를 100% 활용하게 한 기업이 더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훨씬 우월한 기능을 갖춘 고가의 장비들이 사용법을 익히지 못한 의료진에게 외면 받은 채 방치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인력교류도 의료기기 사용법을 전수하기 위한 전문인력의 파견, 현지에서 장비를 사용해 진료를 수행할 인력들의 초대 등 매우 적극적인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틴뻐 회장은 특히 우리나라의 의료기기 수준이 매우 우수하기 때문에 현지 운용인력들이 이를 완벽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미얀마의 헬스케어 시장에서 높은 신뢰를 얻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얀마의 보건의료 산업과 의료기기 시장은 모두 높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 잠재수요를 시장 확대로 이끌기 위해서는 현지에 결여된 ‘소프트웨어’를 함께 이식해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결국 단순한 제품의 판매가 아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융복합 진출’이 미얀마 보건의료 산업 진출과 헬스케어 시장 선점의 핵심 키워드라고 하겠다.



자료: Eurocham Myanmar, 미얀마 보건부(Ministry of Health), KOTRA 양곤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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