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ㆍ중동

[전문가오피니언] 한국-이스라엘 FTA 체결 의미와 영향 분석

이스라엘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 구축 기대이스라엘은 한국에게 있어 중동의 ‘가깝고도 먼 나라’이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지리적으로도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 사회, 경제 등 다양한 면에서 놀랍게도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양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신생국가로서 절대 빈곤 상황 속에서 놀라운 경제 기적을 이루었다. 이스라엘과 한국은 2017년 기준 1인당 국내 총생산이 4만 1,775달러(2017년 기준)와 3만 1,349달러로 선진국 대열에 성공적으로 진입하였으며, 다른 저개발국가들에게 있어 훌륭한 국가발전 모델이 되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한국과 이스라엘은 세계 현대사에 있어 유럽 및 북미 국가들을 제외하고 민주주의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린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이런 놀라운 정치 및 경제 발전은 국가 건국 이후 끊임없는 안보 위협 속에서 달성되었기에 그 가치는 높다. 이스라엘은 1948년 독립 이후 수 차례에 걸쳐 주변 국가들과 전쟁을 치렀으며, 한국 또한 1950년 한국 전쟁을 시작으로 외부로부터 끊임없는 안보 위협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한국은 불리한 안보여건과 빈약한 인적·물적 자원에도 불구하고,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일구어냈다.   그러나 양국 간에 이런 공통된 국가적 경험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교류는 그리 활발하지 못했다. 한국은 이스라엘과 1962년 공식 외교 관계를 맺었지만, 1970년대 이후 중동 아랍 산유국들로부터 석유를 수입해왔고, 중동 건설 붐 등으로 인해 의식적으로 중동 아랍 국가들과 대척점에 있던 이스라엘과 일정 거리를 유지해왔다. 이스라엘 또한 주요 무역 대상 국가들이 유럽 및 북미에 치중되어 한국과의 경제 교류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인해 양국 간의 경제 협력 및 무역 교류는 그리 활발하지 못했다.   2018년 기준 한국의 대(對) 이스라엘 교역량을 보면, 총 27억 1900만 달러(약 3조 2,700억 원, 수출 14억 4,800만 달러, 수입 12억 7,100만 달러)로, 이스라엘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보다 낮은 45위 교역 국가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이스라엘은 지난 8월 21일 양국 간의 경제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했다. 양국은 이날 한국 산업통산자원부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과 이스라엘 경제산업부 장관엘리 코헨(Eli Cohen)간의 장관회담에서 “한국-이스라엘 자유무역협정”이 최종 타결되었음을 공식 선언했다. 양국은 2016년 5월부터 FTA 협상을 시작한 이래 6차례에 걸친 공식 협상을 가졌고, 2019년 8월 협정문의 모든 챕터에 합의하였다. 특히 지난 7월 15일 이스라엘 루벤 리블린(Reuven Rivlin)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그 동안 진척되지 못했던 협상이 급속하게 진전되면서 최종 타결이라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중동 국가 중 이스라엘과 처음으로 FTA를 체결하는 국가가 되었으며, 이스라엘 또한 아시아 국가들 중 한국이 처음으로 FTA를 체결하는 국가가 되었다. 한-이스라엘 FTA는 협정문에 대한 정식 서명과 함께 국회 비준을 받으면 발효되는데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는 정식 발효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이스라엘 FTA 주요 내용을 보면 한국은 수입액 중 99.9%에 해당하는 상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며, 이스라엘은 한국으로부터 수입액 100%에 해당하는 관세를 철폐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리고 한국은 이스라엘 수출액 중 97.4%에 해당하는 품목에 대한 관세를 즉각 철폐한다. 이번 FTA 협상을 통해 우리나라가 가장 수혜를 받는 품목은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상품, 섬유, 화장품 등이다. 자동차의 경우 현재 관세율을 보면 7%, 자동차 부품 6~12%, 섬유 6%, 화장품 12%이나 FTA를 통해 무관세가 경우 대이스라엘 수출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특히 현재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2018년 기준 이스라엘에서 각각 3만 8,022대, 3만 5,806대를 판매하는 등 이스라엘 수입 시장의 15.5%를 차지하였다. 특히 2019년 상반기에는 현대차가 일본 경쟁사인 토요타를 누르고 이스라엘에서 1위, 기아차는 3위를 기록했다. 따라서 이번 한-이스라엘 FTA를 통해 한국산 자동차가 이스라엘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확고한 시장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의 대(對)한국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 제조용 장비와 전자응용기기의 경우, 최대 3년 이내 관세가 철폐됨으로써, 한국은 그 동안 일본에 지나치게 의존도를 보였던 국내 반도체 장비 부분에서 수입 다변화를 꾀할 수 있게 되었다.       이스라엘은 현재 150여 개에 이르는 관련 장비 개발업체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제조용 장비 및 전자응용기기를 생산하고 있다. 이에 반면 우리나라의 수입 품목 중 상대적으로 민감한 쌀, 유가공품 등 일부 농·수·축산 품목의 경우 기존의 관세가 그대로 유지되며, 이스라엘 측에서 강력하게 관세 철폐를 요구했던 자몽(30%, 7년 이내 철폐), 의료 기기(8%, 최대 10년 이내 철폐), 복합 비료(6.5%, 5년 이내 철폐) 등은 최대한 철폐 기간을 최대한 확보함으로써 국내 관련 산업의 피해를 극소화하였다. 서비스·투자 분야의 경우, 네거티브 자유화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WTO 서비스 협정(GATS) 이상 수준의 개방을 약속했다. 네거티브 방식이란 자유화 하지 않은 품목을 지정하고, 지정된 품목 외에 대해서 완전히 자유화하는 것으로, 관련 분야의 개방성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이스라엘에 대한 유통·문화콘텐츠 서비스의 개방을 확대하기 위해 2003년에 발표된 기존 한-이스라엘 투자보장협정을 대체하는 새 투자보호제도 마련에 합의했다. 이에 따르면, 투자보호범위를 기준 설립 후 운영 및 처분 단계에서 설립 전 단계까지 포함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한류를 이스라엘에서도 확산하기 위해 영화, 음악 등의 한류 콘텐츠 보호 및 산업재산권 보호 등 지식 재산권 전반에 대한 보호를 확보하였다. 이외에도 원산지, 경쟁, 정부조달 등의 챕터 합의를 통해 우리 기업의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도록 하였다. 특히 원산지는 기업의 편의를 위해 단순한 품목별 원산지 기준 (챕터별 공통원칙)을 도입하고, 개성 공단 증 역외 가공에 대해서도 근거 규정을 마련함으로써, 국산품 지위를 누릴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현재 양국이 집중적으로 연구 투자하고 있는 항공, 보건·의약, 가상현실, 빅데이터(Big Data), 재생 에너지, IT와 BT, 인공지능(AI) 분야 등, 첨단 기술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양측 간 공동 연구 및 기술이전, 연구인력 교류 및 법제도·지재권 등에 대한 정보 교류를 확대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리고 이스라엘 내 우리 주재원의 근로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입국 관련 서류(고용허가·근로면허·비자)의 최초 유효기간을 기존의 1년에서 2년을 부여토록 하여 연장 부담을 완화하는 한편, 최대 체류 기간도 63개월에서 이스라엘 경제기여도 등을 감안 해 연장할 수 있도록 하였다.       8월 21일 양국 장관회담에서 FTA 협정 체결과 함께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 기술사업단 간에 소재, 부품, 장비 협력 양해각서(MOU)가 체결되었다.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 기술사업화단은 연평균 100여 건이 넘는 연구결과를 원천 특허로 출원하고, 상업화에 성공한 세계 수준의 연구 기관이다. 따라서 이스라엘의 주요 연구기관들과의 상호 기술협력을 통해, 국내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관련 핵심 기술을 지원받고, 이를 통해 국내 기업은 수출망을 다변화할 수 있는 지원체계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동안 양국 간 기술협력 기반이 됐던 한-이스라엘 산업기술연구개발기금(KOR-IL)을 현재 연간 200만 달러에서 400만 달러로 두 배 증액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양국 간의 산업기술 공동 연구개발(R&D)이 확대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하였다.   따라서 이번 FTA는 양국 간 교역·투자를 확대하고, 산업기술 협력을 강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협상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지역에 대한 특별관세 등 FTA 적용을 배제한다는 영역조항에 대승적으로 양보하여 교착 상태에 빠진 협상을 돌파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즉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도 이스라엘산으로 간주해 FTA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한국 정부는 팔레스타인 및 타 중동 국가와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수용에 난색을 보였다. 그런 가운데 이스라엘은 지난 7월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한국 측의 입장을 적극 수용하였다. 따라서 이번 한-이스라엘 FTA 체결을 위해 이스라엘이 보인 양보는 분명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협정 타결에 이르기까지 여러 난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FTA 체결은 한국과 이스라엘, 양국의 관계가 새로운 실질적 협력 관계로 진입했음을 상징한다. 현재 양국은 경제 협력과 함께 안보 및 사회 문화 교류 등 전 분야에서 상호 협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그 동안 ‘중동 석유’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이스라엘과의 외교 관계에 그리 적극적이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FTA를 바탕으로 한국은 이스라엘과의 관계에서 실질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데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한국과 이스라엘의 관계가 ‘멀지만 가까운’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되기를 기대한다.

이스라엘 안승훈 / 가천대학교 아시아문화연구소 / 연구교수 2019-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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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남아공 국영 전력공사 에스콤 부채 위기가 초래할 경제적 파장

에스콤의 파산과 전력 공급 중단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전력의 90% 이상을 생산하는 국영전력회사 에스콤(Eskom)이 5,000억 랜드(약 40조 원)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사실상 파산했다. 에스콤이 남아공 경제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에스콤의 경영·재정과 관련된 구조적 문제 해결이 지연된다면, 지난 5년 간 사실상 성장이 정지됐던 남아공 경제의 피해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뿐만 아니라 에스콤으로부터 전력을 공급받는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남부 국가들의 피해도 불가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에스콤은 막대한 규모의 저급(低級) 석탄 처리 능력을 갖춘 세계 최대 규모의 전력회사이다. 에스콤의 발전소들은 대부분 석탄 발전소이며, 에스콤은 원자력 발전소 1곳과 양수(揚水) 발전소 여러 곳도 운영 중이다. 에스콤이 남아공 국영기업 중 가장 규모가 큰 독점적 전력회사라는 점에서 에스콤의 위기는 건 남아공 경제와 지역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에스콤의 위기는 메두피(Medupi)와 쿠사일(Kusile)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기로 하면서 비롯됐다. 두 공장 건설 일정이 예정보다 지연되고, 건설비는 예산을 초과하면서 남아공 역사상 가장 큰 단일 재앙으로 기록됐다.   방만한 경영이 빚은 비극...사하라 이남 7개국 피해도 불가피 에스콤은 2004년 메두피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기획하고, 2015년 완공을 목표로 2007년 착공에 들어갔으나 최종 완공일은 2021년으로 연기되었다. 그러자 2007년 691억 랜드(약 5조 5,000억 원)였던 메두피 석탄화력발전소 건설비용 추정치는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배연탈황설비(flue gas desulphurisation)와 건설 대금 관련 이자 비용 300억 랜드(약 2조 4,000억 원)를 추가하면 추정 건설비용은 더욱 늘어난다.   쿠사일 석탄화력발전소 건설비용은 이보다도 더 크다. 초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비용이 예상보다 커지고 공기(工期)가 지연되는 일이 흔하지만, 10여 년 동안 발전소 건설 경험이 없었던 에스콤이 메두피와 쿠사일 석탄발전소 두 곳의 동시 건설에 나서면서 결국 막대한 부채를 떠안게 됐다. 현재 에스콤의 재정은 심각한 상태다.   국제적인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tandard and Poor’s)는 에스콤의 신용등급을 투자주의 등급인 CCC++로 유지하고 있으나, 향후 등급 전망은 ‘부정적’이었다. 에스콤은 현재 빚을 내서 빚을 갚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 신용평가사인 피치(Fitch)는 에스콤의 신용등급을 CCC에서 CCC-로 하향조정했다.   에스콤이 짐바브웨, 보츠와나, 레소토, 에스와티니 왕국, 나미비아, 잠비아 등 사하라 이남 7개 국가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국가는 에스콤의 위기 영향을 피해갈 수 없다. 예를 들어, 에스콤의 전력 공급 차질로 짐바브웨는 한때 하루 20시간 동안 정전이 이어지며 생산성에 차질이 생겼다. 전력의 80% 이상을 남아공에 의존하는 에스와티니 왕국과 나미비아와 보츠와나의 사정도 짐바브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남아공이 국내 수요를 맞추기 위해 전력 수출을 중단하면, 남아공 생산 전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은 암흑 속에서 살아야 한다.   남아공 정부는 에스콤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300억 랜드(약 18조 원)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정부는 원래 10년에 걸쳐 구제금융을 지원할 수 있기를 원했지만, 이미 상당액을 집행한 상태다. 정부가 70%를 보증하고 있는 에스콤의 부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에스콤의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부채를 조정해주는 출자전환이나 녹색 에너지 개발 방안 등이다. 단, 녹색 에너지 개발의 경우 가능한 대안이긴 하지만 개발하기가 매우 복잡하고, 개발 시간도 3~5년이 걸릴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향후 전망 남아공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남아공의 풍력과 태양열 에너지 개발이 탄력을 받으면 전력집약형 산업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을 수 있다. 남아공에는 풍력과 태양열 자원이 풍부하고, 이러한 대형 재생에너지 발전소들을 건설할 수 있는 넓은 땅이 있다. 이로 인해 태양열과 풍력 발전으로 생산하는 전기 가격은 항상 세계 다른 지역보다 30% 정도는 더 낮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이 먼저 재생에너지 개발에 나서서 성공한다면 에스콤은 고객을 잃게 될 것이다. 실제 에스와티니 왕국은 에스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태양열 발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스와티니 왕국은 2034년까지 필요 전력의 100% 자체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현재는 전력 수요의 80%를 에스콤에 의존하고 있다. 잠비아와 짐바브웨도 발전소 건설 협력에 합의하면서 탈(脫) 에스콤 움직임을 펼치고 있다. 양국은 국경 부근에 40억 달러(약 4조 8,000억 원) 규모의 수력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과 중국전력공사(Power Construction Corporation of China)를 건설사로 선정했다.   현재 남아공에선 재생에너지 생산에 주력하는, 독립발전 사업자(Independent Power Producers, IPP)로 불리는 민간 발전소들의 전체 발전에 대한 기여도가 높아지고 있다. 에스콤 역시 재생에너지 분야에서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그래야만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고, 부채를 줄이면서, 남아공 재생에너지 분야 발전에 이바지할 건설적인 촉진자가 역할을 할 수 있다. 지금의 에스콤은 개혁 시기를 놓쳤고, 기술적으로 파산한 상태이며, 방만하게 경영되고 있다. 그리고 안정적 전력 공급도 보장하지 못한다. 이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으며, 기후와 오염 비상사태를 유발하는 유독 오염 물질과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방출하고 있다.   에스콤은 40년 이상 된 낡은 석탄화력발전소의 폐로(廢爐)와 남아 있는 모든 석탄화력발전소의 매각을 통해 부채를 리파이낸싱(refinancing) 해야 한다, 단, 이때 기존 대기 질 및 환경규정 준수를 위한 매우 엄격한 조건과 폐쇄 일정을 따르는 게 필수적이다. 에스콤은 석탄화력발전소 지분 매각 경매에 민간기업을 초청해야 하는지, 아니면 공기업만 참여시킬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에스콤은 또 신설된 6개 지역 전기 배급사에 참여할 수 있는지, 혹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디지털화 혁명을 토대로 최종 사용 고객들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할 기회를 잡을 수 있는지도 종합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Lloyd Magangeni / TLM Global Solution (PTY) / Head of Economic Research and Strategic Planning 2019-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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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가나 여성교역인 ‘피쉬 마마’의 역할과 사회적 중요성

아프리카에서 외부 경제활동, 특히 중장거리 교역활동은 남성들의 배타적 경제활동영역으로 이해되어 왔다. 위험부담이 큰 장거리 교역을 위해서는 건장한 남성들이 상단(商團)을 꾸려야 했다. 북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를 잇는 ‘카라반’(caravan)이 대표적이다. 사하라 교역을 주도해 왔던 아마지기(Amazigh, 베르베르 Berber라고 알려져 있다)는 남성으로 구성된 상단을 꾸려 사하라 횡단 교역을 해 왔다. 인도양을 가로지르며 아라비아 반도, 인도와 교역을 했던 동부아프리카 스와힐리(Swahili) 상인도 마찬가지였다. 이밖에도 다른 아프리카 지역에서 중장거리 교역은 주로 남성의 배타적 경제활동이었고, 여성은 가내 또는 인접한 시장에서의 활동에 제한되어 있었다.   이는 아프리카의 독특한 사회관습에서 기인한 것이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의 사회경제 활동영역은 관습적으로 규정되었다. 사춘기가 시작되면 남자아이는 마을 밖을 벗어나서 활동을 하기 위한 교육을 받는 반면, 여자아이의 활동영역은 집안 또는 마을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관습은 경제활동으로도 이어져 남성의 경제활동공간은 여성보다 훨씬 광범위했다. 이는 유럽열강이 아프리카 대륙을 식민지배하면서 더욱 더 고착되었다. 식민경제를 지탱하는데 필연적이었던 값싼 노동력은 거의 대부분 남성이주노동자로 채워졌다. 남성노동자는 도회지나 광산, 플랜테이션 등에 장기 이주노동을 했다. 반면 여성은 고향에 남아 제한된 공간에서 농사를 짓는 등의 경제활동을 하는데 익숙해졌다. 이렇게 구조화된 남성과 여성의 경제활동공간은 여전히 아프리카 대부분 지역에서 발견된다.   그런 의미에서 ‘피쉬 마더(fish mother)’ 또는 ‘튜나 마더(tuna mother)’라고 불리는 가나의 여성교역인의 경제활동은 주목받을 만하다. 가나 해안 어촌에는 여성상인이 어시장 생산유통망을 장악하고 지역 경제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선주와 선장의 재정적 후견인 역할을 하고, 생선을 훈제해 전국에 유통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여성상인이 수산업 벨류 체인을 장악하는 현상으로 까지 발전했다. 본 글에서는 가나의 수산업을 좌지우지하는 가나 여성상인들의 벨류 체인을 통해 여성의 경제활동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가나의 수산업 USDA 해외농업서비스(USDA Foreign Agricultural Service 2019)의 보고에 따르면, 2017년도 기준 가나 수산업 생산량은 47만 6,000여 톤이다. 수산업이 가나 GDP에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하지만 수산업은 가나(특히 해안지역)에서는 ‘전통’적으로 매우 중요한 경제활동이며, 해안 거주민 대부분이 수산업에 의존해 생계를 이어 간다. 가내 수산업 생산량은 지난 5년(2012~2017) 동안 연평균 45만 톤이지만, 소비는 77만 5,000 톤으로 약 30만 톤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가나 수산업의 딜레마는 여기에 있다.   가나의 수산업은 크게 세 섹터로 구분된다. 첫번째는 영세어업섹터이다. 영세어업은 모터로 작동하는 길이 3~5미터 가량의 소형 통나무배를 이용해 조업을 하는 방식이다. 레게레게(Legelege) 또는 카누(Canoe)라고 부르는 소형 통나무배는 크기가 작기 때문에 원양항해는 불가능하고 저녁 무렵에 나가 해안에서 밤샘 조업을 하고 이른 아침에 귀항하는 방식을 취한다. 영세어업은 주로 작은 정어리, 고등어와 멸치를 낚아 올린다. 7월 참치철에는 비싸게 거래되는 작은 참치를 낚아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에 급격한 수확량 감소로 ‘전통’적으로 영세어업을 해 왔던 선주와 선장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은 어획량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기후변화와 함께 최근에 진출한 중국선박회사의 무분별한 싹쓸이 조업을 꼽고 있다. 다음으로 중규모섹터이다. 이 섹터는 카누보다는 큰 배를 이용해 어류를 따라 인근바다를 오가며 조업을 하는 방식이다. 중규모섹터는 철에 따라 움직이는 생선 떼를 따라 인근 지역 또는 이웃 국가를 넘나들며 조업을 한다. 마지막으로 원양어업섹터가 있다. 1950년대부터 시작한 원양어업은 산업형 조업을 하며 거의 한국계 선박회사가 장악하고 있다. 가나 어업법(200년 625항)에 따르면 외국 선박회사는 반드시 가나국적회사가 지분의 50% 이상을 갖는 합작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원양어업을 통해 확보한 참치는 주로 통조림으로 가공돼 전량 유럽으로 수출된다. 참치를 포획하는 원양어업은 규모면에서 영세어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규모이다.   가나의 수산업 생산량의 60~70%를 차지하는 것은 영세어업섹터이다. 영세어업은 가나 해안을 따라 흩어져 있는 크고 작은 어촌을 중심으로 이뤄지며 가나 해안에는 약 2만 여 척의 카누가 조업을 하고 있다. 알로테이(Allotey 2017)에 따르면 가나 수산업에는 13만이 넘는 인구가 직접 고용되어 있으며, 간접적으로 수산업의 영향을 받는 인구는 260만 명 가량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중 여성의 참여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 흥미롭다. 수산업 종사자의 50% 가량이 여성이며, 특히 영세어업 영역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여성은 카누가 잡아 온 생선을 하역하는 순간부터 최종 소비까지의 벨류 체인을 관리한다. 특히 막강한 재력을 바탕으로 수산업을 움직이는 피쉬 마더 또는 튜나 마더는 영세어업 뿐 아니라 원양어업의 재정후원자로 활동하면서 가나 수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테마어촌의 ‘피쉬 마마’테마라는 이름은 가나 수도 아크라에서 해안을 따라 동쪽으로 40km 가량 떨어진 곳에 정착한 사람들이 ‘토르만’(Torman)이라고 불렀던 것에서 비롯되었다. 지역민에 따르면 토르만은 ‘호리병박 타운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한때 테마 일대에 호리병박이 많이 자라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은 자로 잰 듯 구획된 상업단지와 산업단지, 주거지역으로 구분된 계획도시로 거듭났지만 과거에는 해안에 오밀조밀 모여 있는 어촌이 테마의 대표적인 풍경이었다. 다만 해안을 따라 분산된 어촌 위에 건설된 계획도시이기 때문에 도심을 살짝 벗어나면 예전의 테마 경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테마는 가나의 대표적인 항구도시로 두 지역으로 나뉜다. 하나는 자생적으로 형성된 테마어촌이며, 다른 하나는 영국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가나 정부가 1961년부터 야심차게 추진한 신항만 건설의 결과로 만들어진 테마산업항구이다. 테마산업항구에는 정유시설 등의 기간산업시설과 외국계 수산업에 사용되는 대형 선박이 정박하는 항구로 구성되어 있다. 반면 테마어촌은 주민들이 대를 물려 조업을 하면서 만들어 온 어촌이다. 테마산업항구가 들어서면서 일부 테마어촌 거주민은 항만시설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거주민 대부분은 여전히 영세어업에 의존한다. 테마어촌에는 토고와 베냉, 코트디부아르 등 인접 국가는 물론 멀리 나이지리아와 카메룬에서 어류를 따라 카누를 몰고 온 선원으로 가득하다. 이들 사이에 입출항을 규제하는 이민법은 적용되지 않는다. 어촌에 체류하기 위해 카누 등록은 필수 이지만 어촌계에서 규정한 관습법만 지키면 누구나 와서 정박이 가능하다. 따라서 서부아프리카 해안을 따라 이동하는 카누 사이에는 국경이라는 개념이 희박하다.   테마어촌과 수산업 벨류 체인 테마어촌에서 피쉬 마더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육숙희에 따르면, 테마어촌의 수산업은 철저하게 분업체제로 이뤄진다. 카누를 제작하고 조업을 하는 것은 남성들의 배타적 영역이다. 하지만 남성들의 역할은 여기까지이다. 배에서 내린 생선의 구매와 가공공정은 여성의 경제활동영역이다. 특히 재력이 있는 피쉬 마더는 특정 카누와의 독점관계를 만들어 생선의 매입과 가공(주로 훈제), 유통을 독점한다. 테마어촌이 근대화의 영향을 받으면서 일정한 자금력이 없으면 영세조업도 운영하기가 힘들어 졌다. 모든 카누가 모터를 사용하면서 기름값이 필요했고, 모터와 카누, 그물 수리, 선원들의 인건비 문제 등 선주와 선장 입장에서는 목돈이 필요하기 시작했다. 은행 등 금융권은 영세 조업자의 불안정한 수입 때문에 대출을 꺼려한다. 따라서 영세 조업자는 대안적으로 자금력이 풍부한 피쉬 마더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전통’적으로 피쉬 마더는 선주 또는 선장과 오랜 후견인 관계를 맺어 왔다. 따라서 일부 피쉬 마더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테마어촌의 수산업 유통망을 장악한 기업인으로 성장하기도 한다.   테마어촌의 벨류 체인은 느슨하지만 나름대로의 구조를 갖추고 있다. 벨류 체인 행위자는 크게 선주와 선장, 피쉬 마더와 생선 장수와 훈제업자, 중개인과 소비자로 구분되며 3~4단계를 거쳐 유통된다. 선주는 카누를 실질적 소유주이다. 선주는 자신의 카누를 선장에게 대여할 수도 있고 직접 선장이 되어 선박운행을 하기도 한다. 선주 또는 선장이 잡아 온 생선은 하역을 하는 과정에서 피쉬 마더에게 건네진다. 대부분의 피쉬 마더는 대규모 자금력을 배경으로 특정 카누가 잡아 온 생선을 독점 구매한다. 구매한 생선은 피쉬 몽거(fish monger)라고 부르는 영세판매업자에게 넘기거나 생선훈제업자에게 건네진다. 생선훈제는 생선유통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테마어촌에서 거래되는 생선은 멀리 가나 북부와 인근 국가에 까지 유통된다. 따라서 유통과정에서 생선의 부패를 막기 위해 거래된 생선은 즉시 훈제된다. 테마어촌 외곽에는 각종 생선을 훈제하는 대규모 훈제장소가 있다. 여기에서 훈제된 생선은 포장되어 인근 지역 소비자에게 판매되거나 먼 지역에서 온 중개인에게 넘겨진다. 이 중개인들은 훈제생선을 구매해 자기 지역으로 가지고 가 판매한다. 이 과정은 모두 여성의 활동 영역이다.       피쉬 마더와 피쉬 몽거는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경험과 재력의 차이가 있다. 피쉬 마더는 선주/선장의 후견인 역할을 할 정도로 큰 자금을 운영하기도 한다. 반면 피쉬 몽거는 경험과 자금력이 일천하다. 이들은 주로 피쉬 마더가 거래하고 남은 생선을 구매한 뒤 선어를 직접 판매하거나 훈제해 판매하기도 한다. 따라서 피쉬 몽거가 훈제업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피쉬 몽거는 생선거래를 전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성어기에만 하기도 한다. 이 벨류 체인에서 흥미로운 점은 선주/선장과 피쉬 마더의 관계이다. 일반적으로 그날의 생선가격은 어업량에 따라 선주/선장이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 피쉬 마더가 그날의 생선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은 적지 않다. 피쉬 마더는 선주/선장과 치열한 협상을 통해 생선가격을 결정한다. 피쉬 마더가 이렇게 협상과정에 관여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의 자금력에 있다.   조업의 성공여부는 선주/선장의 능력에 달려 있지만 하루의 조업이 항상 만선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조업을 위해서는 적지 않은 돈이 투입된다. 피쉬 마더는 선주/선장에게 이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선금을 지불하는 대신 양질의 생선을 선점하는 동시에 가격을 결정하는 데에도 깊이 관여하게 된다.   테마 어촌 수산업의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벨류 체인이 친족에 의해 운영된다는 점이다. 즉, 수산업은 가족 비즈니스의 형태를 띤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남편이 조업을 하면 아내 또는 여동생이 이를 사서 훈제하고 판매까지 하는 시스템이다. 남편이 선주/선장을, 아내 또는 여동생이 피쉬 마더 또는 피쉬 몽거, 훈제업자가 될 수 있는 구조이다. 이는 테마 어촌의 독특한 친족 구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다. 테마 어촌에 살고 있는 가(Ga) 민족은 독특한 친족 구조를 갖고 있다. 가 사회는 사회적 신분은 부계율(patrilineal)을 따르지만 부동산은 모계율(matrilineal)을 따른다. 따라서 가 사회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독립권은 생각보다 강하다. 따라서 여성은 독자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고, 거기에서 벌어들인 돈을 독자적으로 운영한다. 여성이 능력에 따라 피쉬 마더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 가족 안에서 부부 또는 오누이는 비즈니스 관계로 얽혀 있다. 물론 이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얼마든지 다른 사업 파트너를 찾을 수 있다. 테마 어촌의 추장(Nii Mator)에 따르면 “선주/선장과 피쉬 마더는 부부사이일 수도 있지만 선주/선장은 다른 피쉬 마더와 거래를 할 수도 있다. 이는 전적으로 피쉬 마더가 선주/선장이 필요로 하는 선금을 제공할 수 있는가의 여부에 달려있다.”라고 설명한다.   피쉬 마더의 역량강화와 사업가로의 성장 어촌에서 역량을 강화한 피쉬 마더는 수산업 3섹터인 원양어업에 까지 손을 뻗친다. 자금력이 있는 피쉬 마더는 원양어업을 운영하는 수산업회사 냉동창고에 사무실을 채려 놓고 원양어선이 귀항해 하역하기 무섭게 참치를 선매한다. 예를 들어, 한국계 수산업회사인 GGL(Green Global Logistics) 냉동창고에는 30명의 튜나 마더가 사무실을 차려 놓고 회사와 참치 거래를 한다. 튜나 마더라고 불리는 이들 여성상인은 어촌의 피쉬 마더와는 경제력에 있어서 엄청난 차이를 보이며,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참치만을 거래한다. 테마어촌의 피쉬 마더는 재정을 확보해 튜나 마더로 진입하는 것이 꿈이지만 이들 사이에 벽은 상당히 견고한 편이다.   가나에서 여성상인의 활동은 해안지역의 피쉬 마더와 튜나 마더에 그치지도 않는다. 가그리고 나에서 여성상인의 대외교역은 그 역사가 긴 편이다. 가나에서 농산물이 유통되는 중부 지역에는 특정 농산물을 전담하는 ‘마더’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자신들만의 벨류 체인을 구축해 가나 전국 뿐 아니라 인근 국가를 넘나들며 상업활동을 벌이는 현대판 ‘카라반’인 것이다.   * 본 글은 2017년 7월에 진행한 가나 테마어촌(Tema fishing village) 여성상인에 대한 현지조사 내용 중 일부를 정리한 것이다. 현지조사에는 기고자와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박사 과정생 육숙희와 김원녕이 참여했다  

가나 장용규 /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 소장 2019-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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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에티오피아의 변화: 아흐메드 총리의 개혁

개혁과 변화에 앞장선 아흐메드 총리아비 아흐메드(Abiy Ahmed) 총리의 개혁적인 사고가 에티오피아 경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아흐메드 총리는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 투자자의 신뢰 회복, △ 평화로운 외교관계 수립, △ 효율적인 지배구조 도입, △ 사법 및 정치 시스템 개편, △ 권위주의적 국가 이미지 탈피, △ 개혁과 변화에 필요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 마디로, 아흐메드 총리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정치 개혁과 변화는 투자자와 이해관계자로부터 에티오피아 경제에 대한 신뢰를 얻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에티오피아 정부가 내리는 경제적 결단은 국가가 아니라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경제가 시장의 힘에 의해 움직이면 성장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밖에 없다. 전임자와 비교했을 때 아흐메드 총리는 취임 후 1년 동안 경제 수호자 역할을 자처하며 많은 개혁을 추진했으며 언행이 일치된 모습을 보였다. 이에 중요한 건, 아흐메드 총리가 2020년 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해 중대한 개혁을 계속해서 추진해 나갈 수 있는지 여부다.   아흐메드 총리가 모든 난관과 현 시스템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느냐에 따라 에티오피아 경제의 운용 방안뿐만 아니라 개혁 추진 시기도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가 지금까지 추진해온 개혁은 2020년 선거를 앞두고 그가 승리했을 때 이룰 경제 성장과 발전의 맛보기에 지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의 핵심은, 그가 지난 1년 동안 상당한 개혁 성과를 거둔 이상 재임할 경우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2018년 4월 40대의 젊은 아흐메드 총리가 취임한 이후 에티오피아에는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몰아쳤다. 그는 에티오피아의 권위주의적 정부 구조를 현대화시키기 위해 많은 개혁을 주도했고,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를 대폭 개선했다. 또한 노벨 평화상 후보로 거론되는 등 국제적으로도 폭넓은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국내에선 불법 행위가 급증했고, 부족 간 분쟁은 심화됐으며, 대규모 내각 개편이 단행됐다.   주변 국가들과 화해 무드 조성 외교정책 면에서 아흐메드 총리가 거둔 대표적인 업적은 20여 년 동안 국경분쟁을 빚던 에리트레아와 종전을 선언하면서 양국 간 해묵은 적대관계를 청산한 것이다. 에리트레아는 1952년 에티오피아에 합병된 뒤 30년에 걸친 투쟁 끝에 1993년 독립을 선포했으나, 양국은 1998∼2000년 국경을 둘러싼 전쟁을 벌였다. 이로 인해 7만 명이 넘게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아흐메드 총리는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로 불리는 아프리카 북동부 지역 두 나라의 항구적인 평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함으로써 국내외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가 지속적인 평화 유지 방법을 찾고 싶다면 일대일 대화에 의존하기보다는 다자간 기구와 협력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지난 1년 동안 에티오피아와 걸프 국가들과의 관계도 크게 개선되었다.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사이의 평화협정을 중재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는 아프리카 북동부 지역 경제 통합을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또한 UAE가 10억 달러의 원조와 투자를 약속하는 등 몇 가지 새로운 경제 및 군사 협력 협약이 체결됐다.   아흐메드 총리는 초민족적 정당을 세우고, 헌법을 개정해 대통령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해왔다. 그는 대통령제가 거주 장소 불문하고 에티오피아 국민 누구라도 대통령이 될 기회를 만들어주는 보다 공평하고 포용적인 제도라고 주장했다.  머릿속으로는 보통선거를 실시하면 자신처럼 대중적 인기가 높은 인물이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계산을 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아흐메드 총리는 아직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대통령 연임제를 제안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한 다방면적 노력에티오피아 경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최근 성장세가 다소 둔화됐다. 그러자 아흐메드 총리는 국가 주도 개발 모델에 개입했고, 일대일로(一帶一路) 참여 과정에서 중국에 빚진 수십억 달러 사업에 대한 채무 재조정에 착수했다. 세계은행으로부터 경제적-기술적 지원을 구하고, 걸프만과 서방 협력국들로부터 새로운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에티오피아의 부채와 통화 위기에 대처하려고 애썼다.   매년 200만 명의 젊은이들이 취업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인구 1억 명의 에티오피아에선 청년 실업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중대한 과제이다. 에티오피아는 산업단지 확대와 제조업과 서비스 부문의 급성장을 통해 연간 1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아흐메드 총리는 또한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바꿀 수 있다면 에티오피아를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하며, 시골 지역보다는 수도를 바꾸는 데 주력해 왔다. 그러나 에티오피아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인구의 약 80%가 거주하는 시골 지역부터 바꿔 놓아야 한다. 그것은 균형을 잡기 위한 또 다른 어려운 과제다.   아흐메드 총리는 취임 첫해 기존의 권위주의 체제에 맞서고, 그것을 차단함으로써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두 번째 해인 2019년에는 장기 지속 가능한 정치 제도 개발에 집중하면서 다원적이고, 민주적이며, 안정적인 정치 질서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애쓰고 있다. 개혁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집권연합인 ‘에티오피아인민혁명민주전선(EPRDF)’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줘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악화되고 있는 안보 상황의 해결이다. 아흐메드 총리는 취임 첫해에 받은 지원과 호의가 헛되지 않도록 주변의 전문가들을 신뢰해야 한다. 그는 민간 투자 활성화를 위해 경제를 개방하겠다고 약속했고, 수도를 친환경적으로 바꾸기 위한 운동을 시작했으며, 아프리카 여행객들을 위해 도착 시 공항에서 비자를 발급하는 ‘도착비자’ 발급 정책을 펼쳤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였던 에티오피아는 현재 경쟁력의 한계, 외환보유고 부족, 불충분한 세수, 낙후된 민간 부문, 그리고 높은 부채 수준으로 인해 고도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대출약정 개편, 비용 절감, 부패 척결을 위한 메가 프로젝트 일부 중단, 항공과 통신 분야 등의 민영화 확대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 모든 노력의 성공 여부는 현재의 고립된 위치에서 벗어나 지금보다 훨씬 더 크고 국제적으로 통합된 자본 시장 시스템을 창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2019년 2월 이동통신사인 에티오텔레콤(Ethio Telecom)은 4개 주요 국영 기업 중 최초로 민영화되었다.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취해진 이 조치는 EPRDF의 입김이 약해졌음을 의미한다. EPRDF는 역사적으로 에티오피아 경제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통신, 항공, 은행 분야에서 추가 민영화 계획이 수립됐다. 아흐메드 총리가 앞서 정부가 통신, 은행, 기반 시설 분야에서 계속해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언급하자, 많은 사람들이 큰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이러한 갑작스러운 변화는 에티오피아가 외국인 투자 유치를 절실히 원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인 에티오피아 사회에선 여성의 자기발전 기회가 드물 수 있다. 남성보다 평균 연봉은 낮으나 현재 에티오피아 전체 노동자의 47.32%가 여성이다. 여성의 교육 수준은 상당히 떨어진다. 남성의 42%보다 훨씬 낮은 17%의 여성만이 읽고 쓸 줄 안다. 조기 결혼과 임신 및 여성을 상대로 한 성폭력은 교육 발전을 크게 방해하곤 한다. 게다가, 여성은 대출을 받기도 힘들고, 제한적인 경제 활동만 가능하다. 하지만 아흐메드 총리는 2018년 가을 내각의 절반을 여성으로 채웠다. 그는 여성은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믿음을 없애려고 여성 장관들을 대거 임명했다고 밝혔다.   평가 및 전망에티오피아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17/18년(회계연도 기준) 7.7%에서 2018/19년 8.2%로 상승했다. 2019/20년도에도 8.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과 서비스 분야 팽창과 농업 분야 회복이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추진 중인 산업지구 개발은 산업 생산을 활성화하고, 비료와 관개(灌漑)와 개량 씨앗에 대한 투자는 농업 부문 성장을 도와줄 것이다. 공공부채 안정화를 위해 공공투자는 적정하게 유지될 것이다. 국유 철도, 해상, 항공 운송, 물류, 전기, 통신 분야의 민영화는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고 공공 지출 부담을 줄여줄 것이다.  에티오피아는 일자리를 늘리고, 수출 수익을 창출하고, 제조업의 경제 생산성 기여율을 5%에서 22%로 높이기 위해 2025년까지 30개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외국인 투자 유치를 늘리기 위해서 물류 분야를 외국 자본에 개방하는 한편, 낙후된 광업과 석유 분야 개혁을 마무리함으로써 정부의 경제 통제를 풀 계획이다.   소득 증가, 소비재 시장의 성장, 도시화 확대 등은 에티오피아에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에티오피아의 수출 주도형 산업화 전략에는 전국적인 산업지대 조성과 에너지, 운송, 무역, 물류 등의 사업 역량 구축 노력이 포함된다. 훈련받을 수 있는 풍부한 저비용 노동력은 특히 가죽, 섬유, 농산물 가공 등 수출 지향적인 경공업 분야에서 비교 우위를 제공한다. 에티오피아는 지리적으로 수익성 높은 중동과 유럽 시장으로 쉽게 접근 가능해 수출 전략 수립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투자로 2020년까지 최대 10억 달러어치를 수출할 것이다. 정치 개혁과 이웃 국가인 에리트레아와의 관계 정상화는 번영을 촉진하고, 지역을 안정화시켜줄 것이다.   지금까지 추진된 정치 개혁은 에티오피아 경제의 안정으로 이어졌고, 나라는 전반적으로 평온을 되찾았다. 개혁은 주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제도화하고, 정치 활동 공간을 넓히는 데 초점이 맞춰줬다. 아흐메드 총리의 개혁이 성공한다면 그 결과는 다른 국가들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개혁이 실패한다면 큰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아흐메드 총리가 더 개방적이고 번영한 사회를 이루어 에피오피아와 아프리카 지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에티오피아 Lloyd Magangeni / TLM Global Solution (PTY) / Head of Economic 2019-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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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2019년 모잠비크 선거의 시사점과 결과 예측

1994년 다당제 도입 이후 선거 동향과 2019년 선거 추세요아킴 치사노(Joaquim Chissano) 전 모잠비크 대통령과 반군 ‘모잠비크 민족저항(RENAMO)’ 의장이었던 아폰소 들라카마(Afonso Dhlakama)는 1992년 ‘일반 평화 협정(General Peace Agreement)’을 체결하고, 1994년 첫 다당제 선거를 치렀다. 그 동안 총 5번의 대선과 총선을 치렀으며, 모든 선거에서 다당제 도입 전 일당제를 운영하던 모잠비크 해방전선(FRELIMO)의 대선후보가 계속 승리했으며 같은 정당이 다수당을 차지해 왔다. 1994년과 1999년 대선에서는 1986년부터 재임하던 요아킴 치사노가 과반수의 지지를 받고 당선되었다. 2004년과 2009년 대선에서는 새로운 여당 후보인 아르만두 게부자(Armando Guebuza)가 치사노 보다 더 높은 지지율로 RENAMO의 들라카마와 제2야당 모잠비크 민주운동(MDM) 후보 다비즈 시망고(Daviz Simango)를 누르고 당선되었다. 2014년 FRELIMO 대선 후보였던 필리페 니우시(Filipe Nyusi) 역시 야당 지도자 들라카마와 시망고를 누르고 당선됐다. 총선에서도 제1당인 FRELIMO가 1994년 이후 계속해서 원내 과반수 의석을 차지했으며 게부자 전 대통령 당시에는 전체의 2/3에 달하는 의석 수를 차지했다.   게부자 전 대통령이 여당 후보로 나왔던 2004년과 2009년 선거에서는 전반적으로 투표율이 낮았으며(각각 36.4%, 44.6%) 제1야당인 RENAMO의 지지율도 각각 31.74%와 16.41%로 이전에 비해 낮았다. 2004년에는 선거 당일 악천후로 인해 야당이 득표수에 더 큰 타격을 입은 것도 사실이지만 수 차례에 걸쳐 패배를 맛본 야당 지지자들의 기대감이 떨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RENAMO 내의 잦은 분쟁은 정당의 비조직적이고 약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현직 후보나 정당이 갖는 조직적, 경제적, 경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2014년 선거에서 RENAMO의 들라카마 후보의 지지율은 36.61%로 상승했다.   사실 2014년 선거 직전에 RENAMO의 요구에 의해 선거관리위원회와 선거관리기술사무국(Technical Secretariat for Electoral Administration, STAE)의 인력 재구성과 선거법 개정이 있었다. 그 결과, 각 지역 STAE의 부책임자를 RENAMO가 임명할 수 있게 되었고 주요 정당(FRELIMO, RENAMO, MDM)은 정부의 지원을 받는 감시자를 각 투표소에 배치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대가로 게부자 전 대통령과 들라카마는 2014년 9월 5일 정전협정을 맺고 RENAMO 병력의 일부를 정부군으로 흡수시키고 일부는 해체하였다.     들라카마의 사망으로 인해 2019년 10월 15일에는 들라카마 후보가 없는 최초의 선거가 치러진다. 필리페 니우시 현직 대통령과 제1야당 RENAMO의 지도자 오수푸 모마드, MDM의 다비즈 시망고, 원외정당연합운동(Extraparliamentary Action Party of the United Movement for Integral Salvation, AMUSI) 후보 마리오 알비노 등 총 4명의 후보가 출마한다.  야당의 선거 성과와 야권 후보의 활약은 모잠비크 정치 발전 정도를 말해주는 지표가 될 것이다. 대선에 출마하는 야권 후보가 늘어남에 따라 야권 지지표가 분산될 가능성도 있으나 전체 야권 의석수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아래에서 살펴보듯이 반군집단이었던 RENAMO를 비롯한 주요 야당의 제도적, 정치적 기반이 약해 큰 변화를 가져오기에는 시기상조일 수 있다. 또한 야권의 세력이 강해지면서 부정 선거 사기와 폭력도 증가할 수 있다.   각 정당의 지지 기반과 지지 지역FRELIMO는 모잠비크 북부와 수도 마푸토가 위치한 남부 지역에서 정치적 지지를 얻고 있으며 중부지역 유권자들은 대개 RENAMO를 지지한다. 두 정당의 지지 기반은 정당 설립과 연관이 있다. 두 정당 모두 내전에서의 무장투쟁 경험이 있는데, 1962년 다르에살람에서 결성된 FRELIMO는 1964~1974년 포르투갈 식민정부에 맞서 싸웠으며, RENAMO는 반군으로서 FRELIMO 정부에 대항해 1977~1992년 내전을 벌였다.   FRELIMO는 탄자니아와 잠비아의 지원을 받아 모잠비크의 북쪽 지역에 기반을 두고 게릴라 활동을 하였던 반면 남부 출신 인물들이 정당의 주요 지도자의 역할을 맡았다. 이념적으로 마르크스-레닌주의 정당이었기 때문에 일당제를 추구했었고 일당제 집권 당시 집단주의적 사회, 경제, 및 농업 정책을 채택했었다.   이러한 집권정당의 집단주의적 정책과 전통을 무시하는 성향에 대해 반발하며 RENAMO는 중부와 중북부를 중심으로 반군 무장투쟁을 벌였다. 내전으로 인해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중부지역 사람들은 암묵적으로 RENAMO의 반군활동을 지지했다. 특히 RENAMO의 지도자 들라크마는 모잠비크 혹은 아프리카의 전통과 리더십 형태를 고수하고 종교적 믿음과 농촌 사회의 관습을 지키고자 했다. 즉, FRELIMO 정부로부터 소외받고 외면당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설립되었다. 이러한 게릴라군의 성격 때문에 RENAMO는 전국적으로 넓은 지지 기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식인층 지도자가 없고 대부분 군인이며 행정적, 정치적 능력이 부족하다. 1992년 일반 평화협정을 통해 공식 정당으로 거듭났지만 정당으로서 갖추어야 할 체계적 조직구성, 정책적 일관성, 전문인력 확보가 미비하다.   MDM은 RENAMO에서 분리되어 모잠비크 중부 베이라(Beira) 시장이었던 다비즈 시망고가 2009년 창당했다. RENAMO에서 분리해서 독립 정당을 창설할 만큼 강한 정당이며 전국적으로 지지를 받고 있다. 시망고는 베이라 시장으로 활동하면서 그의 역량을 발휘하였고 RENAMO 내 권력다툼으로 인해 분리를 결심했다. 특히, 젊은 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MDM은 FRELIMO와 RENAMO가 해결하지 못한 청년 실업, 주택, 빈곤, 범죄, 부정부패 문제를 정당의 최우선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평화 협정 체결과 그에 대한 반작용2014년 정전협정 이후, 이번에도 선거를 앞두고 필리페 니우시 현직 대통령과 RENAMO 지도자 오수푸 모마드는 두 세력 간 싸움을 중단하고 평화적으로 선거에 임할 것을 선언하며 평화협정에 서명을 했다. 이번 합의의 내용은 5천명 이상의 RENAMO 병력이 즉각 무장해제할 것, RENAMO 장교들이 정부군에서의 지위를 얻는 것 등을 포함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무기를 반납한 반군은 소수에 불과하다. 또한 선거법을 개정하여 집권 정당이 임명하던 주지사 직을 선거에서 선출하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로 인해 RENAMO는 중부와 북부 지역에서 주지사 직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RENAMO의 군사조직을 통제하는 마리아노 농고(Mariano Nhongo) 참모 부장과 그의 분파는 니우시와 모마드가 체결한 협정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그들과 다시 협상을 하지 않으면 10월 15일로 예정된 선거 대신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1975년 포르투갈 식민지에서 해방된 후 RENAMO는 FRELIMO 정부를 상대로 내전을 벌여왔고 100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다당제가 도입된 후 수차례의 평화협정이 있었지만 RENAMO의 무장조직이 완전히 해체되었던 적은 없다.    그렇다면 RENAMO는 내부 갈등을 통제할만한 정당 리더십을 잃은 것인가? 이에 대해 호세 만테이가스(José Manteigas) RENAMO 대변인은 본 정당은 선거관리위원회에 공식 등록된 정당이며 오수푸 모마드는 정식으로 선출된 정당 대표라고 밝혔다. 또 그는 마리아노 농고와의 문제는 RENAMO 내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전했다. 선거일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계속되는 정당 내 다툼은 국가 전체를 불안과 두려움에 몰아넣고 있다.   선거 폭력 1994년 다당제를 도입한 이래 매 선거마다 선거 폭력사태가 발생해 왔다. 2018년 10월 지방 선거 후에도 부정 선거에 대한 폭로를 막기 위해 정부는 언론인과 시민사회 운동가를 타깃으로 폭행과 협박을 가했다. 투표 상황 모니터링과 출구 조사 결과 공개를 통해 정부의 부정 선거 행위를 적발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살인 협박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9월 12일 니우스 대통령의 남풀라(Nampula) 선거 유세에서는 최소 10명이 사망하고 98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유세가 끝나고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오면서 대형 참사가 벌어진 것인데 이 때 스타디움의 출구는 한 개를 제외하고 모두 잠겨 있었다. 그 원인에 관해서는 아직 수사 중이나 남풀라는 경합지역으로 여당과 야당의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이 날 선거 벽보 훼손 혐의 등으로 33명이 체포되었다. 이에 대해 야당 후보들은 정부의 폭력 행위를 비난하며 야당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RENAMO 지지 지역인 잠베지아(Zambezia)에서 열린 9월 12일 유세에서 모마드 야권후보는 FRELIMO가 승리하기 위해 들라카마 전 RENAMO 대표 시절 내내 선거 관련 폭력 사태를 일으켰었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RENAMO 당원들이 폭력 사태를 주도해 체포되는 경우도 물론 있다. 선거 결과가 발표된 후, 결과에 불복하는 야당 지지자들에 의해 시위나 폭동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그동안 임명해왔던 주지자 직을 선거에 의한 선출로 바꾸면서 선거 후 결과에 불복한 야권 후보 지지자들이 폭력 시위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유권자의 투표율이 줄어든 원인 중 하나도 선거 폭력의 피해를 입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FRELIMO의 승리는 선거 사기(election fraud)의 도움 때문인가? 매 선거마다 집권당의 부정 선거 사기 의혹이 제기 되었고 이를 이유로 제1야당 RENAMO는 한 번도 선거 결과에 수긍한 적이 없다. 과거에 치러진 선거에서도 선거 유세 기간, 투표일, 개표 과정에서 행해진 유권자의 투표 방해, 허위 유권자 등록, 불법적 대리 투표, 개표 결과 조작 등 부정 선거 의혹이 100건 이상 보고 되었다. 선거 유세 기간 동안 집권 정당 후보들은 정부 공용차량을 이용하였고 경찰은 야당 후보의 선거 유세 활동에 훼방을 놓았다. 투표함에 부정표를 넣거나 야권표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으며, 2013년 지방 선거에서는 구루에(Gurué) 지역에서 여당 후보가 승리한 것으로 선거 결과를 조작하기도 하였다. 언론의 압력에 못 이겨 헌법 위원회는 선거 결과를 MDM 후보의 승리로 수정해 발표하였다. 부정표 조작을 이끈 정부 관계자는 처벌 받는 대신 승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가 진행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 1994년과 1999년 선거가 깨끗하고 공정하게 치러졌으며 2004년과 2009년 선거에서 부정표를 넣는 행위가 증가했으나 비교적 공정한 선거였다는 평가를 내렸다. 더욱이 2004년, 2009년, 2014년 선거에서 들라카마 야권 후보는 37% 이상의 득표율을 보인 적이 없는데 결과를 뒤집을 만한 50만 표 이상의 부정표 조작은 없었다고 밝혔다. 부정 행위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아 FRELIMO 후보들이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2019년 선거에서도 집권당의 승리가 유력해 보인다. 야당 지도자들은 선거 사기로 인해 집권당이 선거에서 승리하고 있다고 비난하지만 FRELIMO 지지율과 정부의 정책 수행능력으로 볼 때 야당의 도전에 크게 위협을 당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잠비크 김은경 /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 HK교수 2019-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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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정치 안정을 바탕으로 한 가나의 경제 발전 추진 현황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에티오피아, 가나, 남아공 등 아프리카 동부, 서부, 남부 국가를 방문하였다. 특히 가나는 우리나라 외교부 수장으로서는 13년 만의 방문이었다. 2019년 5월 30일 발효된 아프리카자유무역지대협정(AfcFTA)1)의 사무국이 자리한 가나는 현 아쿠포-아도(Akufo-Addo) 대통령의 대외원조극복정책((GBA, Ghana Beyond Aid))에 따라 농촌지역개발, 교육, 보건,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참고로, 가나의 대외원조극복정책의 주요 내용은 △경제구조를 원자재 수출 중심에서 제조/부가가치서비스 수출구조로 전환,  △ 대외원조 공여국의 경제적 지원 적극활용, △ 기초교육, 보건위생, 수자원 등 공공서비스 부문 자립 추구이다.   정치적 민주화로 경제발전의 기본 바탕 구축가나는 영국 식민지(골드코스트 시대)로부터 1957년 독립, 가나공화국을 탄생시켰으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부아프리카 최초의 독립국가였다. 인구 2,820만(2016년말 기준), GDP 492억 달러(2018년 기준 기준 세계 85위, IMF 자료)의 국가로서 수도는 아크라(Accra)이다. 금과 코코아 등 자원 위주의 수출구조를 갖고 있으나, 만성적인 재정적자로 인한 시설투자 부진으로 부가가치를 높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파악되고 있다. 초대 은크루마 수상의 범아프리카주의 주창, 이집트 낫세르, 유고슬라비아 티토 등과 연합한 비동맹회의 창설 주도, 아프리카통일기구(OAU, Organization of Africa Unity) 창설 등 초기 아프리카 독립국가들 중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4차례의 쿠데타 이후, 1981년 집권한 제리 존 롤링스 정권의 1991년 정치활동 허용 이후, 2차례의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고, 3번 연임 금지 조항을 지킨 롤링스 대통령의 결단으로 2000년 당선된 쿠푸오르(Kufuor) 대통령은 가나 역사상 최초로 평화적 정부 이양이 이루어진 사례로서 이를 통해 가나의 민주주의 토대가 마련되었다. 특히 1993년 1대 대통령 선거 이후, 국민민주회의(NDC, National Democratic Congress)와 신애국당(NPP, New Patriotic Party)이 번갈아 집권하는 전형적인 민주국가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정치적으로 혼란한 타 서부아프리카 국가와의 차별성이 이루어졌다. 2016년 당선된 신애국당 아쿠포-아도(Akufo-Addo) 대통령은 이러한 민주적 정치구조 하에서 경제발전을 위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갖게 되었다.   정치적 안정을 기반으로 신경제구조 전환 드라이브 정책 추진 가나는 세계 2위의 코코아 생산국, 남아공 다음의 아프리카 2위 금생산국이며, 2010년도부터 기존 주빌레(Jubilee) 유전과 함께 TEN(Tweneboa-Enyenra-Ntomme)과 산코파(Sankofa)2)유전의 원유생산을 통한 자원기반의 수출구조3)를 가지고 있다.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정권 교체를 통한 안정화된 정치체제를 바탕으로 경제성장률 상승을 통한 재정 및 경상수지 적자 축소, 제조업 기반 확대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중국 일대일로 정책에 따른 대규모 인프라투자를 유치, 중국과 적극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16년부터 생산이 확충된 원유 수출을 통해 2018년도에는 8.9%의 GDP성장률을 기록, 경제성장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를 통해 자원수출구조를 제조업기반 수출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중이다.   경제성장을 위한 재정계획 적극 추진과 외채 축소 아프리카 국가의 일반적인 특성과 유사하게 가나도 조세제도, 과도한 보조금 지급, 과중한 외채로 정부의 비효율성이 증가하였으나, 원유수출에 힘입은 재정적자 해소 노력으로 재정적자를 2013년 기준 GDP의 12%에서 2016년 5.2%로 축소하였고 2018년에는 4% 미만으로 유지된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환율의 평가절하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2016년도 물가상승률이 17.5%에 달하였으나, 재정적자 축소로 2017년 11.8%, 2018년 9.0%를 기록하여 점진적인 경제 안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대외부채는 2017년 기준 GDP 대비 44.8%로서 외채상환부담이 상당히 큰 편이나, 단기외채 비중은 16.6%로 단기 유동성 부족에 처할 위험성은 크지 않다. 이는 점진적인 수출증가로 상쇄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경제구조 개선, 성과 창출 그리고 사회안정 가나는 경제구조상 제조업의 비중이 GDP 대비 25% 수준으로 대부분의 공산품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낙후된 도로, 철도 등의 인프라가 산업발전을 제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의 개선을 위해 가나는 새로운 철도망 건설을 우선과제로 삼고 2018년 철도종합계획4)을 세워 추진중이다. 또한, 금을 비롯한 보크사이트, 망간 등 풍부한 광물자원과 2016년도부터 본격화 된 원유채굴로 재정적자를 축소해가고 있으며, 행정구역 당 1개의 공업단지를 조성하는 정책을 통해 제조업 수출비중 중가를 기대하고 있다. 2016년 당선된 현 아쿠포 아도(Akufo Addo) 정부는 부패척결을 기반으로 세금감소, 금리인하(2017년 25%→2018년 18%로 인하)를 통해 경제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또한, 서부아프리카 타 국가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사회환경을 유지하고 있으며, EU와의 경제동반자협정(EPA) 체결을 준비하는 등 내·외부적인 성장잠재력을 쌓아가고 있다. 정치·경제적 안정에 대한 평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항구도시 테마(Tema)에 424MW급 LPG 발전소가 건설중으로 이미 일부 가동을 시작하여 철도 건설과 함께 산업발전의 기초요소가 구축되고 있으며, 최근 구글이 가나 수도 아크라에 아프리카 최초의 인공지능 연구센터5)를 세우는 등 국제사회의 평가가 매우 호의적이다.   한국의 대가나에 대한 협력과 교역서부 아프리카에서 정치·사회적 안정을 이루고 있고 인프라투자, 수출구조 개선 및 유전개발로 향후 성장잠재력이 커지고 있는 가나와 한국의 협력사업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의 가나 건강보험확대 시범사업 실시, 한국동서발전의 쿡스토브 보급을 통한 가나 온실가스감축사업 참여, 농업진흥청의 코피아센터(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 개소 등 다양 분야의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과의 교역 규모는 최근 3년간 연 평균 약 2억 7,300만 달러 수준, 무역수지는 평균 2억 1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중규모 교역국이다.6) 한국은 주로 자동차와 화학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가나로부터는 광물과 수산물 등을 수입하고 있다.   가나와의 향후 관계는 낙관적가나는 아프리카 최초의 민선 대 민선 정부의 평화적인 민주적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나라로서, 풍부한 광물자원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사회구조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2016년부터 추가 2개 지역의 유전에서 원유를 생산하여 재정, 무역적자 및 외채비중을 축소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고 있다. 2016년 선출된 아쿠포-아도(Akufo-Addo) 대통령의 정책(대외원조극복, 철도 및 인프라건설 종합계획, 경제부흥, 사회복지 중심 정책 등)이 지속적이로 진행되면서 경제성장률 상승, 인플레이션율 하락 및 대외신인도 개선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한국과는 중규모의 교역을 진행 중이며, 서부아프리카 기술허브, EU와의 경제동반자협정 추진 등 국가의 위상도 점차 커지고 있는 국가이다. 최근 우리 외교부 장관의 13년만의 방문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우리나라 서부 아프리카 진출 교두보로서 가나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어 계속 주목해야 할 국가로 생각된다.       * 각주 1) 5월말 발효 이후, 7월말 현재 54개국, 12억 7,000만 인구, 3조 4,000억 달러의 거대 시장이 형성되었다. 2) TEN 유전은 매장량 약 2억4천만배럴로 2016년부터, Sankofa 유전은 매장량 1억 7,000만 배럴로 2017년부터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3) 2017년도 가나의 품목별 수출비중은금 40%, 코코아 17%, 원유 14% 순이다.(EIU자료) 4) 2025년까지 총 4천여킬로미터의 철도를 건설할 계획이다.5) 구글은 “론치패드 엑셀러레이터 아프리카“ 프로젝트로 아프리카에 개발자 10만명, 스타트업 60개를 지원하고 있으며, 아크라를 서부아프리카지역 기술허브로 평가하고 있다. 6)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86위권 교역국이다.

가나 정영천 / 한양대 ERICA LINC+사업단 / 교수 2019-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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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이란의 통화 가치 하락과 리디노미네이션

이란 정부가 치솟는 물가와 경기침체에 대한 대응책으로 화폐개혁이라는 처방을 내놓았다. 이란 정부는 2019년 7월 31일 화폐단위를 10000:1의 비율로 축소하고 화폐의 명칭을 리얄(Rial)에서 토만(Toman)으로 바꾸는 이란중앙은행의 ‘화폐단위변경’, 즉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 계획을 승인했다. 리디노미네이션이란 화폐가치는 그대로 두고 액면표시 방법을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화폐단위 변경은 정책적,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인위적으로 화폐가치를 조절하는 디노미네이션(denomination)과는 차이가 있다.   이번 화폐개혁은 공식문서와 은행의 어음 등에 사용되는 통화 리얄(Rial)과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통화 토만(Toman)을 일치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한다. 이란 화폐의 공식명칭은 리얄이지만 실생활에서는 10리얄을 1토만으로 대부분 사용한다.   토만은 1930년대까지 이란에서 사용된 통화명칭이지만 실생활에서는 리얄보다 흔하게 쓰이는 화폐단위이다. 한편 리얄은 1932년부터 사용되었으며, 1리얄은 100디나르(dinar)에 해당되며 10리얄은 1토만(toman)으로 사용된다.   2016년 이란 정부는 리얄에서 0 하나를 제거하고 그 명칭을 토만으로 변경하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그 후 2019년 7월 이란 정부는 리얄에서 0 네 개를 제거하고 리얄에서 토만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법안을 승인한 것이다. 이는 과거 1토만과 동등한 10리얄의 가치 대신에 1토만이 100리얄의 가치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 화폐개혁의 과정에는 1억 6,000만 달러의 비용이 들며 이란 의회의 최종 승인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란은 경제제재 여파로 물가와 환율이 급등하여 리얄 가치가 급락하자 통화가치를 유지하고 현금거래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리디노미네이션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란은 리얄의 가치가 급락함에 따라 일상거래에서도 시민들이 과도한 양의 지폐를 주고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2015년 핵합의 타결 당시 리얄화 환율은 1달러당 3만 2,000리얄이었지만, 2019년 7월 31일 기준 외환시장에서 1달러는 12만 리얄에 거래되고 있다.    이란 정부의 리디노미네인션 계획은 지속적인 물가상승, 인플레이션 상승 및 화폐의 가치하락 등에 대한 우려가 배경이 되고 있다. 특히 2018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에 대한 일방적 탈퇴와 현재 고조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첨예한 군사대치로 인한 경제성장률 둔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이란이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하게 된 원인을 분석하고 그 성공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 핵합의 탈퇴와 제재가 압박요인으로 작용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의해 이란 경제는 수년간 악영향을 받았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2015년 미국 및 다른 5개국과 제재해제의 대가로 이란의 핵 활동을 제한하는데 합의하였다. 이른바 2015년 7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6개국과 이란 사이에 체결된 이란 핵합의, 즉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으로 이란이 핵개발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6개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란 중앙은행에 따르면, 2016년 거래가 이행된 이후 이란경제는 회복되기 시작하여 GDP도 12.3%로 성장했다. 성장의 많은 부분은 원유와 가스 산업의 덕택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다른 부문의 회복은 이란인들의 기대와는 달리 큰 의미가 없었다. 여기에 2017년 12월 거의 10년 동안 이란에서 계속된 가장 큰 반정부시위는 경제적 불만에 불을 지피며 성장률도 3.7%로 곤두박질 쳤다.   설상가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8년 5월 8일 이란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합의를 오바마 행정부에 의해서 취해진 최악의 합의라고 비난하며 해외투자가 고갈되고 원유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는 – 특히 에너지, 해운 및 금융부문에 부과된 – 미국만의 일방적인 제재복원을 선언했다.    미국의 제재복원은 이란과 교역하는 미국회사들뿐만 아니라 이란과 거래하는 외국기업이나 국가들에게도 해당되었다. 그 결과 이란의 GDP는 2018년 3.9%로 감소하였다 (표1 참조).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5월 일방적으로 ‘이란 핵합의’ 탈퇴한 이후 8월에는 1단계 제재를 복원하고 11월에는 이란산(産) 원유, 석유화학 제품 등의 거래를 제한하는 2단계 경제 및 금융 제재를 재개했다. 여기에 2019년 5월 2일부터 한국을 포함한 8개국에 대해서도 180일 한시적 예외인정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미국의 경제제재 조치는 이란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는 주요인 – 원유 및 가스수출 제약 – 으로 작용하고 있다. IMF는 2019년 성장률은  –6%, 물가는 40% 이상 급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경제는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란은 NPT탈퇴까지 거론하며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과 맞서고 있다.   미국이 이란혁명수비군의 테러조직 지정, 이란원유 수입금지의 예외조치 중단 등 제재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지난 7월 4일 지브롤터에서 이란의 초대형 유조선  그레이스1이 억류됐고, 그에 맞서 이란의 혁명수비대는 7월 19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를 억류하여 호르무즈를 둘러싼 긴장도 계속되고 있다. 비록 EU가 미국의 강경입장과는 달리 그레이스 1호를 억류 45일 만인 8월 18일 석방하긴 했지만, 미-이란 간 첨예한 충돌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호르무즈에서 안전한 원유수송을 위해 우방국인 한국에게도 이곳에 해군 함정파견을 요청하며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란 정부는 빈곤층이 육류와 기타 필수 물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전자쿠폰을 도입 할 계획도 강구하고 있다. 이란인의 3%인 약 240만 명은 2016년 기준 하루 1.90달러 이하로 생활하고 있다. 이란에서 인플레이션은 치명적이며, 특히 2001년 이후는 크게 변동하여 현재는 인플레이션이 30%를 상회하고 있다(표2 참조).     이러한 상황에서도 이란의 강경자세는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2015년 이란 핵합의에 따르면, 이란은 우라늄을 3.67%까지 농축할 수 있고, 저장 한도량은 300kg으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이란은 유럽이 핵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금년 9월 5일까지 유럽이 이란산 원유수입을 재개하지 않으면 우라늄 농축농도를 20%까지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하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치솟는 물가와 통화가치의 하락에 시달리는 이란물가상승으로 인해 정부보조의 식품점, 특히 육류(肉類) 비율이 높은 식료품 가게에서 대기시간이 길어졌다. 가격을 낮추려는 시도로 이란 정부는 해외에서 수십만 마리의 소와 양이 사라진다고 가축의 수출을 금지했다. 그러나 일부의 농부들은 해외의 경화(hard currency)를 얻기 위해 이웃 국가에 고기를 판매하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 통화를 거의 4년간 안정적으로 유지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제재조치가 재개 된 이후 비공식 시장에서 미국의 달러 대비 약 60%의 가치가 손실되었다. 달러에 대한 4만 2,000 리얄의 고정 공식환율은 제한된 범위의 거래에 사용되므로 대부분의 이란인들은 통화거래자에게 의존하고 있다. Bonbast.com에 따르면, 거래자들이 “2019년 4월 30일에 달러 당 14만 3,000의 리얄을 제공한다.”고 보도했다.   리얄의 가치하락은 저축의 가치가 침식되고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한 이란의 경제 문제와 이란의 외화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리얄은 2018년 9월 이후 이란중앙은행이 시장에 더 많은 달러를 출시하고 가격이 달러에 대해 19만 리얄로 사상 최저치에 이르렀을 때 당국이 통화딜러를 단속하면서 그 가치의 일부를 회복했다. 이와 같은 이란의 화폐는 수입품 부족과 해외의 원자재로 생산된 제품의 부족을 유도했다.   외환시장에서 수개월의 혼란이 발생한 후, 이란 정부는 2018년 4월에 공식 및 병렬 환율의 통일을 발표했지만 시장안정의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 2018년 5월 미국이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철회함에 따라 추가 달러 부족에 대한 기대심리로 병행시세가 급등했다. 2018년 8월 이란 리얄은 과거 12개월 동안 172% 하락하여 달러당 10만 리얄을 넘어섰다. 인플레이션 율(率)도 24%로 회귀했으며 이는 2013년 이후 최대 폭의 상승이었다.   세계은행은 이란 경제가 2017/18년∼2020/21년 기간 동안 평균 1.4%의 감소할 것이며, 수요 측면에서 수출 및 소비가 감소하고 공급 측면에서 산업 부문의 축소를 경험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월드뱅크는 또한 물가상승에 대한 기대심리와 소비자 심리가 다시 이란에 대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으로 이어짐에 따라 평가절하로 인한 수입가격 상승은 향후 인플레이션을 30% 이상으로 끌어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감가상각과 수입 감소에도 불구하고, 석유수출 감소는 유가가 2012/13년∼2013/14년 수준의 거의 절반이기 때문에 이전의 제재 때보다 낮은 경상수지 흑자를 거의 상쇄할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의 하향궤적 또한 노동시장에 추가압력을 가하고 최근 일자리 창출 이익을 반전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절박한 이란의 경제사정은 그동안 만지작거리던 통화개혁이라는 카드를 내놓게 된 배경으로 생각된다. 전반적으로 이란경제가 침체를 겪는 가운데 단순한 화폐단위 변경이 경제회복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이란은 1978년 호메이니 혁명 이후 민족적 단결로 미국과 대치하며 버티고 있기에, 미국과의 핵합의가 원만히 타결될 경우 막대한 원유를 배경으로 성장의 잠재력은 매우 높은 국가이다.   리디노미네이션의 성공여부는 미지수화폐단위 변경인 리디노미네이션을 실시하여 성공한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2000년 유럽통합을 위한 EU의 28개국의 리디노미네이션은 성공한 사례이지만, 이란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정치, 경제, 사회적 배경을 갖고 있다.   리디노미네이션을 실시하려면 철저한 사전준비와 새로운 화폐인쇄에 따른 직접비용(이란의 경우, 약 1억 6,000만 달러 예상)의 비용은 물론 사회전반에 미치는 간접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이란정부는 2007년과 2011년에도 리디노미네이션 계획을 수립하였고, 가장 최근인 2016년 12월에도 10리얄을 1토만으로 줄이는 리디노미네이션을 제안했지만 물가상승과 경제 불안의 촉발 등 우려로 시행이 연기돼오다가 금년 1월 화폐 개혁안을 정부에 제출하여 7월 31일 내각의 승인을 얻은 것이다.   중동에서 리디노미네이션에 성공한 나라는 터키가 유일하다. 터키는 오랜 사전 준비를 통해 2005년 리디노미네션을 실시했고, 그 결과 터키화폐에 대한 신뢰도 증가, 회계기장의 간소화 및 인플레이션의 안정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거두었다.   통화개혁은 터키경제에 새로운 이정표가 되었다. 높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던 터키가 화폐개혁을 시도한 것은 1998년이었고 2003년 터키의회는 6개의 0을 제거하는 신(新)화폐를 발행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터키는 화폐개혁 이전에는 많은 0(zero)이 금전적 가치, 거래, 부기(bookkeeping) 및 통계기록, 데이터 처리, 소프트웨어, 지불시스템, 가격표 등을 표현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화폐개혁의 첫 번째 단계에서, 터키화폐에서 6개의 0이 제거되었고, 2005년 1월 1일 “신(New)”이라는 접두어가 통화이름에 추가되었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전환기간 동안 사용된 접두사 “신(New)”이 제거되고 기존통화 이름인 “터키 리라(Turkish Lira)”로 복귀하여 2009년 1월 1일부터 새로운 화폐를 유통시켰다. 터키리라는 현재 달러화는 물론 유로화의 교환에 무리 없이 안정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란이 사전준비를 게을리 한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터키의 경제상황과는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터키의 화폐개혁은 국내적 요인에 기인한 측면이 강한 반면, 이란의 화폐개혁은 대외적 요인에 의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이란의 화폐개혁이 성공하려면 대외적 여건의 개선인 선행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비록 이란 내각이 2019년 7월 31일 화폐 개혁안을 승인하였지만, 이란 의회와 헌법수호위원회에서 이 개혁안이 통과되어야 한다. 현재로서는 의회의 승인도 단정할 수 없다. 설사 개혁안이 의회와 헌법수호위원회를 통과한다손 치더라도 갈 길은 아직 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란의 화폐개혁이 성공하려면 그 전제조건인 대외무역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서 대치중인 미-이란 간 군사적 충돌이 완화되고, 미국의 제재완화로 인한 자유로운 해외무역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화폐개혁이란 정권의 안정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기에 국가적 차원에서 신중하게 고려되는 문제이다.  

이란 홍성민 / 중동경제연구소 / 소장 2019-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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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이란 갈등의 배경과 함의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이란 갈등 고조 최근 트럼프 행정부와 이란 간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워싱턴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의 자유로운 항행을 보장한다는 목표 아래 주요 동맹국이 참가하는 호위 연합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2019년 5월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공격이 발생한 이후 6월에는 일본과 노르웨이 국적의 선박이 피격되었다. 당시 호르무즈 해협의 상선에 대한 공격의 배후로 미국은 이란을 지목하였으나 이란 정부는 연루 자체를 부인하였다. 특히 7월에는 영국령 지브롤터 당국이 이란 국적의 유조선 그레이스 1호를 나포하자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Islamic Revolutionary Guard Corps)가 영국 국적의 스테나 임페로(Stena Impero) 호를 억류하는 조치를 단행하였다. 이후 미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그레이스 1호의 억류는 해제되었으나 호르무즈 해협의 정치적 불안정성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 사태와 관련하여 양국 대립의 심화를 야기하는 배경으로서 다음의 세 가지를 제시할 수 있다.   미국의 핵합의 탈퇴첫째,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5월 이란 핵합의(JCPOA: 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를 탈퇴하고, 이란에 대한 공세적 전략을 지속하면서 양측 간의 강대강 긴장이 고조되는 형국이다. 2015년 오바마 행정부의 주도하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독일이 합의한 이란 핵 합의는 1979년 이후 오랫동안 축적되어 온 갈등의 역사를 종식하는 중요한 첫걸음으로 평가되었다. 하지만 이미 대통령 선거 기간부터 이란에 대한 적대적 인식을 보여왔던 트럼프 행정부의 공세적 정책 변화와 이란의 반발은 양국 간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 워싱턴은 최대한의 압박으로 상징되는 전방위적 경제 제재를 지속함으로써 레바논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하마스, 예멘 후티 반군, 이라크 시아 무장세력 등 중동 지역 내 연계 단체에 대한 이란의 지원을 차단하는데 주력하고자 한다.   특히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은 이란의 핵무장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강구하면서 카셈 솔레이마니(Qasem Soleimani)의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에 대한 봉쇄를 추구하고 있다. 반면 이란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에 대한 일방적 탈퇴를 국제법 위반으로 간주하고, 워싱턴의 공세적 태도에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면서 양국 간의 대립은 격화되고 있다.    미국 동맹국과 이란 간 대리전둘째, 미국과 이란 간 대결 구도는 양국 간 직접적 군사 대결 가능성 보다는 중동 지역 내 미국의 동맹국과 이란 간 대리전적 갈등으로 투영되면서 정치적 불안정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해 온 트럼프 행정부는 2003년 이라크 전쟁, 2011년 리비아 군사 개입 등이 초래한 결과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중동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꺼리고 있다. 따라서 미국과 이란 간 직접적 대결 보다 워싱턴의 두 동맹국(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대결 구도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우선 이란 혁명 이후 고조되어 온 사우디아라비아의 대이란 적대감은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시리아, 레바논, 예멘 분쟁 등에서 양국 간 대리전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더욱 악화되고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아마드 프로그램(Amad program)과 같은 이란의 핵 개발 의혹을 제기해 왔던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적개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의 정책 결정자들은 하마스, 헤즈볼라, 시리아 내의 이란 군대라는 소위 세 곳의 전선에서 파생되는 전쟁 위협에 직면하지 않도록 선제적 대응을 강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군사적 옵션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는 트럼프 행정부와 이란 간 대결 양상은 동맹국들을 활용한 대리전적 갈등 양상으로 나타나면서 걸프 지역의 정치 불안정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오래된 역사적 갈등셋째, 보다 근원적 배경으로서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은 이란 혁명 이후 전개된 오랜 역사적 상호작용의 결과로 볼 수 있다.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전에는 소련에 대한 봉쇄라는 공통의 안보적 이해관계를 공유하면서 미국-이란 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 특히 닉슨 행정부 시기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은 동맹국의 전략적 가치를 강조하면서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소위 쌍둥이 축(Twin Pillar)으로 간주하였다.   이러한 양국 우호적 관계는 1979년 이란 혁명 발발로 변모되었다.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Ayatollah Ruhollah Khomeini) 주도로 이란 이슬람 혁명이 발발하여 친미 샤 정권이 무너지고, 1979년 11월에는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 인질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란 이슬람 혁명 발발과 이후 일련의 사태 전개는 오늘날까지 이어진 양국 관계의 역사적 트라우마를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019년 1월 카이로 연설에서 2019년 2월 11일은 이란에서 억압적 정권이 집권한 지 4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고 회상하면서 이란이 정상국가가 될 때까지 강력한 경제제재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는 1979년 혁명으로 탄생한 이란 이슬람 공화국 체제를 인정할 수 없다는 역사적 인식을 갖고 있다고 평가된다. 특히 1988년 7월 미 해군이 이란 민항기 655편을 격추한 사건은 냉전 시기 양국 관계의 갈등적 양상을 상징하는 사건 중의 하나이다. 테헤란에서 반다르 압바스를 경유하여 두바이로 가던 이란 민항기 655편은 페르시아 걸프 만의 이란 영해를 지나가던 중 미국의 오인으로 공격을 받고 격추되었다. 이러한 오랜 역사적 갈등의 기억은 오늘날 양국 관계의 근원적인 갈등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국익 극대화를 위해 호르무즈 해협 사태에 대한 지속적 모니터링 필요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6분의 1이상 그리고 액화천연가스(LNG)의 3분의 1이상이 통과하는 글로벌 에너지 자원 해상 운송의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따라서 이 지역의 정치적 불안정성 고조는 전 세계에 커다란 정치〮경제적 파급효과를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워싱턴이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체 구축을 시도하자 이란과 러시아는 인도양에서 합동 훈련을 개시하면서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의 문제가 중동 역내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강대국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정치의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살펴본 바와 같이 호르무즈 해협을 비롯한 걸프 지역 내 정치적 갈등은 다양한 배경이 투영되어 나타나고 있기에 단기간에 종식되지 않고 지속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다만 현재로서 이란이 직접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거나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역내 국가들 간의 강력한 맞대응(Tit-for-Tat)이 반복된다면 걸프 지역 내 군사적 갈등으로 변화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따라서 우리의 입장에서는 이 지역의 정치 변화 양상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한-미관계와 한국과 걸프 국가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보다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 김강석 / 단국대학교 GCC국가연구소 / 연구원 2019-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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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의 출범과 산업화 전망

AfCFTA 공식 출범...경제성장과 산업발전 기대2019년 5월 30일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rican Continental Free Trade Area, 이하 AfCFTA)가 공식 출범하였다. 2018년 3월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에서 개최된 AU 총회에서 주된 의제로 채택돼 초기에 55개국 중 44개국이 서명하였으며, 22개국 이상이 자유협정문에 동의하는 서한을 아프리카연합에 보내면 공식 출범하기로 함에 따라 이 조건이 충족된 지난 5월 30일에 출범하게 된 것이다. AfCFTA는 1994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된 이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자유무역지대로, 역내 참여 국가들은 90% 관세를 폐지하게 되고 역내의 생산제품, 인적자원, 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워짐에 따라 아프리카의 산업화를 촉진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본 고에서는 AfCFTA 공식 출범이 아프리카 국가들의 산업화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아프리카는 지구상에서 가장 낙후된 경제로, 저성장과 빈곤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과 세계화가 심화되면서 아프리카의 발전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으며, 역내 55개 국가가 공동번영을 목표로 협력하고 있어 지난 50여 년 간의 발전과는 다른 차원의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을 기대하게 된다. 많은 학자들은 “AfCFTA는 아프리카가 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할 시기를 앞당겨 지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면적이 넓고 지역 간의 경제적 사회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지리적인 위치를 고려해 지역별 여러 경제통합기구가 운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경제통합기구는 북부에 아랍마그레브연합(UMA), 서부아프리카경제기구(ECOWAS), 중부아프리카경제기구(ECCAS), 동아프리카경제공동기구(EAC), 남부아프리카개발기구(SADC), 동남부아프리카기구(COMESA) 등이다. 동아프리카경제공동기구(EAC), 동남부아프리카기구(COMESA) 및 남부아프리카개발기구(SADC) 등은 TFTA(Tripartite Free Trade Area)를 협상 중이었다. 오랫동안 운영된 지역별 경제통합기구는 다른 지역의 경제통합기구와 비교하면 활성화가 되지는 못했으며, 가장 큰 장애 요인은 국가별 취약한 인프라와 대부분의 국가가 농업 또는 1차 산업 중심의 경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1차 산업 위주의 경제에서는 경제통합이나 자유무역에서 얻을 수 있는 비교우위, 상대우위, 또는 절대 우위에 의한 자유무역의 혜택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는 주변 국가들과 비슷한 기후 조건을 가지고 있고, 농업생산품이 비슷하여, 주변국가와 경쟁력을 키우고, 전문화하여 생산비를 낮추어 수출하고, 파트너 국가는 다른 부문에 전문화를 통해 경쟁력이 있는 상품을 생산하여 서로 무역을 통하여 공동 이익을 가져온다는 무역의 비교우위 이론은 쉽게 적용되지 못했다. 또한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들의 산업화는 낮은 수준의 기술이 적용되는 노동집약 산업인 섬유 및 경공업에 한정되어 있고, 일부 국가가 중화학 공업을 가지고 있으나 국제 경쟁력을 가질 만한 수준은 되지 못하고 있다.   AfCFTA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한 요건AfCFTA가 성공적으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국가별로 여러 가지 기본 조건이 충족해야 한다. 첫째는 각 회원국의 정치, 경제 및 사회적 안정성 유지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단일 시장체제가 되면, 각 국가의 경제가 상호 의존하게 되며, 부문별 상품의 제조, 유통, 소비에 이르는 가치사슬로 대륙을 엮게 된다. 어떤 회원국이 정치적 불안정과 전쟁 등이 발발하여 제대로 제품을 공급하지 못한다면, 대륙 전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회원국의 정치, 경제 및 사회적 안정성 유지가 필수 조건이 된다. 일부 국가는 엄정한 노동법과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낮고 빈번한 파업과 노동 쟁의가 일어나 생산에 차질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몇 년 전 카메룬에서는 운송노조가 파업하여 항만 및 물류가 마비되는 사태가 있었다. 이 파업으로 카메룬뿐만 아니라 주요 무역항인 두알라 항만을 이용하는 주변국가에도 많은 지장을 초래하게 되었다.   두 번째는 조속한 사회 인프라 구축이다. 대륙의 단일 시장에 의한 효율성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국가 간의 제품 및 서비스 가격 차이가 최소화 되어야 한다. 이로 인해 회원국의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향상되고 생산자 활동을 늘리게  된다. 각 국가의 국경을 넘나드는 상품 교역으로 화물 운송 량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른 도로, 철도, 항만, 공항 등 기본적인 사회 인프라 개발이 시급한 것이다. 대부분 국가들은 산업화를 위해 필요한 에너지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세 번째는 회원국 간의 기술 및 산업의 격차를 줄이는 일이다. 기술적으로 우위를 가진 국가가 어떤 분야의 산업을 독점하여 공급할 경우, 자칫 대륙내의 경제가 양극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주변국과 비교하여, 산업 생산능력을 가진 국가는 더 많은 공급 기회를 갖게 되는 반면 기술력과 자본이 모자라는 국가는 자국의 산업을 발전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중요한 관심사 중의 하나는 원산지 규정이다. AfCFTA에서 아프리카 대륙에서 생산된 자연 자원 및 제조된 제품, 역내에서 공정을 거쳐 부가 가치가 발생된 제품, 역내 특별경제구역에서 제조된 제품에 대해 특혜를 적용하게 되어있다. 또한, 역내에서 단순 조립 및 해체, 세척, 라벨 부착 등의 공정만을 거친 경우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생산된 것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이러한 협의에도 불구하고, 산업생산 능력이 있는 국가와 초기 단계의 국가 간 산업화 속도는 계속해서 차이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네 번째는 국가의 수입관세 재정을 충당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극소수의 아프리카 국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은 매년 예산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수입관세 감소에 따른 예산 확보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갑작스런 무관세 또는 대폭적인 관세 감소는 정부 재정확보에 어려움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따라서 조속한 시일에 세수를 늘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의 일부 고소득자들은 과세를 회피하기 위해 외국에 재산을 도피하고 편법을 쓰면서 탈세를 하는 경우가 흔하다. 소득신고를 활성화하여 고소득자들의 소득세 징수 절차를 마련하는 것도 한 대책이 될 수 있다.   철폐에 대한 일정과 원산지 증명에 대한 내용 및 최혜국 대우(MFN)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 두 번째 단계의 협상에서 경쟁 정책, 지적 재산권 및 투자, 특히 전자상거래에 대해 국가별 이견이 많아 지속적인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서비스 분야의 경우 2020년 2월까지 매듭을 짓는 것을 목표로 추진 중이며, 2021년 1월까지는 투자, 경쟁 정책, 지적재산권, 주요 서비스 분야인 건설, 교육, 보건 및 사회, 오락 및 문화, 분배, 환경, 기타 서비스에 대한  협상은 2021년 1월에 마무리 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9년 7월 아프리카연합 비정기 회의에서는 AfCFTA 협정 서명 1주년을 기념하고, 아프리카대륙시장(African Internal Market)을 공식 출범시키고, 사무국 설립에 대한 논의가 있을 예정이다.   AfCFTA를 통한 산업발전 방안 제언AfCFTA가 성공적으로 출범하였고, 대륙 전체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유무역이 산업화로 연계되어야 한다. 회원국 차원에서 자유무역지대에 의해 실질적인 혜택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산업과 직결된 부문에 대해 몇 가지 제안해 본다.   첫째는 역내 무역( Intra-regional Trade)을 늘리는 것이다. 역내 무역의 증가는 기존에 아프리카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1차 산업 위주의 경제 구조로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조속한 시일 내로 국가별로 전문화할 수 있는 산업에 치중하여, 산업의 분업화를 이루는 것이다. 여기서, 유럽연합의 에어버스의 성공적인 국가별 분업화를 들 수 있다. 에어버스의 부품은 17개 국가에서 각기 다른 부품을 생산하여 프랑스에서 최종 조립해서 세계시장에 판매하고 있으며, 미국의 보잉사와 경쟁하고 있다. 역내 무역이 활성화되지 못했을 때는 불과 3~4개 국가가 부품 생산을 맡아왔었다. 따라서, 역내무역의 증가는 산업의 분업화를 가져오게 된다.   두 번째는 회원국의 기술, 정보 및 지식의 교류의 활성화이다. 특히 기술은 발전하는데 많은 시간, 자본 및 인적자원이 필요하다. 우수한 인적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것이 필수 있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의 고등교육 제도는 아직도 지식적인 측면에서 낙후되어 있고, 기술 인력의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교육은 초등 및 중등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여야 고등교육에서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새로운 지식을 채울 수 있다. 또한 단기간에 기술을 축적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직접투자를 통하여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별로 투자환경이 다르고,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두 번째는 회원국의 기술, 정보 및 지식의 교류의 활성화이다. 특히 기술은 발전하는데 많은 시간, 자본 및 인적자원이 필요하다. 우수한 인적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것이 필수이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의 고등교육 제도는 아직도 지식적인 측면에서 낙후되어 있고, 기술 인력의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교육은 초등 및 중등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여야 고등교육에서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새로운 지식을 채울 수 있다. 또한 단기간에 기술을 축적하기 위해서는 외국인직접투자를 통하여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별로 투자환경이 다르고, 외국인투자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 인허가 절차, 인적자원의 확보, 사업 환경 등이 다르며, 비교적 우월성이 있는 국가에 외국인투자가 편중된다. 따라서 또 다른 형태의 양극화를 가져오는 요인이 된다. 이에 대한 대륙차원의 협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세 번째는 회원국의 제품 및 생산 활동에 대한 표준화와 규격화이다. 가장 쉬운 예로, 환경 관련 기준을 들 수 있다. 일부 국가는 엄격한 환경기준을 설정하고 모니터링하고 있으나 여러 국가들은 환경오염에 대해 소홀히 대처하고 있어, 생산지를 옮겨가게 될 수 있다. 이는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가 발효되면서 환경에 노출된 많은 기업들이 멕시코 국경으로 생산설비를 옮긴 경우를 살펴 볼 수 있다.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제품에 대한 규제 제도 및 감시 시스템이 부실하다. 많은 경우 외국에서는 질적인 문제점, 제품의 표준화를 채우지 못해 폐기되는 물품이 아프리카 시장에서 판매되기도 한다.   네 번째는 AfCFTA가 성공적으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회원국들의 적극적인 참여 의지와 상대적으로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유럽연합의 경우 독일을 비롯한 4개의 주요국들이 전체 30여개 국가의 경제를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아프리카 대륙이 최종적으로 완전한 단일 시장을 구축하고, 공동 번영을 이루기 위해서는 경제 규모가 작고 외부의 경제적 충격 등에 의해 자국의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는 국가들에 대한 보호 장치가 구축되어야 한다. 유럽의 경우,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때 독일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지원을 할 수 있었다. 국가 간의 협력 구도가 제대로 구축되어야 리더십과 정책 협력이 발휘될 수 있을 있을 것이다.   * 참고자료 정재욱·김예진·정민지. 2019.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 (AfCFTA)협정의 발효 의미와 전망』, KIEP 세계경제 포커스, Vol.2 No.17, ISSN 2635-5981, 대외정책연구원Landry Signe and Colette van der Ven. 2019. Keys to success for the AfCFTA negotiations, Africa Growth Initiative, Brookings Institute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이진상 / 한국뉴욕주립대학교 / 교수 201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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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알제리 정치위기 현황 및 전망

시위와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사임 지난 2019년 2월 80대에 접어든 압델 부테플리카(Abdelaziz Bouteflika) 대통령이 재선 출마를 발표하자, 장기간 누적된 알제리 국민들의 불만이 마침내 폭발했다. 알제리 국민들은 변화를 요구했다. 그러나 진정성 없는 정치권의 대응은 국민의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부족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할 경우 조기에 퇴임할 것이라 공약했지만 시위가 더욱 거세지자 결국 출마 선언을 철회하고 즉시 하야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막후에서는 부테플리카 세력 내 다른 측근으로 권력을 이전하기 위한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국민들은 더 이상 속지 않았다. 계속된 시위로 인해 2019년 4월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결국 사임했으며 정재계에 포진해 있던 대통령 측근들도 상당수 축출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공무원과 거물급 억만장자 다수도 부패 혐의로 구속되었다. 하지만 정치인들에 대한 알제리 국민들의 반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과도 정부의 임기가 선거예정일인 2019년 7월 4일임에도 불구하고 압델카데르 벤살라(Abdelkader Bensalah) 임시 대통령과 누레딘 베두이(Noureddine Bedoui) 총리에 대한 하야 요구가 거세다. 시위대는 “같은 패거리 통치 하에 선거는 없다(No elections under gangs’ rule)”는 구호를 주창하고 있다.   알제리 정치 위기 원인사회 여러 측면에서 정치 및 경제 병폐가 나타남에 따라 시위대의 불만은 깊어만 갔다. 아랍 바로미터(Arab Barometer)와 세계가치조사(World Values Surveys)에 따르면, 알제리인 다수가 자신의 삶에 자유로운 선택권이 없다고 느끼며 연줄 없이는 취직할 수 없고 누군가가 자신을 이용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많은 이들이 알제리 정부가 모든 국민의 경제적 자활을 위한 노력을 충분히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Lagravinese 등, 2015). 알제리 시위는 청년 및 소외 근로자 계층의 정치적 자유 및 경제적 기회 부재와 함께 80대에 접어드는 정계 고위층이 일반 시민과 동떨어져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현 알제리 위기는 오랜 시간 동안 켜켜이 쌓인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그 발단은 지난 10년 동안 있었던 정치 및 경제적 문제 및 이들 문제를 악화시킨 정부의 역할 부재이다.   2000년대와 2010년대 초반 꾸준한 경제성장을 구가했던 알제리는 유가 급락과 정부의 대응 실패로 인해 2015년부터 경제가 추락하기 시작했다. 농산품과 제조상품 수출이 증가하긴 했지만 석유 및 가스 수익 저하로 인해 발생한 격차를 메우기에는 역부족 이였다. 무역 적자와 정부 부채가 확대됨에 따라 인프라 투자 및 빈곤 완화 정책에 사용될 자원이 부족해졌다. 공공분야 및 에너지/화학 산업 규모가 큰 알제리 경제의 실업률은 12%로 치솟았으며, 특히 청년과 여성 실업률은 각각 30%, 40%로 치솟았다.   더구나 2000년대부터 이루어진 경제발전의 성과가 국민 모두에게 고르게 분배되지 못했다. 빈곤층은 식품 가격 증가로 타격을 입었으며 청년층이나 여성 등 취약 인구집단의 높은 실업률은 낮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공공부문 및 기업부문 내 괜찮은 정규직 일자리는 비정규직 또는 일용직 등으로 대체되었다. 임금 또한 낮아졌다(Benhabib 및 Adair, 2017). 보건 지표는 개선되긴 했지만 전체적인 보건 격차는 확대되었다. 집안의 재력 및 도농격차가 보건 자원 분배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되고 말았다(Hlasny, 2017).   부테플리카 정부는 경제다각화를 통한 채굴산업 의존도 저하 및 안전망 구축을 이루지 못하고 무방비 상태로 오일쇼크에 노출되었다. 고용률 제고, 저렴한 주택 건설 및 식품가격상승에 따른 가계 피해 방지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너무나도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뒤늦게 이루어졌다.   실제로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건강문제를 겪기 시작한 2005년부터 알제리를 통치한 것은 대통령의 측근 및 대통령의 형제인 사이드 부테플리카(Said Bouteflika)였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위암 진단을 받았으며 2013년에는 뇌졸중으로 한 번에 몇 개월씩 프랑스에서 입원하곤 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뇌졸중으로 인해 언어 능력을 상실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대통령은 대중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으며, 심지어는 정부 내각과의 소통도 제한적으로 서면으로만 진행되었다.   따라서 올해 시위를 촉발한 계기인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5선 도전을 위와 같은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2014년부터 휠체어에 의지해 살았으며 대중연설을 하지 않았다. 형제인 사이드 부테플리카가 작성한 것으로 추측되는 서면 선언문을 통해 국정을 운영했으며 재선 당시 선거 유세 또한 직접 진행하지 않았다. 1999년부터 집권한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3선 및 4선(각각 2009년, 2014년) 선거 이전 국회를 통해 관련 헌법 개정을 두 차례 강행하며 임기를 연장했다. 1999년, 2004년 및 2009년의 선거 승리는 모두 선거부정 및 야당의 보이콧으로 물들어 있었다.   질병으로 인해 정상생활이 불가능하여 대중과의 교류도 하지 못하며 대중의 지지율 또한 의심스러운 수준인 정치인이 어떻게 계속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 답은 부테플리카 권력의 고착화 및 군부의 지속적인 지원에 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 및 그 측근은 집권 직후부터 재계 거대기업과 청탁 및 편익을 주고받았을 뿐만 아니라 군부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미디어를 통제하며 권력 공고화 작업을 시작했다. 부테플리카 정부는 정권과 연계된 기업에게 국가 사업권을 주었고, 해당 기업은 국가사업을 통해 얻은 인프라 이용료의 잉여분 및 고용 기회를 사용하여 유권자를 달래고 공무원에게 특혜를 제공했다. 회전문 인사와 네포티즘(nepotism)이 만연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미디어와 거리를 두었다. 미디어의 접근을 거절하고 라디오나 텔레비전에서의 생중계 토론도 금지했다. 또한 주요 미디어 매체의 소유권을 자신의 측근에게 주고, 불만을 가진 매체의 경우 (국가기관 또는 연계 기업의) 광고에 자금을 제공하라고 지시하며 미디어의 자체 검열을 강화했다. 2010년에는 자기 자신을 알제리 국영 텔레비전 방송사의 편집국장으로 임명하기에 이르렀다. 부테플리카 정부의 안보기관은 1992년부터 계속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2011년에 부분적으로 해제된 것을 제외하고 지속 유지된 이 비상사태로 인해 권력, 언론의 자유 및 시민의 권리 간 균형이 깨졌다. 2019년 2월 시위가 서서히 번지기 시작한 이면에는 미디어 보도 및 공공 집회에 대한 금지가 있었다.   알제리 정국 전망그렇다면 민주주의와 지속가능한 발전 관련 알제리의 앞날은 어떨까? 시민 사회가 성공적으로 중립적인 지도자를 세우고 선의의 거버넌스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 조심스레 낙관할 수 있다. 그러나 그저 바람만으로 이를 실현할 수는 없을 것이며, 난관이 도사리고 있거나 실패할 가능성도 높다.   부테플리카 전차는 경로를 이탈했으나 그 바퀴는 계속 돌아가고 있다. 물론 공무원과 친정부 고위급 재계 인사 다수가 체포되었고 부테플리카 정부의 관료주의와 정책을 해체하기 위한 대화가 시작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수의 공인이 변화가 필요하다는 대중의 구호에 동조하고 있고, 실질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전임 정권에서 비교적 지위가 높지 않았던 인사, 군부, 민간분야가 자신에게 이득이 되었던 네트워크와 기관 보존에 필요한 인력을 구하기 위한 협상을 막후에서 전개하고 있다. 마지못해 부테플리카 대통령을 저버리고 사임을 요구한 군부가 민주주의에 반하고 현상 유지를 원하는 입장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확실한 체제 변화의 성공 여부는 단언할 수 없다. 오늘날 알제리 정치 환경을 살펴보면 새로 들어선 정권이 급진적인 헌법 제안으로 국민을 분열하고 국가를 내전 발발 직전으로 몰고 간 2013년 이집트의 상황을 엿볼 수 있다. 군부가 헌정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키고 새로이 구축한 체제 또한 이전 체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차이점이 있다면 혁명을 통해 끌어내린 이전 정부보다 더욱 독재적이라는 것뿐이었다. 수감된 자들은 사면되고 혁명의 승리자들이 처형되었다.   체제 변화가 무위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고하는 과거의 사례는 이집트뿐만이 아니다. 리비아에서는 국가원수였던 무아마르 카다피(Muammar Gaddafi) 축출 이후 이어진 수 년 간의 권력 다툼과 사회적 혼란 끝에, 현재 칼리파 하프타르(Khalifa Haftar) 총사령관이 스스로를 지도자로 세우기 위해 UN이 지지하는 국민통합정부(Government of National Accord)의 지배력을 뺏고 있다. 예멘의 경우, 2011년에 몰아낸 대통령의 자리에 잘 알려져 있지 않던 대통령의 대리인이 부정 단독 선거를 통해 당선되었다. 이러한 ‘실패한’ 혁명은 (시리아나 레바논의 경우처럼 외국 군대의 개입으로 인해 실패한 것이나 바레인처럼 잔인한 정부군에 의해 실패한 것이 아니라) 내부로부터 실패한 것이다. 분열된 야권과 공공의 무질서가 기존 세력의 집권을 막지 못해 일어난 일이다.   다른 아랍의 봄 혁명 사례를 비유로 드는 것이 적절하다. 실제로 알제리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위기는 사회적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있고 정치 구조 재정립이 미흡했으며, 유권자와 각종 기관이 뇌물을 받고 석유 수입을 사용한 공약과 낭비를 묵인했던 아랍의 봄 이후를 떠올리게 한다. 오늘날에도 비슷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알제리 국경 밖을 살펴보면 현 위기가 알제리에 국한된 것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웃국가에서도 지도층에 대한 도전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2월 이후 수단에서 정치적 시위 발발 기미가 보이고 있고, 리비아에서는 군사 쿠데타가 진행 중이다. 이집트에서는 잔혹한 탄압을 통해 반체제 인사를 저지하고 있으나, 시민 사회가 결국 봉기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요소들이 2011년 이후 민주적 및 경제적 발전 부재로 인해 아랍 지역에 봉기의 새로운 물결이 일어날 수 있다는 신호탄이다. 실제로 많은 아랍 국가들이 같은 병폐를 앓고 있으며 변화의 시대가 도래 했다는 신호를 보여주고 있다. 아랍 국가의 경제는 자원 채굴에 따른 수익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으며, 과도한 부채와 사회경제적 불균형, 취약한 안전망, 노동시장 문제 및 기업의 경쟁력 문제 등을 지니고 있다. 아랍 국가의 정치권에서는 국정을 운영하는 이들의 재계 및 군사 관련 이득을 위한 강한 파벌을 형성하고, 약하고 나이 든, 국정 운영에서 멀리 떨어진 사람을 지도자로 내세우는 경향이 있다.   뿐만 아니라 아랍 지역의 시민 사회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알제리 시위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자국 내에서도 정치적 변화를 이룰 수 있을지 그 전망을 점쳐 보기 위함이다. 알제리는 아랍권역, 나아가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국가이며 인구도 손에 꼽힌다. 아랍 지역에서 알제리 인구는 이집트 다음으로 가장 많다. 알제리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랍 전체의 경제와 정치에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다. 결국은 봄이 오는 것처럼, 알제리가 성공할 경우 그 성공담은 아랍 지역 전체로 퍼져 나갈 것이다.      

알제리 Vladmir Hlasny / Ewha Womans University / Associate Professor 201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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