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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콩고민주공화국이 동아프리카공동체(EAC) 가입 의사

지난 6월 14일 탄자니아를 방문한 콩고민주공화국의 펠릭스 치세케디(Felix Tshisekedi) 대통령은 동아프리카공동체(East African Community, EAC) 회원국으로 정식 가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실제 치세키디 대통령은 동아프리카공동체 現의장인 폴 카가메(Paul Kagame) 르완다 대통령에게도 동아프리카 공동체 가입을 위한 공식 서한을 보냈다. 2019년 1월 24일 취임한 치세케디 대통령은 취임 이후 동아프리카공동체 가입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밝혔고 이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해왔다. 사실 콩고민주공화국이 동아프리카공동체에 가입하려는 시도는 전임 카빌라(Joseph Kabila) 대통령때부터 시작되었다. 콩고민주공화국이 동아프리카공동체에 가입하게 되면 아프리카 신생국가 남수단에 이어 7번째 회원국이 되는 것이다. 콩고민주공화국이 동아프리카공동체 회원국으로 가입하면 이 지역공동체의 위상과 역학 관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동아프리카공동체 회원국은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 르완다, 부룬디, 남수단을 포함한 동부와 중부 아프리카의 6개국이다.   콩고민주공화국의 역내 위상과 미래 잠재력콩고민주공화국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SSA) 최대의 국토 면적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콩고민주공화국은 인구 9,200만여 명(2019년 추계)에 달하는 대국으로 막대한 규모의 광물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대륙에서 구리 생산량은 최대이며 전기자동차나 친환경 에너지 기술 개발에 필수적인 코발트와 콜탄의 매장량도 막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콩고강의 수자원을 이용한 수력발전의 잠재력도 커서 일찍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따라서 콩고민주공화국이 7번째 회원국으로 동아프리카공동체에 정식 가입하면 2억 6,000만 명 이상의 인구를 보유한 거대 지역공동체로 탈바꿈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2018년을 기준으로 콩고민주공화국의 국내총생산은 케냐나 탄자니아에 미치지 못하지만 르완다의 4.4배에 달한다. 즉, 케냐와 탄자니아를 제외한 우간다, 르완다, 남수단, 부룬디의 국내총생산을 합친 규모다.   펠릭스 치세케디의 입장‘민주주의와 사회적 진보를 위한 연합(Union pour la Démocratie et le Progrès Social)’ 총재를 지낸 펠릭스 치세케디는 2018년 12월 30일 실시된 선거에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의 대선 승리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선거를 통해 처음으로 권력이 이양된 사례이기 때문에 더욱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그는 취임 이후 앙골라, 케냐, 우간다, 나미비아, 탄자니아, 콩고공화국 등 콩고민주공화국과 인접하고 있거나 동부아프리카에 위치한 국가들을 방문했다. 방문 기간 중 방문국 정상들에게 국가 간 장벽을 쌓는 대신 장벽을 무너뜨리고 지역 통합을 강화하자고 호소했다. 지역 통합에 대한 치세케디 대통령의 관심은 2019년 5월 30일 아프리카연합 49개국의 조인을 거쳐 출범한 ‘아프리카 대륙 자유무역협정(AfCFTA)’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 대륙 자유무역협정은 역내 자유무역을 촉진하고 단일 통화 도입을 통해 단일시장을 출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남부 아프리카 지역의 경제, 사회 협력과 지역 통합을 목표로 출범한 남부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C)에 1997년 9월 이미 가입한 바 있다. 남부아프리카개발공동체는 소수 백인들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폭압을 자행하던 시기에 이른바 전선 국가들(Frontline States)을 주축으로 형성된 역내 공동체다. 현재 회원국 수는 16개국이며 회원국 국민 수는 3억 명에 달한다. 이미 남부아프리카개발공동체에 회원국으로 가입되어 있는 콩고민주공화국이 이보다 규모가 작은 동아프리카공동체에 가입하려는 동기와 목적은 관심의 대상이다.   동아프리카공동체동아프리카공동체는 동아프리카 3국인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를 회원국으로 1967년 출범되었다가 회원국 간의 정치적 문제로 1977년에 해체되었다. 동아프리카공동체가 해체된 배경으로는 우간다의 독재자였던 이디 아민(Idi Amin)과 탄자니아 대통령 줄리어스 니에레레(Julius Kambarage Nyerere)의 긴장 관계, 탄자니아식 사회주의 정책을 추구했던 탄자니아와 자본주의 지향적이었던 케냐와의 차이가 거론된다.   그러나 지역 통합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문제라고 인식한 회원국들은 2000년 7월 동아프리카공동체를 부활시켰다. 본부는 탄자니아의 북부 도시 아루샤(Arusha)에 있다. 동아프리카공동체가 재출범되고 나서 르완다, 부룬디, 남수단이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동부와 중부 아프리카의 지역공동체로 회원국의 인구가 1억 7,200만 명에 달하는데, 콩고민주공화국이 가입하면 2억 6,000만 명 이상의 인구를 보유한 거대 지역공동체로 확대되는 것이다. 향후 소말리아도 정국이 안정되고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출범하면 동아프리카공동체에 가입할 가능성이 높다. 동아프리카공동체는 회원국 간의 상품, 노동,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촉진하기 위해 출범한 경제공동체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이러한 역내 협력을 통해 궁극적으로 단일 통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아프리카공동체가 경제공동체를 넘어 정치 통합까지 실현할 수 있을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개별 회원국이 유지하고 있는 정치 문화나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간다의 요웨리 무세베니(Yoweri Kaguta Museveni)는 헌법을 개정하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장기집권을 해왔고, 탄자니아도 다당제가 도입되었지만 여당인 혁명당(CCM)의 장기집권은 계속되고 있다. 르완다의 개발독재(developmental dictatorship)식 통치, 종족성에 기반한 케냐의 정치 현실 등 회원국들 간의 정치적 차이가 정치 통합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공동체 가입으로 기대되는 효과치세케디 대통령이 동아프리카공동체에 가입하려는 실질적 동기, 배경과 목적에 대내외의 관심이 크다. 동기, 배경, 목적은 다양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콩고민주공화국은 동아프리카공동체 회원국들 간의 교역이 급증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회원국으로 정식 가입함으로써 많은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회원국 간의 자유무역을 통해 상품의 이동이 용이해지고, 인적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또한, 다양한 이슈에 대해 공동의 목소리를 냄으로써 국익을 증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예컨대, 유럽연합이나 미국과의 협상에서 한 국가의 목소리를 내거나 입장을 밝히는 것보다는 지역적 차원에서 통일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듯 보인다.   이와 함께 동아프리카공동체 가입으로 콩고민주공화국의 분쟁이 종식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콩고민주공화국의 분쟁에 인접국인 르완다와 우간다의 암묵적 개입 의혹이 계속되어 왔기 때문이다. 회원국으로 정식 가입하여 기대되는 이러한 효과 이외에도 지리적 위치로 인한 실질적인 필요성도 회원국 가입을 위한 의지 표출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콩고민주공화국은 거대한 면적의 국가이기 때문에 자국에서 산출되는 광물자원이나 수출품을, 거리를 고려해서 서부에 위치한 자국의 항구나 동부의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Dar es Salaam)항을 통해 수출하는 것이 물류비용을 절감하는 데 도움이 된다. 탄자니아 공식 방문에서 탄자니아와 콩고민주공화국 양국의 협력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논의된 것이 콩고민주공화국의 수출입을 위해 다르에스살람 항구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러한 이유로 탄자니아 방문에서 특히 주목을 받은 것은 다르에스살람항구 방문이었다. 탄자니아는 최근 인프라 구축에 국가적 노력을 경주해왔고 이미 구축된 인프라를 통해 콩고민주공화국도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특히, 탄자니아의 바가모요(Bagamoyo)에 건설 중인 항구는 동아프리카 최대의 항구가 될 전망이다.   더불어 동아프리카공동체에 가입하면 역내 이동이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일부 동아프리카회원국가들은 단일 입국 비자를 발급하여 역내 이동을 용이하게 만들었으며 이들 국가의 거주자들에게는 1999년부터 동아프리카여권을 발급하여 사람들과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촉진하고 있다.   향후 과제동아프리카연합이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관세동맹, 공동시장, 통화동맹과 정치적 연방이다. 관세동맹과 공동시장은 다른 문제에 비해 상당히 진척되었으며 이미 합의된 관세동맹 하에서 상품과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 공동체의 궁극적 목적인 정치적 연방 혹은 연합의 정치체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회원국 간의 이해관계를 잘 조정하고 합의를 도출해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치세케디 대통령이 타협과 갈등관리능력에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콩고민주공화국의 동아프리카공동체 가입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콩고민주공화국 양철준 /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 HK연구교수 201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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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이란 이슬람혁명 40주년, 혁명 이후 세대의 희망과 좌절

1979년 이란에서 이란 이슬람공화국으로 2019년은 이란이 이슬람혁명을 맞이한 지 40주년이 되는 의미 있는 해이다. 1979년 이슬람혁명은 20세기 세계사와 이슬람의 현대사의 중요한 획을 그은 사건이다. 하지만 2019년의 이란이슬람공화국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경제적, 외교적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란이슬람공화국을 탄생시킨 이슬람 혁명은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그리고 지난  40년 동안의 굴곡의 역사 속에서 이슬람혁명 이후의 세대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이란 이슬람혁명의 배경을 간략히 살펴보면, 이란 팔레비(Pahlevi) 왕정은 독재 정치를 펼쳤으며 이란 국민들의 민심을 잘 반영하지 못했다. 또한 전통적인 이슬람 가치보다 서구화와 근대화에 더욱 관심을 가졌다. 서구 열강의 이란에 대한 내정 간섭과 팔레비 왕정의 부패와 독재 권력에 대한 민중들의 분노는 1979년 이슬람혁명을 통해 뜨겁게 분출되었다. 흔히 이란 이슬람혁명이 ‘이슬람’의 의미만 강조된 종교 혁명이라고 여기지만 이슬람혁명 주축 세력의 면면을 따져보면 종교주의자들, 사회주의자들, 세속주의자들 등 다양한 결들을 가지고 있었다. 다시 말해 이란 이슬람혁명은 단순히 이슬람 세계로 돌아가자는 종교 혁명이 아닌, 서로 다른 결의 이데올로기들의 정치 혁명이자 자주 공화국을 이상으로 삼았던 것이다. 서구 열강의 이란에 대한 영향력과 왕의 독재 통치에 대항하면서 이란 전역에서 수개월 동안 민중들의 시위가 계속되었다. 결국 당시 국왕인 모함마드 레자 샤(Mohammad Reza Shah Pahlevi)가 망명길에 오랐고, 프랑스에서 망명 생활을 하면서 카세트 테이프를 통해 고국에 끊임없는 이념의 메시지를 전달하였던 아야톨라 호메이니(Ayatollah Ruhollah Khomeini)가 귀국하면서, 이란은 이란이슬람공화국이라는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게 되었다.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은 사회 정의, 자유와 민주주의, 서구 열강으로부터의 자주독립이라는 목표를 약속했다. ‘서양도, 동양도 아닌 이슬람 공화국!’이라는 기치 아래 이란은 그들만의 지정학적 기반과 신념을 세우기를 원한 것이다.   지난 40년 동안 이란은 이슬람법학자통치론(Velayat-e Faqi)  하에 통치되고 있다. 이슬람법학자통치론은 이슬람 법학자들이 국가를 다스려야 한다는 믿음이자 정치체계이며, 이슬람법학자가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되는 신정 공화국 체제를 가리킨다. 이슬람혁명을 통해 시아 이슬람은 정치 이데올기로서의 틀을 갖추게 되었고, 아야톨라 호메이니는 이슬람법학자 통치론을 통해 기존 왕정 체제와 완전히 다른 정치적, 문화적 변화를 이끌어가고자 했다. 1989년 아야톨라 호메이니 사망 후, 지금까지 최고 종교지도자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아야톨라 하메네이(Ayatollah Ali Khamenei)가 등극하였으며, 신정정치는 더욱 강화되었다. 이에 혁명 초기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하나로 힘을 모았던 다양한 목소리들 사이에 균열이 생겼고, 현재 이란 사회 내에서는 크게 보수 강경파와 개혁파로 나누어져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지금까지 서로를 적대시하는 미국과의 관계 역시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직후 크게 악화되었다. 팔레비 왕정 시기의 미국과의 친밀한 관계는 1979년 11월 이후 444일 동안 지속되었던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 인질사건으로 인해 지금까지 단절된 상황이다.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미국의 이라크에 대한 원조, 미국 부시 대통령의 이란에 대한 ‘악의 축’ 규정, 이란-이스라엘-미국과의 적대/우호 관계, 미국 주도로 이루어진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조치 등 미국과의 대척 관계가 40년 동안 지속되면서 오늘날 이란은 대표적인 반미 국가로 변모하였다.   ‘불타버린 세대’, 이슬람혁명 이후의 세대 문화 이슬람혁명은 단순히 정치적인 전복이 아니었다. 이슬람혁명은 정치적인 혁명이자 문화대혁명으로 비유될 수 있을 정도로 이란 내 모든 시스템의 충격적인 전복을 의미했다. 즉 시아 이슬람이 종교와 생활의 영역에서 정치와 법치 시스템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이란 사회의 공적 영역은 거대한 도덕 공동체로 변모하였다. 이와 같은 도덕 공동체 안에서 일부 세속적인 성향의 도시의 개혁적인 시민들에게는 ‘이상적인 시아 무슬림’으로서의 역할만이 강조되는 정권의 요구가 버거울 수밖에 없다.   1997년 개혁파 무함마드 하타미(Mohammad Khātamī) 대통령의 등장으로 이란 사회 내에서도 시민사회 운동이 시작되었다. 1997년에서 2005년까지 개혁파 무함마드 하타미 대통령이 권력을 잡으면서 이란 내 시민사회 운동의 불꽃을 피웠다. 그 결과 시민 사회라는 물결 아래에서 다양한 정치적 지식인 집단들이 모였다. 주로 25세와 45세 사이의 세대들이 주축이 되어 새로운 시민운동을 조직하였고, 그들은 자신의 부모 세대처럼 이슬람주의, 민족주의 혹은 급진적인 좌파들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이데올로기적인 지향을 배척하고 인권과 비폭력, 자유와 민주주의를 추구하였다. 이러한 시민 사회로의 발걸음은 법의 통치, 특히 언론 자유를 포함한 보다 폭넓은 자유로 향했다. 다양한 자유에 대한 약속, 타 문명과의 평화로운 대화, 시민사회 등과 같은 개념이 하타미 대통령 주도로 사회 이념 속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특히 중산층과 여성들 그리고 젊은 층에게 큰 호응을 얻게 되었다.   이란 시민사회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왔던 대표적인 재외 학자인 라민 자한베글루(Ramin Jahanbegloo)는 이란 이슬람 혁명 40주년을 회고하는 기사에서 이슬람 정부는 이슬람 혁명 세대라 불릴 수 있는 1979년 이후의 이란의 젊은 세대에게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분석하였다. 그는 이란 젊은이들에게 더 이상 혁명에 대한 낭만주의는 기대하기 어렵고, 이슬람혁명 이데올로기에서 신에게 복종하는 ‘매개된 주체’가 강조되었다면, 오늘날 혁명 이후 세대들은 ‘개인적인 주체성’에 더욱 몰두하고 있음을 주장하였다.   현재 이란 사회에서 30세 이하 젊은이들이 전체 인구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이란은 젊은 세대 비중이 높다. 1세대가 왕정 시절에서 이란의 근대화를 경험하고, 제2세대가 이슬람혁명을 주도한 세력이라면 제3세대는 이란-이라크 전쟁(1980-1988)을 경험한 혁명 이후의 베이비 부머 세대이다.   또한 그들은 ‘불타버린 세대’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 표현은 이란이라는 통제된 사회와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이란인 스스로가 자신의 삶에 어려움이 많고 꿈을 빼앗긴 데에 대한 자조적인 표현으로, X세대나 밀레니얼 세대까지 아우르는 용어이다. 이들 젊은 층들은 이란 이슬람공화국에서 태어나, 유치원 때부터 시아 무슬림으로서의 종교적 가치와 신념들을 공교육을 통해 배워 나간다. 동시에 그들은 초국가적인 문화적, 경제적, 사회적 흐름 속에서 이슬람 전통뿐 아니라 타 문화 즉 글로벌 대중문화와 접촉하기 시작했고, 뉴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해 외부와 소통하는 법을 배워 나간 최초의 세대이다. 그렇기 때문에 강력한 이슬람화를 강조하는 정부의 집중적인 단속 대상일 수밖에 없고, 이슬람 정부의 규제 강화는 오히려 이란의 젊은 세대들을 그들 만의 공간 안에 숨어버리게 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이란의 사적 영역은 거대한 대안적인 공적 영역으로 전유되어 버린 지 오래다. 특히 2009년 6월 대통령 선거 이후 녹색운동이라 일컫는 민주화 시위에서 보인 젊은 세대의 힘은 그들의 목소리를 전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더욱 압박해 오는 정부의 통제 대상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였다. 2009년 뜨거운 테헤란의 거리에서 그들은 개혁에 대한 희망, 그리고 민주주의와 자유를 부르짖었다. 2019년 현재, 그들은 10년 전 녹색운동의 주역들이었으며 이란 사회의 변화를 누구보다도 원하고 사회개혁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용감하게 저항했던 이들이다. 이러한 그들이었기에, 악화일로를 내딪고 있는 현재의 이란 국내 상황은 암울하고 답답하다.   또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세대는 2019년 이란의 밀레니얼 세대라 할 수 있는 지금의 10대, 20대의 젊은 청년층들이다. 나슬레 자디드(Nasle jadid 신세대)라 불리는 30세 이하의 청소년 및 청년층들은 이전 어떤 세대보다도 스마트폰과 글로벌 대중문화와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란 도시의 10대와 20대들은 다른 국가의 밀레니얼 세대들이 가지는 특징을 유사하게 지니고 있다. 컴퓨터와 정보 기술에 익숙하고,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며, 전 지구적인 대중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거리낌이 없다.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한류 팬클럽 활동에 누구보다도 열성적인 세대도 바로 이들 신세대, 특히 소녀들이다. 하지만 이런 신세대들의 자유와 다양한 문화에 대한 갈망으로 인해 보수적인 이슬람 정권에게는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를 수 없는 이란의 현실에서 미국에 망명한 이란계 가수의 대중가요에 맞추어 춤을 추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 등의 어찌 보면 지극히 평범한 신세대들의 모습에 이란 강경파들은 아연실색하며 이러한 동영상들 이면에 정치적 음모가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이슬람 혁명 이후 세대들이 겪고 있는 더욱 시급한 문제는 언론의 자유나 엄격한 문화적 검열보다도, 어느 때보다 심각한 경제적 위기로 인한 불투명한 미래라 할 수 있다. 이란 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월 기준 이란 전체 실업률은 12.20%이며 청년 실업률은 28.30%에 달한다. 하지만 현지에서 체감되는 실업률은 훨씬 높다. 이란 내에서 가장 고통받고 있는 이들은 청년들과 특히 젊은 여성층이라 할 수 있다. 여성 실업률의 경우 2018년 IMF 자료 기준 남성 실업률이 10.1%라면, 여성은 그 두 배인 20%이다. 또한 이란 내에서 고학력 인구의 실업률은 더욱 심각해 무려 42%의 대학생이 일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고되고 있을 정도이다. 이로 인해 이란의 두뇌유출현상은 해마다 심화되고 있다. 2017년 12월에는 테헤란국립대학교에서 경제난을 규탄하는 대학생들의 시위가 있었고, 2019년 5월에는 대학 내에서 “실업과 강제적인 히잡! 대학생들이 죽어간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대학생들이 분노의 목소리를 드높였다. 최근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시민 불북종 운동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하지만 시민사회의 주역이었던 여성, 젊은 층 그리고 노동자 층들이 체계적인 정권의 탄압에 직면하면서 역동적인 시민사회로서의 동력을 쉽게 얻을 수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9년, 이란의 정치 및 경제 회복 가능성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이란 정세와 경제는 급격한 혼란 속에 있다. 2015년 이란은 극적으로 핵 협상이 타결되어 국제적인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유럽과 한·중·일을 비롯한 아시아를 중심으로 각 정상들이 방문하는 등 지대한 경제적 효과를 낼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일방적인 포괄적 공동행동계획((the 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이란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조건부 경제제재 해제를 골자로 한 다자간국제협약=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이하 JCPoA) 파기로 또다시 이란은 고립 상태에 놓여 있다. 2009년 이란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로 젊은, 개혁파, 중산층 세력들이 “독재자에게 죽음을!”을 외쳤다면, 2019년 이란의 지방의 거리에는 트럭 운전수, 설탕 공장 근로자, 수해 피해 지역민, 교사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경제 상황은 더욱 심각한 사회적 위기를 가져오고 있다. 특히 JCPoA에 대한 일방적인 파기 선언으로 환율 시장은 급격히 흔들렸다. 2018년 8월 기준 1년 사이 이란 리알(Rial)화의 가치는 172% 하락하였고, 환율은 달러당 십만 리알 가량 올랐다. 리알 가치 하락에 따른 수입품 가격 상승으로 심각한 인플레이션에 직면하였다. IMF World Economic Outlook (2018)에 따르면, 이란 물가는 2018년 29.6%, 2019년 34.1%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 북아프리카,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권역의 모든 지역에서 실질 GDP의 플러스 성장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수단과 함께 유일하게 이란은 실질 GDP가 2018년 -1.5%에 이어 2019년 -3.6%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핵 개발로 인한 국제적 경제 제재 이후 이란이 최악의 경제 위기를 맞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수치라 할 수 있다. 현재 이란의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해 실업률과 물가 상승률이 올라가고 시중 환율이 급등해 경제고통지수가 최근 10년 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 이란은 이슬람혁명 이래 최대의 경제적, 외교적 위기에 처해 있음에 틀림없다. “이념보다도 빵이 먼저”라는 이란 사람들의 푸념처럼 현재 경제적 위기는 곧 이란 정치 개혁파에 대한 위협이며 이슬람혁명의 40주년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외부적으로 이란은 지난 40년간 미국, 유럽, UN 등의 제재를 받아왔다. 이란 내 사회 양극화 현상과 사회 불평등 현상은 심화되고 있으며, 전체 인구 전체의 무려 3분의 1이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어두운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은 중산층 붕괴와 빈곤층 증가로 2017년과 2018년에 지방을 중심으로 시위가 일어났다. 미국 정부는 이란 정부를 압박하고 이란의 혁명수비대를 테러집단으로 규정하고 이란 정권 자체를 전복시키려 한다. 하지만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으로 중도개혁파인 하산 로하니(Hassan Rouhani) 정권이 이란 국내에서 신임을 잃고 오히려 이란 내 보수파를 집결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향후 이란의 정세가 어떻게 될지는 내부의 시위, 지역 정세 등 복합적인 국내외 역학 관계로 안개 속이다. 이란 이슬람혁명 40주년인 2019년, 이란은 그 어느 때보다 경제적, 정치적 위기로 인해 불안정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이란의 상황은 언제쯤 나아질 수 있을 것인가?

이란 구기연 /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 선임연구원 20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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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대(對) 이란 제재 및 수출 통제에 관한 미국의 법령 개관

강화되고 있는 미국의 對이란 제재트럼프 미 행정부가 2018년 5월 8일 이란핵협정 즉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JCPOA)」를 탈퇴함으로써 對이란 제재를 복원하였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JCPOA를 탈퇴한 지 1년이 경과한 2019년 5월 8일 이란의 철강, 알루미늄, 구리 등 금속 산업을 대상으로 하는 행정명령(Executive Order)을 발령하면서, 이란에 대한 제재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일반적인 인식은 “JCPOA 탈퇴 이전에 수행하였던 거래는 특별히 문제가 없다거나, 한국 기업은 「Non-U.S. Person(非미국 법인/단체/조직/개인)」에 해당하기 때문에 주로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s)에 위반되는지 여부만 검토하면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자체적으로 미국의 對이란 제재 규정에 위반되는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는 내부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구축하기보다는 정부기관 (전략물자관리원) 또는 외국환은행에 대한 문의에 많은 부분을 의존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식만으로는 미국의 對이란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험을 관리하기에 부족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필자 역시 對이란 거래 관련 제재 위험이 사후적으로 발생한 다수의 기업들을 자문한 적이 있고, 그 과정에서 적절한 프로그램이 있었더라면 사전적으로 스크리닝 되었을 것이 명확한 제재 위반 우려 거래를 다수 발견한 적이 있다. 이런 점에서 일차적으로 미국의 對이란 제재 규정 및 수출 통제 규정 중 빈번하게 인용되거나 적용되는 규정으로서 이란에 특이한 사항을 개관하고, 이와 관련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특히 수출 통제 규정은 개별 품목을 기초로 어느 국가에 대한 수출 또는 재수출에 면허가 요구되는지 여부에 관한 것이고, 제재 규정은 어느 당사자의 특정 거래가 허용되는지 여부에 관한 것인 바, 양자는 그 목적 및 규율 방식이 상이하며 특히 이란의 경우에는 아래에서 논의되는 바와 같이 양자 모두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미국의 對이란 제재 규정의 법률적인 개관일반적인 법령 체계미국의 對이란 경제 제재를 포함한 미국의 경제 제재 프로그램의 근거가 되는 일반적연방법률(Federal Statutes)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 IEEPA) 이다. 해당 법률은 미국의 국가 안보, 외교 정책 및 경제에 위협이 되는 경우 미국 대통령에게 자금 거래를 조사 또는 규제하거나 금지할 수 있는 권한 및 자산을 동결할 수 있는 권한을 수권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대통령은 행정명령(Executive Order) 형식으로 이란 등 제재 대상 국가에 개별 제재를 발표하고, IEEPA에 따라 대통령에게 수권 된 권한에 근거하였다는 점을 명시한다. 그리고 해당 행정명령에는 ‘일반적인 수권(General Authorities)’ 등의 표제 하에, 재무부(Department of Treasury)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하고 있으며, 해당 권한에는 법령(rules and regulations)을 채택하거나, 재무부 내의 다른 부서(특히 OFAC5))에 조치를 위임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란 제재에 관하여는 「C.F.R part 560」 이하에 ‘이란 거래 및 제재 규정(Iranian Transactions and Sanctions Regulations 또는 ITSR)’이 주로 적용된다. 주의할 것은 ITSR이 미국의 對이란 제재 규정으로서는 가장 많이 인용되는 조항이기는 하나 행정명령이 ITSR을 경유하지 않고 직접 적용되는 경우도 있고, 다른 법령 역시 미국의 對이란 제재의 근거가 작용할 수 있으므로 아래에서 인용된 ITSR이 미국의 對이란 제재와 관련하여 적용될 수 있는 규정의 전부를 구성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아래에서는 편의상 1) 「U.S. Person(미국 법인/단체/조직/개인)」 또는 미국과의 연결관계(U.S. Nexus, 예를 들어 미국 금융 시스템, 미국 원산지 등)가 존재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1차 제재, 2) 어떠한 미국과의 연결관계(U.S. Nexus)도 존재하지 않지만 일정한 유형의 거래를 이란과 관련하여 수행한 경우에 적용되는 2차 제재로 구분하였으나, 이는 법령상 명시된 구분이라기 보다는 실무상 그리고 강학상 관례적으로 이루어진 구분이다. 따라서 일정한 경우에는 1차 제재와 2차 제재 중 어느 것이 적용되는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둘 다 적용될 수 있는 거래도 존재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1차 제재일부 예외(예외에 관하여는 아래 2차 제재 관련 부분 참조)를 제외하고, ITSR은 「U.S. Person」으로 하여금, 아래와 같이 이란과 관련된 아래 거래를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1)  「U.S. Person」 의 정의 규정상, 미국 시민권자, 미국 영주권자, 미국 법률에 따라 설립된 법인, 단체 및 조직 등(entity), 미국 법인의 해외 지사(branch) 및 (국적에 관계없이) 미국 내에 있는 자를 말한다. 또한 ITSR은 「U.S. Person」 에 의하여 소유되는 미국 외에 설립된 조직(entity)에 관하여도 (미국인에 의하여 수행되었으면 금지되었을) 거래를 수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2)  금지되는 거래(사실상 대부분의 거래)   * 이란과 직/간접적으로 수행하는 거래. 이란에 대한 물품, 기술 또는 용역의 수출, 재수출, 판매, 공급 포함   * OFAC으로부터 SDN으로 지정된 이란인 및 그에 의하여 직간접적으로 50%(이른바 50% 규정(Rule)   * 이란 정부 및 이란 정부에 의하여 직/간접적으로 소유되거나 지배되는 entity와의 거래   미국 1차 제재를 위반하는 경우, 민사 또는 형사 책임이 수반될 수 있다. 추가로, 미국 정부는 1차 제재 규정을 위반하거나, 이를 시도하였거나, 공모하는 것에 참여한 경우에도 민사 또는 형사 벌칙을 부과하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는 해당 근거 규정을 활용하여, 미국과 전혀 연관성이 없는 「U.S. Person」이 미국 달러화로 이란과 거래하면서 미국 금융기관을 간접적으로 관여시키는 것에 관할을 행사하고 있다. 즉, 해당 거래에서 「U.S. Person」이 미국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미국 제재 규정을 위반하도록 하였다는 것이다.   특히, 「United States v. Zarrab」 사건에서, 미국 연방 지방법원은 단지 자금이 미국 은행을 경유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외국인에 관하여 OFAC이 관할을 행사할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자랩(Zarrab)은 외국은행을 통하여 거래하였을 뿐이고, 해당 외국은행이 다른 외국은행과 거래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였으나, 외국은행 간 자금 거래에 있어서 미국 금융 시스템의 관여가 있었다는 이유로 해당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아니하였다.   뿐만 아니라, ITSR은 「Non-U.S. Person」이 미국 제반 법령상 수출 면허의 적용을 받는 미국산 제품, 기술 및 용역을 재수출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Non-U.S. Person」 에 관하여 직접적인 관할권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어느 제품에 미국산 통제 품목(Controlled U.S. Content)이 일정 비율(구체적인 산정 방식에 관한 논의는 본 기고문에 포함하지 아니하였다) 이상 포함된 물품을 산업안보국(BIS) 등 관할 기관으로부터 면허 없이 수출하는 경우에는 아래 수출입 통제 규정의 위반 이외에 ITSR의 위반도 초래될 수 있는 것이다.   위 규정 및 사례는 한국 기업에 관하여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1차 제재가 그 적용 대상이 「U.S. Person」이지만, 「Non-U.S. Person」인 한국 기업 역시 거래에 미국과의 연결관계(U.S. Nexus)를 관여시키는 경우 1차 제재를 위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복잡다단한 국제 거래의 구조, 한국 수출 제품 중 미국 기술, 부품에 대한 의존도 및 한국 기업이 통제하지 못하는 관련 당사자(주거래 은행이 거래하는 중계은행(intermediary banks), 화물 운송인, 선박 등)의 거래 참여 가능성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한국 기업이 수행하는 거래에서 미국과의 연결관계(U.S. Nexus, 미국 달러화 거래, 미국 원산 물품 등)가 완전하게 배제되었다고 확신할 수 있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이와 같은 점에서, 선별도구(Screening Tool) 등을 통하여 완전하게 미국과의 연결관계(U.S. Nexus)가 제거되었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한국 기업으로서는 「U.S. Person」에게 적용되는 제반 제재 관련 규정이 한국 기업에게도 잠정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거래의 초기 단계부터 거래에 관한 실사 및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2차 제재2차 제재는 미국이 미국과의 연결관계(U.S. Nexus)가 없는 일정한 거래에 관여한 「Non-U.S. Person」에 관하여 부과하는 제재를 총칭하는 것으로서, 서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특정한 법령상의 개념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對이란 제재 법령상 미국과의 연결관계(U.S. Nexus)가 없는 경우에도 역외 적용될 수 있는 법령을 총괄하여 지칭하는 실무상 내지 강학상 개념이다. 2차 제재의 주된 구현 방식 내지 목적은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해가 되는 거래를 수행한 「Non-U.S. Person」을 SDN 등의 목록에 등재하거나 「U.S. Person」또는 미국 은행이 해당 「Non-U.S. Person」과 거래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미국 시장뿐만 아니라 국제 시장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겠다는 점에 있다.   「Non-U.S. Person」은 다른 미국과의 연결관계(U.S. Nexus)가 없는 경우에도 1) 이란과 관련된 SDN을 위하여 조력하거나, 금융, 물자, 기술적 지원을 제공하거나, 제화 또는 용역을 제공하는 경우 또는 2) 미국의 대 이란 제재의 적용을 받는 누군가를 위하여 미국의 대 이란 제재 규정을 위반하거나 위반을 시도, 공모 또는 초래하는 경우 2차 제재를 부과 받을 수 있다.   특히 2016년 1월 16일에 발효되어 미국에 의한 탈퇴 시점인 2018년 5월 8일까지 지속된 JCPOA의 일환으로 미국은 이란의 자동차, 에너지, 해운, 조선, 금속, 광산 및 금융 영역에 대한 2차 제재를 유예하였으나 2018년 5월 8일 미국의 JCPOA 탈퇴에 따라 일정한 유예기간(wind down period. 사안에 따라 90일 또는 180일)을 거쳐 복귀(snap-back) 하였다. 다만, 위 (1) 및 (2)에 따른 2차 제재는 JCPOA 기간 중에도 유예되지 않았다는 점은 주의를 요한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 이란 2차 제재는 1)이란의 부정부패 관련 활동, 2) 이란 대량살상무기, 미사일, 화학무기 및 전통 무기에 관련된 재화, 기술, 용역 제공 및 지원, 3) 이란의 인권 침해 및 감시 관련 활동, 4) 이란 혁명군 및 그와 관련된 자들과의 중대한 거래 및 중요한 지원, 5) UN 안보리 결의에 따라 거래가 제한되는 자들과의 거래에 관하여도 적용된다. 미국의 수출입통제 규정 및 이란에 대한 특별한 취급미국 수출관리규정(Export Administration Regulations ,  EAR)미국의 국제무기거래규정(International Traffic in Arms Regulations, ITAR)의 적용을 받는 군수 물품을 제외한 나머지 물품(사실상 나머지 전부)는 EAR의 적용 대상이 되는 바, 그 구체적인 적용 범위는 1) 제조 주체를 묻지 않고 미국에 존재하는 모든 항목(미국을 경유하는 물품에 관하여도 적용된다는 것에 주의), 2) 위치를 묻지 않고, 미국 원산 항목, 3) 미국 원산 항목을 일정 비율 이상 포함하고 있는 외국산 항목, 4) 미국 원천 기술 또는 소프트웨어를 직접적으로 이용하여 생산된 외국산 항목 으로 한다. 다만 일부 항목(예: 책, 신문, 간행물, 음악, 영화, 공개적으로 입수 가능한 소프트웨어 및 기술 등)은 명시적으로 EAR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한국 기업으로서 위의 1) 내지 4)를 수출 또는 재수출하는 기업이 있다면 아래와 같이 수출통제분류번호(Export Control Classification Number 또는 ECCN) 분류(EAR99에 관하여도 적용되는 일반적인 금지 포함) 등 EAR에 따른 준법 프로그램을 사전에 구축하여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일단 EAR의 적용 대상이 되면, EAR의 인적 적용 범위는 「U.S. Person」 과 「Non-U.S. Person」을 구분하지 않는다. 이는 EAR의 규정 성격이 제품을 중심으로 하는 것으로서, 특정 조직(entity) 및 거래 유형을 중심으로 규율하는 제재 프로그램과는 차이를 보이는 점이라 하겠다. 다만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EAR과 제재 프로그램이 이란에 관하여 중복적으로 또는 교차적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은 주의를 요한다.   EAR의 적용 대상이 되는 품목은 1) ECCN에 따라 분류되고, 2) 그에 대하여는 상업규제리스트(Commercial Control List 또는 CCL)의 적용에 따라 수출 또는 재수출 시 면허가 적용되는지 여부가 결정된다.   이란에 관한 특별한 취급미국 상무부 BIS와 ITSR 은 미국산 제품, 소프트웨어, 기술 등이 이란으로 수출되는 경우 EAR에 따라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EAR은 미국산 제품의 수출뿐만 아니라 외국산 품목을 재수출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특히 ITSR과 EAR은 「non-U.S. Person」이 수출 통제 대상인 미국산 제품 또는 외국산 물품 중 미국산 통제 품목이 10% 이상 포함된 제품을 이란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나아가 ITSR은 「Non-U.S. Person」인 수출업자가 이란에의 재수출을 목적으로 미국 공급 업자나 미국인 등으로부터 물품 및 재화를 구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란의 경우에는 ECCN에 따른 항목이 없다고 하더라도, 1) 미국과의 연결관계(U.S. Nexus)가 존재할 여지가 없는 것인지, 2) 품목 자체가 EAR이나 ITSR의 적용 대상이 될 수는 없는 것인지 여부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이란의 경우에는 BIS 및 OFAC이 각각 또는 공동으로 관할을 주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의를 요한다.   결론미국의 JCPOA 탈퇴 이후 이란에 관한 거래에 있어서 제재를 회피하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는 미국의 對이란 관련 제재/수출 통제에 적용될 수 있는 규정이 다양하고 복잡하다는 것 이외에도, 미국이 이란과 관련한 제재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는 점, JCPOA 이후 SDN에서 제외되었던 조직(entity)들을 SDN으로 추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규로 SDN을 지정하고 있다는 점, 미국에 의하여 SDN으로 지정된 조직(entity)들이 직접 거래를 수행하지 않고 이란 인근 국가에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여 이를 통하여 거래하는 경우가 많아 50% 규정(SDN)뿐만 아니라 SDN이 50% 이상을 소유한 법인과도 거래가 금지된다는 원칙)의 적용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사전적인 스크리닝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 서로 목적 및 규정 형식이 상이한 경제제재 및 수출통제 규정이 모두 적용될 수 있다는 점 등에 기인한다.   이를 고려할 때, 회사의 거래를 기초로 한 위험평가를 반영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구축하지 아니하고 개별 거래마다 실무진의 현장 판단 내지 관련 기관에 대한 문의에만 의존하여 거래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이란 관련 제재 위험을 완전하게회피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나아가 잠정적인 제재 위반이 발생하는 경우 적절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 구축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 제재 수위의 가중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란과의 거래를 일체 수행하지 않겠다는 의사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구축하지 않는 것 역시 (이란 SDN이 이란 외부에 조직(entity)을 설립하고 이를 통하여 거래를 진행하는 경우를 밝혀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미국의 대 이란 제재의 위험을 완전하게 회피하는 방안이 될 수 없다.   특히 최근 미국의 대 이란 경제제재 정책의 강화와 함께, OFAC은 각 회사가 적절한 수준의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구축할 것을 요구하는 바, OFAC이 요구하는 적절한 수준의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주요 요소를 아래와 같이 소개하면서 본 기고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1)  회사의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구성 요소* 경영진의 준법의지 및 준수* 위험평가 및 분석* 내부 통제* 지속적인 검사 및 감사* 교육 및 훈련 2)  회사의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운영에 있어서 고려 사항* 상시적 위험관리 및 제재 위험과 관련하여 통제권한과 책임을 보유한 · 전담 직원 배치* 각 거래에 대한 사전적/사후적 실사 수행* 기록의 보존 및 관리* 상대방에 대한 스크리닝을 포함하여 제재 위험 유발 요인에 대한 · 심사정책* 신속한 교정 및 치유 프로그램  

이란 장용재, 박정민 / 법무법인 광장 / 변호사 2019-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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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한국의 대(對) 아프리카 ODA 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

대(對) 아프리카 ODA 현황 및 평가   한국은 1987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설치하여 유상원조 중심의 대외원조를 시작한 이후, 1991년에 무상원조를 전담하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설립하여 원조 규모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갔다. 그리고 2010년에는 OECD 개발 원조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DAC)에 가입함으로써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첫 번째 DAC 회원국이 되었다. 한국의 원조 규모는 1991년에는 5,700만 달러로 국민총소득(Gross National Income, GNI)의 0.023%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19억 1,500만 달러로 GNI의 0.138%까지 증가하였다. 그러나 한국의 2017년 원조 규모는 2016년 22.5억 달러에 비해 1.8% 감소한 22억 달러로, DAC 회원국 중 15위(2016년 16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2017년 GNI 대비 ODA 비율도 전년 대비 0.02%p 감소한 0.14%를 기록했다. 2017년 양자원조의 지역별 비중은 아시아 50.2%, 아프리카 24.4%, 중남미 10.7% 순으로 나타났다. 분야별로는 보건(3억 8,600만 달러), 교육(2억 2,700만 달러) 등 사회 인프라와 교통 및 물류(8억 3,200만 달러), 에너지(1억 1,500만 달러) 등 경제와 인프라 두 분야에 대한 지원이 양자간 원조의 76.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에서 아프리카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 초반에는 매우 큰 편이었지만 점차 감소하여 2001년에는 전체 ODA의 2.6%까지 축소되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 아프리카 ODA가 꾸준히 증가하여 2015년 전체 ODA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8.7%로 증가하였다. 2015년 조정된 우리나라 ODA 중점협력국 24개 나라 가운데 아프리카는 7개국이 포함되어 아시아 11개국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DAC의 ODA 현대화 계획으로 인해 우리나라 아프리카 ODA의 비중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2010년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함에 따라 ODA의 양적 확대뿐만 아니라 질적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또한 한국은 세계적으로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성공적인 사회경제 개발 경험을 가지고 있어 한국의 개발 경험 전수에 대한 개도국들의 수요가 매우 높다. 그런데 한국의 기존 개발 경험 전수사업은 한국의 정형화된 경제발전 경험을 수원국의 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대표적인 경제개발 경험 공유 사업인 KSP(Knowledge Sharing Program), DEEP(Development Experience Exchange Partnership)은 나름대로의 수요와 성과 지향적이고 포괄적인 경제개발 정책 컨설팅을 지향하고 있지만, 실제 운용 면에서는 그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특성이 충분히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수원국의 개발 수요에 밀착된 개발 경험의 공유를 통해 공유사업의 효과를 제고시킬 수 있는 한국형 ODA 모델 정립이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   선진국에 비하면 그 액수가 비교할 수 없이 적지만, ODA를 중심으로 한 한국 정부의 아프리카 경제 지원은 주로 규모가 큰 인프라 개발 원조, 외부 보급형 성격이 강한 기술 보급, 교육 건물 및 교육 기자재 보급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비록 원조 초기의 문제 즉, 원조 기관별 일관성 부족과 유사 사업의 중복, 효과성 검증 미비 등의 문제는 어느 정도 극복이 되었지만 한국의 ODA 사업이 여전히 일회적, 일방적, 단기적 차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또한 서구 국가와 비교해 볼 때 중장기적인 국익의 관점에서 경제적 투자의 활용도가 낮다는 지적도 있다.   이 글은 다른 많은 연구처럼, 한국의 對 아프리카 ODA 전반에 대한 분석과 검토보다는 인도주의적 지원과 경제적 효용성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의 ODA의 규범적 목표와 국가 경제적 이익을 결합시킬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아프리카 국가발전계획에 부합하는 ODA 추진해야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화 방안을 국가 발전 계획의 핵심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2019년 말로 예정된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협정(African Continental Free Trade Area, AfCFTA)’를 통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그러므로 경제개발 분야 ODA의 경우 역시 예측하지 않았던 결과와 가능성을 줄이기 위하여 국가별 정치제도와 경제발전 계획에 맞게 중점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정교하게 수립되고 추진되어야 상생 발전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대부분의 아프리카 신흥 공업국가들은 정부 주도의 제조업 육성을 통해 발전한 한국 사례를 벤치마킹하려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들 국가들은 우리나라 제조업 및 기술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교류와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정부 차원의 ODA 교류 협력 사업에서 유관 성격의 사업은 많지 않았으며 구체적인 양식이나 체계적인 프로세스 또한 명확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향후 정부 차원에서 잠재력이 높은 국가들의 제조업 생산 역량 확충을 위해 관련 기업 진출을 소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넘어서 국가적 차원에서 민ㆍ관ㆍ학  협력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산업 기술 지원, 직업훈련 및 숙련인력 양성 지원, 산업 육성정책 수립 및 집행을 위한 공공행정 역량 강화 등 다양한 지원방법이 있을 것이다. 이 중에서 국가별, 지역별, 시장 별 상황과 특성에 맞게 가장 효과적인 지원양식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각국의 단기적, 중장기적 발전 계획이 제시하는 산업화 육성정책 방향과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다양한 변수와 역량 등을 고려하여 신중하면서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케냐와 에티오피아는 섬유 및 의류 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육성을 표방한 바, 이와 관련된 기술과 역량을 가진 기업과 연동하여 정부-기업-연구소 등을 주축으로 민 〮 관 〮 학 협력 하에 ODA를 추진하는 것이 공여국과 수여국의 상생 발전에 효과적이 될 것이다.   이러한 기업 연계형 ODA는 원조 선진국에서는 이미 직간접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은 자국 기업의 해외 진출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 수단으로 ODA를 활용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에는 중소기업 이니셔티브 사업을 통해 문화 창조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일본 정부는 2013년 8월부터 ODA를 활용한 중소기업 수출 확대 유망 8개 제품군을 지정하고 2015년 9월까지 20개 ODA 사업을 선정해 건당 1억 엔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ODA 무상자금 협력과 인프라 건설 사업 건을 연동해 한국, 중국 기업과 수주 경쟁을 벌이는 일본 기업을 측면 지원, 한국 중국 등과의 수주 경쟁에서 일본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우리 정부 역시 유망 분야의 기업 진출을 위해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넘어서 ODA를 활용해 한국 기업 간 ‘레드 오션’이 되지 않도록 관련 부처를 중심으로 기업들의 비즈니스 협력 조정 및 공공 및 민간 연구소 등의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ODA와 국제사회 SDGs의 연계   아프리카는 21세기 국제 개발협력의 주된 대상 지역이다. 2000년 UN의 새천년 개발 목표의 시행과 함께 아프리카에 대한 ODA가 크게 증가하기 시작하여 2015년에는 전체 ODA의 44.2%를 차지하였다. 한국의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ODA의 개발효과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 국제사회의 개발 프로젝트와 기업 진출, 정부의 ODA를 연계시키는 것이다. 삶의 질, 보건과 위생 등 인간의 존엄성 역시 산업화에 기반하고 있다는 인식에 기반하여 UN을 중심으로 세계 사회가 추진 중인 Post SDGs 역시 ‘지속적ㆍ포괄적ㆍ지속가능한 경제성장 및 노동집약적 산업 발전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증진’이다. 실제로 UN, 세계은행, IMF, IDFB 모두 아프리카 국가들의 산업화를 가장 중요한 역점 과제로 제시하면서 경제개발에 막대한 재정적, 인적, 조직적 원조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이런 SDGs의 목표에 맞게 발전을 추구할 때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제조업 육성은 SDGs가 지향하는 지속 가능한 포괄적 발전의 토대이자 동력인 바, 수요와 공급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각 국 별 발전 전략의 기반 위에서 SDGs 지원 사업 연계를 파악하고 이 기관들의 막대한 재정적 지원과 인력 공급 등이 제공되는 개발 프로젝트를 한국 정부를 중심으로 기업과 NGO 단체, 연구소 등의 컨소시엄을 통해 수주하는 것도 중요한 ODA 방안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도 ODA 자금 등을 통해 국내 기업의 아프리카 투자를 직접적,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더욱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후발 진출 국가로서 한국 정부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특성이 다양한 55개의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진출을 기업에 맡기거나 단순 지원을 넘어서 국가 차원의 투자협력과 이에 따르는 체계적인 사업 진출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과 외교부 등 직접적인 관계 부처 및 정부기관뿐만 아니라 국제금융기구, UN 이사회 같은 국제사회에서 공식적인 발언권과 영향력을 가진 글로벌 시민사회단체와의 긴밀한 협력도 필요할 것이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중점협력대상국가인 탄자니아는 현지의 열악한 의료시설 및 인력 상황을 고려하여 의약 산업 및 의료 관련 산업의 발전을 시급한 국가적 과제로 선정하고 있는바, 의약제조업 및 의약품 수출, 원격화상진료 시스템 등의 경우에 단순한 물품이나 서비스 제공을 넘어서 한국 ODA와 국제사회의 지원 프로젝트를 결합하여 다각적인 진출 방식을 모색할 수 있다. 탄자니아 정부 관계자들이 각별한 관심을 가진 수산물 가공사업 분야도 이러한 연계형 진출에 유망한 바, 최근 KOICA에서는 잔지바르 양식 개발 지원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모델을 더욱 통합적이고 지속 가능한 ODA 형태의 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관광산업과 관련 기업 진출 및 일자리 창출도 이런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검토될 수 있다. 이러한 연계형 사업은 외교부나 특정 부처, 기관만의 역량만으로는 목표를 성취하기 힘들기에 관련 부처 및 기관들의 공동협력이 요구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르완다의 교육 ODA 사업도 이런 맥락에서 보다 통합적인 전환을 검토해볼 수 있다. 르완다는 의 국가 발전 계획 하에 ‘YouthConnekt 이니셔티브’를 중점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청년들이 기존의 전통적인 농업에서 벗어나 지식기반 산업에서 창업함으로써 민간부문에서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인력으로 발전하여 소비자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와 제품을 개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야심 찬 프로젝트이다. 우리 정부는 동 이니셔티브를 對 르완다 CPS 중점협력 분야의 교육 분야에서 ODA 사업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내용을 보면 교육부의 지원 하에 실질적으로는 소수의 사업 주관기관이 실행하는 등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고 있지만 특정 영역에 활동과 성과가 한정되어 있어 연계형 사업이나 경제적 파급 효과를 적극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기왕에 ‘교육강국’으로 평가받는 한국의 교육 관련 산업과 기술, 노하우 등을 고려한다면 한국의 ODA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SDG 프로젝트와의 연계도 적극 추진해볼 필요가 있다.   기업과 농산업 분야 ODA의 연계   평균적으로 볼 때 아프리카(SSA) 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5%이지만 이와 연관된 농기자재, 가공, 판매까지  포함하면 절반이 넘는다. 즉 농산업은 공급망(supplychain)을 구성하고 있는 제조업 및 서비스 활동을 포괄한다. 농산업은 농기자재 산업(농기계, 농업 기구, 비료, 살충제, 관개시설 관련 장비 등), 가공, 보관(저장창고) 등 수확 후 일체의 활동, 포장･운송･판매 등을 포괄하는 제조업 및 서비스 활동을 포함한다.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 비중은 평균 70%에 이르는데, 국가별로 보면 케냐, 우간다,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등을 포함하여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우에 비중이 80%를 넘는다. 농산물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로 외화 소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농업인구 비중, 가계소득, 파급효과 등을 고려할 때, 빈곤 해소를 위해 농업 발전이 더욱 직접적이고 효과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위에서도 살펴본 것처럼, 농업 발전은 식품가공 등 농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져 당장 농촌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농산물의 현대화를 통해 농촌-도시 상생적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기에 ODA의 규범적 취지와도 부합한다.   2016년 현재 한국의 對 아프리카 ODA 중 농업에 대한 지원 비중은 약 1.1%에 불과하고 정부-지자체 차원의 농업기술 전수 및 농기계 제공 등 일회적인 차원에 머물고 있지만 ODA를 기반으로 농산물 가공 및 유통업 등의 다각적 진출을 모색해야 한다.   더구나 아프리카의 빠른 도시화 및 인구 증가, 중산층 비중의 증가는 식품 수요를 확대시키고 있지만,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은 식음료 자체 생산 기술 및 시설이 낙후하여 대부분의 식음료를 수입하고 있다. 최근에 우간다에 KOICA의 지원으로 제조와 유통시설 부족으로 버려지는 오렌지를 주스로 가공하는 공장이 세워져 현지인으로부터 각광받고 있다. 이렇듯 풍부한 과실류 재배가 가능한 남아공, 나이지리아, 모잠비크, 에티오피아, 케냐 등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식음료 제조업과 농산물 가공산업 발전을 국가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케냐는 키수무 지역에 농업 및 수산물 특가공 수출 단지 조성 등을 경제특구지역 후보지로 선정하고 이미 밑그림을 완성하거나 해외 투자자까지 유치하고 있다.   그러므로 기존의 농업기술 전수 및 농기구 제공 등을 넘어서 농수산업 가공 분야 진출을 위해 우리 기업들의 적극적인 모델 창출과 민ㆍ관ㆍ학 협력 비즈니스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기왕에 진행 중인 새마을운동 시범마을 운영 프로젝트를 원조와 경제교류 및 수출 증진을 위한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의원 외교’를 통한 국익 창출 노력이 강화되고 있는바, 기왕에 국회 농림축산식품 해양수산 위원회의 의원외교를 통한 측면 지원도 더욱 효과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한국 정부는 AfCFTA 출범을 계기로 외교부, 과기부, 국토부, 기재부, 농촌진흥청 등 20여 개 관계 부처가 합동회의를 개최하여 아프리카로의 기업 진출 지원을 위한 범부처 차원의 對 아프리카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한 바 있으며 ‘아프리카 협력 확대를 위한 관계 부처 회의'를 정례적으로 개최하여 對 아프리카 정책 및 사업의 연계성ㆍ통합성을 강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부처 간 협동 전략에 기반하여 이제 한국의 ODA 정책 및 사업도 질적으로 대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물론 ODA의 규범적인 지향점으로서 인권과 삶의 질의 향상이라는 인도주의적 관점은 강력하게 견지해야 한다. 그러나 ODA 진출을 통해 공여국과 수원국의 상생의 경제발전을 위한 다각적인 진출과 교류 협력을 국가적, 지역적 차원의 맞춤형 전략으로 더욱 체계적, 효과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예컨대, 민ㆍ관ㆍ학 협동으로 현장 밀착형 조사를 통해 ODA와 연계된 수요가 높은 분야 및 기술,  제품 등을 면밀하게 조사하여 이를 충족시키는 연계형 사업 기획과 비즈니스지원 프로그램을 설계하여 추진하는 것이 아프리카 국가들의 개발효과성과 동시에 한국의 경제적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중견국으로서 한국의 ODA는 국제사회의 SDGs의 취지에 맞게 상호 주체적, 동반자적, 상생적 관점에서 대상국 및 현지 주민들의 경제적, 정신적 발전을 가져올 수 있도록 지속 가능성, 규범성과 공공성 등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국익과 소프트파워를 제고할 수 있어야 한다.   <  참고자료 >   김승년, 이상직, "한국의 아프리카 ODA 국가별 배분에서 공여국 경제적 요인의 중요성", 『국제지역연구』 21(5).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연구센터, 2018 김성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상생(相生)의 정치경제학을 위하여』. 박영사, 2018   나이로비 무역관, “케냐 제조업 투자 진출, 지금이 기회”. 코트라 해외시장뉴스, 2015 박영호 외, 『아프리카 소비시장 특성 분석과 산업단지를 통한 진출방안』.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17 외교부 보도자료, “17년 우리나라 ODA는 22억불, DAC 국가 중 15위”,  2018.4.11 코트라, 『관계부처협동 보고서』. 외교부, 2016 주간무역, “ODA로 중소기업 해외진출 지원하는 일본”, 2015.03.05 김동욱, 조홍국, “국제개발협력에서 한국형 사회적기업 ODA 모델에 관한 논의”, 『사회적 기업연구』9(2), 사회적기업연구원, 2016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김성수 /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 / 교수 2019-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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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장기집권 독재자들의 실권 도미노 : 아프리카 내부의 시각

아프리카와 관련된 가장 전형적인 이미지 중 하나가 ‘독재’와 ‘장기집권’이다. 독재와 장기집권은 사실 불가분의 관계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장기집권이 반드시 독재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헌법과 민주주의 원칙에 의거해서 장기 집권하는 정치인들은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독일 총리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아프리카 대륙의 다수 국가에서는 헌법을 개정하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장기집권을 도모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헌법을 개정하여 장기집권을 하는 정치 지도자는 야당 세력이나 반정부 인사에 대한 탄압을 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장기집권은 ‘아프리카에 대한 비관적 전망(Afro-pessimism)’의 주요 이유가 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간다의 요웨리 카구타 무세베니(Yoweri Kaguta Museveni) 대통령이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1986년 권력을 장악하고 나서 “전반적으로 아프리카의 문제, 특히 우간다의 문제는 국민들이 아니라 권력에 지나치게 오래 남아 있길 원하는 지도자들이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무세베니 대통령은 헌법을 개정하여 현재까지 무려 1세대가 넘는 33년을 통치하고 있다. 그야말로 자가당착의 전형인 것이다. 1979년 8월 쿠데타를 일으켜 그의 삼촌이었던 프란시스코 마시아스 응구 에마(Francisco Macías Nguema)를 살해하고, 현재까지 통치하고 있는 적도 기니의 테오도로 오비앙 응구에마 음바소고(Teodoro Obiang Nguema Mbasogo)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1975년 사실상 집권하여 현재까지 대통령으로 재임하고 있는 카메룬의 폴 비야(Paul Biya)도 대표적인 장기집권 국가 원수이다. 폴 비야 대통령은 왕정 체제가 아닌 공화국 체제를 유지하면서 가장 오래 집권하고 있다. 콩고공화국의 드니 사소 응구에소(Denis Sassou Nguesso), 차드의 이드리스 데비(Idriss Deby), 에리트레아의 이사이아스 아프웨르키(Isaias Afewerki) 대통령도 장기집권하고 있는 국가 원수들이다. 왕정체제가 아니면서 장기집권하고 있는 국가원수 10명 중 6명이 아프리카 지도자이다. 아프리카의  정치 변화의 물결 그러나 장기집권, 독재, 부패로 얼룩진 아프리카 대륙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1987년 짐바브웨에서 백인 소수 정권을 종식시키고 권좌에 올랐다가 2017년 군부 쿠데타로 실권한 로버트 무가베(Robert Mugabe) 짐바브웨 대통령이 이러한 변화의 시작을 알렸다. 1979년 집권하여 무려 38년을 통치한 조제 에두아르두 두스 산투스(José Eduardo dos Santos) 앙골라 대통령도 2017년 대선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금년에도 아프리카 대륙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정치적 변화가 일어났다. 수단에서는 육군 대령이었던 오마르 알바시르(Omar al-Bashir)가 1989년 무혈 쿠데타를 일으켜, 아메드 알미르가니(Ahmed al-Mirghani) 대통령을 몰아내고 정권을 장악했다. 30년간 수단을 통치했던 알바시르 대통령이 금년 4월에 권력에서 쫓겨났다. 수단에서는 2018년 말부터 경제가 악화되고,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치솟았다. 이에 시민들은 시위에 나섰고, 알바시르 정권은 시위를 주도하거나 참여하는 시민들을 체포, 구금, 살해하는 인권탄압을 자행했다. 정권의 존재가 위태 로운 상황으로 치닫자 급기야 2019년 2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정부를 해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저항이 계속되다가 2019년 4월 11일 알바시르는 권좌에서 축출되었다. 그가 쿠데타로 집권한 지 약 30년 만의 일이다. 그가 권좌에서 축출된 요인은 무엇보다도 치솟는 물가, 민생 악화, 시민들의 저항이었다. 알제리에서도 내전 중 군부의 지지로 1999년 권력을 잡은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Abdelaziz Bouteflika) 대통령이 2019년 4월 2일 권좌에서 축출되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국정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권력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대선 출마를 밝혔다. 이에 부테플리카의 대선 출마를 저지하기 위해서 수많은 알제리 시민이 시위에 나섰다. 특히, 그의 체제를 지키는데 커다란 역할을 했던 군부마저도 부테플리카에 등을 돌리자 4월 2일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부테플리카의 실권을 제2의 ‘아랍의 봄’이 알제리에 찾아온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에서 ‘변화에 대한 열망’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한 정치 지도자의 실권으로 바라본다. 다른 대륙도 마찬가지겠지만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장기집권은 필연적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우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권력을 사유화한다. 권력남용과 개인숭배가 일상화되고 비판적 세력에 대한 언론 통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예컨대, 지난 2015년 비영리 국제단체인 언론인보호위원회는 에리트레아를 세계에서 가장 언론 통제가 심한 국가로 꼽았다. 이사이아스 아프웨르키 에리트레아 대통령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비판적인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독재자적 행보를 계속해왔다. 그리고 국고의 사금고화, 도둑정치(kleptocracy), 부패의 만연도 권력 유지 과정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들이다. ‘아프리카의 해’로 불리는 1960년대 이후 독립을 이끌어낸 주역들이 이른바 '국부(The Father of the Nation)’로 불리며 추앙 받았고 종신집권을 도모했다. 실제 ‘종신 대통령(President for life)’으로 통치했던 말라위의 헤이스팅즈 카무주 반다(Hastings Kamuzu Banda, 1966년~1994년), 중앙아프리카의 장 베델 보카사(Jean-Bédel Bokassa, 1976년~1979년), 적도 기니의 프란시스코 마씨아스 응구에마(Francisco Macías Nguema, 1968년~1979년)는 종신 대통령을 꿈꾸었지만, 다당제가 도입된 이후 선거에서 패배하거나 쿠데타로 실권했다. 아프리카의  정치 변화 원인  아프리카에서 독립을 이끌어낸 주역들이 국부로 추앙받으며 종 신 집권을 도모한 것이 암묵적으로 인정되던 시기가 있었다. 독립 국가로의 출범에서 이들이 기여한 점에 대한 다수 국민의 인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반대세력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 언론 통제, 권력의 사유화, 개인숭배 등 권위적이고 비민주적 방식에 의존했다. 그러나 시대 변화와 함께 국민들의 의식도 크게 변했다. 무엇보다 일당제 통치에서 다당제 통치로의 전환은 더 이상 이런 구시대적 권력 유지 기제가 작동하지 않게 만들었다. 더구나 노인들이야말로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지혜와 슬기를 축적했기에, 이들이 국가를 통치하는 것을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바라보는 이른바 ‘노인 통치(gerontocracy)’가 변화된 시대 상황에서 더 이상 합리적 방식으로 수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등록 유권자의 다수가 청년층이기 때문에 변화를 바라는 청년층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더해 청년들의 일자리 부족, 심화되고 있는 빈부격차, 정치권의 부패가 많은 청년에게 정치에 대한 환멸감을 심화시켰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도록 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즉, ‘청년들에 의한 새로운 정치(juvenocracy)’를 모색하도록 했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갖는다. 더 이상 부패하고 시대착오적이며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도 못하는 노인 세대의 정치인들에게 자신들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청년들의 절박한 현실 인식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정치적 변화나 안정을 유발한 요인으로 다당제의 도입, 시민사회의 성숙, 국제 관계, 정치 문화 등 여러 가지 요인이 거론된다. 무엇보다도 다당제의 도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주로 서구 원조 공여국의 압력에 의해 많은 아프리카 국가가 1990년대 초에 다당제를 도입했다. 독립이나 소수 백인 정권으로부터의 해방을 이끈 정당이나 세력이 집권세력이 된 경우가 많았다. 다당제의 도입과 함께 평화적인 방식으로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고 정치 안정도 실현되었다. 정부를 상대로 무력투쟁을 벌였던 반군이나 무장 세력이 야당이 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앙골라에서 정부를 이끌던 ‘앙골라 해방인민운동(MPLA)’을 상대로 반군 활동을 전개했던 ‘앙골라의 완전 독립을 위한 민족연합(UNITA)’이 다당제가 도입되고 나서 야당이 된 경우이다. 앙골라는 1992년 9월 다당제 도입 이후 최초로 대선과 총선을 실시하여 MPLA의 두스 산투스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다당제가 도입된 이후 쿠데타 등 비민주적 방식으로 정권이 교체된 사례가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총구에 의해 권력이 바뀌지 않고, 국민들이 투표로 자신들의 정치적 운명을 민주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아프리카도 더 이상 고립되고 외부 세계와 떨어진 섬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젊은 세대들은 외부 세계의 변화와 추세에 민감하며 변화를 적극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합리적으로 수용 가능한 담론을 생산할 수 있고, 변화하는 상황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대중의 지지를 견인해 낼 역량이 생겼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사회,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논쟁적인 문제들에 대한 자신들의 견해를 표현한다. 권력의 변화는 정치 지도자들의 실권에만 국한되지 않고 정당의 역학관계에도 나타나고 있다. 1994년 소수 백인 정권을 종식 시키고 다수 흑인이 참여하는 최초의 민주적 선거를 통해 정권을 잡은 아프리카국민회의(ANC)의 지지도가 하락 추세에 있다. 2019년 5월 8일 실시된 총선에서 ANC가 승리했지만 득표율에서 크게 변화를 보였다. ANC는 이번 선거에서 57.5%를 얻어 과반을 확보했지만 2014년 62%보다 하락한 수치다. 제1야당인 민주연합(DA)도 20.7% 득표로 지난 선거에 비해 조금 하락했다. 반면 급진적 변화를 외치는 정당인 경제자유 전사당(EFF)은 득표율이 대폭 상승했다. 남아공은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기 때문에 유권자가 정당에 투표하고, 득표율에 따라 정당별 의석 수가 정해진다. 그리고 최다 득표를 한 정당 대표가 대통령으로 선출되기 때문에 ANC 대표인 시릴 라마포사(Cyril Ramaphosa)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러나 그의 앞에는 해결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다. 실업을 포함한 경제 문제, 부패, 빈부 격차, 사회경제적 분열 등이다.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 정도로 산적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ANC의 지지층 이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언급한 나라들 이외에도 르완다, 나미비아, 토고, 부룬디 등 비교적 장기 집권이 계속되고 있는 국가 원수들의 정치적 운명과 향배가 주목된다.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양철준 /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 HK연구교수 2019-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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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 조치와 세컨더리 보이콧

미‧중 무역협상의 대치 상황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Robert Lighthizer)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오는 5월 10일 오전 0시를 기해 2,000억 달러 규모의 수입산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현행 10%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히자 월스트리트의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국은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와 관련한 한시적 제재 예외조치를 지난 5월 2일 종료했다. 미국은 2018년 11월 “이란 핵합의 탈퇴 이후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다시 시작했고, 한국을 포함한 8개국에 대해서도 180일 한시적 예외 인정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의 에너지 수급은 물론 수출에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의 제재 조치로 5월 2일 이후 세계경제의 불투명, 국제유가의 인상 불안감, 환율 인상 요인을 비롯한 외환시장의 불투명 등으로 국제무역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증권시장도 하락세로 돌아서며 미‧중 무역협상의 원만한 타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체 수입 원유의 약 6%를 이란으로부터 수입하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이런 조치가 끝이 아니다. 결정적인 압력 수단인 ‘세컨더리 보이콧’도 미‧중 무역협상의 타결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대이란 교역에서 한국의 예외 인정 종료와 세컨더리 보이콧의 조짐에 따라 한국의 대외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 5월 2일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서 한국의 예외조치 종료와 함께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값 인상도 시작되어 5월 8일 현재 리터당 1,6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아직 이란 원유의 수입금지에 따른 영향이 반영된 것이 아니기에 그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미‧이란 간 극한 대치로 국제유가 인상이 진행될 경우 한국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될 수도 있다. 원유 도입에 관한 한 중동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2017년 기준 한국의 중동 원유의 도입 비중 81.7%이며, 이 가운데 이란으로부터의 원유 도입 비중도 13.22%에 달한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2018년 11월 이란 핵합의 탈퇴 이후 미국의 이란 제재조치에도 불구하고 한미 동맹의 우호적 차원에서 한국은 예외 조항을 두어 그동안 원화결제를 통한 대이란 수출입이 가능했다. 그 덕택에 한국은 값싼 원유를 도입할 수 있었고 수출 대금 회수에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아울러 석유제품시장에서도 한국 기업들은 국제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5월 2일부터 이란에 대한 수출입의 전면 중단으로 이란 관련 국내은행들도 업무를 중단하였다. 이란도 미국의 조치에 맞서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겠다며 맞서고 있으며 미국은 항공모함을 파견하여 이란과 대치하고 있다. 아울러 2017년 이후 저유가를 탈피한 국제유가도 상승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와중에 미국이 중국은 물론 북한에 대해서도 세컨더리 보이콧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한국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대북한 원유 공급을 이유로 한국석유공사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에 대한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이 실행되면 금융권, 특히 관련 은행들에 대한 제재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의 이란에 대한 보복 조치 재강행과 그에 따른 세컨더리 보이콧이 가시화되고 있기에 아래에서 미국의 대이란 제재 조치와 그에 따른 영향을 한국의 원유 수입과 대외 수출의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의 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공식탈퇴와 호르무즈해협 봉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018년 5월 8일 오바마 정부에서 이뤄진 이란 핵합의를 비난하며 일방적으로 탈퇴를 선언했다. 2015년 7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6개국과 이란 사이에 체결된 ‘이란 핵합의’, 즉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은 2015년 7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6개국과 이란 사이에 체결되었으며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6개국이 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트럼프(Trump) 행정부는 오바마(Obama) 대통령의 합의를 맹비난하며 탈퇴를 선언하고 우방들의 지지를 호소하였다. 그러나 가시적 성과가 없자 트럼프 행정부는 미‧중 무역 분쟁에 이 문제를 연관시키며 최대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 더 나아가 맹방인 한국에게조차 유예조항을 단절하며 대북 압박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 수단 가운데 하나가 세컨더리 보이콧이다. 어쨌든 이란에 대한 제재 조치 강화는 국제유가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7년 이후 국제 원유시장은 저유가 시대를 넘어섰다. 2019년 5월 6일 기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바스켓 가격은 70.23 US달러이다. 국제 원유시장에서도 별다른 유가 하락 요인이 없기에 유가는 하락보다는 인상 요인이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호르무즈해협에서의 군사적 충돌은 또 다른 에너지 위기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는 1978년 호메이니(Khomeini)혁명 이후 계속 제기되는 문제이지만, 아직까지 실행된 사례는 없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은 원유 수출의 1/3의 물동량이 통과하는 이란의 중요한 길목이다. 그렇기에 원유 수송 문제가 제기되면 반드시 등장하는 곳이 호르무즈해협이다. 미국은 이란의 혁명수비대의 테러조직 지정하고 이란산(産) 원유에 대한 수입금지의 예외조치 중단 등 경제제재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군사적 조치까지 단행하고 있다. 존 볼턴(John  Bolton) 보좌관은 5월 5일 성명에서 “USS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전단과 중동을 담당하는 폭격기들을 미  중부사령부 지역에 배치하고 있다,”라고 밝혔다(연합뉴스, 2019/05/07). 이에 대해 이란도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군사적 충돌도 불사하겠다며 항전 의지를 밝히고 있다. 아미르 호세인 자마니니어(Amir Hossein Zamaninia) 이란 석유부 차관은 지난 5월 5일 이란의 IRNA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불법적인 경제제재에 맞서 “'회색시장'을 통해 밀수가 아닌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원유를 수출하겠다,”라는 강한 대항 의지를 보였다. 회색시장(grey market)은 생산자의 공식 유통채널을 벗어나 수출입품이 거래되는 통로로 가격은 정상가격보다 높게 형성된다. 이러한 시장을 암시장(black market)과 구별하여 불법과 합법의 중간지대라는 의미로 회색시장이라 한다. 호르무즈해협에서 미‧이란 간 군사적 충돌은 국제 원유시장에서 커다란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문제의 해결은 이란과 중국의 태도에 달려있으며, 미‧중 무역협상의 원만한 타결은 세컨더리 보이콧을 포함하여 국제 원유시장에서의 가격 상승 및 금융시장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국제원유시장과 금융시장에 큰 변수로 작용 트럼프 미 대통령이 2018년 8월 6일 ‘대이란 경제제재 재개에 대한 행정명령(Reimposing Certain Sanctions with Respect to Iran)’에 서명함으로써 이란 핵합의, 즉 포괄적공동행동계획 (JCPOA)에 의해 철회되었던 미국의 대이란 제재 조치가 2018년 8월 7일부터 재개되었다. 이에 더해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도 세컨더리 보이콧을 강력한 압박 수단으로 제시하며 협상에 임하고 있다.세컨더리 보이콧은 오바마 행정부 이후 미국이 사용하는 강력한 제재수단 중 하나다. 세컨더리 보이콧이란 어느 나라가 제재를 해야 할 특정 대상에 대하여 상품이나 서비스 구매를 하지 못하게 하는 직접적인 불매운동을 ‘1차 보이콧(Primary Boycott)’이라 하며, 1차 보이콧 대상과 관련된 제3자 등 대상까지 불매를 하는 것을 ‘2차 보이콧(Secondary Boycott)’이라 한다. 다시 말하면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 금융기관은 물론 개인까지도 제재하는 행위를 말한다. 오바마 미 행정부는 2010년 6월 이란원유를 수입하는 제3국에 대해 미국 내 파트너와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담은 ‘이란 제재법’을 통과시켰다. 그 결과 이란은 2013년 경제성장률이 -6%대까지 추락하고 통화 가치가 2012년 대비 1/3 수준으로 하락하는 극심한 경제난을 겪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은 2015년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이란핵협상(JCPOA)을 타결시켰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5월 ‘이란 핵합의’ 탈퇴 이후 동년 8월 1단계 제재를 복원하고 11월에는 이란산 원유, 석유화학 제품 등의 거래를 제한하는 2단계 경제 및 금융 제재를 재개했다. IMF의 4월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의 2018년 GDP는 3.9% 감소했으며, 2019년 성장률은 –6%, 물가는 40% 이상 급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란 경제가 악화일로를 겪고 있는 가운데 이란은 NPT 탈퇴까지 거론하며 호르무즈 해협봉쇄로 맞서는 상황이다. 만일 이곳에서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대치상태가 격화 내지 장기화된다면 국제 원유시장과 금융시장에서 큰 충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2010년 이란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이 실행되었을 때 한국도 이란과 외환 거래가 중단된 적이 있다. 이란 제재와 관련해 한국에서 미국의 제재를 받은 곳은 이란 멜라트은행(Bank Mellat)과 이란 석유화학기업(Iran Petrochemical Commercial) 2곳으로 이들은 지난 2010년 영업이 중단됐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한시적 예외를 인정받아 이란과의 교역은 현재까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큰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 미국은 2018년 11월 이란 원유의 수입금지 조치에도 원유시장의 원활한 공급 보장 등의 이유로 한국을 포함하여 중국, 인도, 이탈리아, 그리스, 일본, 대만, 터키 등 8개국에 대해 '한시적 예외'를 인정하였다. 하지만 금년 5월 한국이 예외조치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어 원유도입은 물론 수출에도 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표 2>에서 알 수 있듯이 중동으로부터의 원유 도입 비중은 80% 이상이며, 그 가운데서도 이란으로부터의 도입 비중도 13%에 달한다. 여기에 세컨더리 보이콧이 한국에 적용된다면, 가공할만한 경제적 후폭풍이 발생할 것이다. 북한과 거래로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문을 닫은 대표적인 사례는 '방코델타아시아(BDA)'다. 미국은 2005년 9월 마카오에 소재한 BDA에 이른바 '북한 김정일 정권의 통치자금’ 2,400만 달러가 예치돼 있다며 BDA에 대해 미국과의 금융거래를 중지시켰고 BDA는 이로 인한 예금자들의 대규모 인출 사태로 결국 파산했다. 중국의 단둥은행도 2018년 6월 북한의 돈세탁 통로로 밝혀져 미국 금융기관들과의 거래가 차단됐고, 라트비아의 3대 은행인 ABLV은행 역시 북한의 불법 금융거래에 연루돼 2018년 2월 미국과의 거래가 끊겼다. ABLV은행 역시 대량 예금인출, 즉 뱅크런으로 파산했다.(머니투데이, 2018/10/31.)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은 당사국은 물론 제 3국을 통한 거래에도 적용되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위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는 은행이 파산할 수 있는 강력한 조치이다. 세계무역에서 약 90% 정도의 대금 결제가 미 달러화로 이루어지기에 미국의 경제제재 조치는 커다란 파괴력을 갖는 강력한 수단이 되고 있다. 대이란 제재조치에서 예외조치 종결과 한국 미국이 한국에 대한 제재 유예 조치를 지난 5월 2일 중단함에 따라 한국과 이란의 교역 통로였던 원화결제계좌 거래도 중단됐다. 이에 따라 대이란 수출 대금 결제 통로이던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의 이란 중앙은행(CBI) 계좌는 5월 2일부터 전면 중단되었다. 한‧미간에 협의를 통해 2010년 도입된 원화결제 계좌가 동결됨에 따라 이란과의 수출도 전면 중단되었다. 물론 정부의 대응도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는 국내 석유가격을 안정화하고자 중동 외 지역에서 원유를 수입할 때 운송비 초과분을 환급해주는 제도를 2021년까지 3년 연장하기로 했다.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시 수입 부과금을 일부 환급해주는 제도도 2022년까지 3년 연장한다고 밝혔다(연합뉴스, 2019/05/03).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5월 8일 오전 9시 기준 서울 주유소 보통 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1,603.09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8년 11월 6일부터 6개월간 시행한 유류세 인하 조치를 단계적으로 환원하기로 함에 따라 유류세 인하 폭이 15%에서 7%로 줄어든 것이 이유다. 이와 함께 미중 무역협상의 불확실성에 따라 코스피도 20포인트 이상 하락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이란과의 수출입 중단에 따른 영향이 아직 반영된 것이 아니다. 이란으로부터의 한국의 원유 도입과 제품 수출을 감안하면 향후 영향은 더 크게 파급될 전망이다(<표 3> 참조). 고품질의 저렴한 이란산 초경질유의 수입이 중단되면, 한국의 석유제품에 대한 가격경쟁력도 감소할 것이다. 이란산 외에 타국가의 원유 수입은 그만큼 비용 상승의 요인이 된다. 현재 이란산 초경질유는 배럴당 약 3달러 정도 저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콘덴세이트 정제설비(CFU)의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현재 업체별 CFU 의존도는 현대오일뱅크(20%), S-Oil(10.3%), SK이노베이션(8.2%), GS칼텍스(0%) 순이다(연합뉴스, 2019/04/23). 따라서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은 한국의 석유제품 수출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한편 한국석유공사가 전체 지분의 29%를 소유하고 있는 석유물류기업 '오일허브코리아(OKYC)'가 2017~2018년 여수항에서 국내·외 선박에 실어준 유류의 상당 부분이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불법 환적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OKYC는 유엔 결의안 2375호가 시행된 2017년 9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대북제재 위반 의심 선박 6척에 유류를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몇몇 선박들이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현재 조사 중이다(조선일보, 2019/05/07). 이들 선박들이 제재를 받게 될 경우 한국은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이란과의 수출입 중단은 한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설상가상으로 미‧이란 간 제재 조치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긴장이 고조되고 장기화된다면 국제유가의 인상도 불가피할 것이다. 이란의 IRNA통신에 따르면 5월 7일 이란 외무부가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 등 2015년 핵합의 체결 5개국 대사에게 서한을 보내 핵합의 불이행 의사를 통보했다고 한다. 이란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이다. 이에 더해 미‧중 무역협상이 원만히 타결되지 않는다면, 한국경제, 특히 수출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따라서 에너지 수급과 대외 수출이라는 거시적 안목에서 이번 사태를 대비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통상외교와 관련 업체들의 철저한 대비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2019.05.08.)

이란 홍성민 / 중동경제연구소 / 소장 2019-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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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케냐 디지털 미디어 산업 전망과 우리 기업의 아프리카 시장 진출 시사점

콘자 테크노폴리스의 부상(浮上) 케냐 정부는 지금 수도인 나이로비에서 60km 정도 떨어진 거리에 연면적 2,000 헥타르(hectare, ha), 약 600만 평에 달하는 디지털 미디어 허브를 건설하려 하고 있다. 콘자 테크노폴리스(Konza Technopolis)라고 명명된 이 디지털 미디어 단지는 케냐의 국가개발계획인 「Vision 2030」과 우후루 케냐타(Uhuru Muigai Kenyatta)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Big 4’의 일환으로서 케냐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케냐 정부는 이 디지털 허브의 개발을 위하여 2013년에 정보통신부 산하에 콘자개발청(Konza Technopolis Development Authority : KoTDA)을 설립하고 개발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 디지털 허브는 2000년대 들어 케냐가 꿈꾸어 오던 아프리카의‘실리콘 사바나(Silicon Savannah)’를 실현하려는 개발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케냐의 콘자 테크노폴리스와 우리의 관계는 매우 밀접하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케냐판 한국과학기술원(Korea Advanced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 KAIST)인 「Kenya Advanced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일명 케냐 카이스트)」가 우리 해외개발협력기금의 지원으로 이 지역 내에 조성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상암 디지털 미디어 시티, 대덕연구개발특구, 판교 테크노 밸리 등 ‘한국형 디지털 미디어 시티’를 벤치마킹한 파일럿 프로젝트인 약 65ha, 약 20만 평 규모의 디지털 미디어 시티(Digital Media City) 조성을 위한 예비 타당성 조사가 기획재정부/코트라 주관의 Knowledge Sharing Programme(KSP)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케냐 디지털 미디어 산업의 동향과 전망 디지털 미디어 산업은 ICT 기술과 콘텐츠가 결합한 융합산업이며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산업 분야이다. 특히 영화, 간행물, 라디오, TV 등을 통하여 콘텐츠를 생산하는 디지털 문화콘텐츠(Entertainment and Media : E&M) 산업은 향후 202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4.4%일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가상현실(Virtual Reality : VR) 분야는 40% 이상의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산업의 기반인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기술적 패러다임의 중심축을 PC 등 하드웨어 시스템에서, 네트워크 그리고 콘텐츠로 변화시키며, 산업 전반에 걸쳐 기술적 융합을 유도하고 디지털 미디어의 컨버전스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케냐 정부도 디지털 산업의 급속한 발전 추세에 동참하고자 2007년 디지털 산업의 기반이 되는 광섬유 기간망(基幹網 : backbone Network) 구축에 빠르게 착수하였다. 국가 광섬유 기간망(National Optic Fiber Backbone : NOFBI)이라고 명명된 광섬유 백본망 구축 계획은 2007년에 1단계, 2014년에는 2단계 사업으로 나누어 시행되고 있다. 2007년에 시작된 1단계에서는 4,300km의 광섬유 케이블망 구축을 완성하고 2단계인 2014년부터는 2,100km의 케이블망을 구축하여 케냐의 47개의 군(郡 : county)을 모두 연결하는 계획으로 거의 완성 단계에 와있다. 이제 케냐의 평균 유선 인터넷 속도는 2017년 기준 약 12.2 Mbps로, 아프리카의 디지털 산업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남아공과 비교하여 2배 정도 빠른 속도를 과시하고 있으며, 평균 모바일 인터넷 속도도 미국보다 빠른 약 13.7 Mbps로 세계 14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 같이, 아프리카 디지털 미디어 산업의 선두주자가 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와 열망을 바탕으로 케냐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인텔, 노키아, 보다폰 등의 글로벌 IT 업체를 유치하였으며, 2013년에는 IBM이 세계에서 12번째로 IMB연구소를 나이로비에 설치하였다. 콘텐츠 분야의 혁신적 성과 또한 인상적이다. 휴대전화기를 통한 송금 〮 지불 시스템이라고 말할 수 있는 M-pesa(음페사 또는 엠페사)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일 것이다. 2007년 영국의 보다콤과 케냐의 사파리콤 등 두 통신회사에 의하여 케냐에 소개되어 아주 커다란 성공을 이루었다. 2017년 4분기 M-pesa의 분기별 거래액은 전 분기 대비 약 53% 증가한 109억 불을 넘어서고 있으며, 이는 월평균으로 보아 약 36억 불의 놀라운 거래 실적이다. M-Pesa는 지금 아프리카, 동유럽, 중동 등 개발도상국에 널리 퍼져 있으며, 2018년 말 글로벌 전신환 회사인 웨스턴 유니언과 손을 잡고 M-Pesa Global이란 글로벌 송금 시스템 업무를 개시하였다. M-Pesa의 경제적 성과만큼이나 사회적 의미 또한 중요하다. 거의 모두가 소유하고 있는 휴대폰으로 은행이 없는 금융 서비스 소외지역까지 송금 등 금융활동이 가능하며 식당, 소매점 등 M-Pesa에 가입하고 있는 모든 사업체에 모바일 화폐로 재화 및 서비스의 지불이 가능하다. 이와 같이, 휴대전화의 크레딧이 현금 대체 효과를 제공함으로써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을 현저히 줄이고 있다. 또한 소규모 금융활동(micro-financing)을 가능케 함으로써 기존 금융 서비스망에서 소외되어 있는 사회계층의 금융접근성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M-Pesa의 사회적 의미는 대단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소외계층이 그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앱(mobile application)인 우샤히디(Ushahidi) 역시 소수의 케냐 블로거들에 의하여 소개되어 널리 퍼졌다. 이 앱은 ‘활동가 매핑(activist mapping)’ 앱으로 정의되며, 공간 정보와 개인의 제보, 개인의 사회참여 등의 요소가 복합된 앱이라고 할 수 있다. 우샤히디는 개인이 입력한 정보를 구글 지도에 얹게 됨으로써 특정 지역에서 발생한 사안에 대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계속 업데이트되는 장점이 있다. 이 앱은 2010년 아이티의 지진 때나 동유럽의 폭설 등 자연재난을 비롯 케냐의 선거후 폭동 사태 등 정치 〮 사회적  이슈의 진전 상황에 대한 최신 정보를 제공하였으며, 유엔 등 국제기구 활동은 물론 나이지리아, 모잠비크, 미국의 선거 등을 모니터 하는데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케냐의 디지털 문화콘텐츠 산업의 발전도 매우 밝은 전망을 보이고 있다. 케냐의 E&M 산업은 2017년 기준 17%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동년 기준 미화 17억 불의 산업은 2022년에 29억 불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같은 성장률은 2017년 기준 25.8%의 성장률을 기록한 인터넷 부문이 이끌고 있으며, 16.8%의 성장세를 보이는 게임 부문이 뒤를 잇고 있다. 이와 같은 긍정적인 전망만큼이나 케냐의 디지털 문화콘텐츠 산업은 숱한 과제도 안고 있다. 예를 들어, 할리우드의 유명한 영화들의 로케이션이었던 케냐는 정작 영화 산업의 경우 낙후된 인프라와 기술 부족, 그리고 금융, 장비 및 홍보 부족 등으로 인하여 나이지리아, 남아공, 모로코 등과의 경쟁에서 뒤지고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개발도상국의 니즈에 의하여 지속적으로 창출되는 사회문화 콘텐츠는 케냐 디지털 문화콘텐츠 산업의 앞날이 매우 희망적임을 보여주고 있다. 케냐 정부 역시 2017년 기준으로 1%의 국민총생산 기여도에도 미치지 못하는 케냐의 디지털 산업을 2020년에는 국민총생산의 2% 수준으로 발전시키고자 관련 정부 정책을 정비하고 있다. 케냐 디지털 문화콘텐츠 산업의 전망과 우리기업의 아프리카 진출에의 시사점 우리 기업은 2000년 이후 아프리카 진출을 위하여 부단히 애써왔으나, 소비시장으로서 아프리카의 제한적 규모, 인프라 부족, 정치적 불안정, 부패 등을 비롯한 열악한 비즈니스 환경 등에 의하여 그 성과는 매우 미미하였다고 평가된다. 특히 지리적인 거리와 더불어 정보와 인식 부족에서 야기되는 ‘정보와 인식의 거리’로 인하여 아프리카와의 교역은 지금도 정체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가장 최근인 2018년 통계로 보아도 우리의 對아프리카 교역액과 수출액은 우리 총 교역액 및 수출액 약 1.1%에 해당하는 총 수출 약 64억 불, 총 수입 약 61억 불에 불과하다(<그림 1> 참조). 수출 품목도 대부분 기계, 화학공업제품, 전자전기제품, 합성수지, 차량, 섬유 등 공산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이마저도 소수의 대기업에 의한 성과가 대부분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케냐의 디지털 문화콘텐츠 산업의 전망은 우리 디지털 중소기업이 글로벌화할 수 있는 틈새시장의 여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2016년부터 케냐에 지사를 열고 활동 중인 IT 기술 기업 이엠캐스트(e-러닝)의 사례는 중소기업의 아프리카 진출 가능성과 더불어 교역 업종의 다변화에 있어 기존 패러다임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17년 11월 이래 시장의 다변화는 물론, 상품 교역 중심에서 기술, 문화예술, 인적 교류로 우리 교역 영역의 확대를 목표로 한 신남방 정책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다. 신남방정책의 초점이 우선은 아세안 국가와의 협력에 맞추어져 있기는 하지만, 기술, 문화예술 및 인적 교류 등 교역의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아프리카와의 교역과 경제협력에 있어서도 우리 정책적 개념의 기본 틀이 될 수 있다고 하겠다. 또한 콘자 미디어 시티의 개발과 더불어 디지털 문화콘텐츠 산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케냐의 정부 정책은 우리 디지털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글로벌 콘텐츠 제작 시스템 구축에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우리 디지털 기업, 특히 디지털 중소기업의 아프리카 진출의 전진기지로서 케냐의 콘자 디지털 미디어 시티에의 투자 진출을 신중히 고려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케냐 이재훈 /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 / 교수 2019-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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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이란 핵 문제, 현황과 전망 : JCPOA와 인스텍스, 험난한 이란 비핵화의 여정

이란 핵 문제 현황 2019년 3월 미국은 이란의 핵과학자와 관련 인사 등 개인 14명과 기관 17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함으로써 이란에 대한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이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인물들은 ‘방어혁신 연구기구(SPND)’ 소속 과학자들로 이란 핵 개발의 핵심적 인사들이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JCPOA(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포괄적공동행동 계획) 탈퇴로 미국의 경제제재 조치가 다시 진행 중이다. 반면에 영국과 프랑스, 독일은 이란과의 무역거래를 위해 특수목적법인(SPV) 인스텍스(INSTEX: Instrument In Support Of Trade Exchanges·무역거래 지원 수단)를 설립하여 트럼프의 이란 제재에 반대하는 기류를 행사하고 있다. 이란 내부적으로는 트럼프의 2018년 JCPOA의 일방적 탈퇴로 미국과 이란 간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이란 보수층의 로하니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비판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란은 트럼프 이후 이란에 대한 불신과 경제제재 조치로 인하여 내외부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내부적으로 국민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2015년 국제사회와 이란이 체결한  JCPOA에서 2018년 트럼프의 일방적 탈퇴 선언으로 대이란 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은 유럽의 입장에서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는 상황으로 전개됨으로써 영-프-독과 미국의 관계도 재정립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란 핵 문제 원인과 분석 이란의 핵 개발은 혹은 이란 핵문제는  중동의 최대 쟁점 중의 하나로, 이는 역사적으로 서구와 이란 관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최초의 이란 원전 건설은 과거 친미,친서구 성향의 팔레비 왕정이 서방과의 관계에서 시작되었는데, 1970년대 1, 2차 오일쇼크를 거치면서  ‘탈(脫) 석유’를 강조했던 팔레비 왕정은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로 원전 계획을 발표하고, 1975년 부셰르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작된다. 당시 미국은 친서구 성향의 팔레비 왕정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는데,  미국은 60억 달러 가량의 원전 장비를 제공하기로 하였으며, 독일 기업이 1981년 완공을 목표로 부셰르 원전 건설을 맡게 되었다. 그러나 1979년 아야톨라 호메이니에 의해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 팔레비가 쫓겨나고 왕정이 폐지되면서 원전 건설도 중단되었다. 당시 호메이니는 원자로를 필요 없는 낭비라고 보았으며 이에 따라 원전 사업은 중단되었다. 그러나 1980~1988년 동안 이란-이라크 전쟁을 겪으면서 원자력 에너지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었으며, 이에 따라 이란 정부는 1995년 경제 위기를 겪고 있던 러시아 기술력을 활용하여 원전 건설공사를 재개하게 된다. 그러나 이란 핵문제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2002년 8월 이란의 반국가 단체인 MKO에 의해 나탄즈(Natanz)의 우라늄 농축시설과 아락(Arak)의 중수 생산시설 등 두 곳의 비밀 핵시설의 존재를 폭로하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이란과 서방과 더욱더 대립하게 되었고, 미국은 경제 제재, 이란 핵 과학자 암살,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바이러스 공격 등을 통하여 핵 개발을 저지하기 위하여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였던 것이다. 2006년 당시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이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고 핵 사찰을 허용하지 않는 한 미국과 직접 대화는 없다.”라고 입장을 밝히는데, 이에 대하여 당시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Mahmoud Ahmadinejad) 이란 대통령은  TV연설을 통해 “이란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어떤 시도도 지속적이고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대응하는 등 이란 핵문제는 서방과 이란간의 중요한 갈등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2008년 4월 핵비확산조약(NPT) 제2차 준비위원회 회의에서 이란의 핵 개발과 북한-시리아 핵 협력 문제 등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당시 유럽연합(EU)과 미국을 비롯한 대다수 서방 국가들은 이 문제들이 NPT 체제에 대한 위협인 만큼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하였다. 당시 크리스토퍼 포드 미국 수석대표를 비롯해 유럽연합(EU), 프랑스, 캐나다 대표들은 북한의 지원을 받아 시리아가 원자로를 비밀리에 건설했다는 미국의 정보 보고서를 거론하며 그것이 NPT 체제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당시 모하메드 오세이니(Hosseini) 이란 대표는 이란이 NPT 의무를 성실하게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은 양도할 수 없는 우리의 권리”라고 주장 함으로써 이란의 핵에너지 개발에 대한 권리를 굽히지 않았던 것이다. 2008년 7월 2일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일본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확대 정상 회의 전에 “북한과 이란의 핵 문제 해결은 외교적 방법이 최우선이지만, ‘군사적 옵션’도 여전히 검토 대상”이라고 언급함으로써 이란에 대한 무력공격 가능성까지 거론하였던 것이다. 이에 대해 골람 호세이니 노자리(Gholam-Hossein Nozari) 이란 석유장관은 “이란이 공격받는다면,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강력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함에 따라 미국과 이란의 무력충돌 가능성까지 표현되었던 것이다. 이란이 “원자력 발전을 평화적인 목적에 사용하겠다.”라고 밝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등 서방은 여전히 이란 원전이 ‘핵무기 개발용’이라는 의심을 하였던 것이다. 당시 이란은 핵무기 가공에 이용될 수 있는 핵연료를 사용 후 모두 러시아에 반납해 국제사회의 의혹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고 말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도 성실히 받겠다고 하였지만, 서방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즉 이란의 원전 개발은 핵무기 개발로 인식되어 왔으며, 이로 인해 이란의 핵 개발에 위협을 느낀 주변 아랍 국가들은 경쟁적으로 군비확장에 나섰던 것이다. 이란 핵 개발에 대한 우려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은 차세대 전투기 사업과 미사일 방어 시스템 구축 등에 수십억에서 수백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으며, 핵 프로그램 개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2007년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 UAE에 최소 200억 달러 규모의 무기를 판매하겠다고 하였을 뿐만 아니라, 2011년에 미국 정부는 중동의 군비확장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이스라엘에 300억 달러, 우방인 이집트에 130억 달러 등 총 430억 달러 규모의 군사 원조를 제공하기로 하였는데, 실제로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다수 수니(Sunni) 국가들에게 무기를 판매하고 있다. 이란에 대한 제재는 2010년에는 미 의회에서 이전에 행하였던 제재보다 훨씬 더 강화된 ‘포괄적 이란제재법(CISADA)’을 제정하여 강도 높게 진행하였으며, 2010년에 UN이, 2012년에는 EU가 제재에 가세함으로써 미국-유엔-유럽연합으로부터 3각 제재를 받게 됨으로써 이란은 내부적으로 경제 상황의 어려움이 격화되어 갔다. 이러한 내외부적 상황은 이란에서 2013년 친서방·개혁 성향의 하산 로하니(Hassan Rouhani) 이란 대통령 당선을 이끌어냈으며, 그해 이란은 UN 상임이사국+1, 즉 미·영·프·중·러·독 6개국과 핵 협상을 시작하게 되었던 것이다. 결국 6개국은 2015년 7월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에 합의했으며, 이듬해 이란 제재는 완화의 국면에 접어들었다. JCPOA는 이란이 향후 원심분리기를 3분의 2 가량 감축하고, 15년간 3.67% 이상의 농축 우라늄을 생산하지 않기로 합의하며, 15년간 농축 우라늄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신규 시설을 건설하지 않는 등 핵 개발 프로그램을 축소 또는 일부 포기하는 대신 국제사회는 이란의 원유 수출 및 금융 등 경제제재를 완화한다는 내용으로 합의된 내용이었다. 또한 비핵화 이행을 증명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에게 핵관련 시설들을 주기적으로 공개하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란은 이와 같은 합의사항을 준수하였으며, 그 결과 2016년 1월에 EU, UN, 미국 등은 대이란 제재를 완화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는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기존 합의에 대한 강경 입장으로 선회하게 되는데, 이는 미국 공화당의 대이란 적대적 외교정책의 회귀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트럼프는 대통령 후보 시절에도 ‘이란과의 핵합의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합의’라는 표현으로 비판해왔으며, 2018년 5월 미국은 결국 ‘JCPOA’ 탈퇴를 선언한 후 실제로 탈퇴함으로써 이란 핵문제에 대한 해결이 어려워지게 되었다. 이렇듯 이란 핵문제로 인하여 이란과 미국은 끊임없이 상호 비방과 견제를 해왔으며, 이러한 상황은 중동에서의 군비 확장의 시대를 열었고, 미국은 이란 핵문제로 인한 주변 수니파 아랍 국가들의 불안감을 활용하여 무기 판매를 함으로써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궁극적으로 이란의 핵문제는 미국의 이슬람에 대한 적대적 인식과 그 궤적을 같이하고 있다. 이란이 비록 에너지 활용 차원에서 평화적으로 핵에너지 개발을 한다고 대내외적으로 밝히고 있지만, 미국은 이란의 입장을 믿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이란 남부와 접경하고 있는 파키스탄은 핵무기를 이미 1994년부터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파키스탄과 적대관계였던 인도 또한 핵을 보유하고 있어 주변국이 핵으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중동 아랍권의 위협이 되고 있는 이스라엘 또한 미국의 묵인하에 100여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어 언제든지 이란에게는 위협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과거 이스라엘은 이란을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다는 위협을 하였고, 이란 역시 원자력 발전소를 통해서 핵 개발을 하려고 한다면 중동은 완전한 핵무장화 지역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아랍과 이스라엘, 수니파 국가와 시아파 국가, 보수주의와 개혁주의 등 얽히고설킨 중동〮아랍의 국제 역학 속에서 이란이라는 중동의 강국이 핵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또한 중동-아랍-이슬람권에서 시아파 이슬람권의 맹주이며, 서구와 미국을 강력했던 비판하며 40년 이상 그들과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란이 핵보유국이 되어 미국과 대척점에 선다는 것을 절대적으로 그냥 두고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란이 항상 내부적으로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오히려 이로 인한 중동 정세의 불안정성은 장기적으로 미국의 경제적 이익, 즉 주변 아랍국들의 긴장감을 이용한 무기 판매 등으로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쉽사리 이란의 비핵화를 진전시킨다거나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망과 시사점 프랑스, 영국, 독일은 미국의 일방적인 JCPOA 탈퇴 후 이란과의 핵합의가 와해되는 것에 대하여 상당한 부담을 가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탈퇴는 이란 핵 합의에 위반되는 것이기 때문에 자칫 이란에게 오히려 핵 개발을 하게 만드는 핑계거리를 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국가들은 특수법인인 인스텍스(INSTEX)를 통하여 이란 핵 합의를 이어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란의 경우도 초강경 자세를 취하는 트럼프와 거리를 두며 유럽 국가들과의 거래를 활성화한다면 오히려 이란 내부 상황의 개선과 국제사회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어 인스텍스의 활동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 부활과 세컨더리 보이콧에 따른 유럽 국가들 혹은 유럽 기업들이 얼마나 인스텍스를 이용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현재는 미국의 제재 대상이 아닌 식료품과 의약품에 국한되어 있어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향후 무역거래가 늘어나게 되면 미국은 감시의 눈길을 더욱더 강화해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유럽 기업들의 경우 이란과의 거래가 미국에 의해 제재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인스텍스를 통한 거래는 어느 정도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2019년 6월까지 이란의 국제 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 가입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회의론이 나타나고 있다. 유럽은 인스텍스를 설립하면서 돈세탁·테러자금조달 방지(AML·CFT)와 관련하여 국제 기준을 바탕으로 하여 UN 및 EU의 규정 및 제재에 따라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즉 영국, 프랑스, 독일 3개국은 이란이 FATF가 요구하는 모든 요건을 이행하기를 원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이란의 FATF 가입이 필수이다. 그러나 이란 보수층에서는 FATF 가입은 서방이 이란에 대한 금융 사찰을 하는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어 반대 기류가 강하다.    결론적으로 현재와 같은 트럼프 정권에서는 이란 핵문제는 실마리가 다시 풀릴 수 있을 가능성이 매우 낮으며, 인스텍스의 활동으로 이란과 유럽 간의 경제적 거래가 이루어지더라도 이란 경제는 정상화되기 힘들며, 중동의 다양한 변수로 말미암아 이란과 유럽 국가들 간의 협력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 이성수 / 부산외국어대학교 / 국제지역통상연구원장 2019-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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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최근 수단의 정치위기 분석과 전망

2018년 12월 수단의 수도 카르툼(Khartoum)에서 350km 떨어져 있는 아트바라(Atbara)에서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였다. 정부 보조금 폐지로 인한 빵 가격 급등으로 촉발된 시위는 주요 대도시인 포트수단(Port Sudan), 엘-가다리프(El-Gadarif), 옴두르만(Omdurman), 카르툼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야당, 시민단체, 노조와 더불어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대거 시위에 참여하였다. 반정부 시위대의 요구는 경제, 민생 문제 해결에서 30년 동안 집권한 오마르 알-바시르(Omar al-Bashir) 대통령의 퇴진으로 확대되었다. 이번 시위에 주도적 역할을 하는 수단 전문직 연합(Sudanese Professionals Association)은 자유와 변화 선언(Declaration of Freedom and Change)을 채택하였다. 이 선언은 바시르 대통령 퇴진 및 과도정부 구성, 민주주의 도입, 내전 종식, 사법부 개혁 등을 천명하였다. 일부 시위대는 집권당인 국민회의당(NCP; National Congress Party) 사무실을 공격하고 약탈을 자행하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위 참가자들은 비폭력을 지향하였다. 1989년 집권 이후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은 여러 차례 반정부 시위에 직면하였다.  하지만 과거와는 달리 이번 시위는 대통령 지지층이 우세한 지역에서도 발생하였다. 따라서 정부 지도자들은 이번 시위를 자신들의 정치적 생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였다. 알-바시르 대통령은 시위대의 퇴진 요구를 거부하면서, 시위 진압을 시도하였다. 경찰과 국가정보 보안국(NISS; National Intelligence and Security Service) 요원 등은 시위 참가자들에게 실탄을 발사하고, 구타를 자행하였다. 수천 명의 시민들이 체포되었고, 이 중 일부는 고문을 당하였다.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수단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인해 7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주장하였다. 다른 한편으로 알-바시르 대통령은 시위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집권 여당 당수에서 물러나고 2020년 대선 출마를 위한 헌법 개정을 중지한다고 발표하였다. 하지만 시민들은 그가 권력 유지를 위해 시간을 벌 의도로 유화책을 제시했다고 비난하였다. 미국, 영국, 노르웨이, 캐나다, 유럽연합은 수단 정부의 시위 진압을 비난하면서, 구금 중인 시민 석방, 정치, 경제 개혁 실시 등을 촉구하였다. 미국은 수단 정부의 강경 진압이 대테러지원국 해제 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암시하였다. 2019년 2월 22일 바시르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고 모든 주지사를 군부 고위 인사로 대체하였다. 동시에 허가받지 않은 시위 금지, 긴급 법원 설립, 도심에 배치된 군경 인원 증가 등을 천명하였다. 하지만 국가비상사태 선포에도 불구하고, 반정부 시위는 격화되었다. 특히 대통령궁과 인접한 국방부 건물 앞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 도중 시위대를 보호하려는 군인과 시위를 진압하려는 경찰, 정보부 요원이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2019년 4월 11일 알-바시르 대통령은 군부의 쿠데타로 축출되었다. 아흐메드 아와드 이븐 아우프(Ahmed Awad Ibn Auf) 장군은 바시르 정권의 전복을 선언하고, 군사위원회가 2년 간 국가를 통치할 것이라고 선포하였다. 하지만 시위대는 즉각적인 민정 이양을 촉구하면서 시위를 계속하였다. 며칠 뒤 아우프 장군이 사임하고, 압델파타 알-부르한(Abdelfattah al-Burhan) 장군이 군사위원회 수장에 취임하였다. 알-부르한은 통행금지 해제, 구금된 시위자 석방, 정보부 개편, 반정부 세력과의 대화를 약속하였다. 하지만 시위대는 즉각적인 민정 이양을 촉구하면서,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정치위기 원인 : 만성적인 경제위기 최근 수단의 정치변동의 근본 원인은 만성적인 경제 위기다. 경제 위기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 증가는 반정부 시위 확산을 초래하였고, 이는 바시르 정권 붕괴를 촉발하였다. 수단의 경제 위기는 석유생산 감소, 안보 분야에의 지나친 자원투입 등 내부적 요인과 미국의 제재, 걸프 국가의 지원 축소 등과 같은 외부적 요인에 기인한다. 남수단 독립 이전 수단 정부는 석유 의존적 경제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2011년 수단 전체 유정의 75%를 보유한 남부 지역이 분리 독립하면서, 석유 생산량이 급감하였다. 동시에 내전으로 인해 남수단 석유 개발이 차질을 빚으면서, 남수단에서 포트 수단까지 석유 운송료 수입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석유 의존적 정책은 농업, 제조업 등 다른 산업 육성을 저해하였다. 농업 부문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식량 생산이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더구나 외환보유액 부족으로 인해 식량 수입에 차질을 빚으면서, 식량 가격이 급등하였다. 제조업, 서비스업 육성을 소홀히 하면서, 석유 생산 감소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는데 실패하였다. 또한 안보 분야에의 지나친 국가자원 투입은 경제 위기 악화에 기여하였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 수단 정부는 남부 지역의 수단인민해방군(Sudan People's Liberation Army), 다르푸르(Darfur)의 여러 반군 단체들과 전쟁을 벌였다. 이를 위해 전체 예산의 70-80%를 사용하였다. 남수단 독립 이후에도 블루 나일(Blue Nile), 남코르도판(South Kordofan) 지역에서 활동하는 반군 진압에 상당한 양의 국가자원을 투입하였다.  반면 일반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 집행을 소홀히 하였다. 알-바시르 대통령은 권력기반인 군부, 정보기관, 이슬람주의자 세력에 경제적 특권을 부여하였다. 따라서 소수 정치 엘리트의 부패가 만성화되었다. 심지어는 경제 위기 타개를 위해 안보 관련 지출 삭감, 부패 자금 회수 등이 아닌, 서민경제를 위협하는 세금 인상, 식량 보조금 폐지, 환율의 급격한 평가절하 등을 단행하였다. 미국의 경제제재는 수단의 경제 상황 악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미국은 1997년 테러 지원을 이유로 수단에 경제제재를 가하였다. 이는 외자 유입에 장애물로 작용하여, 수단은 심각한 외환 부족에 시달리게 되었다. 수단인들에 대한 여행 제한 조치는 해외에서의 교육, 직업 훈련을 통한 인적개발을 저해하였다. 2017년 경제제재가 해제되었지만, 수단은 테러지원국 리스트에 아직 남아있다. 이로 인해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해외에서 구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 이후 수단 정부는 IMF의 요구에 따라 긴축 조치와 경제 자유화 조치를 시행하였다. 하지만 복지예산 삭감, 보조금 폐지, 국영기업 민영화 등은 생필품 및 수입품 가격 급등, 지도층 부패 고착화, 실업률 증가를 초래하여, 결과적으로 수단 경제에 악영향을 끼쳤다. 이와 더불어 중동 국가들의 원조와 투자 축소는 수단의 경제 위기에 기여하였다. 수단의 국가 재정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걸프 국가들의 원조에 크게 의존하였다. 한 예로 이들 국가들은 2015년-2016년 수단중앙 은행에 약 25억 달러를 예치하였다. 걸프 국가들 사이에서 균열이 생긴 상황에서 수단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진영과 카타르, 터키 진영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추구하였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는 수단이 예멘 내전에 자국 편에 서서 군대를 파견했음에도 불구하고 균형외교를 못마땅하게 생각하였다. 이는 수단에 대한 원조와 투자 축소로 이어졌다. 만성적인 경제 위기는 수단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심화시켰고, 이는 최근 반정부 시위 확산의 도화선이 되었다. 이와 더불어 알-바시르 정권의 기반인 군부의 이반이 시작되었다. 일부 군인들은 시위대 편에 서면서, 경찰, 정보국 요원과 대립하였다. 군부 지도자들은 시민혁명으로 알-바시르 정권이 전복될 경우 자신들이 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을 우려하였다. 이들은 알-바시르 재임 기간 동안 정권에 충성하는 대가로 상당한 정치, 경제적 이익을 누려왔다. 일부 군 관계자는 다르푸르 등에서 전쟁범죄, 반인륜 범죄에 연루되었다. 집권에 성공할 경우 시위대 세력은 과거청산을 명분으로 알-바시르와 가까운 군 인사들에 대한 처벌을 추진한 가능성이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군 지도자들은 선제적으로 쿠데타를 일으켜 바시르 대통령을 축출하고 권력을 장악하였다. 향후 전망 새로 집권한 군사위원회는 과도정부 구성과 운영에 관하여 시위대와 본격적인 대화에 나설 전망이다. 군사위원회 수반으로 온건하고 군 내부에서 존경받는 알-부르한이 취임한 만큼 시위대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면서 점진적 민정 이양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반정부 시위대는 즉각적인 민정 이양을 요구하고 있지만, 수단의 리비아화(化)를 방지하기 위해 군사위원회의 통치를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군사위원회의 약속 이행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반정부 세력이 군부 지도자들에게 등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 시위대 지도자들과 군사위원회 지도자들의 갈등이 폭력으로 나타날 경우, 수단의 정치적 혼란이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정부 시위대의 과도기 정의 실현에 대한 강력한 요구로 인해 군사위원회는 구정권 인사들을 축출하고, 이들에 대한 처벌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舊)정권 지지자들의 반발을 고려하여 전쟁범죄, 반인륜 범죄 혐의로 기소되어 있는 알-바시르 등을 국제형사재판소로 보낼 가능성은 적다. 즉 국내 법원에서 구정권 인사들을 심판하고, 나중에 이들에 대한 사면을 단행하거나 망명을 허락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서구 국가들은 수단의 새로운 지도층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할 전망이다. 민정 이양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미국은 수단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고, 수단 경제 회생을 위한 지원을 추진할 전망이다. 유럽 국가들은 아프리카 발(發) 이주민 유입을 억제하기 위해 새 정부와 협력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리카ㆍ 중동 기타 김동석 / 국립외교원 / 조교수 2019-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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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급증하는 잠비아 국가부채의 시사점과 대책

잠비아 국가부채 지난 5년간 두 배 증가 감당할 수 없는 외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계 빈곤국들을 돕기 위해, 1996년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과 세계은행(World Bank)에 의해 과다채무국(Heavily Indebted Poor Countries, HIPC) 이니셔티브가 발의되었다. 덕분에 몇몇 국가들이 다시 국제금융시장에 발을 붙일 수 있었고 국가 재정 대비 외채도 상당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2015년 전후부터 아프리카 국가들의 외채는 다시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15년 아프리카 평균 국가 재정 대비 5.9%였던 외채는 2017년 11.8%로 올랐으며, 아프리카 국가 중 절반 이상에서 GDP의 50% 가 넘는 국가부채가 발생했다. 잠비아의 경우, 2011년 GDP 대비 21%이던 국가부채가 2014년 35.6%로 상승했고 2018년에는 60%에 도달했다. 그중 3분의 2가량이 외채이며 중국정부나 유럽 투자자들로부터 대부분 들여온 것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잠비아의 금융위기를 예고하는 전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경제성장률은 2010년 10%대에서 정점을 찍고 하강 국면에 진입해 2017년에는 3.4%에 머물렀다. 또한 2013년 40.5% 였던 GDP 대비 수출 비율은 2017년 35.2%로 하락했다. 수출 둔화는 외환보유액 감소로 이어지고 외채 상환 부담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광물자원 무역의존도가 높은 잠비아와 같은 국가에서는 수출의 안정 성장이 어렵고 수출 하락으로 인한 여파가 클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2016년 채권시장의 이자율이 급상승하자 국제자본시장은 잠비아의 국가 재정 상황이 불안정한 상황임을 눈치채고 채무 상환능력을 의심하게 되었다. 잠비아에서 스탠빅은행(Stanbic Bank)으로 무역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는 스탠다드은행그룹 (Standard Bank Group)은 잠비아의 외환보유고가 올해 6월쯤 10억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며, 이는 유동성위기(liquidity crisis)에 가까운 수치라고 보고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잠비아 정부는 유동성 위기가 채무 상환능력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며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금융위기 하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들이다. 국고에 큰 부담을 주는 채무 상환 행위로 인해 사회복지 등 정부 역할의 강화가 필요한 분야에 정부 지출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국가부채 증가는 국민의 삶의 질에 심대한 악영향을 주고 있다. 국가권력층의 도덕적해이가 금융위기 촉발 그동안 HIPC 이니셔티브의 계획 하에 이루어진 채무면제와 외채 유입증가로 잠비아의 교육과 의료, 보건 부문은 큰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2005년에는 에이즈를 치료하기 위한 항레트로 바이러스제를 10만 명에게 무료로 제공하였으며, 모자감염률도 현저히 줄였다. 또한 전국적으로 초등교육비를 지원해 실질적으로 국민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HIPC 이니셔티브가 제공한 이러한 유익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의 국가부채 및 재정 문제가 지속되는 것은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때문이다. IMF는 2005년부터 잠비아와 그 외 29개 아프리카 HIPC 국가들의 빚을 청산해 주었는데 각국 정부는 채무를 변제하기 위한 자구노력에는 소홀한 채, 국가부채를 오용 또는 횡령하는 경우가 많았다. 잠비아 정부는 GDP의 6%를 차지하는 구리 수출의 수출 가격 하락이 국가부채가 급증한 원인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그러나 실상은 정치인들과 정부 고위 관료들이 대출금을 함부로 사용한 것이 국가부채 문제의 주요 원인으로 밝혀졌다. 그들은 싼 이자의 외채를 개인 용도로 사용하고, 도로, 공항 등 공공시설 준공 및 공공 기자재 구입 예산을 부풀려 책정한 뒤 빼돌리는 수법으로 개인의 이익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그 예로, 소방차를 구입하는 데 실제보다 가격보다 70% 이상 부풀려 예산을 편성하였고, 국제공항 운영예산은 사용률이 1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과대평가하여 책정하였다. 그 밖에도 정부의 예산 및 사업 관련 전횡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위기 속 외부세력의 개입 게다가 채권자들은 잠비아가 막대한 외채 부담을 겪는 중에도 무분별한 대출을 부추겼다. 특히 중국이나 터키 등 아프리카에서 세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국가들은 채무국의 재무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조건 없이 마구 대출을 해주고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중국의 대출이 잠비아 전체 외채의 4분의 1 내지 3분의 1가량 될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편, 영국, 핀란드, 아일랜드 등 유럽국들이 지원해온 사회복지 현 금지급사업에서 잠비아 고위공직자들에 의한 대규모 부정 수금과 횡령이 발생해 원조가 중단되는 일이 있었다. 이 일이 있은 지 2주가 경과한 시점에 중국이 잠비아 대출을 확대해 더욱 비판을 받고 있다. 중국의 부채를 토대로 하는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도 잠비아 및 여러 아프리카 국가를 부채의 함정에 빠지게 하는 요인이다. 중국의 인프라 프로젝트는 잠비아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만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기업이 잠비아 노동자 차별 대우와 노동력 착취로 국민의 반발을 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잠비아 대통령 애드거 룽구(Edger Lungu)는 적극적으로 중국에 대한 우호관계 증진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룽구 대통령은 중국인은 세계 곳곳에 퍼져있어 그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며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룽구 대통령은 국제적으로 중국-잠비아의 협력관계를 비판하는 목소리에도 맞서 중국을 지지하는 등 중-잠비아 관계 증진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잠비아 정부는 국가 불안정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야권 지도자들과 정부 비평가들을 기소해 권위주의가 커지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룽구 대통령은 이런 비판을 잠재우고 집권을 정당화하기 위해 중국의 투자와 부채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2018년부터 잠비아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양국 간 양해각서(Memorandum of Understanding, MOU)를 체결하고 국제업무 협력 증진을 위해 긴밀히 논의하기 시작했다. 잠비아 정부는 사우디 정부로부터 싼값에 석유를 수입하는 등 양자간 무역 혜택을 노리고 있다. 또한 사우디 자금을 투입해 병원, 도로시설 확충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사우디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은 중국의 아프리카 개입에 대한 태도와는 상반되게 사우디의 적극적 활동에 대해서는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중국으로부터의 대출 규모가 사우디에 비해 훨씬 크다. 하지만 잠비아의 재정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외채를 부추기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서구 언론과 정부가 유난히 중국의 개입을 비판하는 데는 아프리카 내 중국 세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도 숨어있다. 반면, 지난해 8월, IMF와의 구제금융 논의가 실패하고 잠비아 담당 특사 알프레도 발디니(Alfredo Baldini)도 송환되면서 서구 국가들과는 더 소원해진 분위기다. IMF나 세계은행은 대출을 제공할 때 재정 긴축, 민영화, 시장 개방 등을 포함한 구조조정 조건을 내걸기 때문에 정부는 국제기구의 구제계획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민영화 과정에서 국내 자본조달이 어려울 경우, 공기업을 해외자본으로 매각하게 되면 국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뿐더러 정부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게 된다. 모든 부문에서 정부가 손을 떼고 시장경제에 맡기면, 공기업 부문에 존재하던 고용, 투자, 해외 활동이 축소되고 여러 제한 조치가 가해질 수 있다. 즉, 구제금융은 정치적 이슈이자 국가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쉽게 택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니다. 일본과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의 협력 필요 전문가들은 잠비아가 국가부채 지불 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디폴트(default)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염려하고 있다. 이미 물가가 상승하기 시작했고, 투자환경 악화와 소득, 소비 정체가 나타나고 있다. 재정적자를 화폐 발행을 통해 보전하려고 할 경우, 더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겪게 될 수도 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국가경영의 부진, 부정부패, 외부세력의 무분별한 개입 등이 재정 악화의 원인이다. 중국으로부터의 과도한 부채는 집권세력의 부정행위를 장기화하고 정치개혁을 지연시키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아프리카에 투명한 금융정책 마련과 성장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플랜이 필요한 상황에서 일본과 인도는 중국과 차별되는 협력 방안을 내놓았다. 아시아-아프리카 경제성장회랑(Asia-Africa Growth Corridor)계획은 중국의 일대일로사업에 맞서 아프리카에서 두 국가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의도가 들어있다. 일본과 인도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민주주의 국가들로서 아프리카에 경제개발과 민주주의 발전을 동시에 도모하고자 한다. 일본은 중국과 달리 사기업이 주도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아무런 조건 없이 원조를 제공하며, 자국민의 노동력을 거의 투입하지 않는다. 아프리카와의 오랜 교류를 기반으로 한 이들의 계획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중국에 의존함으로써 얻어지는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게 도울 것이다.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아시아의 대국들이 아프리카와의 협력 방안을 내놓는 가운데 한국 정부와 기업도 이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유럽 국가들이 EU를 통해 또한 개별적으로 아프리카 전략 모델을 짜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정부는 일본,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과 협력하는 동시에 한국의 독자적인 원조와 진출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잠비아 김은경 /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 HK교수 2019-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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