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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권 평가와 대선 향배

베네수엘라 문남권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 교수 2012/07/16

베네수엘라는 석유, 천연가스 및 각종 광물이 풍부한 자원부국으로서 한국에 있어 남미의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이다. 중남미 전체가 한국에 무역흑자를 안겨주는 전략적 진출시장이지만 특히 베네수엘라는 상품 시장으로서의 기능과 함께 자원 공급처로서 역할을 하는 주요 국가이다.

 

 

 

최근 베네수엘라는 1998년 이래 집권해온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와병과 국제 유가 하락으로 정치경제적 상황이 불안정하다. 이는 오는 10월 치러지는 대선으로 이어지며 향후 정국 추이와 관련 국내외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오는 10월 대선에 유독 관심이 가는 이유는 1998년 이래 지속되어온 차베스 정권의 교체 가능성 때문이다. 줄곧 분열되어 있던 야권이 엔리케 카프릴레스 전 미란다 주지사를 단일 후보로 내세우며 선전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정권교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만일 새 정권 등장 시 이는 남미 좌파 블록의 핵심축인 차베스 정권의 몰락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베네수엘라 대선 전망은 지난 14년의 차베스 정권 평가와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 차베스 정권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이번 대선의 결과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차베스 정권에 대한 국내외 평가는 ‘매우 복합적 성격의 정권 (hybrid regime)’으로서 권위주의, 참여민주주의, 시장경제와 국가주도 경제의 요소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시민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시민자치위원회(CTU) 등을 만들기도 했지만 언론 장악, 사법부와 입법부 무력화를 통한 견제와 균형 시스템의 실종을 야기 시켰다. 또한 볼리비아의 모랄레스 정권, 에콰도르의 라파엘 코레아 정권 등과 함께 남미 급진좌파 3국의 중심축인 차베스 정권은 상기 국가들과 달리 군부에 기반 한 정권의 특징도 보여준다. 차베스 자신이 군인 출신으로 집권 후 군인들을 행정부와 공공기관 등 주요 요직에 임명하여 국정을 운영하여 왔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자원민족주의를 기치로 내세우며 국영석유기업 PDVSA를 국영화하고 세금을 인상하여 국고를 확대하였다. 그리고 오일머니에 기반 하여 각종 무상복지시리즈를 사회정책으로 내세우며 저소득층의 큰 지지를 받고 있지만 민간 투자는 감소하여 국가 경제에서 사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된 측면도 있다.

 

 

 

이렇듯 이질적이며 복합적 정책으로 인해 평가가 크게 엇갈리는 차베스 정권의 10월 대선은 야당 단일 후보인 카프릴레스의 등장으로 인해 이전에 보지 못했던 선거 판세가 연출되고 있다. 차베스는 등장 이후 각종 대선, 제헌의회 국민투표, 개헌 국민투표, 의회 선거 등에서 단 1차례만 패배하며 매번 56% 이상의 지지를 담보해 왔다. 그러나 현재 각종 여론조사는 조사 실시 기관의 성격에 따라 변하지만 크게는 두 자릿수, 작게는 몇%의 두 대선 후보 간 격차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지지도가 역전되어 차베스가 뒤지고 있다는 조사까지 나오고 있다.

 

 

 

최종 결과는 10월에 알 수 있겠지만 최근 보여 지는 이번 대선의 특징은 과거와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첫째 차베스의 건강 문제가 이슈화되었다는 점이다. 암 투병으로 힘든 시기를 보낸 차베스 대통령은 최근 완치되었다고 발표했지만 건강에 대한 의구심이 존재하며 야당 후보는 건강을 자신의 강점으로 내세우는 캠페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두 번째로 야당의 선거 전략이 과거와 달리 바뀌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차베스 정권하에서 야권은 세 가지 전략을 사용하여 왔다. 하나는 전투적 시위와 동원을 통한 정권 무력화 및 교체전략으로 2000년대 초반의 야권 시위, 2002년 쿠데타 시도, 2003년 3월까지 4개월의 총파업 등이 그러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실패했고 오히려 차베스에 강경대응 명분만 제공했다. 두 번째 전략은 선거 보이콧으로 2005년 의회 선거에서 야권은 선거를 보이콧했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의회를 100%로 친 차베스 세력에게 넘겨줌으로써 입법부뿐만 아니라 사법부 장악, 각종 정치경제 제도 변화의 기회만 제공했다. 세 번째 전략이 선거를 통한 재집권으로서 상기 2개 전략이 실패하고 오히려 차베스 정권만 강화함으로써 마지막으로 국민을 설득하고 선거를 통한 집권을 추진하였다. 이를 위해 이번에 카프릴레스 단일 후보를 내세우고 있다.

세 번째 달라진 점은 우파 야권 후보의 선거 캠페인 내용이 변화하였다. 야권은 이번 선거에서 브라질 룰라 식 개혁주의를 지향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는 차베스 식 민족주의와 서민우선 정책에 대한 베네수엘라 사회의 높은 지지를 감안하여 좌파 사회정책과 베네수엘라의 전통적 포퓰리즘, 그리고 대내외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브라질식 개혁을 혼합시킨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결국 부동층 및 차베스 지지자 일부 흡수를 위한 우파에서 중도로의 노선 선회를 의미한다.

 

 

 

이런 대선 변수에도 불구하고 차베스 정부 지지층은 여전히 건재한 편이다. 차베스의 선거 승리를 점치는 측에서는 다음과 같은 요소를 내세우고 있다. 첫째는 충성 지지자들의 건재로서 차베스 지지를 단순한 오일머니의 영향력이라기보다 이데올로기의 산물로서 보는 시각이다. 차베스는 매 선거마다 56~58%의 득표로 승리하였다. 차베스 정권에 대한 비판도 많지만 베네수엘라 사회의 내부 시각에서 봤을 때  차베스에 대한 지지는 기존 소외계층이 느끼는 사회적 카타르시스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존에 소외받았던 사람들은 차베스의 현란한 정치적 수사와 경제적 지원에 대해 적극적 지지로 화답하고 있다. 

두 번째로 최근 유가 하락이 차베스 정권에 미치는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다. 많은 분석가들은 차베스 정권의 운명을 유가 향배에 맞춰 점쳐왔다. 그러나 실제 현재 베네수엘라와 같은 권위주의 사회에서 boom and burst 의 자원가격 변화가 정권 교체에 직접적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경제적 성패가 선거 결과에 바로 영향을 미치지만 권위주의 사회에서는 다른 변수에 더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행정부가 입법부와 사법부의 규제를 상대적으로 덜 받기 때문에 유가하락에 따른 재정 축소를 극복할 여러 수단 강구가 더 용이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요인은 차베스를 지지하는 국제적 연대의 존재로서 국제적 지지가 이어지고 있다. 브라질 룰라 전 대통령은 최근 상파울루 포럼에서 차베스의 승리가 남미 진보주의자들의 승리라고 밝혔는데 야권 후보 카프릴레스가 브라질식 개혁 추구를 천명한 상태에서 롤 모델인 룰라의 차베스 지지 선언은 베네수엘라 유권자들에게 의미하는 바가 클 것이다.

 

 

결국 이번 대선은 차베스 정권 14년에 대해 국민들이 어떤 평가를 내리느냐에 그 결과가 달려있다. 국민 참여민주주의를 추구하면서 정작 정치행태는 권위주의 정치를 보여준 차베스 정부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린다. 또한 최근의 경제 성적도 그 주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롤러코스터 식 경기는 최근 10년간 평균 3.5%의 경제성적을 거뒀지만 경제지표가 보여주듯 사회의 정치적 대립이 국가 경제를 불안정과 위기로 몰아넣었다. 석유에 대한 의존은 더욱 심화되었고 산업다변화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동통신, 전력, 시멘트, 언론사 등의 국영화는 경제 다방면에서 아직 산업 생산성 확대와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석유 생산량은 2000년 대비 30% 하락하였고 석유 산업 경쟁력도 약화되었다. 무엇보다 최근의 높은 인플레이션이 서민층을 괴롭히고 있다. 결국 이런 정치경제 성적과 50%에서 29%로 하락했다는 빈곤 율 사이에서 국민들이 어느 편에 더 많은 지지를 보낼지가 이번 대선 결과를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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