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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키프로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구제금융과 예금자 보호원칙의 파기

중동부유럽 기타 최자영 부산외국어대학교 지중해지역원 HK교수 2013/04/25

최근 유로존(지대)의 일원인 키프로스(Cyprian Democracy)가 경제위기에 처했으며, 이것이 유럽 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구제금융의 주체로서 ‘트로이카(삼인방)’[유럽연합(EU)의 집행위원회(EC),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가 그 대책에 나서고 있다.

지중해의 동부, 소아시아 서부 연안에 위치한 키프로스 섬은 그리스계 정교도와 터키계 무슬림이 함께 거주하면서 공동정권을 이룬 한 나라로 있었는데, 1974년 터키가 북쪽을 장악함에 그리스 계  주민 약 20만 명이 그곳에서 축출되었다. 그 후 ‘터키 키프로스’ 혹은 ‘북 키프로스’는 1983년 독립국임을 선언했으나, 아직 터키를 제외하고는 UN이나 기타 나라들로부터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 있다. 반면 ‘키프로스(Cyprian Democracy: Kypriaki Dimokratia)’는 터키 측에서 ‘그리스(엘리니키) 키프로스’ 혹은 ‘남 키프로스’라고 부르는 곳으로, 2007년에는 유로(貨) 존[지대]에 가입하여 유럽 경제체제의 일원이 되었다.

키프로스 경제위기는 이미 수년 전부터 예측되어 왔던 것으로, 그 원인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진단되고 있다. 하나는 내적인 것으로 경제 규모에 비해 은행의 규모가 너무 컸다는 점이다. 키프로스 은행은 예금의 천국으로 불릴 만큼 높은 이자와 낮은 세금으로 예금을 유치해왔으며, 그 예금은 경제규모에 비해 8배를 상회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경제위기의  다른 원인은 유럽 내부 북(산업선진국)과 남(선업후진국․농업국) 사이에 존재하는 경제구조의 괴리이다.

경제위기 해결과정에서 당면한 문제는 키프로스가 100억 유로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받는 대가로 구제금융의 주체인 ‘트로이카’가 키프로스 국내 은행 예금자들에게 과세할 것을 키프로스에게 요구하자, 예금자들이 서둘러 돈을 찾으려 몰려들고 또 키프로스는 뱅크런(Bank Run) 사태를 막기 위해 은행 문을 닫는 등 혼란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달(3월) 키프로스 재정위원회는 예금 잔액별로 2만 유로 이하는 면세, 2만~10만 유로는 6.75%, 10만 유로 이상은 9.9% 과세하는 수정안을 내놨으나, 한편으로 예금자들의 반발이 계속되었고, 다른 한편으로 수정안을 적용할 경우 세수확보가 불충분하게 되는 이중의 문제가 발생했다. 현재 키프로스는 자구책으로서 보유하고 있던 금을 내다 팔기로 한 가운데, 이미 예금 동결과 그에 대한 과세조처로 인해 돈은 키프로스를 기피하고 이웃한 터키 키프로스 및 터키나 발틱 해 연안의 라트비아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총재 "은행 예금액별로 누진과세를 적용해 58억 세수를 확보하려는 키프로스의 안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피에르 모스코비시 프랑스 재무장관도 키프로스 구제 금융안과 관련하여 '수정안(플랜 B)'조차도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키프로스 정부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하며 키프로스 당국을 채근한 바 있다.

한편, 4월 들어 독일 연방의회가 10억 유로의 구조자금을 키프로스의 경제위기에 대처하여 지급하기로 결정(4월 18일)했다. 연방의회 의원 602명 가운데 찬성 487, 반대 102, 기권 13표로 찬성표가 압도적이다. 표결에서 연립정부 측인 기독교민주당(CDU), 자유민주당(FDP)은 물론이고 야당인 사회민주당(SPD), 녹색당이 찬성했고, 좌익은 반대편에 섰다. 독일 연방의회는 동시에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에 대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만기도 7년 연장하여, 해당국의 시장접근성 회복을 돕기로 했다.

독일 경제부 장관 볼프강 쇼이블레(Wolfgang Schaeuble)에 따르면, 이런 표결의 결과는 유로화(貨)와 그 공동체에 대한 독일 측의 ‘강한 지지’의 입장과 함께 독일 연방의회가 유럽에 대해 책임의식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는 ‘EU는 그 전 어느 때보다 더 공고한 기반 위에 있으며, 남․북 사이에 존재하는 어떤 괴리도 봉합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런 조처를 통해, 유럽 내의 경제적 불균형이 개선되며, 문제가 되는 나라들의 경쟁력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키프로스 구제금융안이 아직 일부 EU 회원국들의 의회 비준을 남겨 놓고 있는 가운데, 키프로스 내에서는 현재 의회 총 56석 가운데 야당을 중심으로 거의 절반이 구제금융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의 이번 표결에 앞서 그 전날인 17일 키프로스 의회 내 소수정당인 녹색당이 처음으로 구제금융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고, 이어서 24석을 보유한 공산당(AKEL)과 사회당(EDEK)이 구제금융에 반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제금융안에 대한 키프로스 의회 표결은 이번 달 말께 실시될 예정에 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재무장관이 18일 의회에서 한 연설에서 나타나듯이, 독일이 구제금융에 찬성 표결한 것은 키프로스 위기가 유로존[지대]의 다른 국가로 옮겨갈 가능성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독일의 좌익이나 키프로스의 야당이 구제금융조처에 반대하는 것은 ‘트로이카’의 손아귀에서 키프로스의 자유가 침해당하게 되는 사태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키프로스 경제위기의 구제과정에서 첨예하게 불거지는 문제는, 지금까지 유럽에서는 10만 유로까지의 예금은 보호 대상이었는데, EU를 중심으로 한 구제금융의 주체가 키프로스에 요구하는 예금자 과세가 그 금기의 원칙을 파기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파격적 조처로 인한 파생적 효과는 가늠하기 어려운 전망이다(cf. 프랑스의 Le Monde). '유럽연합은 키프로스에서 예금자 보호 원칙을 무시함에 의해 은행 조직을 구하려 하는데, 이런 구제책은 은행의 신용을 파기한다는 점에서 허약한 경제 상황보다 궁극적으로 더 위험한 것이다. 예금에 대한 이와 같은 편법은 위험한 것으로 키프로스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cf. 스페인의 El Pais)

독일 경제부 장관 볼프강 쇼이블레는 구제금융안 표결 당시 연방의회에서 한 발언에서, 높은 이자를 받고 있던 예금자들이 손해를 보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투기는 의무와 함께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독일 자체 내 신문에서는 키프로스가 취한 예금자 과세 조처에 대한 비난과 우려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유로화 위기에서 마지막 금기의 선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은행은 폐쇄되고, 돈은 사라지고, 신용은 땅에 떨어졌다.....이것은 예금을 바로 도둑질해가는 것과 같다. 키프로스 은행이 문을 닫은 후 돈을 스위스로 옮겨갈 수 없는 그리스 인과 스페인 인들이 베개 아래 돈을 감춘다. 그리스 인들과 달리 키프로스 인은 빚을 갚을 능력이 있는데도, 이와 같은 해악적 구제금융 조처를 취한 것은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다.’(Süddeutsche Zeitung)

‘빈곤이냐 구제냐?: 현재 장관들은 EU(유럽연합)의 규칙을 파기하기로 결정한 바, 이것은 위험천만한 소치이다......(키프로스 뿐 아니라) 전(全) 남부 유럽의 예금자들이 기겁을 할 것이 분명하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은행이 키프로스 꼴이 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Die Welt)

‘EU 국가들이 이미 예금자들에게 부담을 떠맡기면서 경제를 살리려고 은밀하게 공모함으로써, 아주 심각한 사태에 이르게 되었다. 공공부채는 감소될 수 있으나, 은행 예금은 점차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유럽연합의 다른 국가들이 예금을 도둑질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것이라고 누가 보증할 수 있을 것인가?’(Handelsblatt)

그런데 키프로스의 예금자 과세조처에 의해 가장 피해를 많이 보는 것은 수십억 유로의 고액을 예치한 러시아 인들이다. 이에 대해 러시아 당국은 키프로스의 예금자 과세조처를 유발한 EU당국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 푸틴은 유럽의 키프로스 구제금융 정책에 대해 부당하고 위험한 발상인 것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680억 유로에 달하는 키프로스 은행의 예금 가운데 40%가 러시아 인의 것이다. 예금자에 대한 과세가 시행될 경우 러시아 인들은 30억 유로의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두고 일부에서는 독일이 다름 아닌 러시아 인의 자본을 겨냥하여 예금자 과세조처를 강행하는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또 유럽에서는 러시아의 자금이 키프로스를 통해 세탁되어 시리아 정부군을 원조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키프로스 예금자 과세의 강요가 이런 돈의 흐름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일부의 소문도 이번 사태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고 하겠다. 현재 시리아에서 정부군과 반정부군 사이의 내란을 두고, 이란, 러시아는 전자를, 영국, 프랑스 등은 후자를 지지하고 있으며, 특히 이란과 영국-프랑스는 각각 정부군과 반군을 무제한 군사 원조할 것이라고 천명하고 나선 형편이다.

한편, 바로 이웃하고 있는 터키에서도 이른바 ‘남(그리스) 키프로스’ 사태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키프로스를 떠난 예금이 ‘북 키프로스’ 혹은 터키로 유입되는 것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현재 키프로스에서는 예금자 과세조처에 반대한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과거에는 북 키프로스를 점거하고 있는 터키를 대상으로 ‘터키는 키프로스를 떠나라!’라는 구호가 주를 이루었으나, 이제는 ‘’트로이카‘는 키프로스를 떠나라!’ ‘도둑놈들은 키프로스에서 나가라!’라는 구호로 바뀌었다. 4월 초순 레브코시아(= 니코시아: 키프로스의 수도)에서는 키프로스 인들이 독일 대사관의 장애물 앞에서 독일 국기를 끌어내렸다.


※참고자료

http://idemocracygreece.blogspot.kr/2012/06/blog-post_29.html [2013.4.18일 검색]
http://idemocracygreece.blogspot.kr/2012/12/blog-post_30.html [2013.4.18일 검색]
http://idemocracygreece.blogspot.gr/2013/03/blog-post_19.html [2013.4.18일 검색]
http://idemocracygreece.blogspot.gr/2013/03/blog-post_4188.html [2013.4.18일 검색]
http://idemocracygreece.blogspot.gr/2013/03/blog-post_4960.html [2013.4.18일 검색]
http://www.colocassides.com/?p=693 [2013.4.11일 검색]
http://www.philenews.com/el-gr/eidiseis-politiki/39/137787/germanika-dimosieymata-gia-tin-oikonomiki-krisi-stin-kypro [2013.5.21]
Kathimerini (2013.3.19): "Xekina eisroi xenou kephalaiou sta katechom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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