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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2010년 중앙아시아 포럼을 마감하며

러시아ㆍ유라시아 일반 이유신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2010/12/30

필자는 지난 2010년 2월부터 중앙아시아 포럼(CAF)에 정기적으로 글을 올려왔다. 이후 1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고 나니 꽤 많은 글이 모이게 되었다. 그래서 2010년 중앙아시아 포럼을 마감하며 지금까지 모인 필자의 글을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해 보았다.

우선 필자의 글이 다룬 국가의 수를 분석해 보았다. 분석 결과 아제르바이잔이 가장 많이 다루어졌다. 아제르바이잔 다음으로는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순으로 다루어졌다. 그리고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은 각각 한 번씩 다루어졌다.

이 순서를 가장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요인은 중앙아시아의 각 국가가 보유한 에너지 자원일 것이다. 물론 아제르바이잔 다음으로 많이 다루어진 키르기스스탄은 에너지 자원의 빈국이다. 하지만 이 국가를 제외하면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및 카자흐스탄은 많은 에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많은 석유와 가스를 생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자원의 수송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투르크메니스탄은 중앙아시아 국가 중에서 가장 많은 가스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영국의 석유회사 BP의 자료에 의하면 투르크메니스탄은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가스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반해,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 국가 중에서 가장 많은 석유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또한 키르기스스탄 및 타지키스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에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나 외국으로 수출할 수 있는 양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아마도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우즈베키스탄은 많이 다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키르기스스탄은 자원 빈국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많이 다루어졌는데 그 주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국가에서 발생한 유혈사태 때문이었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지난 4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4월에는 당시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인 쿠르만벡 바키예프 (Kurmanbek Bakiev) 정권이 무너지는 과정에서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바키예프 정부는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에 발포했고 이 과정에서 80여명이 사망했다. 이후 2개 여월이 지나서 발생한 유혈사태는 키르기스스탄에 거주하는 키르기스인과 우즈벡인과의 민족 분쟁의 양상을 띠며 더 많은 희생자를 앗아 갔다. 이 민족 분쟁은 또한 일시적이나마 많은 난민을 양산하며 이웃국가인 우즈베키스탄에도 영향을 미쳤다. 민족분쟁 이후 키르기스스탄 남부에서 다른 국가로 이민을 가는 국민의 수도 증가했다.    

키르기스스탄이 상대적으로 많이 다루어진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이 국가의 전략적 가치 때문이었다. 주지하듯이 키르기스스탄에는 러시아군뿐만 아니라 미군도 주둔해 있다. 특히 미군이 주둔해 있는 마나스 (Manas) 공군기지의 운명은 지난 4월 혁명 당시에 초미의 관심사였다. 최근 키르기스스탄의 새로운 연합정부가 구성된 이후에도 이 공군기지의 운명은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합정부의 신임총리 알마즈벡 아탐바예프(Almazbek Atambayev)는 미국이 마나스 공군기지를 향후 최소 4년간 연장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필자의 글을 두 번째 기준인 주제별로 분류해서 분석해 보았다. 분석 결과 가스와 가스관에 관한 글이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안보문제, 정치문제, 광물자원 및 환경문제 등이 골고루 다루어졌다.

이렇게 분류해 보니 역시 중앙아시아에 대한 관심은 에너지 자원에 집중되어 있었다. 물론 필자의 주요 관심분야가 에너지 자원 문제였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발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소련 붕괴 이후 중앙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가장 중요한 이유가 에너지 자원 때문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지난 1990년대 카스피해 지역에 매장된 석유자원을 둘러 싼 열강들의 경쟁은 19세기에 중앙아시아를 두고 러시아 제국과 영국 제국이 벌인 '거대한 게임'을 연상하게 했다.             

필자의 글을 주제별로 분류하면서 느낀 특이할 만한 사항은 바로 가스와 가스관에 관한 글이 많은데 반해 석유와 송유관에 관한 글이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아마도 석유자원과 송유관을 둘러 싼 경쟁이 거의 마무리된데 반해, 가스자원과 가스관을 둘러 싼 경쟁은 지금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1990년대부터 러시아는 중앙아시아 지역으로부터 수출되는 석유자원을 통제하기 위해 자국의 영토를 통과하지 않는 송유관 건설을 반대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러시아 영토를 통과하지 않는 송유관을 건설하는데 성공했다. 이 성공의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아제르바이잔의 바쿠와 터키의 체이한을 연결하는 BTC (Baku-Tbilisi-Ceyhan) 송유관과 카자흐스탄의 아티라우 (Atyrau)와 중국의 알라샨코우 (Alashankou)를 잇는 카자흐스탄-중국 송유관이다.

물론 이 송유관이 건설되었다고 해서 중앙아시아의 석유가 러시아 영토를 통과하는 송유관을 통해 전혀 수출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최근 카자흐스탄과 러시아는 양국을 연결하는 CPC (Caspian Pipeline Consortium) 송유관의 용량을 확장하는 공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CPC 송유관의 용량은 하루 평균 70만 배럴에 달하는데 확장공사가 계획에 따라 2014년에 완공되면 이 용량은 2배 가까이 증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카자흐스탄과 아제르바이잔을 카스피해 해저로 연결하는 카스피해 횡단 (Trans-Caspian) 송유관 건설의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다.     

러시아는 또한 중앙아시아로부터 수출되는 가스자원을 통제하기 위해서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앙아시아 가스자원에 대한 러시아의 독점적 지위는 날로 약화되어 가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09년 12월 중앙아시아-중국 가스관의 제1단계 공사가 완료되었다. 현재 제2단계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계획대로라면 2012년에 이르러 완공될 것이다.

이외에도 지난 2010년 1월 투르크메니스탄과 이란을 연결하는 이란 가스관의 제1단계 공사가 완료되었다. 지난 11월 말에는 이란 가스관의 제2단계 공사도 완료되었다. 이로써 투르크메니스탄은 기존의 코르페드제-쿠르트 쿠리 (Korpedzhe - Kurt-Kuli) 가스관과 최근 모든 공사가 완료된 이란 가스관을 통해 이란으로 매년 200억 입방미터 정도의 가스를 수출할 수 있는 길을 확보하게 되었다.

러시아의 영향력 약화는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러시아 영토를 통과하지 않는 가스관 건설이 계속해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TAPI (Turkmenistan-Afghanistan-Pakistan-India) 가스관이다. 이 가스관은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건설이 추진되어 왔으나 아프가니스탄의 정정불안으로 인해 아무런 진척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9월부터 투르크메니스탄 당국은 TAPI 가스관 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가스관이 실제로 건설될지의 여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러시아가 투르크메니스탄으로부터 수입하는 가스양을 이른 시일 안에 대폭 증가하지 않는다면 투르크메니스탄 당국은 TAPI 가스관 건설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TAPI 가스관 건설은 한국에도 좋은 소식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중앙아시아 에너지 자원에 많은 관심을 보여 왔다. 하지만 중앙아시아와 한국을 연결하는 에너지 자원 수송로의 부재는 한국 당국으로 하여금 중앙아시아 에너지 자원의 확보에 소극적인 자세로 임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TAPI 가스관의 건설은 이 수송로의 부재 문제를 일부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 상황에서 TAPI 가스관을 통해 운반될 모든 가스는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및 인도에서 소비될 예정이다. 그러나 향후에 TAPI 가스관의 용량이 확대된다면 이 가스관을 통해 인도로 수송된 가스를 한국이 수입해 올수 있는 가능성이 열릴 수도 있을 것이다.   

현 시점에서 러시아가 중앙아시아 가스자원의 통제 강화를 위해 시도하고 있는 것이 바로 사우스 스트림 (South Stream) 가스관의 건설이다. 러시아는 이 가스관이 건설되면 유럽연합이 추진하는 나부코 (Nabucco) 가스관의 건설 필요성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제하에 사우스 스트림 가스관 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가스관 경쟁에서 누가 승자가 될지는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나부코 가스관이 사우스 스트림 가스관을 앞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우스 스트림 가스관의 경제성 문제는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즈프롬(Gazprom)의 파트너인 이태리의 에너지 회사 에니 (ENI)를 가스관 건설에 소극적으로 임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러시아 당국은 사우스 스트림 가스관의 예상 건설비용을 이전의 250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로 낮추었다. 이는 가스관의 경제성 문제를 불식시키려는 의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다룬 안보문제는 주로 아제르바이잔을 중심으로 다루어졌다. 특히 이 국가가 직면한 나고르노-카라바흐 (Nagorno-Karabakh) 문제는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아제르바이잔과 미국의 관계를 다루면서는 주 아제르바이잔  미국 대사의 부임 문제를 논의했는데 이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주 아제르바이잔 미국 대사는 아직까지도 공석으로 남아 있다. 이 요인은 아제르바이잔과 미국에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안보문제 다음으로 필자가 다룬 정치문제는 키르기스스탄의 의회선거와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국가지도자' 지위 문제를 논의했다. 지난 10월 10일에 열린 키르기스스탄 의회 선거 이후 2개 여월이 지난 시점에 드디어 연합정부가 구성되었다. 이 연합정부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중앙아시아 국가 중에서 처음으로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국가가 과연 이 도전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 그리고 현재 카자흐스탄에서는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Nursultan Nazarbaev) 대통령의 임기를 2020년까지 연장하기 위한 절차가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형식적인 거부에도 불구하고 채택된 ‘국가지도자’ 지위에 관한 법령을 무색하게 할 것이다. 만약 대통령의 임기가 2020년까지 연장된다면 나자르바예프는 80세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중앙아시아의 광물자원과 환경문제를 다루었다. 특히 광물자원을 다루면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중앙아시아에는 많은 광물자원이 매장되어 있고 한국도 이 자원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 이슈를 많이 다루지는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마도 필자가 참고하는 자료가 중앙아시아의 광물자원을 폭넓게 다루고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광물자원의 전문가가 이 분야를 분석한 글을 중앙아시아 포럼에 많이 올리기를 희망하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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