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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메두세프스키(A. N. Medushevskiy) 인터뷰

러시아ㆍ유라시아 일반 메두세프스키(A. N. Medushevskiy),김상철 National Research University Higher School of Economics Tenured Professor 2011/07/20

김상철(K): 메두세프스키 교수님, 환영합니다. 한국 방문은 처음이십니까?
 
메두세프스키(A. N. Medushevskiy)(M): 네, 첫 방문입니다.
 
K: 서울에 대한 첫인상이 어떠셨습니까?
 
M: 한국에 도착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지만, 한국이 매우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서울은 매우 좋은 도시입니다. 이곳 분위기도 매우 긍정적이고 흥미롭습니다. 한국에 대해 아주 좋은 첫인상을 받았습니다.
 
K: 감사합니다. 오늘 인터뷰를 위해 교수님의 전공분야에 대해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소련 국가들의 (체제)전환 문제에 관한 전문가시더군요. 먼저,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러시아와 중앙아 국가들의 역사적 관계로 비추어 보아 중앙아시아에 대한 러시아의 인식이 제국주의, 소비에트, 현대 러시아 등 시대별로 어떻게 변화했는지 설명해주시겠습니까?
 
M: 제 전공은 비교헌법입니다만,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관계가 시대별로 어떻게 발전했는지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차르 시대의 러-중앙아 관계는 군사적, 경제적 확장을 목표로 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관계는 대형 제국인 러시아의 이해관계에 부합했고, 영국과 같은 여타 유럽국가와의 경쟁을 위해서도 중요했습니다. 소련 시대에는 이념이 양자 관계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마르크스와 레닌 공산주의에 기초한 새로운 사회를 구축하고, 이러한 사회를 세계의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고자 하는 목표가 러-중앙아 관계의 근간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정치적, 이념적 협력은 당시 러-중앙아 관계의 중요한 축이었으며, 이들의 목표는 안정적인 사회를 구축하고, 경제가 발달한 절대 강국을 세우는 것이었습니다. 현대에 와서 러-중앙아 관계는 실용적인 협력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현재 모든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독립국입니다. 러시아는 구소련 해체 후 역내 독립 국가들의 개발을 지원해왔으며 현재는 경제, 정치, 군사적인 관점에서 러-중앙아의 실용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봅니다.
 
K: 답변 감사합니다. 최근의 러-중앙아 관계에 대해 조금 더 질문 드리겠습니다. 현대 중앙아시아의 제도적 틀이 소비에트 제국 시대의 러시아 행정체제 도입과 함께 구축됐음을 고려할 때, 중앙아시아의 개발과 현대화를 위한 러시아의 기여는 어떤 것이라고 보십니까?
 
M: 소비에트 시대에 중앙아시아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은 매우 중요했습니다. 당시 소비에트 연방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제국이 아니었습니다. 소련 시대에 러시아는 지역 내의 문화적 통합을 이뤘을 뿐만 아니라, 각국 고유의 전통도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러시아는 소련 시대에 역내 산업 발전에 이바지했다는 것입니다. 이 밖에도 소련 시절 중앙아 지역에 사회구조의 발전 및 사회관계의 현대화, 사회의 합리화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이 모든 것은 중앙아시아 지역의 현대화를 위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중앙아시아는 이를 기반으로 하여 향후 현대화 전략을 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러한 현대화 전략은 여러 면에서 봤을 때 공동의 전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중앙아시아와 러시아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각국의 현대화 목표를 잘 알기에,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는 앞으로도 경제 및 기술 분야에서 협력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봅니다.
 
K: 소련이 해체된 지 20년이 벌써 지났습니다. 당시 중앙아시아의 신생 국가들은 자국들이 소련 시대에 억압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을 토대로 자문화중심주의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중앙아 국가들이 독립과 동시에 자문화중심주의 정책을 도입한 것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M: 우선, 소련이 억압하는 정책을 펼쳤다는 비판은 정당하지 않습니다. 소련 시대에 러시아는 중앙아의 많은 지역에 현대 산업을 건설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비판은 소련이 해체된 후 각국의 민족 정체성 구축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도 있습니다. 소련의 일부로서 소련의 이념과 정치적 목적을 지지해왔던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소련의 해체 이후에는 소련에 맞서는 것이지요. 하지만 한편으로, 자문화중심주의 정책은 여러모로 좋지 않습니다. 다수 국가의 자문화중심주의를 언급하셨는데요, 저는 자문화중심 전략이 과거에도, 현재에도 좋지 않다고 봅니다. 새로운 민족 정체성은 자문화중심주의를 통해 만들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중앙아시아의 모든 국가에 시민사회와 법치국가를 세우는 것이며, 이는 분리된 민족국가가 아닌 시민국가를 세움으로써 가능합니다. ‘민족’이라는 단어의 해석 차이가 현재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는 매우 중요한 화두입니다. 역내의 우세 민족뿐만 아니라 분리주의 ‘민족주의자’ 때문에 많은 국가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민족국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소수민족 엘리트 간 분열의 위험이 상존했습니다. 한 예로, 2010년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우즈베크인과 키르기스인 간의 갈등이 매우 첨예했습니다. 이는 키르기스스탄 혁명의 부정적인 단면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자문화중심주의는 매우 위험합니다. 시민사회를 세워야지, 민족국가 또는 ‘그들만의 국가(self-proclaimed state)’를 세운다면 역내 분리주의와 민족주의로 인한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K: 다섯 개 중앙아시아 국가 중 카자흐스탄이 가장 활발하게 러시아와의 협력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어떠한 역사적, 사회적 배경이 있고, 또 미래 전망은 어떠한지요?

M: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의 협력을 뒷받침하는 요소가 여럿 있습니다. 우선 역사적 전통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카자흐스탄은 러시아 제국과 소비에트 연방의 중요한 일부였습니다. 소련 시대에도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은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양국의 문화적, 언어적 공통점은 관계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또한, 양국은 비슷한 전통의 법적 제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의 유사한 법 제도 덕분에 산업, 무역, 또 최근에 폐지되긴 했지만, 관습법과 같은 분야에서 다방면의 협력이 가능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지정학적 측면에서도 러시아는 카자흐스탄에 매우 중요합니다. 카자흐스탄이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 위치해 있지만, 중국보다는 러시아와 공통점이 더 많습니다. 이런 사실은 독립국으로서 국제사회에서 더 많은 진전을 이루고자 하는 카자흐스탄의 국제적 위상에도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또한,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양국의 협력은 중요합니다. 러시아의 바이코누르(Baikonur) 우주기지가 카자흐스탄에 있기 때문에 다수의 러시아 과학자와 연구자가 카자흐스탄에서 일하고 있으며 현지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K: 감사합니다.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의 친밀한 관계를 고려할 때, 통합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습니다. 유라시아 경제 공동체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요? 일각에선 러시아가 지배하는 소련의 부활이라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유라시아 경제 공동체(EurAsEc)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M: 그러한 부정적 의견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지역 간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견해라고 봅니다. 역사적으로도 러시아와 서양 간의 경쟁은 치열했습니다. 영국과도 오래 경쟁했고, 현재는 미국과 경쟁하기고 있기 때문에 EurAsEc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소련을 세운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EurAsEc이나 그와 같은 협력체가 위협적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또한 경쟁구도를 만들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협력체 문제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러한 협력체를 통해 역내 안정을 도모할 수 있으므로 협력체의 구축은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위해서, 또한 전 세계를 위해서도 중요합니다.
 
K: 감사합니다. 말씀하셨다시피, 현재 중앙아시아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경쟁자가 많습니다. 요즘은 특히 중국이 이목을 끄는데요, 최근 중국은 중앙아시아의 경제와 정치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중앙아시아 진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또한 중국이 중앙아시아의 발전에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기여할 것으로 예측하십니까?
 
M:  러시아는 중국이 이 지역에서 갖는 이해관계를 존중합니다. 얼마 전부터 중국은 중앙아시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습니다. 중국은 역내 경제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은 매우 영향력 있는 국가입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중국은 러시아와 협력해야 합니다. 중앙아시아는 정치적으로 러시아의 영향을 크게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와 상호 협력해야만 역내 국가들과 안정적인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과도 협력해야 할 것입니다. 상하이협력기구가 이러한 협력의 매우 좋은 예입니다. 역사적으로 러시아와 중국은 각자 다른 면에서 중앙아시아에 영향을 미쳐 왔다고 생각합니다. 경제 대국으로서 중국은 다양한 역내 경제개발 프로젝트를 지원할 수 있습니다. 한편 러시아는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다른 형태의 역할을 맡을 수 있습니다. 지정학적인 측면에서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일부에 불과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중앙아시아의 안정적인 발전입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볼 때 러시아, 중국, 한국, 일본과의 협력이 역내 발전을 위해 기여할 수 있습니다.
 
K: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는 유라시아 협력 모델에 대한 관심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모델은 우리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도 좋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이를 고려할 때, 러시아, 중앙아시아, 한국이 어떠한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아울러 미래 전망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M: 러시아가 역내에서 정치적, 경제적 안정을 보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아프가니스탄이나 파키스탄과 같은 매우 불안정한 국가가 이 지역 주변에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지역과 불안정한 지역 간의 경계를 안정화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아시다시피,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과 같은 지역으로부터 마약이나 테러조직, 이슬람 근본주의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로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포괄적인 방법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경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 더욱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는 이 지역 경제의 안정화에 도움을 줄 만한 다른 국가들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높은 기술력과 성공적인 현대화 전략을 가진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단기간에 현대화를 이룬 국가로서 중앙아시아에 매우 적합한 파트너입니다. 한국의 경험은 중앙아시아 국가에 매우 긍정적인 도움이 될 것입니다.
 
K: 감사합니다. 교수님의 말씀이 유라시아에 관심 있는 한국의 학생들과 연구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M: 저도 이번 회의와 회의를 통해 접한 새로운 아이디어에 크게 감명 받았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상호 관계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 지역에 대한 공동 연구도 지속적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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