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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우즈베키스탄의 한국 드라마 열풍

우즈베키스탄 이지은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국립동방학대학교 강사 2012/01/18

최근 세계 곳곳으로 확산된 한류 열풍을 소개하면서 중앙아시아 지역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을 보면 이 지역 한국 대중문화가 매우 적극적으로 소비되고 있음을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우즈베키스탄은 필자가 박사 과정을 하면서 한국 드라마를 비롯한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피부로 느낀 곳이다. 몇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하면, 가끔 택시를 이용하면 으레 한국 사람인지를 확인하고, 그렇다고 하면 대부분이 자신이 본 한국 드라마 이야기를 꺼낸다. 이를테면, <주몽>이 한창 방영 중일 때는 ‘주몽의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당신도 주몽을 보았는지’, 또는 ‘<제빵왕 김탁구>가 너무 재밌다, 주인공이 나중에 어떻게 되느냐’ 등등 질문을 끊임없이 쏟아놓는 경우가 많았다. 드라마 OST를 틀어주며 드라마에 대한 감상평부터 한국에 대한 찬사까지 쉼 없이 늘어놓기도 한다. 집으로 돌아와 저녁에 TV를 틀면 주요 방송 채널에서는 저녁 5시부터 10시까지 우즈벡어로 더빙된 한국 드라마가 연이어 방영되어 한국에서도 보지 못했던 드라마를 우즈베키스탄에서 보기도 했다. 대학교에서도 한국 드라마 열풍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는데, 4,50대 여자 선생님들은 오후 4-5시가 되면 드라마를 보기 위해 서둘러 퇴근하기도 하고, 구내 문구점에는 드라마 주인공이 표지로 장식된 공책, 책받침, 양말 등 캐릭터 상품들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진열되어 학생들을 끌고 있다. 한국 역사 드라마를 즐겨 보는 한 남자 선생님은 “나는 우즈베키스탄 역사보다 한국 역사를 더 잘 안다”라고 드라마 속 줄거리를 줄줄 늘어놓기도 한다.

우즈베키스탄이 속해 있는 중앙아시아 지역은 인구의 절반 이상이 청장년층으로 구성된 매우 젊은 국가이며, 최근 인터넷과 위성 안테나의 빠른 보급으로 세계의 다양한 대중문화에 대한 접근도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 지역 젊은이들은 이슬람과 소비에트 체제에 길들여져 있던 기성세대에 비해 훨씬 개방적이고 덜 가부장적이며, 세계 문화 소비에 매우 적극적이다. 새로운 문화 유입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한국 대중문화이다. 200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한국 드라마가 급속히 확산되자 현지 젊은이들은 드라마 속 스타들의 행동, 패션을 모방하기도 하고, 한국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우즈베키스탄 국민들이 한국과 한국의 대중문화를 어떤 경로로 접하게 되었는지 묻는 한 국내 연구에서 응답자의 54%가 “한국 드라마”를 통해서라고 했으며, 한국 드라마 시청 경험은 여성(80.9%), 남성(66.3%)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드라마에 대한 열기는 한국의 다양한 영역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오늘날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어 학습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아 수도 타슈켄트에 있는 한국어교육원 강좌 대기자 명단에는 늘 100명 이상의 학생들로 꽉 차있다고 한다. 한국어뿐만 아니라 우즈베키스탄 국민들 사이에는 한국 의술에 대한 인기도 높아 의료봉사하고 있는 한의원에 치료를 받기 위해 몇 달을 기다리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우즈베키스탄 국민들에게 한국 드라마가 인기가 좋은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드라마 소재가 생활 속 평범한 소재, 즉 가족 이야기, 남녀 간 사랑, 성공담 등이 주를 이루고 있어 우즈베키스탄 국민들이 좋아하고 가족과 함께 시청하기에 부담스럽지 않는다는데 있다. 소비에트 시기 음성적으로 유지되던 가부장적 가치관이나 전통적 가족 관계, 고부간 갈등 등의 소재가 한국 드라마에서 나타나는 것을 보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대가족 형태가 대부분인 우즈베키스탄에서 저녁시간 TV 시청은 대부분 온 가족과 함께 이루어지는데, 모든 연령대가 공감할 수 있는 생활 속 소재를 주요 테마로 삼는 한국 드라마는 우즈벡 시청자들과 지리적 거리와 언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교감 포인트를 만들어 낸다. 우즈베키스탄에서 방영되는 다른 국가(러시아, 터키 등) 드라마는 선호하는 연령대가 분명히 구분, 한정되는 반면 가족 일상사, 사랑을 주 소재로 한 한국 드라마는 전 연령대, 전 성별에서 골고루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 역사 드라마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즐겨 시청하는 장르이다. 필자가 우즈베키스탄에서 있을 때 어느 날 한낮 골목길을 오가다 어린 아이들이 긴 장난감 칼이나 나무 막대를 손에 쥐고 노는 모습을 보다 신선한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아이들이 “나는 주몽이다! 나는 장보고다!”라고 떠들면서 놀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히 ‘한국 드라마의 열풍이 대단하구나’ 라고 느낀 순간이었다. 특히 주몽은 그야말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각종 캐릭터 상품이 불티나게 팔렸고, 주몽을 연기한 남성 배우가 이웃국가인 카자흐스탄은 가고 우즈베키스탄에 오지 않자 볼멘소리를 하는 여학생들 때문에 곤혹스러운 적도 있었다. 왜 이렇게 주몽에 열광하는가 했더니 주몽 캐릭터가 바로 우즈베키스탄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구전 속 영웅 알포므쉬(Alpomish)와 태생부터 영웅이 되는 과정은 신기할 정도로 서로 닮았기 때문이란다. 이러한 문화 간 유사성이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 드라마가 큰 홍보 효과 없이도 단기간 내에 급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또 다른 한국 드라마 인기 요인은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현지인들은 한국을 반세기 만에 전쟁 폐허에서 경제 기적을 일구어 낸 일류 국가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국가 이미지가 이전에 접해보지 못한 타문화에 대한 거부감 형성을 상당부분 억제하였고, 한류가 급속히 확산되게 하는데 호의적인 환경을 조성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간 대중문화교류의 필요성에 대한 조사에서 응답자들의 66.1%가 긍정적인 인식을 하고 있으며, 국가별 대중문화 교류의 우선 필요 국가에 대해서도 한국(36.4%)이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이는 등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그야말로 우즈베키스탄 다음으로 가장 좋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드라마 속에서 비춰지는 한국 젊은이들의 현대적이고 풍족하며 자유로운 생활, 발전된 한국의 모습 소개 등은 신생독립국이자 경제성장을 최우선 국가과제로 선정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매력적인 롤모델이 아닐 수 없다.
 
필자의 경험이나 연구 조사의 결과에서 나타나듯이 우즈베키스탄 내 한국에 대한 인식 확산과 긍정적 이미지 형성에는 무엇보다도 한국 드라마의 역할이 큼을 알 수 있다. 우즈베키스탄 교민들이나 방문한 사람들은 아마도 전 세계를 다녀도 우즈베키스탄이나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들에서처럼 한국 사람들이 대접받는 곳은 별로 없을 것이라는데 입을 모은다. 실제로도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은 러시아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라고 공공연히 이야기들 한다. 가끔 일본과 한국 사이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 주면 한국 사람보다 더 열을 띠며 일본이 잘못했다고 호통을 치기도 하고, 혹은 일본과 한국의 축구 경기가 있을 때는 자기 나라 응원하듯 한국을 응원한다.
 
이제는 문화 경쟁력도 한 나라의 국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라는 것을 우즈베키스탄을 휩쓰는 한국 드라마의 힘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한번 형성된 국가, 국민에 대한 이미지는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제 한국 드라마가 우즈베키스탄에 입성한지 10년이 지난 만큼 한류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보다 큰 파급력과 지속력을 갖출 수 있도록 더욱 더 다양한 문화 콘텐츠 개발을 체계적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다. 지금 한국 드라마를 보며 성장한 중앙아시아 젊은이들이 친한파로 성장하여 사회 곳곳에서 향후 한국과 중앙아시아 국가들 간의 중요한 매개체로 역할 할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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