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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카자흐스탄의 재외카자흐인(오랄만) 이주정책과 사회통합

카자흐스탄 김상철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 2012/04/19

1. 1990년대 이후 카자흐스탄의 인구구조 변화와 재외동포

유럽과 아시아의 가운데에 위치한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근대 이후 가장 급격한 인구학적인 변화를 보여준 국가이다. 19세기 중반이후부터 본격화된 카자흐스탄의 인구학적인 변화 과정은 소련시기를 거치면서 계속되었는데, 이러한 추세는 소련체제 붕괴이후 카자흐스탄이 독립한 이후 추진되어온 카자흐 민족 문화 및 언어 부활을 바탕으로 하는 카자흐화 정책에 의해 정책적인 반전의 계기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카자흐스탄 독립이후에도 비율은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간과할 수 없을 정도로 인구학적인 구성원으로 남아있는 러시아인 집단, 제정러시아와 소련시기를 거치면서 약화된 카자흐인의 민족의식, 카자흐 민족 정체성의 약화는 중앙아시아를 구성하고 있는 국가들 가운데 카자흐스탄에서 이른바 자민족중심(Ethno-centric) 정책이 강력하게 추진될 수 없었던 배경이기도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여러 차례의 공식 언급을 통해 카자흐스탄은 카자흐 민족의 국가이면서도 러시아인을 비롯한 다양한 민족집단들이 공존하는 유라시아 국가로 규정하였는데, 이러한 맥락에서 카자흐스탄은 러시아와 함께 유라시아경제공동체의 일환으로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관세동맹 및 단일시장 설립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도 하다.

21세기 지구촌이 글로벌화됨에 따라 이주 문제는 여전히 중요성을 지니고 있는데, 이주의 일반적인 경향은 후진 국가에서 선진국가로, 비민주적인 국가에서 더 민주적인 국가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으며, 때로는 특정 집단의 민족 및 문화적인 연계성과 관련되어 설명되기도 한다. 이러한 측면들과 모두 연관되는 이민 또는 이주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곳이 바로 카자흐스탄이라 할 수 있다. 글로벌화라는 세계적인 흐름하에서 수많은 정보와 기술들이 전통적인 국가단위를 초월하여 이른바 세계 공동체 구성원들 간에 교환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국가가 취하는 이민(또는 이주) 정책은 특정한 목표들을 추구하게 된다. 한편으로 이러한 정책들은 국가적인 정체성의 보존과 과거에 대한 찬사들을 지향하고 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 경제, 및 문화적인 요인들과 연계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카자흐스탄 독립이후 카자흐스탄의 민족정책은 이른바 유출되고 있는 민족집단들로 인한 공백을 채우기 위한 유입 측면, 기존의 민족집단들과 새로 유입된 집단 간의 통합에 집중되어 왔는데, 특히 재외 카자흐 민족의 카자흐스탄으로의 이주는 국가 정체성을 보존하는 과정에서 국가적인 안정성 확립과 연계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카자흐스탄은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대략 110만 명 규모의 유입이민이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46만 명 규모는 오랄만이라 불리는 카자흐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민족에 기반을 둔 이른바 재외동포 귀국정책 중심의 이민정책은 독일과 이스라엘 사례에서 잘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이를 추진하고 있는 국가의 내부적인 안정과 국민정체성을 증대시킨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지만, 귀국 동포의 사회 통합과 관련되어서는 부정적인 측면도 부각되고 있다. 특히 카자흐스탄의 경우 이러한 부분이 최근 들어 부각되고 있는데, 카자흐스탄 사회의 안정을 저해하는 주요 현상 가운데 하나로 대두되고 있다. 

이들 오랄만들을 역사적인 모국으로 되돌아오도록 하기 위한 여러 조치들이 카자흐스탄 정부에 의해 시행되었지만, 오랄만들이 새로이 정착한 국가이며 자신들의 역사적인 모국이라 할 수 있는 카자흐스탄 사회로의 경제적인 통합과 사회적인 통합에는 여전히 상당한 문제점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상대적으로 카자흐스탄이 높은 경제성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랄만들은 카자흐스탄 경제 및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집단 가운데 속해있으며 많은 문제점들에 직면하고 있다.


2. 재외 카자흐인(오랄만)의 형성과 변천
 
오랄만(Oralman)은 이른바 '귀국민(returnee)'이란 의미로 카자흐스탄 정부가 1991년 카자흐스탄 독립 이후 카자흐스탄으로 귀국한 카자흐 민족을 공식적으로 지칭하는 용어이다. 오랄만은 보통 카자흐스탄의 이웃국가들인 중국, 몽골,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키르기스스탄에서 뿐만 아니라 소수민족 집단으로 살고 있는 이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출신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 세계 카자흐 민족은 대략 1450만명 규모로 파악되고 있는데, 이 가운데 1000만 명 정도가 카자흐스탄에 살고 있고, 나머지는 카자흐스탄 국외의 구소련 14개 국가 및 세계 25개국에서 거주하고 있다. 450만 명 가운데 80만 명은 디아스포라로 규정할 수 있으며, 나머지 370만 명은 카자흐스탄과 인접한 지역에 살고 있는 일종의 실향민이라 규정할 수 있는데, 러시아, 중국,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카자흐인 집단으로 구성된다.

해외에 형성된 카자흐 민족 가운데 가장 그 규모를 크게 차지하고 있는 집단은 1920년대와 30년대 소련시기에 소련의 정치적인 탄압, 강제집산화, 대기근 등의 이유로 카자흐스탄을 떠났던 집단들의 후손들이다. 소련시기에 대략 20만 명 규모의 카자흐인이 중국, 몽골, 인도, 아프가니스탄, 이란, 터키 등으로 이주하였는데, 반면 카자흐스탄과 이웃한 소련의 연방공화국들에서는 1926-1939년 사이에 카자흐인의 인구가 2.5배 증가하여 대략 79만 명이 넘고 있었다. 18세기 초부터 시작된 슬라브인의 카자흐스탄 유입은 소련시기에도 계속되었고, 당시의 토착민이라 할 수 있는 카자흐인의 대량 축출, 다른 민족들의 카자흐스탄으로의 강제이주로 인해 카자흐인은 이른바 자신의 땅에서 민족적인 소수집단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1959년 시점에는 러시아인들이 카자흐인보다 더 많이 거주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추세는 1989년이 되어서야 카자흐인이 다시 러시아인보다 수적인 우위를 점하게 되면서 반전되었다. 소련의 붕괴이후 카자흐스탄은 인구학적으로 특히 러시아인과 독일인의 유출이민에 따른 대규모 인구학적인 공백이 발생하였다. 1991년부터 2004년 사이에 대략 316만 여명 정도가 카자흐스탄을 떠났는데, 특히 이는 카자흐스탄 독립 전후의 시기에 집중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카자흐스탄의 인구는 1989년 1650만 명 규모에서 1999년에는 1500만 명 규모로 감소하였다.

인구학적인 이러한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카자흐스탄은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기 한달 전인 1991년 11월 18일에 소련의 다른 공화국 및 해외로부터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하는 카자흐 민족의 카자흐스탄 이주에 관련된 법을 통과시켰는데, 이는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하는 카자흐인에 대한 관리의 성격뿐만 아니라 이들을 통해서 카자흐 아울(전통마을)과 농촌을 활성화하려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로 1991-1992년 카자흐스탄으로 대략 61,000여명의 카자흐인들이 이주하였다. 이후 1992년 6월 이민법에 의해 카자흐스탄으로 귀국하는 재외 카자흐인들과 관련된 절차와 지원이 확립될 수 있었다. 당시에는 대규모 귀국이 예상되었던 오랄만들을 적절하게 관리하기 위한 차원에서 법이 만들어졌고, 이에 따라 귀국이민 쿼터제가 만들어졌으며 귀국이민자들을 관할하는 특별기구도 만들어지게 되었다.


3. 1990년대 이후의 제도적인 지원과 정착실태
 
1990년대 카자흐스탄에선 경제 및 사회적인 변형의 과정이 대규모 유출이민과 수반되어 나타났는데, 이는 그 이후 카자흐스탄이 대규모 유입 이민을 추진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하였다. 경제적인 이유와 역사적인 이유로 인해 재외 카자흐인들의 카자흐스탄 귀국사업은 카자흐스탄 국가의 민족정체성보존과 사회내부적인 안정의 촉진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소련시기 카자흐스탄은 인구학적인 구조의 변화로 인해 많은 카자흐 전통관습이 사라졌으며 특히 카자흐어의 사용이 공식영역 뿐만 아니라 비공식 영역에서 많이 감소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카자흐어와 카자흐 문화의 많은 요소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었던 상황에서 재외 카자흐인인 오랄만의 카자흐스탄 귀환은 카자흐 문화를 보존 및 발전시키기 위한 카자흐스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부합되고 있었기 때문에 카자흐스탄의 국가 이민정책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대두되게 되었다.

이러한 오랄만들은 거주환경과 편의성 측면에서 자신들이 원래 살았던 지역과 지리적으로 가깝거나 유사한 지역에 정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에서 귀국한 경우에는 주로 카자흐스탄 남부 지역에, 반면 중국과 몽골 등에서 귀국한 경우에는 카자흐스탄 동부 지역에 정착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카자흐스탄 정부는 북부 지역에 정착하는 경우에 더욱 많은 혜택을 부여하는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오랄만들은 일상생활에서 러시아어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지역을 선호하고, 특히 남부 지역을 선호한다.

오랄만들은 현실적으로 카자흐스탄 귀국이후 러시아어 구사력이 충분하지 않음으로 인해 노동시장으로의 흡수나 일상생활에서의 의사소통에서 어려움에 직면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중국에서 온 경우에는 교육기관에서 중국어 강사로 활동하기도 한다. 카자흐스탄 독립이후 오랄만들은 우즈베키스탄, 몽골, 키르기스스탄, 러시아, 이란, 아프가니스탄, 터키 등지에서부터 귀국이 이루어졌는데, 이들은 적어도 70년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을 카자흐스탄 이외의 지역에서 민족언어와 문화들을 유지하면서 생활해왔다. 이들이 서로 상이한 조건의 외국에서 살아옴으로 인해 오랄만 이주는 전통적인 카자흐 문화와는 차이를 보이는 다른 문화유산들의 카자흐스탄 유입이라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오랄만들의 카자흐스탄 사회 통합은 현재 카자흐스탄 정부의 시급한 현안 가운데 하나로, 정부, 대중매체 및 공공 차원에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일부 오랄만들은 지역 공동체에 성공적으로 흡수되고 있지만, 일부는 문제에 직면하기도 하고, 이로 인해 원래 살았던 국가로 되돌아가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지역 공동체는 19세기말과 20세기 초의 새로운 이주민 유민 과정에서 이주민을 수용하는데 상당히 관대했던 특성을 보여주고 있는데, 21세기에는 역설적이게도 같은 동포라 할 수 있는 오랄만에 대한 수용에 대해서는 상이한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이와 관련되어 카자흐스탄 정부가 추진한 재외카자흐인 귀국사업은 크게 매년 귀국할 수 있는 쿼터배정, 제도적인 지원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매년 귀국할 수 있는 년간 쿼터는 1993년부터 실시되어 1993년에는 1만가구가 혜택을 받았는데, 이후 1990년대 말까지는 그 규모가 매우 유동적이었고, 1999년과 2000년에는 500가구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후 2000년대에 들어와 카자흐스탄의 경제상황이 급진전되면서 쿼터도 다시 늘어나기 시작해서 2005년에는 1만5천 가구가 귀국 쿼터를 배정 받을 수 있었다. 이러한 쿼터제도는 카자흐스탄으로 귀국하는 재외카자흐인들을 국가 차원에서 제대로 지원하여 초기부터 안정적인 정착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분별한 이민의 허용보다는 국가가 관리하는 귀국사업을 통한 카자흐스탄 사회의 카자흐 중심 구조 확립이라는 측면에서 효과적으로 수행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러한 쿼터제를 통한 재외카자흐인 귀국사업의 수행은 그 취지와 기능을 상실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쿼터제를 통하지 않은 비공식적인 이주가 카자흐스탄 정부의 입장과는 상관없이 대규모로 이루어지면서 발생하게 되었다. 2003년, 2004년의 경우 공식 쿼터는 1만 명이었지만, 쿼터와 상관없이 8000여명 이상이 이른바 자발적인 귀국을 하였는데, 특히 이들은 대부분이 아랄해 고갈로 인해 환경재앙지대에 속해 있는 우즈베키스탄의 카라칼팍스탄 지역, 나보이 지역 출신 카자흐인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2005년에는 카자흐스탄으로 귀국한 재외카자흐인의 규모가 10만 명 수준이었는데, 이들 가운데 61%가 우즈베키스탄 출신이었고, 몽골 출신이 15%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투르크메니스탄 출신 9%, 중국 출신 5%, 러시아 출신 4% 등이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즈베키스탄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서 귀국한 재외 카자흐인은 거의 대부분이 국가 쿼터제를 통한 공식적인 이주를 하여 이주초기부터 카자흐스탄 정부의 지원 하에 성공적으로 정착을 하고 있는 반면, 60%가 넘는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경우에는 CIS 국가들 사이에 적용되는 비자면제 조항으로 인해 카자흐스탄 정부가 적용하는 쿼터제도와 상관없이 임의로 이주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카자흐스탄 정부의 귀국 재외카자흐인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카자흐스탄 사회에서 귀국 재외카자흐인 집단은 국가 쿼터제도를 통한 공식적인 이주민, 국가의 관리와는 상관없이 비공식적으로 이주한 이주민으로 이원화됨에 따라 귀국한 재외 카자흐인에 대한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일원화된 관리와 지원은 정책과 실제현장에서의 지원 측면에서 괴리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점과 아울러 귀국한 재외카자흐인 집단에서 실제 사회 내에서는 오랄만 집단들이 가지고 있는 카자흐스탄 법제에 대한 무지, 카자흐스탄 사회의 언어실정에 맞지 않는 언어 구사능력, 귀국 재외 카자흐인을 위한 특별 교육의 부재, 이주 전 거주국가 연금제도와 연계된 연금체계의 부재, 농촌지역에서 현지주민들과의 관계에서 존재하는 심리적인 괴리 측면 등이 재외 카자흐인 이주사업 추진과 관련되어 카자흐스탄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회적인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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