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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우즈베키스탄 유년세대의 정체성과 영향력에 관한 소고

우즈베키스탄 성동기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연구교수 2012/06/22

 우즈베키스탄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해당국의 인구는 2012년 1월 1일에 29,559,1200명이며, 이 중에서 51%는 도시에, 나머지 49%는 농촌에 거주하고 있다. 이 수치는 중앙아시아 전체 인구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것이다. 우즈베키스탄 인구 현황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15세에서 65세까지의 연령대가 전체 인구의 거의 70%를 차지하고 평균연령(median age)이 25.7세라는 것이다. 특히 맥글린치(McGlinchey. M. E.)는 2015년이 되면 구소련 붕괴 이후에 출생한 우즈베크 유년세대가 1천 4백만 명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는 해당국 전체 인구의 47%에 해당한다. 이 수치는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각국의 인구보다 많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존재는 향후 우즈베키스탄 정치와 사회에 중요한 영향력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케 한다.
 

우즈베키스탄의 유년세대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들이 우즈베크인 소비에트 기성세대와는 달리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는데서 찾을 수 있다. 소비에트시기에 출생한 우즈베크인 기성세대들은 ‘소비에트화(Sovietization)’ 정책으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을 소비에트 이데올로기에 맞추어 살아야만 했기 때문에 단일한 성향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우즈베크 유년세대는 구소련이 붕괴하고 체제전환기에 출생하였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과 학습을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이들이 가지는 정체성은 다양하게 나타났다. 지야예바(Ziyaeva. D.)는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당국의 유년세대를 출신, 성장배경, 학력 등을 기준으로 이들이 가지는 정체성을 다음의 다섯 가지로 분류하였다.
 

첫째, 서구 지향적인 유년세대. 이들은 해외에서 유학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유년세대는 교육 선진국들이 해당국에 제공하는 초청 장학생 프로그램, 해외 학교들과 체결된 교환학생 프로그램, 해당국 대통령이 선발하는 해외유학 장학생 선발 제도인 우미드 재단(Umid Foundation)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장단기로 해외유학을 갈 수 있다. 그러나 위의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유학을 가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매우 우수한 학업성적을 받아야 하며, 이차적으로는 타슈켄트에 소재하는 학교에 재학하는 것이 유리하다. 따라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해외로 유학을 나가는 자는 유년세대 중에서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들의 수가 적다고 하더라도 우즈베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교육 선진국에서 유학을 마친 이들은 가급적 현지에서 남기를 희망하지만 대부분은 귀국을 해야만 한다. 현지에서 선진 문물을 체험한 이들은 해당국의 실정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뿐만 아니라 자신이 가지는 민족정체성과 전통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서구지향적인 의식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이들은 해당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에 취업하기를 선호하며, 기회가 되면 다시 해외로 나가려고 시도한다. 
 

둘째, 교외 지역 출신의 유년세대. 이들의 대부분은 중소규모의 도시에서 출생하고 우즈베키스탄 소재 대학교에 재학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앞에서 언급한 최우수 학생들 군에는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해외 유학을 떠날 수 있는 기회를 잡지는 못한다. 따라서 이러한 부류들은 카리모프 정권이 정치적으로 추진하는 유년세대를 위한 프로그램들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자신의 민족정체성 확립과 전통 유지를 중요하다고 인식한다. 전체 유년세대에서 이들의 수가 두 번째로 많다.
 

셋째, 농촌 출신의 유년세대. 이들의 대부분은 가난한 지방의 농촌 출신으로 고등교육을 받기 보다는 일찍이 사회활동을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농업에 종사하거나 시장에서 장사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러시아, 카자흐스탄, 한국 등과 같은 해외로 이주노동을 떠나서 현지에 불법 체류하는 자들이 이 부류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20세가 되면 해외 이주노동으로 떠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그 수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유년세대에서 이들의 수가 가장 많다.
 

넷째, 상류계층의 유년세대. 이들의 대부분은 대도시 출신이며 자신의 부모들이 해당국의 권력층에 있다. 앞에서 언급한 서구 지향적인 유년세대들과 달리 이들은 자비로 유학을 떠날 수 있는 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세계화가 가장 앞서 있다. 특히 이들은 자신과 같은 부류들이 어울리는 사교모임에 참가하기 때문에 현재의 권력층과 밀접한 친분을 쌓을 기회를 가진다.  
 

다섯째, 방치된 유년세대. 이들은 어릴 때부터 범죄를 저지르면서 성장했으며, 유년세대 전체로 보면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이들을 위한 재활센터가 부족하기 때문에 미래의 범죄자 집단으로 분류된다.  
 

위와 같이 분류된 우즈베키스탄의 유년세대가 가지는 특징은 지금까지 존재했던 해당국의 정치시스템과 정치문화에 상당한 변화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지역파벌들의 세력이 약화될 것이다. 씨족 중심의 지역파벌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의 구성원들이 지역 정체성(regional identity)을 확고히 구축해야 하고 충성도가 높아야 한다. 그러나 유년세대는 출신지를 벗어나서 학업을 수행하거나 직장생활을 하는 경우가 기성세대보다 많기 때문에 위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면, 서구 지향적인 유년세대는 지역 정체성과 민족정체성은 고사하고 국가정체성마저도 흔들리고 있으며, 교외 지역 출신의 유년세대는 카리모프 정권을 지지하는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다. 또한 농촌 출신의 유년세대는 해외 이주노동으로 인해 지역 정체성의 정도가 갈수록 낮아질 수 있으며, 상류계층의 유년세대는 권력층에 속하기 때문에 카리모프 정권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존의 지역파벌들은 그 세력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점진적으로 정치의식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은 권위주의 문화가 만연해 있기 때문에 공권력에 대한 부당한 행위에 대해서 시민들은 저항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해외 유학과 이주노동을 경험한 유년세대들은 의식이 변화되어서 점차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찾으려고 하고 있다.
 

셋째, 세대 간의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유년세대가 지역파벌 구조와 권위주의에 익숙한 기성세대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우즈베키스탄 사회는 가부장적인 성격이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에 기성세대의 의견이나 결정이 존중을 받는다. 따라서 유년세대가 이러한 전통으로부터 쉽게 벗어날 수는 없다. 그러나 선거와 같이 비밀이 보장되는 경우에는 유년세대가 기성세대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카리모프 정권을 지지하는 유년세대가 있는 반면에 불만을 가지는 자들도 있기 때문에 이 세대 내부 간의 충돌도 예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위와 같이 유년세대가 향후 우즈베키스탄 정치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카리모프 정권의 입장에서는 이들을 향한 정책이 필요했다. 특히 2014년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이들의 표는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현재 우즈베키스탄 시민은 투표권을 18세부터 가진다. 이것은 2009년부터 해당국의 유년세대들이 투표권을 처음으로 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들이 최초로 투표권을 행사하게 되는 2014년은 독립 이후 전개된 우즈베키스탄 선거 역사와 정치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 2007년도 대통령 선거에서 총 유권자수는 14,765,444명이었다. 2014년이 되면 18세부터 24세까지의 유년세대 유권자 수는 1991년부터 1996년까지 출생한 수로 추정을 하면 대략 4백만 명을 넘어선다. 이는 2007년도 총 유권자 수를 기준으로 전체의 27%에 해당한다. 여기서 고르바초프가 집권한 시기인 1985년부터 1990년까지 출생한 수가 대략 4백 1십만 명에 달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소비에트체제를 경험하지 못한 유권자는 8백 1십만 명 정도가 된다. 이는 2007년도 총 유권자 수를 기준으로 전체의 57%에 해당한다. 결과적으로 2014년도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유권자의 60%에 육박하기 때문에 카리모프 정권의 입장에서는 이들의 존재 자체가 새로운 도전 세력으로 인식되었다. 
 

카리모프 정권은 이러한 유년세대의 영향력을 이미 파악하고 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선단체의 설립. 대표적인 우즈베키스탄의 자선단체는 이슬람 카리모프의 차녀인 롤라 카리모바(Lola Karimova)가 설립한 ‘너는 혼자가 아니다(You are not alone)’와 '아동의 사회적응을 위한 국가센터(The National Centre for the Social Adaptation of Children(NCSAC))'가 있다. 전자는 2002년에 설립되어 주로 고아를 지원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유네스코와 같은 국제기구들과 협력하고 있다. 후자는 2004년에 정부의 후원을 받아서 설립되었으며, 현재까지 18세 이하에 속하는 10,690명의 불우아동과 그 가족을 그리고 4,000명의 장애아동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아켈만(Akerman, E)은 이슬람 카리모프 패밀리가 설립한 위와 같은 자선단체들의 이면에는 면세 혜택을 받아서 친정부 성향의 기업들을 설립하여 후원네트워크를 운영하는 자금으로 활용되는 부분도 있다고 주장한다.
 

둘째, 유년세대를 위한 콘테스트 개최.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미래의 목소리(Voices of the Future)’이다. 이것은 유년세대가 예술, 과학 등과 같은 다양한 분야의 콘테스트에 참가하여 경쟁하는 것을 텔레비전으로 방송하는 방식인데 우승자는 장학금을 받는다. 2005년도에 처음으로 개최된 이 대회에 3,000명이 참가하였으며, 2008년도에는 무려 54,000명이 지원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콘테스트를 후원하는 자는 이슬람 카리모프의 장녀인 굴로라 카리모바(Gulnora Karimova)이다. 맥글린치(McGlinchey, M. E)는 카리모프 정권이 이러한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유년세대가 자신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지 못하도록 유도한다고 주장한다.  
 

셋째, 친정부 성향의 유년세대 단체를 조직한다. 현재 친정부 성향을 가지는 우즈베키스탄의 대표적인 유년세대 단체는 ‘카말롯(Kamalot)’이 있다. 이 단체는 1996년 4월 17일에 카말롯 설립에 관한 우즈베키스탄 대통령령이 통과된 후, 2001년 1월 25일에 본격적으로 활동하였다. 카말롯은 형식적으로는 비정부적 성향을 가지는 사회단체이다. 이 단체는 유년세대를 위해 설립되었다고는 하지만 참가할 수 있는 연령대가 14-35세로 그 폭이 넓으며, 해당국의 도시, 주(州)마다 지부를 두고 있다. 맥글린치(McGlinchey, M. E)는 이 단체가 소비에트시기에 조직된 공산당청년동맹인 콤소몰(Комсомол)과 유사하며, 그 이면에는 카리모프 정권을 지지하도록 이들을 의식화시킨다고 주장한다.
 

위와 같이 카리모프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유년세대를 위한 프로그램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분석된다.
 

첫째, 이슬람 카리모프 패밀리가 프로그램들의 중심에 있다. 1938년에 출생한 그는 올해 74세가 된다. 2007년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후부터 그의 후계자가 누가 될 것인지 국내외적으로 관심이 높았다. 대부분 그의 장녀인 굴노라 카리모바가 유력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우즈베크 국민들이 그녀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그의 후계자가 누가 될 것인지 장담하기 힘들어졌다. 그러나 카리모프 정권은 대통령 가족들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제거하고 정권을 연장하기 위해 이와 같은 프로그램들을 계속해서 운영하고 있다.
 

둘째, 차세대 엘리트들을 육성한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미래의 목소리와 같은 프로그램은 유년세대가 각 분야에서 실력을 겨루어 우승자를 선발하는 것인데 이는 궁극적으로 해당국의 엘리트들을 육성하는 목적도 가진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정부가 직접 이들을 선발해서 육성한다는 점인데, 이러한 프로그램은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기업체들이 후원한다. 결과적으로 우즈베크 정부가 실질적으로 주최하는 엘리트 선발대회는 정치적인 목적이 수반된다고 여겨진다.
 

셋째, 지역파벌들의 세력을 약화시킨다. 앞에서 분석한 것처럼, 소비에트세대와 다르게 형성된 유년세대의 정체성은 정치적으로 지역파벌들의 세력을 약화시킨다고 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유년세대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은 이들에게 지역 정체성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는 지역보다는 국가를 먼저 고취시키는 전략이 이 프로그램들의 중요한 목적들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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