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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아프가니스탄에서 예고되고 있는 21세기 판 그레이트 게임

아프가니스탄 김상철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 2012/06/29

1. 21세기 판 신 그레이트 게임과 신 실크로드 전략

그레이트 게임(Great Game)은제국주의 시대에 세계지도 위에서 지정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곳 중 하나였던 중앙아시아 지역을 두고 벌어진 영국과 러시아의 치열한 쟁탈전을 의미하는데 주역은 바로 19세기 중반이후 당시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 불리던 대영제국과 막강한 권력의 짜르가 통치하던 제정러시아였다. 제정러시아는 유럽과 아시아의 자연경계선인 우랄산맥 이서지역을 중심기반으로 하였는데 끈임 없이 동방으로의 진출을 시도하여 우랄산맥을 넘어 아시아로 진출한 이후 극동지역까지 자신들의 영토를 넓혔고 베링해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의 북단 알래스카까지 진출하여 유럽과 아시아의 북부를 관통하는 대제국을 건설하였다. 그러나 광활한 땅을 가진 그들에게 절실했던 것은 겨울에도 얼지 않는 항구, 즉 부동항을 얻는 것이었다. 부동항을 얻기 위한 러시아 제국의 남하정책은 또 다른 강자 대영제국과 끊임없이 충돌하였고 그 중에서도 가장 커다란 충돌이 벌어진 곳이 바로 중앙아시아였다.
 
당시 그레이트 게임이 발생했던 시점에서의 지정학적인 상황으로는 중앙아시아의 바로 남쪽에는 ‘영국의 보물’ 인도가 자리 잡고 있었다. 러시아 세력과 영국 세력 사이의 완충지역이기도 했지만 서로가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가장 큰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곳이 바로 중앙아시아였다. 19세기에 시작되어 20세기 초까지 이어진 영국과 러시아의 치열한 외교적, 군사적 다툼은 이후 국가형태에 있어서는 단절을 의미하고 있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제정러시아를 그대로 이어받은 소련시기에도 갈등의 요인은 존재하고 있었다. 1970년대 말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점령은 일방적인 소련의 승리로 종결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10여년의 저항 끝에 아프가니스탄은 다시 소련군대를 자신들의 고원에서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영국의 후예인 미국은 현재 테러와의 전쟁과 민주화를 구실로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고 있지만 소련이 겪었던 것과 유사한 저항에 직면하고 있으며, 공식적으로는 2014년 철군을 약속한 상태이다.
영국-러시아-소련-미국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주도적인 우위를 점하기 위한 군사적인 시도들은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고 국제적인 여론조차도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그러나 21세기 판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관련되어 있는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들은 군대 철수 이후에도 아프가니스탄을 영향권 하에 두기 위한 전략 실현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되어 신 실크로드 전략(The New Silk Road Strategy)은 미군과 나토 군대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한 이후 중앙아시아 지역의 안정을 촉진시키기 위한 미국의 계획 가운데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계획은 아프가니스탄과 그 인접국들 간의 교역 활성화를 통한 평화체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인도와 파키스탄을 아프가니스탄을 통해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연결하는 이른바 남북 간 교역을 그 골자로 하고 있다. 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는 아프가니스탄의 인접 국가이며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상호 보완성을 가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아프가니스탄을 중심으로 하나의 경제권을 구축하는 것은 타당성을 지니고 있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에 대한 관련당사국의 입장은 호의적이지 않다. 특히 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에 그대로 넘겨주지 않겠다는 러시아의 입장이 미국과 정면으로 대립된다는 측면에서 21세기 신 그레이트 게임은 그 주인공이 19세기 영국과 제정러시아에서 21세기 미국과 러시아로 바뀌어 여전히 아프가니스탄을 매개로 하여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양상이다.

2. 21세기 신 실크로드 전략에 대한 러시아 및 관련국들의 입장

미국 중심으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21세기 신 실크로드 전략은 사실상 그 초안이 실질적인 실험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바로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면서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중인 미국과 나토국가 군대들에 대한 군수물자 수송네트워크를 의미하는 NDN(Northern Distribution Network)이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중앙아시아 국가들 및 관련국들은 미국의 신 실크로드 프로그램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이후 대 중앙아시아 관계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국가별로 서로 상이한 입장이 관찰되고 있다. 
 
서방 중심의 이른바 신 실크로드 계획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은 러시아, 이란 등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현재 여러 가지 사안으로 인해 미국과 직간접적으로 국제사회에서 대립중인 이란은 미국의 이른바 이란 배제전략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실물경제차원에서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이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는 점을 바탕으로 미국의 계획에 대한 문제점들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서쪽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이란은 아프가니스탄과 매년 15 억 달러 규모의 비공식 교역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지역통합과 안정화 측면에서 이란 역시 일정 부분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미국이 제시하고 있는 신 실크로드 전략에서는 이란과 관련된 요소들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이러한 입장에 대하여 이란 측은 지리적인 측면에서 실크로드에 위치하고 있지 않은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들이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후의 안정화를 위해 제시하고 있는 신 실크로드 구축방안은 정당성을 얻기가 힘들며 미심쩍은 국면을 가지고 있음은 여러 차례 지적하기도 했다.
 
중앙아시아 국가 가운데 국익 극대화를 위한 양다리 외교 또는 중립외교의 성격을 보여줬던 우즈베키스탄 역시 그리 긍정적인 입장은 표명하지 않고 있다. 2005년 우즈베키스탄의 카나바드 공군기지에 대한 미군 주둔연장 불허, 2010년 이후 키르기스스탄이 보여준 마나스 국제공항에 위치한 미 공군기지 사용연장 협상에서의 수동적인 자세 등에서 나타나는 미군의 중앙아시아 영구 주둔에 대한 중앙아시아 각국의 우려로 인해 미국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면서도 아프가니스탄 전선에 대한 효과적이고도 안정적인 병참선 확보에 관심을 가져왔다. 이러한 차원에서 유럽과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육로 물류망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국 및 나토군대에 대한 물자 보급망인 Northern Distribution Network(NDN)를 2009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네트워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국가인 우즈베키스탄은 2011년 12월초 터키 이스탄불에서 미국 주도로 열린 아프가니스탄의 주요 14개 국 간 지역협력 촉진협정 고위급 회담에 참석하였지만 협정에 서명을 거부하는 등의 행태를 보였다. 즉 아프가니스탄의 주요 교역 대상국 가운데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이 미국 주도의 남아시아-중앙아시아 지역협력 활성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하게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은 미국 주도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있어서 미국에 대한 잠재적인 동맹으로서의 우즈베키스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우즈베키스탄의 적극적인 지지 표명을 이끌어내기 위한 활동을 여러 차례 시도한 바 있다. 이는 2011년 11월 상하이협력기구 상트페테르부르그 회의와 12월 미국 주도 아프간 관련 14개국 이스탄불 회의 기간 사이에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한 빈센트 브룩스 미 육군 제3군 사령관이 아프간 전선에 과다 투입되어 있는 미군의 군사 장비들을 우즈베키스탄에 이전할 용의가 있다는 언급에서 일부 가시화가 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은 우즈베키스탄의 인권문제와 연관된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대외군사판매(FMS) 금지 완화조치를 취했다는 점에서 향후 상황의 전개가 2014년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계획과 어떠한 형태로 맞물려 진행될지 관련당사국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러시아 역시 이러한 미국 주도의 신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를테면 지난 2011년 11월 초 상트페테르부르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회의에서 러시아가 이 지역의 인프라 개선 투자의 일환으로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이 연계되어 있고 그 파급효과가 인도와 파키스탄까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른바 CASA-1000 전력 프로젝트에 미화 5억 달러 규모의 출자를 약속한 바 있다. 이는 미국이 신 실크로드 전략을 통해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를 연계시켜 안정화를 꾀하기 위한 이 지역에 대한 사회간접자본 투자전략과 거의 일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국 이는 미국의 신 실크로드 계획에 대한 예정 당사국들의 관심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일종의 김 빼기 성격임이 드러난 바 있다. 아울러 당시 러시아 총리 자격으로 이 회의에 참가했던 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투르크메니스탄-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인도를 연결하는 파이프라인 구상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는 점에서 향후 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를 연계한 지역통합 및 안정화 과정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일방적인 독주를 러시아가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졌다고 할 것이다.
 
이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의 14개 파트너 국가들 다수가 상하이 협력기구에 관련되어 있는 국가라는 점을 고려하여, 개별 국가들의 경제적인 성장을 위한 기반 구축을 강조하였고 이는 궁극적으로 이 지역에 위치한 국가들이 유럽과 아태지역 간의 연계에 있어서 연결 지대로서의 역할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개별 국가단위의 기반 구축이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또한 이러한 거시적인 시각에 입각하여 이 지역 내에서의 국제적인 운송루트 및 주요 물류중심의 확보와 건설에 대한 긴밀한 협력을 약속하면서 특히 국제육상물류의 활성화를 강조했다는 점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병참 물류 지원 차원에서 러시아를 우회하여 유럽과 중앙아시아를 연결하고 있는  NDN에 대한 역할 확대를 남아시아-중앙아시아에서의 서방세력 고착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상하이 협력기구를 중심으로 역내 결속을 강화하겠다는 분명한 입장이기도 하다. 
 
이와는 달리 인도는 미국을 중심으로 다자간 국가협력모델로 추진될 신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인도의 입장에서는 중앙아시아와의 경제적인 연계가 더욱 강화되어 역내에서의 인도의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인도는 2011년 11월 이스탄불에서 신 실크로드 관련 고위급 회담이 개최되기 이전에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 아프가니스탄을 허브로 하여 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파이프라인, 교역, 물류루트의 구축이 지역 안정 및 세계 평화의 안정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미국에 대한 지지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3. 신 실크로드와 NDN을 둘러싼 중앙아시아 관련국들의 경쟁

미국과 카자흐스탄은 카자흐스탄 영내를 통과하여 아프가니스탄으로 수송되고 있는 미국의 군수화물 통과물량 확대를 모색하고 있는데 현재 논의의 핵심은 바로 카스피 해에 위치한 카자흐스탄의 대표 항구인 악타우 항구의 활용 방안이다. 카자흐스탄 당국은 악타우 항구를 중앙아시아의 대표적인 지역 화물 환승 허브로 발전시키려는 계획의 일환으로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신 실크로드 라인에 악타우가 포함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신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대한 한 회의에서 인도 총리가 빈번히 인용했던 “아침은 (인도) 암리츠사르에서, 점심은 (파키스탄) 라호르에서, 저녁은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라는 표현을 주미 카자흐스탄 대사인 예를란 이드리소프는 “아침은 (인도) 암리츠사르에서, 점심은 (카자흐스탄) 악타우에서, 저녁은 (독일) 뒤셀도르프”에서로 표현하여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미국 주도의 대륙 간 네트워크에 카자흐스탄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러한 차원에서 카자흐스탄 정부는 NATO에 현재 러시아 울리야놉스크시에서 운영되고 있는 NDN 환적허브의 대안으로 카자흐스탄 악타우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접근 거리와 비용 측면에서 더 경쟁력이 있음을 여러 차례 미국 및 나토당국에 전달한 바 있다. 이러한 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아프가니스탄 루트는 미국이 추진하는 신 실크로드를 중앙아시아와 직접 연결하는 루트로써도 경쟁력을 가지고 있음을 카자흐스탄 측은 강조하였다.

 

이러한 카자흐스탄의 NDN 적극참여시도에 대해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NDN 참여와 관련되어 모든 관련당사국과 협의할 수 있다는 중립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미 국방부 관계자들은 환적화물에 대한 기존 NDN라인에 위치한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에서의 고의적인 환적 지연이나 방해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러시아와 인도에 운영되고 있는 환적허브에 대한 재검토 의견들도 제시되고 있음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견해는 특히 우즈베키스탄과 관련되어 빈번히 나타나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NDN화물이 실질적으로 미국과 나토 군대들의 군수물자임에도 불구하고 우즈베키스탄 당국이 철저하게 실시하고 있는 검사조치들로 인한 운송지연 사태가 자주 언급되고 있다. NDN 계획단계에서 우즈베키스탄이 우선적으로 고려된 이유는 우즈베키스탄이 중앙아시아 국가들 가운데에서는 철도망이 가장 잘 발달되어 있다는 점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고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으로 이어지는 트럭 운송 루트의 경우에는 경로 구성은 단순하지만 동절기에 산악지대가 결빙으로 인해 운영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2014년 미국 군대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은 기존 NDN루트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와 철수되어야 하는 물량이 과다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 증가의 문제 등이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미 국방부는 이미 우즈베키스탄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운용된 미군 장비들 가운데 일부를 공식적인 미 국방성의 대외무기판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우즈베키스탄에 제공하여 우즈베키스탄과의 관계 개선에 활용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미 국방부는 단기간에 철수되어야 하는 화물을 더욱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대안루트로 카자흐스탄 악타우 항구 노선,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철도 노선, 터키 방향 노선 등 다양한 육상 운송루트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존의 NDN루트들과 아울러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과정에서 활용이 모색되고 있는 다양한 루트들은 이 지역 국가들을 역외와 물류차원에서 연결해보는 현실의 테스트라는 측면에서 향후 미국이 이 지역 연계를 강화하고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21세기 판 신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현재적인 실험이라는 의미를 가지며, 이러한 과정에서 파악된 개별 루트들의 장단점들은 향후 이 프로젝트의 조속한 가시화를 촉진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향후 러시아와 중국의 대응이 어떠한 형태로 구체화될 것인지도 지속적인 관찰과 분석이 필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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