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투르크 언어권 국가 협력정상회의체(CCTS)와 중앙아시아

투르크메니스탄 김상철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 2012/09/07

투르크 언어권 국가 협력정상회의체(CCTS) 이해의 필요성
투르크권 국가들 간의 협력 강화 및 통합에 대한 시도는 역사적으로 이미 다양한 투르크 제국의 형태로 나타났으며, 근대에 들어와서는 범투르크주의의 형태로 제시된 바 있었지만,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이를 정치적으로 가시화시킨 시도들은 근대 이후의 세계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20세기말 이른바 글로벌 2강 체제의 붕괴라는 소련의 붕괴이후 중앙아시아에서 신생 투르크언어권 공화국들이 출범하게 되면서 이러한 구도에는 변화가 나타났으며, 최근에는 정례화된 국제기구로의 발전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이러한 공동체가 유라시아 대륙의 중심에서 특히 에너지 및 전 지구적인 차원의 물류망 구축과 관련되어 향후 상당한 지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예견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투르크권 공동체의 협력과 통합 모델에 대한 고찰은 향후 전 세계적인 통합과 지역적인 통합이 병행되고 있는 현대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잠재적인 유력 대외 협력 파트너에 대한 이해와 향후 협력 가능성의 모색이라는 측면에서 의의를 지닌다.
 

 CCTS와 같은 국제기구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투르크권의 주요 지도자들에 의해 여러 차례 언급된바 있다. 소련체제의 붕괴로 인해 중앙아시아에서 이른바 신생독립국들이 출현하기 시작했던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터키대통령을 역임했던  투르굿 외잘(Turgut Özal)은 대통령 직에 있을 당시 아제르바이잔과 남부카프카즈 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의 투르크권 국가들을 포괄하는 투르크권 국가 결속 체의 창설을 제안하였다.
  이러한 제안에 따라  투르크 언어권 국가 수뇌들 간의 서미트는 1992년부터 터키에 의해 주도되어 개최되어왔는데, 2006년에는 카자흐스탄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EU나 아랍연맹 같은 형태로 투르크 국가권들을 포괄하는 조직의 필요성을 주창하였고, 이를 계기로 기존의 투르크권 국가 정상회담에 참석해왔던 국가들이 중심이 되어 2009년 아제르바이잔의 나이체반에서 이루어진 합의에 따라 완전한 기능을 하는 국제적인 기구로 설립되었다. CCTS는 터키,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으로 구성되어 있고, 나머지 두 개의 투르크 국가인 투르크메니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이들 국가들이 취하고 있는 대외정책 측면에서의 중립적인 방향성으로 인해 공식 회원국으로는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향후 이들의 가입가능성은 높다고 할 수 있다.
  투르크 언어권 국가들의 국가수반 제9차 정상회의는 2009년 10월 2-3일 아제르바이잔의 나이체반에서 개최되었는데, 이 회의에는 압둘라 귤 터키 대통령,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쿠르만벡 바키예프 당시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투르크메니스탄의 히디르 사파르리예프 부통령이 참석하였다. 정상회담 둘째 날 투르크언어 사용 국가 협력위원회(CCTS) 설립에 대한 나흐치반 합의가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및 터키에 의해 서명되었으며, 투르크 위원회(Turkic Council)로 흔히 불리는 CCTS는 국가수반 위원회, 외교 장관 위원회, 지식인 위원회, 고위관료급 위원회, 이스탄불에 위치한 사무국으로 조직화되었다.
  투르크권 국가들 간의 상호 신뢰와 확신을 추구하고 있는 CCTS는 정치적인 유대의 강화, 경제 및 기술 협력의 확대, 인적인 교류의 증대, 투르크 세계의 역사 및 문화자료 축적과정에 대한 기록의 보존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흐치반에서 개최된 제9차 투르크 사용국 국가 수뇌 회담에서 설립이 결정된 CCTS는 2010년 9월 15일부터 16일에 걸쳐 터키 이스탄불에서 개최된 제10차 회담에서는 10월 3일을 투르크 사용국가 협력일로 선포하고, 위원회의 구체적인 운영에 대한 기본합의, 이와 관련된 부속문서 절차 등은 2011년 알마티 정상회담에서 승인 및 서명하기로 결정되었다. 이에 의거하여 2011년 10월 20-21일 카자흐스탄의 전 수도인 알마티에서 역사적으로 투르크 언어권 국가들 간에 최초로 공식적으로 설립된 국제 정치기구의 성격을 가진 CCTS 1차 회의가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카프카즈 및 중앙아시아 투르크계 공화국들의 독립 20주년 축하행사의 일환으로 2011년 10월 20일부터 21일 개최되었다.
  제1차 CCTS 정상회의에는 아제르바이잔의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 카자흐스탄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키르기스스탄의 로자 오툰바예바 대통령이 참석하고, 터키에서는 베키르 보즈다크 부총리가 참석하였다. 1차 정상회의를 주관한 카자흐스탄의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터키 이스탄불에 설치 운영되고 있는 사무국이 적절한 의제의 설정과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기존 투르크권 국가 가운데 정식 참여를 유보하고 있었던 우즈베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의 참여를 이끌어낼 것을 언급하였다. 아울러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대략 40여개 이상의 국가나 국민으로 구성되어 2억 명이 넘는 투르크 언어권의 결속을 CCTS를 통해 구현할 것을 언급하였다.
  이를 위해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경제영역 및 특정한 사안에 대한 투르크권 국가들 간의 협력뿐만 아니라 과학, 문화 및 스포츠 등의 영역으로 관계 확대를 강조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는 쌍무 교역의 증대뿐만 아니라 투르크권 국가들 전체사이에서의 물류 및 교통의 증대를 위한 기반 기축을 강조하면서, 아제르바이잔이 주도하는 투르크언어권 국가 문화재단의 설립을 지지하였다. 아울러 알마티 정상회담에서는 CCTS는 국제사회 공동체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UN의 각종 원칙과 목표, 국제법, OSCE틀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의무사항 등에 대한 준수가 천명되었다. 이에 따라 CCTS의 목표는 투르크 사용국가들 간에 존재하고 있는 기존의 협력을 촉진 및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행보의 실현으로 명시되었으며, 2012년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쉬케크에서 제2차 CCTS 정상회담 및 고위 각료 회담 개최를 결정하였다.

 

 제2차 투르크 언어권 국가 서미트가 지난 8월 22일부터 23일까지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쉬케크에서 개최되었다. 키르기스스탄의 알마즈벡 아탐바예프 대통령, 카자흐스탄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아제르바이잔의 아르투르 라이자데 총리,터키의 압둘라 귤 대통령이 참석한 이번 서미트에서는 교육, 과학 및 문화 부분에서의 협력을 주제로 투르크 언어권 국가들 간의 다자협력 증대 논의들이 이루어졌고, 투르크 위원회(the Turkic Council)의 상설기구화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들이 이루어졌다.
논의 결과 참석한 국가 정상들은 비쉬케크 서미트 선언문에 서명했고 각국 외교 장관들은 앞으로의 투르크 위원회 상설사무국 운영에 관한 재원조달 합의문에 서명하였다.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각국 외교장관 회담에서 터키측은 투르크 위원회의 설립과 사무국을 터키 이스탄불에 두도록 하여 상설기구화의 점진적인 추진을 골자로 하는 2009년 나히체반 합의(Nakhchivan Agreement) 이래로 추진되어온 투르크 위원회가 상당한 평판을 지닌 국제기구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강조하였다. 아울러 터키측은 투르크위원회 참여 국가들이 공유하고 있는 공통의 투르크 문화유산은 자긍심의 요소이며, 이와 관련되는 공동 언어 및 역사 프로젝트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증가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제2차 CCTS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는 특히 아제르바이잔과 터키에서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의 전문가들은 CCTS는 국제사회에서 투르크 국가들이 직면하는 외교정책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투르크권 국가들의 경제력 확대 기회의 강화라는 측면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터키뿐만 아니라 여타 투르크권 언어 국가들 역시 CCTS와 같은 국제기구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데, 이는 향후 특히 에너지, 교통 및 교육 등과 같은 다양한 분야로 협력이 확산되어나갈 수 있는 토대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쉬케크 제2차 서미트에 앞서 열린 외무장관 회담에는 키르기스스탄, 아제르바이잔, 터키, 카자흐스탄의 외무장관이 참석하였는데, 키르기스스탄의 루슬란 카작파예프 외무장관은 CCTS 회원국 국가들이 국가들 간의 관계 발전을 위한 새로운 추진역할을 하게 될 것임을 언급하였다. 아울러 동 회담에서는 투르크권 국가 개발기금 설립, 투르크권 국가 대학 연합체 창설, CCCTS 회원국 국가 외무부들간의 협력 프로그램, 투르크권 명예상 제도의 설립, CCTS의 운영과 관련된 재정 부분에 대한 합의, CCTS의 투르크 아카데미 설립에 대한 합의, CCTS의 투르크 문화 및 유산 재단 설립에 대한 합의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터키 측의 긍정적인 시각은 정상회담 전날 개최된 CCTS 고위각료급 회담에서도 잘 표명되었다. 특히 아흐멧 다부토글루 터키 외무장관은 투르크권 국가들 간의 교통과 에너지 분야 프로젝트를 통한 경제적인 협력은 실질적인 그 필요성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유라시아 대륙을 아우르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음을 언급하면서, 2012년 정상회담에 참가한 4개국이 CCTS가 주축이 되는 공동 프로젝트는 향후 유라시아 대륙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게도 복지와 평화를 가져다주는 글로벌 프로젝트로 발전하기 위한 초석이 됨을 강조하였다.

< CCTS의 미래: 긍정론과 부정론 >
  이러한 CCTS의 향후 위상과 역할에 대한 낙관적인 견해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시각도 공존하고 있는데, 터키 앙카라의 국제전략 및 안보연구센터(International Strategic and Security Research Center: USGAM) 소장인 메흐멧 세이페틴 에롤(Mehmet Seyfettin Erol)은 CCTS가 참여국가 공통의 역사, 문화 및 종교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하는 느슨한 공동체로 형성되어 있는 상황이 향후 동일한 정치 또는 경제적인 목표를 공유하는 형태로 공고화되지 않을 경우에는 CCTS의 미래는 불투명하다는 견해를 표명한 바 있다. 이는 CCTS 구성국들의 다양한 발전 수준, 경제 및 정치적인 차이, 아울러 이들 국가들 간에 현안으로 부각되어 있는 미해결된 지역 내 분쟁에 대한 현재 회원국들의 다양한 국제관계적인 요인으로 인해 지역 내 분쟁 해결을 위한 적절한 대처의 부재 상황은 투르크권 국가들 간 협력 조정 체로써 CCTS의 미래 위상과 역할을 불분명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아울러 두 차례 개최된 CCTS 정상회담 과정에서 나타난 참여 국가 대표들의 위상에서 나타나는 불균등성 역시 향후 CCTS의 위상과 역할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제 2차 서미트에서 터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은 정상회담에서 대통령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반면, 아제르바이잔은 대통령 대신 총리인 아르투르 라스자데에 의해 대표됨으로 인해, 참여국들 간의 대표권에 있어서의 불균등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대표권의 불균등 현상에 대해 CCTS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하고 있는 집단에서는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즉 아제르바이잔 측 정상회담 참석자가 대통령이 아니라 총리로 되어 있다는 점은 아제르바이잔의 CCTS에 대한 기대가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아울러 나머지 3개국이 아제르바이잔측이 제안한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 해결 방안에 대해서 확고한 지지를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2011년 알마티에서 열린 제1차 CCTS 서미트에서는 아제르바이잔의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이 참석하였는데, 제2차 서미트에서는 참석 대표의 수준을 총리로 조정하였다. 따라서 이는 CCTS에 대한 아제르바이잔의 입장이 1년 사이에 변화하게 된 부분에 대하여 CCTS 국가들 간의 조율, 그리고 회원국가의 특정 정책에 대한 노선차이를 조정해줄 수 있는 조정 절차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CCTS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반면 이러한 표면적인 현상은 정치적인 의미 부여나 해석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제시되고 있는데, 중요한 점은 대통령이 참석하느냐 총리가 참석하느냐의 의미가 아니라, 해당 국가가 기구의 일원이냐 아니냐하는 것이다. 알마티에서 열린 제1차 서미트에서는 터키는 부총리가 참석하였고, 나머지 3개국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제2차 서미트에서 아제르바이잔이 총리를 파견한 것 자체가 CCTS의 역할에 대한 아제르바이잔의 입장이 변화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아울러 CCTS의 미래에 대한 낙관론을 약화시키는 또 하나의 요인은 CCTS가 터키,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에 의해 주도됨에 따라 자치공화국 수준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주권 국가를 이루고 있는 투르크 국가들, 투르크메니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자국의 국내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CCTS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인들이 결정적인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는데, 투르크메니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대외정책측면에서 일종의 독자노선, 자주노선을 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측면에서 가장 긴밀한 공식 및 비공식 협력대상은 바로 CCTS 국가들이기 때문이다. 
  투르크권을 아우르는 공식적인 국제기구로써 CCTS의 성공 및 확대 여부는 이를 주도하고 있는 4개국의 포괄적인 협력전략이 현재 관망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같은 국가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그리고 러시아, 우크라이나 및 중국에 이른바 자치공화국 형태로 유지되고 있는 투르크 민족 공동체들을 어떠한 수준까지 포괄할 수 있을지, 자치공화국이나 지역이 속해 있는 국가들의 입장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