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ㆍ유라시아

중국인의 카자흐스탄 및 중앙아 이주의 경제적 배경

  중국의 경제적인 급성장과 지정학적인 역할의 변화로 인한 세계적인 위상은 국제적인 관심의 대상으로 부상한지 오래이다. 이러한 중국의 세계진출과 관련되어 중앙아시아 국가들로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이 중국과 국경이 접해있는 지정학적인 입지로 인해 직접적인 영향권 하에 있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의 경제적인 진출의 정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척도는 바로 중국인의 이주를 들 수 있다.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국의 중앙아시아 이웃 국가들은 중국의 입장에서 경제적으로 중국기업의 투자 시장, 중국제품의 수출시장, 중앙아시아 지역 매장 에너지 자원에 대한 중국의 이해관계와 자원개발 참여, 중국의 대유럽 물류루트 통과지대라는 측면에서 결코 간과될 수 없는 국가군들이다.

  중국의 경제적인 중앙아시아 진출이 서방의 진출과 비교되는 점은 서방은 주로 석유 및 가스 개발로 대표되는 자원개발 분야에 집중적으로 진출한 반면, 중국은 에너지 및 자원 이외에도 교통, 통신, 농업, 화학 산업, 섬유산업 등의 다양한 경제 분야로의 전면적인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중국 측에서는 중국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방단위로 대외 협력 파트너와 투자대상을 모색하는 정책을 취하게 되었고, 중앙아시아의 입장에서는 1990년대 말의 경제위기 이후로 사회 인프라 및 경제 현대화를 위한 발전 계획들이 심각한 재정위기에 처하게 되는 상황이 맞물리면서 상호 호혜적인 관계가 형성되었다. 중국은 자본투자와 아울러 중국에서 생산된 공산품을 제공하는 현물차관 정책도 병행함으로써 중국의 투자를 받아들이는 중앙아시아 각국의 국민들은 중국의 경제적인 진출을 실제로 체감하게 되었다.

  카자흐스탄의 경제는 21세기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자원의존적인 구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의 발전을 위해서는 더욱 더 많은 외국의 자본투자가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이러한 카자흐스탄의 대외투자유치 필요와 중국의 에너지 확보 필요는 양국 간 협력의 중심영역으로 부상되었다. 2003년 6월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중국의 후진타오와 카자흐스탄-중국 간에 석유 및 가스부분에서의 협력이 포함되어 있는 협력협정에 서명함으로써 구체화되었다. 이러한 협력으로 인해 2009년에는 중국 서부 알라샨코우에서 카자흐스탄 서부 아틔라우를 바로 연결하는 송유관이 중국의 재정지원으로 개통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카자흐스탄이 전문가 및 숙련인력이 부족함에 따라 중국의 전문 인력들과 숙련 노동자들이 이러한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위해 대규모로 카자흐스탄에 파견되었다.

  중국은 에너지 분야 투자를 진행하면서 중앙아시아 교통 및 통신 영역에 대한 투자도 병행함으로써 중앙아시아 국가들로부터 우호적인 평가를 받았다. 국토면적 세계9위의 카자흐스탄과 나머지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모두 바다에 접하지 않은 내륙국가로 중국의 신장위구르자치지역과 접하고 있어서, 이 지역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교통이다. 따라서 신장지역과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새로운 도로들과 철도들이 건설되거나 건설관련 협상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결과로 카자흐스탄과 중국 신쟝 지역 간에는 64개의 간선도로에 의해 연결되고 있고,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중국 간의 물류 네트워크에 있어서 카자흐스탄이 중심적인 역할을 차지하게 되었으며, 중국의 입장에서는 중앙아시아의 광대한 에너지 자원에 접근하는 관문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물류네트워크의 측면에서 중앙아시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프로젝트는 21세기 판 실크로드 프로젝트라 할 수 있는 서유럽-서중국 연결 고속도로 프로젝트이다. 현재 중국에서 유럽으로 연결되는 물류 가운데 1%만이 유라시아 대륙 내부 루트를 통해서 소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는 중앙아시아가 가지고 있는 유라시아 대륙 물류루트로서의 잠재력을 현실화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의를 지니고 있다. 이와 아울러 이 고속도로의 통과가 직간접적으로 사회 경제적인 발전을 유발시키기 때문에 카자흐스탄은 이 프로젝트에 상당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고, 또 중앙아시아 노선의 상당부분은 카자흐스탄을 통과하게 된다. 새로운 고속도로의 건설로 인해 중국에서 새로운 투자가 유입되고 도로 주변으로 사회기반시설이 발전하게 되면, 다양한 수준의 비즈니스 기회의 창출, 그리고 노동력의 이동을 유발하게 된다. 이러한 프로젝트에서 중국 노동력의 투입이 예상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서유럽-서중국 연결 고속도로 건설사업이 2009년만 5,000여명의 근로자와 전문인력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보았고, 2010-2012년에는 고용창출 규모는 5만 여명 수준이 될 것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중국 인력의 카자흐스탄 유입에 따른 상호관계 변화와 고용상황>

 중국 인력의 카자흐스탄을 포함한 중앙아시아 국가로의 유입추세는 소련붕괴 직후 나타났던 보따리상 교역에서 시작되었다. 카자흐스탄과 중국 간의 교역이주는 쌍방향으로 진행되었다. 1980년대 말 수만 명의 중국 상인들이 보따리 무역으로 카자흐스탄과 중국 간의 교역 규모를 확대했고, 1990년대에 들어와서는 카자흐스탄의 경제위기와 정체시기 동안에 일군의 카자흐스탄 사업가들이 중국으로부터 상품을 수입하는 무역에 종사하게 되면서 더욱 확대되었다.

  이 시기의 중국 보따리 무역은 개인 차원에서 이루어졌는데, 중국 중소기업에서 생산된 의류 및 신발류에 특화되어 있었다. 제품의 품질은 낮았지만, 1990년대 카자흐스탄의 경제수준으로 인해 그 수요는 엄청났다. 그러나 이러한 무역활동이 개인차원에서 이루어짐에 따라 카자흐스탄 행정당국에서는 개인 차원의 기업 활동으로는 간주되지 않았다.

  중국은 카자흐스탄의 대외교역에 있어서 개인차원이나 대량 무역 모두에서 중요한 교역파트너였는데, 이러한 쌍방교역은 특히 세관의 부정부패 관행과 많은 연관이 되어 있었다. 이는 중국에서 카자흐스탄으로 유입되는 상품의 교역 규모 가운데 25-30%가 지하경제차원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양국의 통상관련 기관들이 발표한 상품교역량의 불일치 현상으로, 2007년 카자흐스탄 관세통제위원회는 양국 간 교역 규모를 대략 1000만 달러 규모로 발표하였는데, 같은 시기 중국 상무부는 대략 1390만 달러 규모로 발표하였다. 2010년에는 카자흐스탄 측은 140억 달러 규모로 발표되었는데, 중국 측은 200억 달러 규모로 발표하여 양국 간의 교역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이른바 지하경제를 통한 교역물량도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차이는 중국 당국은 비공식 교역규모를 교역규모에 포함시킨 반면 카자흐스탄측은 이를 배제함으로 인해 나타난 현상이었다.
   
  양국 간의 경제교류에서 상당부분 보따리 무역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추세는 2000년대 중반 양국정부가 합작으로 추진하는 사회간접자본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이들 분야가 양국 경제교류에서 중요 분야로 부상됨에 따라 변화하였고, 아울러 이러한 프로젝트의 추진과 관련된 중국 노동력의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이주는 보편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졌다. 현재 중국인의 중앙아시아 이주는 (보따리)무역을 위한 이주, 노동 이주, 기업 활동을 위한 이주로 구분될 수 있는데, 양국관계 초기에 주류를 이루고 있던 무역활동을 위한 이주 흐름은 최근에 들어서 기업 활동을 위한 합법이주,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노동이주의 확대로 변화하였다.

  2000년대 카자흐스탄과 중국 간의 사회간접자본 확충과 관련된 프로젝트의 증가는 중국 기술자와 전문 인력의 카자흐스탄 이주를 촉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2007년에는 8000여명 남짓의 중국 인력들이 카자흐스탄에서 활동하고 있었는데, 이는 카자흐스탄 전체로 5만9천여 명의 외국인 전문 노동인력 가운데 13%에 달하는 규모였다. 카자흐스탄이 독립한 직후인 1993년 시점과 비교해보면 14배 이상 그 규모가 확대된 규모였는데, 2008년에는 10,104명까지 확대되었다가 2009-2010년 세계적인 경제침체와 위기로 그 규모는 감소하였다.  

  카자흐스탄 독립이래로 카자흐스탄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 국적자 가운데 그 규모가 가장 큰 집단은 터키출신이었는데, 이는 카자흐스탄에서 일하고 있는 전체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거의 1/3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0년에는 중국이 1위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는데, 전체 29,178명의 외국인 노동력 가운데 23.6%가 중국 출신으로, 대부분이 서유럽-서중국 연결 고속도로 건설 프로젝트에 투입된 인력들이었으며, 터키 출신 노동자는 18.4%에 불과했다.

  중국 노동력이 활동하는 지역도 1990년대에는 알마티, 알마티주, 그리고 중국국영석유가 유전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악토베주 중심이었는데,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유전 관련 프로젝트가 추진되었던 카자흐스탄 서부의 3개주인 악토베주, 아틔라우주, 망기스타우주로 변화하였다. 또한 무역 부문 이외의 분야에서도 한족 노동력들이 유전관련 분여, 중소기업 및 서비스업 관련 분야로 활동 범위를 확대하였고, 2000년대 중반 카자흐스탄의 건설 호황기에는 최소 30여개 이상의 중국 건설업체들이 알마티주에서 활동하였다. 중국 출신 중소기업인의 활동은 1980년대 말부터 시작되었는데 주로 중국 신쟝에서 기업 활동을 하던 중국 사업가들이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형태로 카자흐스탄으로의 진출이 이루어졌는데, 이들이 카자흐스탄 국내 관련법과 제도를 준수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수여서 카자흐스탄 시장에서의 활동은 예상만큼 활성화되지 못했다. 

<카자흐스탄 경제에서의 중국영향력 확대와 중국인 이주: 도전과 기회?>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국가에 진출한 중국 중소기업들은 도전과 응전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 국영기업 또는 민간기업을 가리지 않고 대규모 기업들에 의해 이루어진 투자활동들은 카자흐스탄 경제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왔고, 특히 에너지 분야, 교통 분야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의 중앙아시아 경제권 진출은 석유 및 가스 산업의 다변화로 이어졌고 중국 신쟝과 중국 내륙을 연결하는 교통망뿐만 아니라 중국 동부의 연안지대로까지 확장되었고, 이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러시아에 대한 의존을 상대적으로 감소시키는 효과로 이어졌다.

  중앙아시아 경제에 있어서 중국 영향력의 확대는 긍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측면도 노출시키고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중국의 중앙아시아 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는 천연자원 추출로만 특화됨에 따라 중앙아시아가 중국의 천연자원 조달지역의 일부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으며, 카자흐스탄의 석유자산 가운데 25-40% 정도를 이미 중국이 관할하고 있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중소기업들은 중앙아시아 시장에 다양한 수준의 상품공급, 다양한 서비스산업의 도입을 통해 다변화되고 있는 중앙아시아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중국 신쟝 지역 기업인들 간의 국제적인 비즈니스 연계는 해당 지역들뿐만 아니라 이들 국가들 간의 경제협력과 경제적인 안정에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중국 비즈니스와 중국제품들이 중앙아시아 현지에서 생산 및 공급되는 것보다 경쟁력이 우월함에 분야에 따라서는 중앙아시아 현지기업의 몰락을 초래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는데, 신발산업 및 섬유산업이 대표적인 분야이다. 또한 중앙아시아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은 현지에서 인력을 조달하기 보다는 기본적으로 중국인 직원들을 우선적으로 고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중국기업의 진출이 확대될수록 이들 기업들이 고용하는 중국인 근로자들의 규모도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중앙아시아의 노동인력 시장에 직간접적인 부정적 영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신쟝과 중앙아시아 공화국들 간의 공식 및 비공식적인 교역관계 및 경제적인 소프트 파워의 확대는 각 지역 간의 경제적인 통합뿐만 아니라 수세기 동안 중국 중앙에 의해 경제 및 안보 측면에서 중요한 요소로 간주되어온 중국 서부 국경지대의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울러 중국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교통 인프라의 확충은 현대 중앙아시아의 모습을 변화시키는데 큰 기여를 할 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대대적인 경제 및 사회발전을 이끌어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의 국가적인 영향력이 확산되어가는 루트와 방향이라는 상징성을 지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