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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투르크메니스탄의 공세적인 가스 수출지역 다변화 정책

투르크메니스탄 이유신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부교수 2013/01/28

 투르크메니스탄이 공세적인 가스 수출지역 다변화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2010년에 접어들면서 노골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투르크메니스탄은 러시아를 자극하는 행보를 서슴지 않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10년 10월 개최된 투르크메니스탄과 러시아의 정상회담 이후 투르크메니스탄의 외무부는 회담 당시 러시아의 부총리 이고르 세친(Igor Sechin)의 발언을 강력히 비난했다. 당시 세친 부총리는 나부코 가스관이 ‘미래가 없다’라고 언급했는데 이는 투르크메니스탄의 가스가 러시아 영토를 통과하지 않고는 유럽으로 수출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되었다.  이에 대해 투르크메니스탄의 외무부는 투르크메니스탄이 수출할 가스의 수송로는 자국이 결정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지난 2010년 11월에 아제르바이잔의 바쿠에서 개최된 카스피해 정상회의에서 투르크메니스탄의 구르반굴리 베리디무하메도프(Gurbanguly Berdymukhamedov) 대통령은 당시 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Dmitry Medvedev) 대통령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당시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투르크메니스탄과 아제르바이잔을 연결하는 카스피해 횡단 가스관 건설은 카스피해 연안 5개국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카스피해 횡단 가스관 건설은 이 가스관이 통과하는 국가(투르크메니스탄과 아제르바이잔)의 동의만으로 건설될 수 있다고 맞받아쳤다.

이러한 투르크메니스탄의 공세적인 행보는 최근에도 목격되었다. 지난 2012년 9월 유럽연합의 에너지 수장 권터 외팅거(Guenther Oettinger), 터키의 에너지 장관 타네르 일디즈(Taner Yildiz), 그리고 아제르바이잔 사절단은 투르크메니스탄의 베르디무하도프 대통령을 예방하고 카스피해 횡단 가스관 건설에 대해 논의했다. 이 논의 이후 베르디무하도프 대통령은 카스피해 횡단 가스관을 통해 유럽으로의 가스 수출을 서둘러 추진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그렇다면 투르크메니스탄이 이렇게 공세적인 가스 수출지역 다변화 정책을 추구하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필자는 그 이유를 다음의 세 가지 요인에서 찾고자 한다. 첫 번째 요인은 투르크메니스탄의 가스 매장량과 향후 가스 생산량이다. 지난 2008년에 발행된 영국의 석유회사 BP의 자료에 의하면 투르크메니스탄의 가스 매장량은 2.67조 입방미터에 달했다. 이 매장량은 전 세계 매장량의 1.5퍼센트에 해당하는 수치에 불과했고 투르크메니스탄은 당시 전 세계에서 13번째로 많은 가스를 보유한 국가였다. 

하지만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욜로텐-오스만(Yoloten-Osman) 가스전이 발견되고 이 가스전에 매장된 가스양이 공표되면서 투르크메니스탄의 전 세계 가스 매장량 순위는 급격히 상승했다(욜로텐-오스만 가스전은 지난 2011년 갈키니쉬 가스전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지난 2008년 10월 영국의 유전평가 기관인 GCA(Gaffney, Cline & Associates)는 욜로텐-오스만 가스전에만 매장된 가스양이 최소 4조 입방미터에서 최대 14조 입방미터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3년 후 GCA는 욜로텐-오스만 가스전의 가스 매장량 수치를 최소 13.1조 입방미터에서 최대 21.2조 입방미터로 상향 조정했다. 이렇게 되면서 이 가스전의 전 세계 매장량 순위도 6위에서 2위로 뛰어 올랐다. 여기에 더해 GCA는 투르크메니스탄에서 가스 탐사가 지속된다면 가스 매장량은 향후에 더 증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표 1> 투르크메니스탄의 가스 확인매장량 변화추이, 2007~2011

년도

가스 확인매장량 (조 입방미터)

2007

2.67

2008

7.94

2009

8.10

2010

8.00

2011

24.3

출처: BP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2012.



<표 2> 전 세계 주요 국가의 가스 확인매장량, 2011

국가

확인매장량 (조 입방미터)

전 세계 확인매장량에서 차지하는 비중 (%)

러시아

44.6

21.4

이란

33.1

15.9

카타르

25.0

12.0

투르크메니스탄

24.3

11.7

미국

8.5

4.1

사우디아라비아

8.2

3.9

아랍에미레이트

6.1

2.9

베네수엘라

5.5

2.7

나이지리아

5.1

2.5

알제리

4.5

2.2

출처: BP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2012.
 

BP도 이러한 변화를 자사의 통계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2012년 BP는 투르크메니스탄의 가스 매장량을 24.3조 입방미터로 책정했다 (<표 1> 참조). 그 결과 투르크메니스탄은 전 세계 가스 매장량의 11.7퍼센트에 해당하는 가스와 러시아 가스 매장량의 55퍼센트에 해당하는 가스를 보유하게 되었다. 그리고 투르크메니스탄의 전 세계 가스 매장량 순위도 4위로 급상승했다 (<표 2> 참조).

투르크메니스탄의 가스 매장량이 이렇게 늘어나면서 향후에 이 국가의 가스 생산량 또한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투르크메니스탄이 지금까지 가장 많은 가스를 생산한 시기는 소연방 당시인 1989년이다. 그 해 투르크메니스탄은 839억 입방미터의 가스를 생산했다. 이에 반해 지난 2011년 투르크메니스탄은 595억 입방미터의 가스를 생산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이른 시일 안에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투르크메니스탄 당국이 2013년부터 앞에서 언급한 욜로텐-오스만 가스전에서 가스를 생산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최근 투르크메니스탄 정부는 2030년에 이르러 2,300억 입방미터의 가스를 생산할 계획을 수립해 놓았다. 그러나 투르크메니스탄은 이렇게 증가하는 가스를 자체적으로 소비할 수 없다. 따라서 투르크메니스탄은 가스 수출량을 늘려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투르크메니스탄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은 가스 수출지역의 다변화이다.


<표 3> 투르크메니스탄의 가스 수출 현황, 2011

국가

가스 수출량 (억 입방미터)

러시아

101

이란

102

중국

143


 출처: BP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2012.


투르크메니스탄이 공세적인 가스 수출지역 다변화 정책을 추구하는 두 번째 이유는 러시아와 연관이 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현재 러시아뿐만 아니라 이란 및 중국으로 가스를 수출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자료에 의하면 투르크메니스탄이 가장 많은 양의 가스를 수출한 국가는 더 이상 러시아가 아니라 중국이다 (<표 3> 참조).

<표 4> 러시아가 투르크메니스탄으로부터 매입한 가스양, 2008~2011

년도

가스양 (억 입방미터)

2008

423

2009

118

2010

107

2011

101

출처: Gazprom website <http://www.gazprom.ru/about/marketing/cis-baltia/>;
      BP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2012. 


투르크메니스탄의 가스 지도가 이렇게 변한 이유는 바로 러시아가 투르크메니스탄으로부터 수입하는 가스양을 급격히 축소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세계경제 위기가 발생하기 이전만 해도 러시아는 투르크메니스탄으로부터 가스를 매입해 이를 다시 유럽으로 재수출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제 위기 이후 가스 수요가 감소하면서 전자가 후자로부터 많은 양의 가스를 수입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국을 연결하는 가스관이 지난 2009년 4월에 폭발했고 이후 양국 간의 가스거래는 9개월 가까이 중단됐다. 물론 지난 2010년 1월부터 투르크메니스탄과 러시아의 가스거래는 재개되었지만 거래양은 이전 수준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표 4> 참조). 그리고 이와 같은 상황이 이른 시일 안에 바뀔 가능성도 매후 희박하다. 따라서 투르크메니스탄은 가스 수출지역을 다변화함으로써 가스 수출량을 늘려 나갈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투르크메니스탄의 공세적인 가스 수출지역 다변화 정책의 배경에는 이 국가의 가스 자원을 둘러 싼 강대국 간의 긴장이 자리하고 있다. 약소국 외교정책 이론에 의하면 강대국 간의 긴장이 심할수록 약소국이 공세적인 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투르크메니스탄의 가스 수출지역 다변화 정책을 설명하는데 있어 매우 유용하다. 주지하듯이 투르크메니스탄의 가스 자원을 둘러싸고 유럽연합과 러시아는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러시아 영토를 통과하지 않는 남부통로(southern corridor)를 통해 가스를 수입함으로써 러시아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다. 현재 한창 논의되고 있는 남부통로는 나부코-웨스트 가스관과 TAP(Trans-Adriatic) 가스관이다. 이에 반해, 러시아는 남부통로의 건설을 저지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사우스 스트림 가스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러시아 당국은 지난 2012년 12월 상징적인 의미만을 지닌 사우스 스트림 가스관의 공사 개시 기념식을 서둘러 개최했다.

유럽연합과 러시아의 대립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유럽연합은 투르크메니스탄과 아제르바이잔을 연결하는 카스피해 횡단 가스관 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고 러시아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11년 9월 유럽집행위원회는 유럽연합의 에너지 안보와 관련해 매우 중요한 결정을 채택했는데, 이 결정은 유럽집행위원회가 27개국을 대표해 카스피해 횡단 가스관과 관련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정을 체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유럽연합은 카스피해 횡단 가스관 건설을 반대하는 러시아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1년 9월 아제르바이잔 주재 유럽연합 대사 로랜드 코비아(Rolnad Kobia)는 러시아의 반대에 대해 언급하며 카스피해 횡단 가스관 건설에는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이전보다 강경한 어조로 이 가스관 건설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11년 말 러시아 가스협회의 회장이자 러시아 두마의 부의장인 발레리 야제프(Valery Yazev)는 만약 투르크메니스탄이 카스피해 횡단 가스관을 건설하게 된다면 투르크메니스탄은 ‘리비아 시나리오’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기서 ‘리비아 시나리오’란 리비아가 나토의 공습을 받았듯이 투르크메니스탄도 러시아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강대국 간의 긴장 또한 투르크메니스탄의 공세적인 가스 수출지역 다변화 정책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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