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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외국은행의 브라질 진출

브라질 조희문 한국외국어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2009/09/12

브라질에는 현재 155개의 은행이 중앙은행으로부터 영업허가를 받아 금융활동을 하고 있다. 이중에 한국의 은행으로는 외환은행과 산업은행이 각각 현지법인을 세워 활동 중이다. 브라질의 금융산업은 90년대 중반까지만 하여도 공공은행이 주도하였으나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을 거쳐 민영화 및 인수합병 그리고 외국은행의 진출 등을 통해 불과 10여년 사이에 상당히 경쟁적인 구조로 변했다. 이중 일부 공공은행을 제외한다면 Bradesco, Itau, Unibanco 등 일부 민간은행이 거대은행으로서 시장장악력을 넓혔고 나머지 은행들은 전문화의 길을 걸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브라질에 진출한 외환은행과 산업은행도 한국기업의 현지진출 및 사업을 지원하고 현지금융업무를 위해 복합은행(모든 금융업무를 취급할 수 있는 은행)의 설립을 허가 받았다. 그런데 법적으로 본다면 외국은행 또는 외국투자가들이 브라질 금융업에 진출하는 것은 아직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연방헌법 제192조는 브라질금융기관에 대한 외자참여에 관한 규정을 포함하여 국가금융제도에 관한 사항을 보완법 (연방헌법의 규정을 시행하기 위한 법)을 통해 결정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금융제도에 관한 법이 될 보완법은 이해관계가 너무 첨예하여 아직 제정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보완법이 제정될 때까지 연방헌법 잠정적 규정편(transitory part)에 규정된 사항이 적용되고 있다.

 

잠정규정 제52조에 따르면 외국금융기관의 브라질에서의 지점설치와 기존브라질금융기관에 외국자본의 참여비율을 증대하는 것은 기 언급한 보완법을 통해 결정할 때까지 금지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새로운 금융법이 제정되지 않는 한 외국금융기관들의 신규진출이 어려운 상태이다. 연방헌법은 이러한 제한에 대한 예외로 국제협정, 상호주의 또는 국익고려에 따른 정부승인 등 3가지 예외적인 방식을 통해 브라질금융시장에 외국인투자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중 한국의 외환은행은 상호주의, 산업은행은 브라질 국익고려에 따른 정부승인의 방식으로 브라질에 진출했다.

 

이러한 헌법상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외국은행들의 브라질진출은 지난 95년이래 꾸준히 추진되어오고 있다. 브라질정부는 95년 부실 민간은행의 합병을 장려하고 국영은행의 민영화를 유도하기 위한 금융산업구조조정 프로그램(PROER)을 시행하였고 이때 주요 외국은행들이 국내은행의 매입 등을 통해 브라질 시장에 진출했다. 즉, 금융시장에 대한 외국인투자진출은 국익고려에 따른 정부정책을 통해 지금까지 진행되어오고 있는 것이다.

 

브라질정부는 선진금융자본과 금융기법이 브라질에 들어오는 것을 반기고 있기 때문에 외국은행의 브라질진출은 고무적이다. 외국금융기관이 브라질에 진출하려면 국가통화위원회(CMN)의 권고결정이 있어야 하고 연방대통령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실무상의 절차는 중앙은행(BACEN)이 맡는다.

 

브라질의 은행은 반드시 주식회사(Sociedade Anonima/ Joint Stock Company)의 형태를 갖추어야 한다. 그 이유는 사회신용기관으로서 운영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최소한의 조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융기관의 설립자본금에 대한 규제도 엄한 편이다. 설립자본금과 증자금의 경우 최초에 총액의 최소 50%를 영업허가일로부터 5일내에 현금납입해야 하며 나머지는 1년내에 완납해야 한다. 한편, 외국은행이 연방정부의 허가를 취득하여 활동을 개시할 경우 국내에서의 지점이나 사무소설치는 브라질의 금융기관이 지점이나 사무실을 설치할 때와 마찬가지의 절차를 밟게 된다. 그 절차는 대략 다음과 같다. 즉, (1) 대통령령을 통해 연방정부의 허가 취득 (2) 중앙은행에 지점설치관련서류의 제출 (3) 중앙은행의 최종허가 등이다.

 

현지법인, 지점 또는 사무소설치가 어려운 경우 본사직원을 브라질에 파견하여 상주시키거나 현지인을 대리인으로 지정하여 현지업무를 대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즉, 법인이 아니라 개인이 장기파견 되는 형태로 근무하는 것으로 흔히 현지사무소를 개설했다고 말하는 진출유형이다. 브라질에 외국은행의 현지법인이나 지점내지는 사무소의 설치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취하는 편법이다. 외환은행도 현지법인의 개설허가가 나오기까지는 이러한 방식으로 20여년 브라질에서 활동을 하였었다. 금융기관의 대리는 브라질에 주소 (domicile)를 둔 개인이나 법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대리인은 외국본점과 고객을 연결해주는 역할만 하지 금융기관의 활동을 할 수 없다. 그래서 그 활동범위를 벗어나는 월권행위를 할 경우 중앙은행은 그 허가를 취소하며 경우에 따라 경제사범으로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브라질의 금융시장이 거대은행과 중소은행으로 양분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소은행들의 영업수익은 뛰어나다. 워낙 금융시장이 큰데다 최근 경제안정화.활성화 등으로 신용거래가 (연간 약 30%가량) 급속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상품을 특화만 할 수 있다면 시장확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신용거래의 증가는 경제안정화에 따른 지속적인 금리인하, 소득개선, 융자기간의 장기화 등을 들 수 있으며, 여기에 최저임금의 인상 (기존 R$380에서 R$418로 인상), 빈민가정지원프로그램(Bolsa Familia라 하며 가족당 최고 R$170까지 매월 현금보조) 등의 사회정책으로 서민소득이 증가하여 소비붐이 조성된 점과 공제융자(Credito consignado라 하여 연금이나 공무원 월급에서 매월 할부상환금을 직접 공제하는 융자형태임) 등의 활성화로 전체적으로 신용유동성이 증가한 점을 그 이유로 들 수 있다.

 

특히, 신용거래 가운데 가장 증가율이 높은 곳이 자동차 금융인데 최근에는 경제안정을 반영하여 최대 100개월 할부판매가 등장하기도 했다. 리스를 통한 판매는 세금감면혜택(금융거래세 등)이 주어지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자동차구입시 즐겨 선택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특성을 반영하여 새로운 형태의 금융기법이 등장하고 있고 중소은행은 특화로 경쟁력과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브라질 금융시장의 특성이라 하겠다. 최근, 멕시코의 아즈떼까은행은 역발상을 통한 금융기법으로 브라질 금융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살리나스(Ricardo Benjamín Salinas Pliego)그룹인 아즈떼까은행은 지난 3월 북부지역인 뻬르남부꼬주의 올린다에 아즈떼까은행(Banco Azteca do Brasil S.A.)과 전자제품 유통판매점인 엘렉트라(Elektra)를 선보였다. 아즈떼까은행이 필자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기존은행들과 차별화된 금융상품을 내놓았다는 점이고 이것이 성공하면 브라질 금융업계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아즈떼까은행의 전략은 대략 다음과 같다. 일반은행들이 꺼려하는 북부지방에본점을 세우고 소득수준이 낮은 서민을 주 고객으로 하여 금융거래를 하되 은행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단돈 5헤알(약 3천원)이면 저축예금구좌를 개설해주고 연 10-11%의 낮은 이자에 서민대출을 해준다는 점이다. 과거 고인플레를 경험했던 브라질은 연방헌법에 실질금리를 연12%로 묶어두고 있는데 현재의 실질금리는 연 7.5% 내외가 된다. 현재, 가장 싼 시중대출금리가 연 30% 내외가 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아즈떼까은행이 시도하는 서민대출금리는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대신 아즈떼까은행의 전략은 은행대출금을 월단위에서 주단위로도 상환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북부지방의 서민들은 은행저축이나 대출에 익숙해져 있지 않은 대신 돈이 생기면 그때그때 갚는 습관을 최대한 이용한 것이다.

 

아즈떼까은행은 브라질에 5년간 약 2억불을 투자하여 총 1600여개의 지점을 개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러한 계획이 어느정도 실현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이유는 살리나스그룹이 전자유통판매점인 엘렉뜨라를 최대한 이용하고자 한다는 점에 있다. 은행지점은 단독 또는 엘렉뜨라매장에 개설함으로써 은행고객이 바로 엘렉뜨라의 소비자가 되도록 유도한다는 점인데, 브라질 지방으로 가면 갈수록 소비자들의 소비구조가 할인마트나 유통체인점 위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룰라대통령도 아즈떼까은행의 브라질진출에 아주 큰 관심을 보였었다. 가장 큰 이유는 물론 멕시코에 대한 외교적 선물이기도 하지만 내심, 아즈떼까은행이 브라질에서 가장 싼 금리로 서민을 상대로 한 금융상품을 그것도 가장 낙후된 지역인 북동부지역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겠다고 하니, 정부정책에 이처럼 잘 맞아떨어지는 외국인투자는 없기 때문이다. 룰라대통령이 관심을 보이자 금융업허가권을 갖고 있는 국가통화위원회(CMN)는 즉각적으로 아즈떼까은행의 브라질진출을 허가하는 권고안을 결정했고 룰라대통령도 바로 대통령령으로 결재해 주었다.

 

브라질금융시장은 현재 한편으로는 금융기관간의 합병을 통해 대형화를 시도하고 있고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사업특화와 전문화를 통해 중소은행이 수익을 올리고 있다. 최근 한국의 은행 중에 브라질 진출을 준비하는 은행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이 처음부터 사업특화와 전문화에 대한 준비 없이 단순히 기존의 금융거래에 대한 연장으로 브라질에 진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브라질에서 어느 분야에 강점이 있고 어느 금융상품을 특화 할 것인지를 먼저 결정한 후 이에 맞는 진출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아즈떼까은행의 진출방식은 한가지 좋은 예시가 되며, 만일 특화된 금융분야가 있다면 현지법인설립 방식 외에 기존 은행을 과감히 매입하여 진출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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