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ㆍ유라시아

최근 세계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중앙은행들의 금리인하로 인해 글로벌 경기침체가 완화되리란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유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 5월 마지막날 우랄산 유가가 65달러로 마감되면서 5월 한달간 무려 29% 상승하였다. Bloomberg에 따르면, 이것은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월간 가격 상승률이다. 이러한 유가 상승에 힘입어 러시아의 주가지수 RTS도 6월 5일 현재 1,149.95 포인트를 기록하며 올 1월 23일 기록했던 최저점(498.20) 대비 무려 130.8% 상승하였다.

그러나 4월 러시아 GDP 성장률은 -10.5%을 기록한 가운데 실물 경제 지표만 봐서는 러시아 경제는 여전히 한겨울이다. 소비의 기반이 되는 실질임금(-3%) 및 가처분소득(-0.1%)이 하향 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실업률(10.2%)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 결과 소매판매가 5.3% 하락하였고 이것은 산업생산(-16.9%) 및 투자(-16.2%) 부진을 심화시켰다. 러시아 경제를 지탱해 주는 수출도 47.1% 줄어 1~4월 무역수지는 전년동기대비 57.9% 하락한 273억 달러에 불과했다. 다행스런 것은 물가상승률이 둔화되면서 그 동안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때문에 단행하지 못했던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건이 된 것이다. 그 결과 중앙은행은 4월 24일부터 6월 4일까지 기준금리(Refinancing Rate)를 0.5% 포인트씩 3차례 인하하여 11.5%까지 낮추었다. 하지만 실제 은행 창구에서 15~25%대의 금리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 기업들로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또한 연말까지 13% 내외로 전망되는 높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때, 금리인하를 통한 통화 완화 정책에는 한계가 있다.

국제신용평가기관 Moody’s에 따르면, 5월말 현재 러시아 은행들의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부실대출 규모가 11%을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것은 2008년의 4.6%보다 두배 이상이며 경기 침체가 계속될 경우, 09년말 경에 부실대출 규모가 20%까지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한 A.T. Kearney의 평가에 따르면, 연말까지 러시아 기업들의 디폴트 규모가 약 2,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어 이 또한 은행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요인들 때문에 러시아 재무부 장관은 올 가을에 부실대출에 따른 은행들의 연쇄 도산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

러시아 경제의 다른 불안 요인은 재정적자 문제이다. 올 들어 1조 1,600억 루블(약 50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경기 부양책에 쏟아 붇고 있는 러시아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재정적자가 예상된다. 6월초 상트-페테르부르그 경제 포럼에서 러시아 재무부 장관은 2009년 러시아 정부의 재정적자 규모를 기존 전망치(GDP 대비 7.4%)보다 높은 10%로 상향 수정하였다. 이는 2007~2008년 재정 수입의 50%에 달하는 석유 부문이 유가 하락으로 올해는 31%까지 그 비중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며 은행 부문의 지원에 이미 5,500억 루블(약 180억 달러)을 지불하였고 부실대출 문제가 현실화될 경우 추가적으로 1조 루블(약 330억 달러)이 필요로 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는 2010년에도 재정적자가 GDP의 6% 수준으로 전망됨에 따라 100억 달러 규모의 유로 본드를 발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 최근 70달러에 육박하는 국제유가가 재정적자 개선에 도움이 되겠지만 실질 수요의 증가 없이 경기회복에 대한 단순한 기대감과 달러 약세에 대한 투기적 수요에 의한 가격 인상이라는 측면이 강해 추가적인 급등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이다.

러시아 정부는 3분기 이후 실물 경제 지표의 하락세가 둔화되고 2010년경에 소폭의 플러스 성장세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것은 순전히 기저효과에 따른 결과로 경제가 위기 이전 수준까지 완전히 회복하는 데는 최소 3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러시아 경제가 안정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