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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세계적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적과의 동침도 불사한다

브라질 조희문 한국외국어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2009/09/12

브라질에 또 하나의 세계적 다국적 기업이 탄생했다. 미국의 타이슨 푸드(Tyson Foods), 브라질의 JBS-FRIBOI에 뒤이어 세계 3위의 육가공 회사인 브라질 푸드(Brasil Foods - BRF)가 그 주인공이다. 65년 간 3대를 이어온 라이벌 기업인 사디아(Sadia)와 뻬르디가웅(Perdigao)이 합쳐서 만들어진 회사다. 브라질은 지난 1999년 맥주업계의 최대 라이벌회사였던 Brahma와 Antarctica가 합쳐서 다국적 기업인 AmBev를 탄생시킨 경험이 있다. AmBev는 이후 라틴아메리카 최대의 맥주회사로 도약했으며 현재, 전체 매출액의 약 절반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이러한 AmBev의 성공적인 경험은 다른 산업분야에도 자극제가 되었다. 이후 경쟁기업간 합병을 통해 세계기업으로 도약하려는 노력이 종종 있어왔다. 세계기업으로의 도약이라는 기업목표가 숙적과의 동침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양 기업의 매출액은 합쳐서 250억 헤알(약 125억불)이다. 이제 BRF는 발리(Vale)와 페트로브라스(Petrobras)에 이어 브라질 제3위의 수출기업이 되었다. 그만큼 브라질 산업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기업이다.


브라질 육가공 시장은 전통적으로 4개 회사가 터주대감의 역할을 했었다. Sadia, Perdigao, Seara, Chapeco가 주인공들이다. 이들 4개 회사는 30-50년대에 브라질 남부지방인 산타카타리나에서 양돈업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는 점과 거대 식품회사로 성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가족회사로 출발했지만 Sadia를 제외하고는 더 이상 설립자 가문과는 관계가 없다. 모두 경영권을 양도했기 때문이다. 이제 Sadia의 설립가문인 Fontana가문도 BRF의 주식을 32% 소유하게 되면서 3대를 끝으로 회사경영에서 손을 떼게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양사의 합병이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규모가 작았던 뻬르디가웅이 사디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이미 90년대 후반부터 양사의 합병가능성은 항상 예견돼 왔었다. 기업규모가 컷 던 사디아가 적극적으로 구애활동을 했었고, 2006년에는 사디아가 적대적 공개매수까지 한 적까지 있었다. 양사의 합병문제는 누가 회사운영권을 쥐느냐의 문제였다. 어느 측도 경영권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합병은 사디아의 돌이킬 수 없는 실책에 기인하여 성사되었다. 2008년도 중반 국제금융위기 때 사디아가 재태크의 실패로 25억 헤알의 적자가 발생한 것이다. 한달 후 사디아의 주가는 30%가 떨어졌고, 기업의 시장가치는 85억 헤알에서 반년 만에 27억 헤알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Tyson Foods, JBS-Friboi 등이 사디아의 인수에 나섰다. 그러나 결국 최대의 라이벌인 뻬르디가웅과 협상이 타결된 것이다. 회사운영권 관련하여 뻬르디가웅이 68%, 사디아가 32%를 쥐게 되었다.


양사의 합병은 앞으로 경제보호행정위원회(CADE –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CADE는 양사의 합병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게 된다. 독과점이 공정한 경쟁질서 미칠 수 있는 폐해를 줄이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다. BRF가 탄생함으로써 일부 시장은 90%이상의 독과점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독과점의 발생은 경쟁질서를 파괴함으로써 산업분야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할뿐더러 최종적으로는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게 된다. 과거 브라질 최대의 합병사건이었던 AmBev설립 때 CADE는 Bavaria브랜드와 5개 생산공장의 매각 및 다른 경쟁자들이 유통망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도록 하는 승인조건을 제시했었다. 이번 BRF의 경우도 유사한 조건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기업이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합병하는 것 자체를 금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이미 브라질에 진출한 세계최대의 육류회사인 TYSON FOODS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BRF의 생산시설에 대해 CADE가 일부 매각을 결정하게 되면 TYSON가 매도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되기 때문이다.


BRF의 탄생은 세계적인 육가공회사로 발전해야 한다는 기업가의식에 기초하고 있다. 전세계 최대의 육류소비시장인 미국, 중국, 일본, 한국 등은 브라질의 가금류, 돼지고기, 소고기 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육류시장의 개방을 위해 외교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육류시장개방은 정부의 몫이라 치더라도 가공육의 경우는 상표인지도가 높아야 한다. BRF는 부가가치가 높은 가공육에 주력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대대적인 브랜드 마케팅을 하겠다는 것이다. SADIA는 러시아와 중동에서 널리 알려져 있는 브랜드이지만 아직 동유럽이나 아시아 시장에서는 알려져 있지 않다. 바로 BRF가 탄생된 배경이다. 해외시장공략에서 브랜드를 통일하고 수출 및 유통망을 통합하여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국제경쟁력이 있는 육류와 육가공 산업을 소유하고 있는 브라질이 세계시장확대를 위해서는 세계적 기업이 필요하다. 단순히 육류제품을 공급하기 보다는 브랜드제고를 통해 상품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60년이 넘는 적대관계를 유지했던 두 가문을 뭉치게 한 것은 더도 덜도 말고 세계화를 도약의 기회로 이용하려는 기업가 정신에 따른 것이다. 세계화는 적과의 동침도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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