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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반미 연대

이란 / 베네수엘라 유달승 한국외국어대학교 이란어과 부교수 2009/09/14

9월 4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틀간 일정으로 테헤란을 방문했다. 그는 5일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을 만나 쌍무협정을 체결한 후 전 세계에서 반제국주의 전선의 확대를 강조하면서 양국 간의 반미 연대를 과시했다. 지금까지 그는 이란을 여덟 번째 방문했고 지난 6월 12일 이란의 대선 이후 부정선거 의혹이 확산되면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아흐마디네자드의 재선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란을 ‘진정한 전략적 동맹국이자 견고한 동맹국’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자주적 권리’라고 옹호했다. 그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어떤 증거도 없다고 지적하면서 이란의 핵 개발은 평화적 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베네수엘라도 이란의 지원으로 핵 마을(nuclear village)을 건설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양국 관계를 “억압받고 혁명적인 국가를 지원하고 반제국주의 전선을 확대하는 중요한 사명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9월 말까지 이란이 서방 6개국과 협상할 것을 제안하면서 이란이 우라늄 농축 활동을 중단할 경우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란이 핵협상 제안에 응하지 않으면 더욱 강력한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6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차베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협력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향후 새롭게 형성된 독립적인 전선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미국은 세계의 많은 부분에서 심각한 패배를 겪고 있다”면서 이것은 미국의 영향력이 점차 쇠퇴하고 있고 세계는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적들의 음모를 저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단결과 협력이라고 강조했다.


이란과 베네수엘라는 에너지 분야에서 3개의 양해 각서를 체결했다. 이 양해 각서에 따르면 서구 국가들이 이란에 대해서 제재하면 베네수엘라는 이란에게 가솔린을 수출하기로 합의했다. 베네수엘라는 이란에 약 8억 달러 규모의 가솔린을 제공하기로 합의했고 10월부터 하루 2만 배럴의 가솔린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란은 세계 2위 원유수출국이지만 정유공장의 생산능력이 국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가솔린 수요의 40%를 수입하고 있다. 또한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레오스 데 베네수엘라(PDVSA)는 이란 남부 파르스(Pars) 가스전 12 구역 개발에 7억 6천만 달러를 투자하고 이란은 베네수엘라의 도보쿠비 유전지대와 아야쿠초 유전지대 7공구의 개발에 7억 6천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이란과 베네수엘라는 대표적인 반미 국가이다. 이란과 미국의 관계는 1979년 이슬람 혁명을 기점으로 나누어진다. 이슬람혁명 이전 이란은 대표적인 친미국가로 페르시아 만의 헌병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슬람혁명 이후 이란은 반미를 선언했다. 미국은 이란에 대해 ‘깡패국가’, ‘악의 축’, ‘이슬람 파시즘’ 등 다양한 용어로 규정하고 있다. 이란도 미국을 ‘거대한 사탄(Great Satan)’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단지 용어만의 의미가 아니라 미국과 이란의 관계를 상징하는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는 1998년 대통령 당선 이후 반미, 반세계화를 주장하면서 중남미의 반미 바람을 이끌고 있다. 또한 차베스는 미국 주도의 미주기구(OAS)에 대항해 2006년 베네수엘라를 중심으로 ‘미주를 위한 볼리바르 동맹(ALBA)를 창설했다.


반미국가이자 산유국인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연대는 정치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현재 국제석유거래소(서부텍사스 중질유, 브렌트유, 두바이유)에서는 1945년 달러 헤게모니가 형성된 이후 모두 달러로 결제되고 있고 이를 두고 페트로 달러(Petro-Dollar) 시대라고 부른다. 석유는 단일 품목으로는 세계 최대의 교역 품목이고 전세계 무역액의 약 10%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페트로 유로(Petro-Euro)를 시도하는 커다란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주도한 국가는 바로 이라크였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은 2000년 11월 6일 “이라크의 원유 결제통화를 달러화에서 유로화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고 2001년부터 석유결제대금을 유로화로 받기 시작했다. 미국은 이라크전쟁 이후 2003년 6월 이라크 석유 대금 결제를 달러로 바꿨다.


이란 정부는 2006년 12월 자국 보유 외환을 달러화에서 유로화로 바꾸고 석유 판매대금 등 모든 와환거래를 유로화를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란의 이 조치가 산유국으로 확산될 경우 미국 달러의 약세가 예상된다. 이란에 이어서 베네수엘라는 달러화의 비중을 95%에서 80%로 낮추고 그대신 유로화 비중을 5%에서 15%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아랍에미레이트도 유로화의 비중을 2%에서 10%로 늘리겠다고 했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아랍산유국들도 중앙은행의 달러화 자산 비중을 축소하고 있다.


이란과 베네수엘라가 원유 대금을 유로로 결제하고 유로를 기준으로 하는 석유거래소를 운영한다면 미국의 달러 헤게모니에 커다란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란의 석유성은 이란석유거래소(IOB: Iran Oil Bourse)의 설립 등록을 승인했고 2008년 2월 17일 자유무역지대인 키쉬 섬에 석유화학제품 거래소를 개장했다. 이란의 석유성은 이 거래소에서 이란의 화폐와 다른 통화로 거래된다고 발표하면서 향후 달러 대신 유로로 거래할 수 있는 석유거래소를 개설하겠다고 말했다. 이란은 석유거래소 설립을 통해서 OPEC 회원국을 결집시켜 석유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석유거래에서 유로화가 확산되면 미국의 경제 헤게모니에 커다란 위협요인이 될 것이다. OPEC이 석유거래를 유로화로 전환하면 석유 수입국들은 점차 유로화 비중을 높이게 되고 이는 곧 달러 가치의 하락으로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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