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ㆍ유라시아

9월말 러시아 정부는 7월에 확정한 2012년까지 중기 거시경제 전망을 수정 발표하였다. 이번 전망치에서 기본이 되는 변수인 유가를 종전보다 3달러 높게 책정하였으며 따라서 GDP 성장률도 0.6%포인트 높은 1.6%로 전망하였다. 유가와 경제성장률 간에 높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 러시아 경제는 HSBC의 러시아 전문가에 따르면, 유가가 10%포인트 상승시 GDP은 1.9%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번 전망치 발표에서 올해 러시아의 경제성장률 -8.5%에 대해서는 수정하지 않았다.

이번 전망치를 살펴보면, 소비, 투자 등 내수 부분이 여전히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대외거래 부분이 경제 회복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및 내년 소매판매 증가율이 7월 전망치보다 더 악화될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실질 처분가능 소득이 예상보다 2.7%포인트 더 나빠진 -4.1%로 전망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소득 감소와 함께 10%에 육박하는 실업률(9.8%)과 소비자대출이 여전히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투자도 올해 -20%에 달하는 큰 폭의 감소 이후 내년에 1.0% 증가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것은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에 따른 불확실성과 대출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직접투자 등도 위축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올해 수출 및 수입이 각각 -40%와 -35%로 큰 폭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947억 달러의 무역흑자가 예상된다. 또한 내년에는 세계경제의 회복과 원유 등 에너지 가격의 상승으로 수출(7.6%)이 강한 반등을 보이고 산업생산 회복의 기초가 될 수입(4.9%)도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서면서도 약 1,000억 달러의 무역흑자가 예상되는 등 경제 성장에 가장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러시아와 교역비중이 높은 CIS 국가들의 더딘 경기 및 수요 회복세가 제약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28개 연구기관들의 러시아 경제전망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해 및 내년 성장률은 각각 -7.3%와 2.6%로 정부 예측치 보다 양호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올해 경제성장률은 1988년 유가가 배럴당 10달러까지 떨어졌던 금융위기 당시 -6.5%보다 더 떨어져 최악의 한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70달러 전후의 비교적 안정된 유가로 인해 올 하반기부터 경제상황이 호전되고 있고 내년 상반기부터는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여전히 리스크 요인들이 남아 있다. 2010년 재정적자 규모는 은행자본금 확충과 유라시아경제공동체의 위기대응 펀드 자금으로만 4,400억 루블(약 137억 달러)이 소요될 것으로 예정되어 있는 등 GDP의 6.8%에 달할 정도로 높게 책정되었다. 이것은 유럽연합이 회원국들의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3% 이내로 엄격히 제한하는 것을 볼 때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적정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것으로 우려스런 부분이다. 또한 Fitch은 러시아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연말까지 최소 15% 이상 될 것으로 경고한 바 있는데 이것은 한국 시중 은행의 평균 부실채권 비율이 1.5% 이하인 것을 보면 러시아 은행들이 얼마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까지 치솟으며 호황을 경험했던 러시아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 금융위기로 큰 하락을 맛 본 경험을 보면 “돈이 있을 때는 개혁할 의지가 사라지고, 개혁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는 그것을 위한 자원이 없다”는 한 전문가의 말이 생각난다. 러시아 은행 및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자원의존형 경제에서 벗어나 경제의 현대화를 이룩하는 등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과감한 개혁적 조치가 필요하며 지금이야말로 가장 적절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