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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이란의 핵문제, 석유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란 홍성민 중동경제연구소 소장 2009/10/20

이란의 핵문제가 국제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더니, 이번에는 테러문제로 미국 배후설로 다시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 이란 남동부에서 10월 18일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하여 이란의 최정예부대인 혁명수비대 고위간부 6명을 포함하여 30여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부상했다. ‘신의 군대’라는 의미의 시아파 계열의 ‘준달라’가 20년 동안 테러와 납치를 통한 반군활동을 계속하던 국경지역인 시스탄-벨루체스탄주(州)에서 테러가 발생하였다. 미-이란간 갈등상황에서 ‘테러’가 등장하긴 했지만, 문제의 핵심은 ‘이란의 핵’이며, 넓은 의미에서는 ‘이란의 대외개방’과 관련이 있다.


이란정부와 준달라간의 갈등은 지난 7월 준달라의 지도자 압둘말리크 리기의 친동생을 포함 한 13명이 사형선고를 받은 사건을 계기로 더욱 악화했다. 이런 와중에 혁명수비대 고위수뇌부에 대한 테러공격이 감행된 것이다. 이란정부에서는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강대국들이 쉬아파와 순니파 무슬림간의 불화를 부추길 목적으로 파키스탄을 통한 테러분자의 입국을 주장하며,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 알리 라리자니 의장이 직접 미국 등의 배후설을 공개 거론하고 나섰다. 물론 이에 대해 미국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는 근거라고 즉각 반박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현재 진행중인 이란과 ‘P5+1(유엔 상임이사국 5개국+독일)’ 핵협상에 악영향을 줄 것이 자명하다. 여기서 간과해서 안 될 점은 미국은 “왜? 이란의 핵문제에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가?”라는 문제이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UN에서 미-이란간 첨예한 대립, 알-카에다의 재등장, 아프간사령관의 미군 4만명 증파요청, 이스라엘의 12월 이란공격설, 30년만의 P5+1 협상 등등이 숨 가쁘게 돌아가던 상황에서 발생한 테러이기에 해결책 역시 ‘이란의 핵’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란은 세계 제4위의 원유생산국이며, 총수출의 95%이상을 원유에 의존하고 있기에 석유는 이란정권의 젖줄이다. 이러한 상황은 과거 사담 후세인시절 이라크와 유사하다. 이란정부는 현재 자국경제의 3/4정도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2006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금융, 언론, 교통 부문 국영기업 80%를 민영화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고, 지난 9월에는 국영통신업체를 민영화하였다. 민영화 과정에 혁명수비대가 개입돼 있다는 사실과 이번 테러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2009년 9월 27일 이란정부는 민영화의 일환으로 3개 업체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지분의 51%를 78억 달러에 매각하였다. 그러나 이 컨소시엄은 이란의 최정예부대인 혁명수비대가 깊숙이 관여돼 있으며, 과거에도 혁명수비대와 관련 있는 업체들이 건축, 석유 및 가스사업 부문의 정부계약 750건 이상을 따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혁명수비대는 군사력에 기반을 둔 거대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이란의 정치, 경제 및 모든 분야에 걸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혁명수비대의 재정은 정부예산에 포함되지도 않고 국가의 감독도 받지 않는다. 다만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는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에게 보고할 의무만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혁명수비대에 대한 테러는 이란의 핵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계산이 나온다.


UN에서 경제제재조치가 P5+1 핵협상으로 무대가 옮겨지게 되면서 이란은 일종의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그 이유는 러시아 및 중국과의 정치, 경제적 역학관계 때문에 종국에 이르러서는 러시아와 중국이 이란에 대한 제재조치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2005년 이란과 체결한 S-300 방공미사일 계약을 이행하지 않고 있지만, 이는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방어(MD) 계획철회를 주장함에 있어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 이다. 그렇기에 러시아가 자신들이 지어준 부세르 핵 원자로에 대한 연료공급을 계속 중단할 것인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러시아가 정치적 이유라면 중국은 경제적 이유에서 이란에 협력할 가능성이 더 크다.


중국은 에너지차원에서 그간 이란과 밀접한 경제협력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은 일본에 이어 이란에서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가 됐다. 더욱이 지난 9월부터 중국은 이란에 휘발유를 수출하기 시작함으로써 미국의 핵개발 저지에 암초가 되고 있다. 최근 이란의 일일 수입물량은 12만배럴로 이란 전체 수입물량의 1/3수준으로 증가하였다. 이같이 밀접한 이란-중국관계는 핵협상에서도 이란의 지지자가 되리라는 점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다시 주목해보아야 할 점은 테러의 형태로 나타난 지금의 현상은 과거 핵문제의 본질이 아프간 → 테러 → 이라크 전쟁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때, <테러>라는 점은 큰 의미를 갖는다. 미국의 강력한 경제제재조치가 국제사회의 호응과 협력으로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되는 것 같다.


미국은 이란의 유전사업에 대한 투자규제와 제재대상, 더 나아가 이란은행의 확대 등을 추가 제재의 내용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에 덧붙여 이란에 대한 금융제재와 석유 및 가스관련 설비와 기술이전의 규제 등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구상이 실천에 옮겨지지 못하는 배경은 이란경제의 대응에 달려있다.


그동안 미국은 이란을 인권 탄압국 및 국외테러 수출국으로 지목하고, 정치적으로 이란의 고립화정책을 추진하는 동시에 지속적인 경제재제조치를 시행하였다. 1995년 5월 미국기업의 대이란 무역거래 및 투자를 금지하는 경제제재조치가 단행되었다. 미국의 제재내용은 다마토법에 명시되어 있으며, 1996년 6월 발효된 다마토법에서는 석유 및 천연자원 개발을 위한 4천만달러이상 신규 투자기업을 제재하며, 1997년 6월부터는 투자규모를 4천만달러에서 2천만달러로 줄여서 제재조치를 강화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국제사회에서 꿋꿋이 버티며 오히려 대내적으로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이란경제의 내부에는 지하경제도 한 몫하고 있다.


1979년 이란혁명이후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며 각종 규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란이 버티고 있는 핵심에는 원유라는 막강한 에너지자원이 있으며, 어느 정도 자립경제의 발판을 갖고 있기에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과거의 예를 볼 때, 국제사회의 압력이 가중될 경우, 수입금지나 수입제한 등의 조치로 국내물가가 상승함으로써 일만 국민들에 대한 경제적 어려움만 가중되었고 정권은 이를 계기로 더욱 강화되었다. 자립경제의 기반이 북한과 다른 이란에 대해 경제제재조치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을 미국은 잘 알고 있다. 미국의 고민은 여기에 있고, 이란 핵문제도 그 핵심에는 이란경제의 탄력성이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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