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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UAE 원전 진출과 군사엘리트의 관계

아랍에미리트 서정민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2009/10/21

최근 한국이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추진하는 중동 내 사업 중 하나는 단연 아랍에미리트연방(UAE)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 수주다. 물론 요르단과 터키에서도 원전 수주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UAE 아부다비에 건설될 원전의 규모는 차원이 다르다. 총사업비가 410억 달러에 달한다. 1차 사업 물량만 30억~40억 달러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오일달러를 기반으로 막대한 국부펀드를 조성한 UAE로부터 수주는 대금 문제에서도 상당히 안전하다. 첫 사업을 수주할 경후 향후 전망도 상당히 밝다. UAE 정부는 당초 2기의 원전을 건설하려 했지만, 지금은 4기 또는 6기의 원전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UAE는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오는 2020년까지 추가로 약 4000 MW 정도의 전력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현재까지 진행 상황을 보면 아부다비 정부는 9개 국제회사와 컨소시엄으로부터 신청서를 받아 지난 8월 3개 후보를 선정했다. 아레바가 주축이 된 프랑스 컨소시엄, 일본 히타치ㆍ미국 제너럴일렉트로닉스(GE) 컨소시엄과 막판 경쟁을 치르고 있다. 한국은 한전, 현대건설, 삼성건설 그리고 두산중공업이 컨소시엄을 결성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11월 혹은 올해 안에 최종사업자가 선정될 전망이다.


T-50 수출 좌절 되풀이 안 돼야

 

UAE에서의 대규모 그리고 전략적 수출에 있어 우리는 뼈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2009년 2월 3년간 공을 들였던 고등훈련기 T-50의 UAE 수출 시도가 결국 좌절됐었다. UAE 정부는 차세대 훈련기로 이탈리아의 M346을 선정했다. T-50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지난 2005년 독자기술로 개발한 초음속 고등훈련기로, 지난 2006년부터 아랍에미리트 수출을 위한 협상을 벌여왔다. 하지만 6차례나 우선협상대상기종 발표가 연기되는 진통을 겪고 난 이후 결국 이탈리아 쪽으로 성과를 넘겨주게 됐다.


실패 원인으로는 “성능에 대한 평가는 좋았지만 가격이 다소 높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와 UAE 간 오랜 협력의 역사를 그 배경으로 들 수 있다. 이탈리아는 또 M346 수출을 계기로 20억 달러에 달하는 항공분야 협력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측 간 전통적인 군사관계의 틀을 한국이 뚫고 들어가기 어려웠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이번 원전 수주다. 현재 3개 후보에 포함돼 있지만 한국의 수주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대로 필자가 지난 8월 UAE 현지를 방문했을 당시 ‘프랑스 우세론’에 자주 접할 수 있었다. 그 근거는 T-50 수주 때와 마찬가지다. 프랑스와 UAE의 군사협력관계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UAE 군대의 상당수 장비가 미국과 프랑스에서 수입한 것들이다. UAE 군관계자와 고위지도자들은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단순한 에너지프로젝트로만 보지 않고 있다. 핵 시설이라는 점에서 안보 전략적 차원도 고려하고 있다. 결국 프랑스의 입지가 상당히 탄탄하다는 얘기다. 이를 반영하듯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미 지난 5월 UAE를 방문해 정상회담을 갖고 원전에 관한 수주 외교를 벌였다.


UAE 국방의 현주소는


T-50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원전 수주에 있어서도 UAE의 군사엘리트의 역할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아랍 부족장의 힘은 두 가지 요소로 상징된다. 하나는 석유와 같은 자원에 대한 통제권이고 나머지 하나는 군사력이다. 자원은 곧 경제력 그리고 군사력은 정치력으로 대변된다. 부족 내 최고 엘리트인 부족장과 그의 일가는 그래서 경제 엘리트이자 정치 엘리트의 역량을 갖추고자 한다.


UAE는 21세기 현대 사회에서도 부족주의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연방 내 7개 토호국은 각자 다른 부족 혹은 가문으로 구성돼 있다. 정치와 국방에 있어서만 연방의 틀에 따르고 경제문제에 있어서는 각 토호국이 독립성을 가진다. 군대의 경우도 1976년 잠정헌법이 통합 연방군 창설을 규정했지만, 두바이의 반대로 1997년에 이르러서야 통합사령부 창설이 가능했다.


영국으로부터 1971년 독립할 당시 UAE의 병력은 1600명에 불과했다. 영국군 장교들로부터 훈련을 받았고, 병력의 60%는 주변국 출신의 외국인이었다. 현재는 그 수가 크게 늘어 약 6만 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 UAE 정부는 약150억 달러의 예산을 집행하면서 군현대화, 방위능력 강화, 그리고 최신 기술 및 장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UAE 방위전략의 중심축이다. 1991년 걸프전 종전 이후인 1994년 미국과 방위협력협정을 체결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군 부대와 장비의 주둔은 물론 자국의 공군부대를 미군이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2004년에서 2007년까지 64억 달러에 달하는 최신 전투기를 미국으로부터 사들였다. 또한 1000여 명에 달하는 UAE 장교 및 직업군인이 미국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미국에 이어 UAE에서 가장 활발한 군사협력을 펼치는 나라는 프랑스다. 2003년 UAE는 미국, 영국, 그리고 프랑스와 합동으로 공군비행전투단을 창설하고 이를 위해 훈련센터를 설립했다. 미국에 이어 UAE는 프랑스로부터 가장 많은 무기를 수입하고 있다. 최근 미라지 2000-9와 Panhard 경전차를 구입했다. 또한 이란의 핵 개발로 걸프지역 내 긴장이 고조되면서 UAE 정부는 핵 개발은 물론 전반적인 군사력 강화에 프랑스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UAE 군사엘리트는


전통적인 부족주의에 의거해 UAE의 군사엘리트는 정치엘리트와 거의 같은 인물로 구성돼 있다. 연방정부군의 사령관은 아부다비 지도자인 셰이크 칼리파 븐 자이드 알 나흐얀이다. 셰이크 왕세제인 셰이크 무함마드 븐 자이드 알 나흐얀은 부사령관이다. 국방부 장관은 두바이의 지도자인 셰이크 무함마드 븐 라시드 알 마크툼이다. 두바이가 정치 및 경제력에 있어서 두 번째로 큰 토호국이라는 점에서 연방 국방장관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통합 연방군의 명령권은 최대 토호국인 아부다비 지도자들이 장악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군사엘리트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셰이크 칼리파는 연방 대통령이자 아부다비 지도자이고 셰이크 무함마드는 차기 연방대통령이 될 인물이다. 더불어 이들은 UAE 경제를 좌지우지한다. 모든 석유자원은 정부, 혹은 왕족의 소유다. 무소불위의 경제력을 행사하고 있다. 셰이크 무함마드는 또 아부다비의 최대정부투자회사인 무바달라개발회사(Mubadala Development Company)의 회장이다. 이 두 사람이 아부다비의 모든 경제정책과 입찰의 최종 결정권자다.


실제로 아부다비의 국방과 전략에 관련한 결정은 왕세제 셰이크 무함마드의 소관이라고 볼 수 있다. 국정전체를 이끄는 셰이크 칼리파는 사업 계약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보고만 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셰이크 무함마드와 그의 군대 내 심복들이 T-50 사업의 최종 결정권자였고, 원전 사업 결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UAE의 사업, 특히 아부다비 내 수주를 위해서는 부족주의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정치, 경제, 그리고 군사 통합엘리트의 구조를 적확히 파악해야 한다. 아부다비 그리고 UAE의 의사결정구조가 아직은 현대자유주의체제로 이양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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