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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인도로부터 오는 충격

인도 김응기 비티엔 대표이사 2009/10/26

“인도의 충격”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번역 출간된 인도에 관한 책이 있다. 2007년 1월 인도의 현재를 방송한 일본 NHK방송국의 다큐멘터리를 계기로 당시 취재 프로젝트에 참가하였던 방송기자 등 취재팀 일원들이 각자의 인도감회를 담아 낸 내용이다.
그들이 책에서 말하는 “인도의 충격”이란 과거 인도와 인도문화를 접하면서 그들의 가치관에서 느껴지는 “충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도의 현재가 이제까지의 인도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에서 느끼는 상황을 “충격”이라고 글머리에서 밝히고 있다.


인도의 현재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외국인이 갖는 느낌의 정도를 “충격”이라는 정도로 표현하는 것은 조금도 무리한 이야기가 아니다. 왜냐면 인도에서 살고 있는 인도인조차도 스스로 충격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이러한 충격이라는 느낌은 최근 인도를 방문하는 한국인들도 충격에 대한 정도에서 다소의 차이는 있겠지만 의미엔 다를 바 없다.
외국인이던지 인도인이던지 그들이 받아들이는 충격의 바탕에는 “변화”라는 단어가 자리하고 있다. 그 변화는 인도인이라는 인적 요소 그리고 그들이 이루어낸 경제성과라는 물적 요소 모두를 아우르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모습을 두고 7-8년 전부터 인도를 BRICs라고 하기도 하고, 향후 2020년에는 세계 2,3대 강국이 될 것이라는 여러 기관들의 예측이 쏟아지고 있다. 인도 경제성장의 성과가 실생활 전반에 확연히 보이기 전인 21세기 초만 하여도 이러한 주장에 일반인들은 반신반의 하였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이 점에선 누구도 대놓고 부정하지는 않는다.
 

또 다른 충격


사실 인도의 성장변화에 따른 충격조차도 다시 세세하게 이야기하기엔 진부함마저 없지는 않다. 인도에 대한 기존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이들 대부분이 그다지 어렵지 않게 지금의 변화된 인도를 경험하면서 나름 경험한 일이기에 새삼스럽게 강조할 필요가 없다. 그러면 여기에 이야기하고자 하는 “인도로부터의 충격‘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가?


인도가 최근 한국과 한국 기업인에게 또 다른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한국인이 최근 인도에서 받아들이게 되는 충격은 인도의 변화에서 출발하고 있고 변화된 인도가 스스로의 위상을 키운 사실에서 던져지고 있다.
비즈니스 인도 관계로 몇 년 전만 하여도 한국기업은 환영받는 대상이었다. 환영의 정도가 지나칠 정도의 환대로 보일만큼 좋았던(?) 시절도 그리 먼 옛 이야기가 아니다. 기업정문에 환영메시지를 걸어놓고 화환을 준비하고 회사관계자가 즐비하게 도열하여 맞이하는 모습에 오히려 아무런 응대준비를 하지 못한 방문객 입장이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그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의 회동 과정에서 나타난 우리에게 기대하는 비즈니스 수준 역시 매우 높았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거나 아니며 사는 어느 경우에서도 한국경제에 대한 그들의 이해는 사실 실상보다 훨씬 과대평가된 면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겠지만 그들의 비즈니스 욕구 역시 아직 성숙된 단계가 아니기에 새로운 상대를 맞이하면서 기대하는 바가 컸던 것이 인도기업인들이 한국 기업인이던지 정부관계인들을 환대하는 이유였다.
그런 그들이 갑자기 등을 돌리고 있다. 아니 등을 돌리기까지는 전부이지는 않겠지만 이전만큼의 일상적인 환대는 온데간데없고 데면데면하기가 일쑤이다. 그런 그들을 마주하는 한국 비즈니스 관계자들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인도가 던져주었던 과거 이미지로 인도를 평가하던 한국인들에게는 어쩌면 그 정도는 배신감을 느낄 정도의 충격을 안겨주는 태도돌변이 아닐 수 없다. 만나기를 청하여도 만나기가 어렵고 만난다고 하여도 이전과는 달리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직접 대응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위 실무자 수준에서 맴도는 정도의 대꾸가 다반사이다. 비즈니스 관계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적지 않은 정부기관이나 민간 기관들의 반응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매우 저조한 한국기업의 인도 진출


1991년 인도가 개방정책을 선언한 이후로 인도 현지에서 가장 활발하게 그리고 공격적으로 개방정책에 호응한 나라 가운데 한국이 있었다. 2000년 초까지만 하여도 외국인 직접 투자에 있어서 한국의 비중은 적지 않았다. 물론 인도가 받아들인 외국인 직접투자총량이 당시에 크지 않았던 탓도 있었겠지만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한국 기업의 인도 공략은 그 당시만 하여도 인도에 전통적으로 가까이 있던 미국과 유럽의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한국의 투자서열은 상위 그룹에 속할 정도로 돋보였다.
그러나 인도가 경제성장의 모습을 드러내면서 대내외적으로 그 효과를 구매력을 갖춘 내수시장의 크기로 확연하게 증명해 보인 2003-4년 이후부터는 한국의 위치는 점차 상대적으로 낮아지기 시작하였다.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그 시기에 비즈니스 인디아에는 한국을 대신할 수 있는 유사한 성격의 국가들이 인도에 이전까지의 미온적인 태도를 벗어내고 공격적인 접근을 감행하였다. 대표적인 나라로 싱가포르와 일본이 그 선두에 섰으며 호주와 중국 등등이 그 뒤를 이었고 여기에는 전통적으로 인도와 가까웠던 유럽의 국가들의 꾸준한 진출이 더불어 있다.


여러 지표상으로도 살펴볼 수 있지만, 그 중 하나를 들어 설명할 수 있는 것으로 2008년 말까지의 한국기업의 인도 진출은 한구수출입은행에 등록된 건수로 400개 미만에 그치고 있다. 이 정도의 숫자가 어느 정도의 진출수준인지를 살펴본다면, 이는 같은 시기까지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수를 약 20,000여개로 추산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미미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중국과 인도를 단순하게 같은 형편에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인 형편 그리고 경제구조의 상황을 감안한다고 하여도 두 국가가 지니고 있는 글로벌 경제에서의 시장 잠재력을 두고 볼 때 그 격차는 상상보다 매우 크다.
한국기업의 인도 진출을 중국과 비교한 것이 이해에 다소 거리가 있다면, 한국기업과 경쟁관계에 걸치는 폭이 큰 일본기업의 인도 진출을 비교해보자.
인도개방 초기에 일본기업은 인도 진출을 시도하면서 한국기업과 마찬가지로 과거의 인도이미지가 주는 많은 어려움, 비즈니스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열악한 생활환경 등에서 오는 시련을 이겨내지 못하고 마치 이솝우화에서 나오는 여우가 신 포도를 탓하고 돌아서듯 인도에서 발길을 돌렸었다. 그런 인도가 2000년대 중반부터 인도 다시보기로 돌아서면서 LG전자, 삼성전자 그리고 현대자동차 인도법인체들이 인도에서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일본의 인도전문가들이 일본제계에 각성을 촉구하면서 한국 따라잡기에 나설 것을 독려하였다.
그 결과, 2006년 전까지는 인도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숫자가 단연 일본에 앞섰으나 이러한 추세는 2007년을 기점으로 역전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2009년 지금에 이르러서는 일본기업의 인도 진출의 수적우세는 한국기업의 인도 진출 숫자보다 거의 배에 가까운 840여 개에 이르렀다. 2007-8년 한 해 동안만하여도 일본기업의 진출 숫자는 285개나 되었다고 한다.
질적인 면에서 분석 자료가 나온 것은 아니어서 정확한 언급은 어렵지만 한국의 대다수 기업들의 진출이 LG와 삼성 그리고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대기업 동반진출에 머물러 있다면 일본기업의 진출은 동반진출의 경우보다는 개별기업의 독자적인 진출이 두드러진다고 한다.
여기서 주목하여야 할 점은, 이들 일본 기업의 진출지역이 한국기업이 진출하고자 하는 지역과 거의 일치하거나 그보다 더 폭 넓게 전개되고 있다는 내용에 있다. 즉, 이러한 사실은 향후 한국기업이 뒤늦게나마 인도 진출을 감행함에 있어서 해당 산업 중심지역엔 이미 경쟁상대자가 들어서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난 3-4년 전부터, 다시 말해서 일본기업이 새롭게 인도를 해석하고 그에 따른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인 2005년 이후부터는 인도의 주요 거점 도시에 있는 비즈니스 급 이상의 호텔 로비에선 한국 비즈니스 관계인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고 일본 관계자의 모습이 넘쳤으며 게다가 그 대열엔 중국인들이 가세하였다.
IT와 BT산업 그리고 전통적인 섬유산업으로 인도 남부경제의 중심지로 부각된 벵갈루루엔 지금까지 한국기업이 개인 자영업자를 포함하여도 10여개에 지나지 않지만 일본은 기업단위 규모로만 하여도 이미 104개에 달한다는 집계가 나오고 있으니 그 격차가 얼마나 벌어지고 있는지 짐작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첸나이 지역엔 일본기업이 131개 진출한 것으로 나오는 데 이는 숫자로만 본다면 한국기업 140여 기업보다 적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기업 140여개는 거의 대부분이 현대자동차에 관련된 1,2차 그리고 3차 벤더의 관계이거나 이를 지원하는 서비스 업종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일본기업의 성격은 이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아직 현대자동차와 같은 굴지의 대기업이 첸나이에 기반을 세운 형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제각기의 사업으로 영역을 개척하면서 진출한 것이기에 그 내용에 있어서 차이가 크다.
한국기업의 첸나이진출은 2009년 들어서 거의 정지 상태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현대자동차나 삼성전자 인도 제2공장 관계로 들어가야 할 기업들은 이미 들어갔음으로 더 이상 들어갈 여지가 없는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업종 발굴을 겨냥한 독자 진출이 일어나지 않는 한 기업의 추가 진출은 없어 현지에 출장 인원들을 대상으로 영업 중인 한국인이 운영하는 비즈니스 게스트 하우스들이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닌 것이 이를 간접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은 인도 경제의 중심지라고하여도 과언이 아닌 뭄바이 지역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고물가와 고 비용의 임대료 등을 이유로 웬만한 규모의 한국기업조차도 진출하기를 마다하는 뭄바이 지역에서 일본기업은 그 숫자가 한국기업의 5배에 달하고 있다.  


변화된 인도를 대하는 우리는 아직 그대로이다.


통계가 없어 비교할 수 없는 대상이 중국기업의 인도 진출이다. 아직도 인도정부 입장에선 중국 자본과 기술의 인도 진출을 드러내놓고 반대는 하지 못하지만 여러 행정처리 면으로나 법규적용에서 매우 까다롭게 하는 네거티브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호텔 등 현지 서비스 업종 종사자들은 한국인을 중국인이냐고 물어볼 정도로 빈번하게 출입하고 있다. 이런 사소한 점만 하여도 몇 년 전까지는 있지도 않은 해프닝이다.
숫자가 전부를 대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황은 이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 기업인들의 대다수는 인도를 여전히 과거 이미지의 인도로만 여길 뿐이다. 여전히 한국기업의제품정도이면 인도 기업이 눈이 휘둥그레지고 반색을 할 줄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미 일본이나 대만 그리고 낮은 등급의 제품이기는 하지만 가격적인 매력을 듬뿍 지닌 중국 기업인 그리고 여타 국가와의 교류를 통하여 거의 모든 제품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인도 기업인들은 미흡한 준비자세로 확고한 인도시장이해와 공급기반을 갖고 있지 못하여 실질적인 상담을 이끌어 갈 수 없는 한국기업인을 상대로 하면서 점차 흥미를 잃고 있다. 이미 잃고 있다고 하여도 크게 과언은 아니다. 자연 그들의 태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한국과 인도 양국의 교역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그 내용에 있어서나 여타 국가와의 비교에 있어서 크게 달라지고 있는 점은 없다. 인도시장이 갖고 있는 중요성을 누누이 역설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한국의 기업, 특히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전개되어가는 21세기 개방경제와 무한 경쟁시대에서 인도시장을 등한시 하고서도 생존과 성장을 위한 글로벌화를 이룰 수 있는 대상이 넘치는 것도 아닌 형편에선 이러한 현실은 매우 심각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비즈니스 인도를 대하는 기업인의 자세가 변하지 않는 한 이즈음 인도에서 오는 충격은 그칠 수 없을 것이고 더욱 그 충격의 파고가 거세어질 것이다.
십여 차례 이상 해마다 되풀이 되는 인도시장개척단의 성과가 실질적으로 어떻게 거두어지고 있는지 정확한 통계가 없으나 그 동안의 실적발표에 비하면 지금의 결과는 크게 거리가 있다. 이는 당시 상담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 없고 상담이후 개별기업의 진행에 적잖이 문제점이 있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인도이해부족과 시장요구에 대한 대응미숙 그리고 공급을 실현시킬 수 있는 현지기반 부족에 더 큰 문제점이 발견된다.
이러한 과정이 되풀이 되면서 실질 구매의사를 지닌 인도 기업인의 대 한국기업에 대한 반응은 냉담하게 돌아 설 수밖에 없고 그들의 발길은 중국과 일본으로 쏠리면서 새삼 인도시장에 넘치는 그들의 재화와 서비스를 보면서 이를 지켜보는 우리의 기업은 충격을 받게 된다.


지금 다시 하여도 늦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불과 몇 년 사이에 일어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에 대한 여전한 정치적 불편함과 최근 벌어지고 있는 중국제품에 대한 신뢰도 저하는 우리에게 여전히 인도시장을 대응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일본과 여타국가의 제품과의 경쟁에서도 그동안 우리에게 미흡하였던 부분들을 보완한다면 여전히 제품수준이나 동등하거나 엇비슷하면서 가격경쟁에서 다소의 우위를 차지한 강점을 살릴 수 있는 것이다.
핵심은 인도시장이해와 대응방안을 구축하는 준비된 자세에 있다. 인도이해를 과거 인도에 대한 이미지에 사로잡혀 미숙한 아이들을 상대로 한 임시변통의 장사치가 아닌 거대시장을 꾸준히 이어가려는 장기 계획을 갖고 대하는 진정한 기업인의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인도가 변하였고 그 변화로 현란한 세련미를 갖추고 있으니 당연 우리의 대 인도 비즈니스 문화도 이에 걸맞거나 뛰어넘을 전략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그저 가보는 인도시장이 이미 아니다. 시행착오를 겪었고 겪고 있지만 아직 인도시장은  우리에게 여전히 글로벌 기회로 남아 있다.
충격은 새로운 각오를 낳는다. 일본이 지난 인도충격에서 벗어나 새롭게 구가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에게도 이제 인도는 새로운 자세로 임하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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