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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중동 시장 문 활짝 열린다!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서정민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2009/11/25

국제금융위기가 끝나가는 조짐을 보이면서 중동 시장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플랜트 수주와 상품 수출이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에서 걸프 지역의 UAE,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쿠웨이트, 카타르 등 우리의 기존 전략적 진출국가 외에 다른 중동국가들에서도 긍정적인 분위기가 마련되고 있다.
 
우선 이란이 서방과의 핵협상에 다소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향후 보다 포괄적인 진출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이라크의 경우 내년 1월 총선이 끝나고 보다 안정적인 정부가 들어서면 석유법 통과로 에너지 및 기타 분야의 진출에 문호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 이외에 북아프리카의 알제리와 리비아는 또 다른 관심을 끌고 있다. 리비아는 에너지 산업 개방에 이어 다른 분야에서도 개방정책을 꾸준히 펼쳐나가고 있다. 개방과 더불어 민간부문이 점차 활성화되면서 외국 기업의 진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옆 나라 알제리의 경우 오랜 내전의 상처를 치유하면서 적극적인 성장전략을 펼치고 있다. 마지막으로 수단의 경우도 석유산업의 발전 여파로 소비가 크게 증가하고 타 분야에 대한 발전전략이 수립되고 있다.


최근 우리의 관심을 가장 덜 받았던 나라도 문이 열리고 있다. 기업에서는 관심을 가지고 이미 조심스럽게 하지만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지만, 유독 정부의 관심을 오랫동안 받지 못해 온 나라가 바로 시리아다. 아랍 22개 국가의 지도를 들여다보자. 우리와 외교관계를 맺지 않은 유일한 나라는 시리아다. 북한과 친밀한 ‘형제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다. 왕국이 아니라 공화국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김정일 체제와 같이 아들 바샤르가 아버지 하피즈 알-아사드의 정권을 물려받았다. 더불어 미국으로부터 ‘악의 축’ 혹은 ‘테러지원 국가’로 지목된 국가다. 현재도 레바논의 반정부 세력을 지원하고 팔레스타인의 하마스를 지원한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은 시리아에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런 국제적 그리고 지역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경제외교가 마침내 봉오리를 맺기 시작했다. 중동의 마지막 미수교국인 시리아에 코리아비즈니스센터(KBC)가 문을 열었다. 12일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커스에는 ‘다마스커스 KBC’ 개소식이 열렸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부설기관인 KBC는 한국과 시리아의 무역과 산업협력의 중계 및 조정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개소식에 참석한 조환익 코트라 사장은 “시리아 정부의 적극적인 대외개방 조치로 한국과의 교역 규모가 크게 늘어나면서 KBC가 시리아에서 문을 열게 됐다”며 “앞으로 KBC가 한국 기업과 현지 기업 간의 상품 수출입은 물론 양국 간 경제협력 확대의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선 정부와 외교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시리아의 문을 공식적으로 열어젖힌 코트라의 적극적인 해외활동에 박수를 보낸다. 코트라는 시리아에 한국 기업의 전초 기지인 KBC를 개소하기 위해 매년 ‘다마스쿠스 국제박람회’에 참가하는 등 10여 년 전부터 공을 들여왔다. 레바논, 요르단, 이집트 등 주변국에 주재 중인 코트라 직원은 그동안 수십 회 이상 시리아를 방문하여 현지 정재계 인사들과 인맥을 쌓아왔다. 오랜 노력이 결실을 거둔 것이다.
 

전쟁과도 같은 세계 무역 전선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코트라는 올해 8월 중국 시안과 이달 10일 수단 하르툼에 KBC를 각각 개설하는 등 선진국에 파견된 인력을 줄여 신흥시장으로 재배치하고 있다. 대기업 보다는 정보력과 해외영업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쿠바의 아바나에도 KBC를 설치해, 미수교국에 진출한 KBC는 2개로 늘어났다. 현재 코트라는 72개국에 99개의 KBC를 운영하고 있다. 한때 지나친 규모 확대로 감사를 받으며 해체설까지 나왔던 코트라가 신흥시장 개척이라는 보다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모한 것이다.
 

특히 정부의 소극적인 접근에도 불구하고 시리아와 같은 미수교국가에 적극 진출하는 움직임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우리 기업은 이미 시리아에 많은 제품을 팔고 있고, 이미 진출에 사업터전을 닦고 있는 중소기업들도 있다. 시리아에 대한 한국 기업의 수출은 2005년 4억 달러를 처음 넘어선 이후 매년 두 자릿수 퍼센티지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세계 금융위기 속에서도 전년보다 30% 증가한 7억8000만 달러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시리아 거리는 현재 한국 차들도 가득하다. 특히 기아와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시리아 시장점유율에서 3위 도요타(3.6%)와 현격한 차이로 1위(30.8%)와 2위(25.5%)를 나란히 기록했다. 삼성전자도 현지 통신공사와 합작으로 유선전화 교환기 시스템 회사 ‘ST 삼성’을 설립했고, LG 전자도 다마스쿠스 지사를 두고 있다.
 

개설 자체가 어려웠던 만큼 시리아의 KBC 출범은 또 다른 외교적 함의를 담고 있다. 시리아와의 외교관계 수립을 위한 노력은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엔에서의 북한 관련 표 대결을 위해 우리는 확대외교를 펼쳤었다. 더 많은 한국 지지 국가들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나라와 외교관계를 맺었다. 당시 우리의 정보기관은 태권도 사범 등을 통해 시리아와도 물밑 접촉을 추진했었다. 상당한 결실도 있었다. 북한과의 긴밀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한 때 시리아는 우리와 외교관계 개설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문제는 소국 기질을 가진 우리 자신이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반대를 스스로 우려했었다. 물론 미국 내 여론과 정치인을 움직인 세력은 유대인 로비스트들이었다. 팔레스타인 저항단체에 물질적, 정신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시리아의 고립을 조장하는 세력이었다. 조지 부시 행정부 당시에도 시리아 주변의 외교공관과 국정원 그리고 코트라 직원들은 시리아와의 관계 수립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뛰었다. 그러나 국내의 생각은 달랐다. ‘악의 축’으로 규정한 국가와 외교관계를 맺는 것은 ‘한미 동맹’ 정신에 어긋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극동의 작은 나라인 우리는 무역에 의존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얼마 전 나온 통계에 따르면 우리의 무역의존도는 90%가 넘는다. 세계 11위다. 외교와 해외 진출 모두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것이다. 미국과의 동맹도 안보적 그리고 경제적 차원에서 우리의 생존에 중요하다. 하지만 미래의 경제적 안보를 위해 우리는 아프리카 오지에도 진출해야 한다. 상당 규모의 내수 시장을 가진 미국, 중국, 일본, EU 등과는 상당히 다른 상황에 처해있는 것이다.
 

9.11 테러가 발생한 21세기에도 우리가 한미동맹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동안 우리의 시장은 크게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중국 등에 잠식당하고 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파병을 수행하고 아프간의 재파병을 결정하는 사이 중국이 그 공백을 메워나가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에 반발하는 중동과 다른 제3세계는 중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환영하고 있다. 이란의 핵개발 사안에 대해 우리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이사회에서 반(反)이란 표를 던지는 동안 중국은 이란의 가스전 개발의 최대 수혜자가 되고 있다. 이미 중동 및 아프리카 여러 나라의 석유자원 개발에 중국은 수천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고, 이들 지역 슈퍼마켓의 물건은 ‘메이드 인 차이나’로 채워지고 있다.
 

본격적인 경제 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다. 시리아를 시작으로 우리는 보다 적극적인 경제외교로 중동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나가야 한다. 걸프 산유국은 물론 현재 중동의 대부분 국가들은 개방물결을 타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미국 및 이스라엘과 불편한 관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지만 경제는 다르다. 리비아에 이어 시리아의 경우 2006년 2월 경제개혁 5개년 계획을 발표한 이후 사회주의적 경제체제에서 탈피하는 각종 개혁ㆍ개방 프로그램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전면적인 수입자유화 조치를 발표한 데 이어 올해 3월 자본주의의 상징인 주식시장을 처음 개설하는 등 경제개혁 프로그램 시행을 가속화하고 있다.
 

결코 작지 않은 나라 시리아는 상당한 잠재력을 가진 나라다. 미국 주도 서방의 경제제재에도 시리아는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버텨냈다. 중동에서도 몇 안 되는 식량자급자족이 가능한 국가다. 시리아를 사우디와 유사한 나라로 생각해서는 절대 안 된다. 시리아를 단 한 번이라도 방문한 사람은 쉽게 그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 시리아는 사계절 푸른 초원이 많은 국토를 덮고 있는 나라다. 예전부터 농업 생산량이 많았다. 중동 지역의 대부분 과일은 시리아와 이란 산이다. 최근에는 유전이 발견되고 여러 곳에서 생산을 시작하면서 향후 석유수출국이 될 가능성도 높다.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수단은 새로운 에너지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알제리와 이라크 그리고 리비아 유전도 개방되고 기타 산업이 크게 발전하고 있다. 우리가 한반도 주변 4강 외교에 주력하고 있는 동안 제3세계의 신흥 시장은 빠르게 다른 나라에 의해 잠식당하고 있다. 우리가 걸프 산유국에 집중하는 동안 다른 중동 시장은 중국, 터키,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 의해 집중적인 공략을 당하고 있다.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고려해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할 수밖에 없더라도, 이를 만회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제3세계와의 경제 그리고 문화 외교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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