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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이슬람채권 발행을 위한 법 개정 서둘러야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최두열 한국기술교육대 산업경영학부 교수 2010/01/12

작년 9월 국회에 제출된 이슬람채권(Sukuk) 발행을 위한 세법 개정안이 지난해 말까지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슬람채권에만 세금 특혜를 주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이슬람채권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이 테러자금으로 유입될 우려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는 모두 이슬람채권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의 금융 산업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저버리는 참으로 한심한 일이라고 하겠다.

 

이슬람교 경전인 코란에는 이자를 주고받는 행위 자체를 죄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슬람채권은 자금 사용에 대한 대가로 전통적 금융에 있어서의 이자가 아닌 이윤이나 사용료를 지불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슬람채권 구조의 예를 들어보자. ‘무라바하 수쿡(Murabaha Sukuk)’은 자금 차입자가 대부자에게 기초자산을 양도한 후 그 자산을 다시 양수할 때 대부자에게 이윤의 형태로 지불하는 채권이다. 또 ‘이자라 수쿡(Ijara Sukuk)’은 자금 차입자가 기초자산을 대부자에게 양도한 후 그 자산을 빌려서 사용하면서 리스료의 형태로 이자를 지불하다가 대부기간이 끝나면 자산을 다시 양수하는 형태로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이다. 그 밖에 여러 형태의 이슬람채권이 있으나 이슬람채권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기초자산의 양도ㆍ양수는 필수적인 절차이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초자산 양도 차액과 리스료는 전통금융에 있어서 이자에 해당되는 부분일 뿐이다.

 

작년에 국회에 제출된 이슬람채권 관련 세법 개정안은 위의 두 가지 구조를 가진 이슬람채권의 국내발행을 가능케 하기 위해 크게 두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첫째는 우리나라에서도 이슬람채권을 발행하고자 할 때 차입자가 기초자산을 양도한 후 다시 양수할 때 발생하는 양도차익과 양도 후 지불하는 리스료 등을 전통적 채권의 이자로 간주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둘째는 이슬람채권 발행에 필수적 과정인 기초자산의 양도ㆍ양수에 따르는 등록세ㆍ취득세ㆍ부가가치세 등 부대적 세금을 면제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국내에서도 이슬람채권을 발행할 때에 채권발행 비용 면에서 전통적인 채권 발행방식보다 추가적인 조세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던 것이다.

 

작년에 국회에 제출된 세법 개정안은 이슬람채권 발행의 경우에만 세금 특혜를 부여하자는 것이 아니다. 특혜부여가 아니라 이슬람채권 발행을 위하여 기초자산 양도ㆍ양수 시 발행하는 차익과 리스료를 이자로 취급하고 기초자산 양도ㆍ양수 시 부대세금을 면제함으로써 이슬람채권과 전통적 채권의 발행에 있어서 세제를 세금중립(Tax Neutral)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슬람채권으로 발생한 수익이 테러 자금으로 유입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단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테러 대상으로 가장 많이 희생되고 있는 미국만 하더라도 민간부문에서 주택 구입 시에 주택금융 중의 하나로 이슬람금융을 활용하고 있다. 작년만 하더라도 미국의 대표적 기업 중의 하나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자회사 GE캐피탈에서 5억 달러 규모의 이슬람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 영국도 이미 이슬람채권을 발행하고 있으며, 독일의 경우에도 주정부 차원에서 이슬람채권을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이슬람채권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테러자금으로 유입될 우려가 있다면 주된 테러 대상인 이들 서방국가들이 이슬람채권 발행을 허용하였겠는가?

 

이슬람채권을 테러라는 측면에서 보자.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 하에서 가장 무서운 테러는 급격한 외국자금의 유입과 유출에 의한 금융시장의 교란이다. 우리는 급격한 자금유입과 유출로 인한 위험성을 이미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 그리고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 이후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을 겪으면서 뼈아프게 경험한 바 있다.

 

급격한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입에 의한 국민경제 교란을 일종의 테러라고 보면 이슬람채권 발행은 전통적 채권에 비해 테러의 위험이 훨씬 적은 자금조달 수단이다. 이슬람채권은 금융위기나 차입자의 부도 등의 위기상황에서 투자자들의 급격한 이탈 위험이 전통적 채권에 비해서 훨씬 적다. 왜냐하면 이슬람채권이 실물자산에 근거하고 있고(asset based), 전통적 채권과는 달리 채권자가 기초자산에 대한 일종의 소유권(beneficial ownership)을 가지고 있어 위기상황에서 채권자가 패닉에 휘말리거나 급격한 자금유출을 해야 할 동기가 전통적 채권에 비해서 적으며 투자자들이 대부분 만기까지 채권을 보유하기 때문이다.

 

또 만일 종교적인 이유로 이슬람채권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면, 바티칸이 공식기관지(Osservatore Romano)를 통해 이슬람금융의 원칙들이 서방의 금융기관들을 고객에 대한 봉사와 금융의 근본정신에 보다 가깝게 할 것이며, 서방의 금융기관들은 이슬람채권 등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교황도 개탄한 바 있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신용평가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는 신용평가회사의 평가등급에 의해서만 신용이 무분별하게 확대 재생산된 것에 기인한다. 그러나 이슬람채권의 경우 실물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그와 같은 무분별한 신용의 확대 재생산이 원천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이슬람채권은 그 구조상 금융의 안정성에 기여하는 채권이라는 점이 인식되어야 할 것이며, 새로운 금융수단에 대한 거부감에 앞서 그 실체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슬람채권은 단순히 이슬람교도들이 발행하고 투자하는 채권이 아니라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이슬람권까지 포함한 전 세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채권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슬람권에는 2000년대 초반부터 고유가의 혜택을 받은 중동 산유국들의 오일달러가 대규모로 유입되고 있다. 페르시아만협력회의(GCC) 6개국의 경우만 하더라도 2002년부터 2006년 사이에 유입된 오일달러 액수만도 1조5천억 달러에 이른다. 이를 바탕으로 이슬람금융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무디스(Moody’s)에 따르면 이슬람 금융자산은 지난해에 7,500억~8천억 달러 규모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매년 20~30%의 초고속 성장세를 보였으며, 올해 말에는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금융자금은 이슬람 율법에 맞는 투자대상을 물색하고 있는데 적절한 투자처를 제공해 주는 수단 중의 하나가 바로 이슬람채권이다. 이슬람채권은 2001년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2009년만 하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적어도 180억 달러 이상이 발행된 것으로 추정되며 발행잔액도 1,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석유가 고갈되기 전까지 지속될 것이다.

 

이슬람금융과 이슬람채권의 잠재적 성장성을 인지하고 이슬람금융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이슬람금융과 이슬람채권을 자국의 금융시스템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앞다투어 제도정비에 나서고 있다. 그 중에서 말레이시아는 이미 이슬람채권 발행을 위해 세제를 세금 중립적으로 개선하여 이슬람금융의 허브를 지향하면서 이슬람채권 발행의 선도국가로 나서고 있다. 싱가포르는 이슬람금융에 대하여 일반금융과 동일한 감독체계를 적용하면서 싱가포르 달러 표시 이슬람채권에 대해서는 싱가포르 국채와 동등한 세금 및 규제를 적용하는 등 자국 내 이슬람금융 활성화를 위하여 각종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영국도 2008년 이슬람채권을 발행한 이래 이슬람금융을 통상적인 금융거래와 동일하게 취급할 수 있도록 인지세의 이중 부과 폐지 등 이슬람금융을 위한 세금중립적 세제개편을 위해 각종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일본은 2008년에 일본 은행들이 해외지점을 통하여 이슬람금융을 사용할 수 있도록 이미 관련 제도를 개선한 바 있고, 현재 도쿄미쓰비시UFJ은행 말레이시아 지점이 현지에서 이슬람금융 허가를 받아 영업을 하고 있다.

 

이처럼 이슬람 금융시장을 선점하기 위하여 각국 간에 이슬람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개선의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의 무지로 인해 필요한 금융 인프라를 제때에 마련하지 못한 것은 우리 국회의 직무유기라고 하겠다.

 

국회의 이슬람채권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하다. 이슬람채권은 단순히 이슬람교도들만이 발행하고 투자하는 채권이 아니라 이슬람권까지 포함한 전 세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채권이다. 이슬람 채권은 실물자산에 바탕을 두고 있고 자금의 유출입이 적어 금융의 안정성 확보에 기여도가 높아 향후 통일을 비롯한 막대한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적합한 커다란 자금 조달원이라는 점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이번만큼은 국회가 하루빨리 직무유기에서 벗어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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