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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Mercosur 때문에

브라질 / 아르헨티나 조희문 한국외국어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2010/01/26

양국간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관계다. 80년 중반 민주화와 세계화의의 바람을 타고 남미공동시장(Mercosur)을 형성한 이래 서로 발목을 붙잡고 티격태격이다. 지난 91년 남미에 EU와 같은 공동시장을 만들자는 원대한 이상을 품고 출범한지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 불완전한 관세동맹(CU)에 머물고 있다. 97/8년 국제금융위기에 휘청거리고 역내교역량이 정체상태에 빠지면서 양국간 통상마찰은 점입가경이다. 그래서 Mercosur역사는 양국간 통상마찰의 역사라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무역마찰은 이제 감정적인 단계에 접어들은 듯 하다. 작년 말 아르헨티나 정부는 브라질의 품질인증기관인 Inmetro(국가측량연구소 – 도량형 및 제품•서비스의 안전심사를 총괄하는 정부기관)가 발행하는 인증서를 더 이상 인정하지 않기로 발표했다. 브라질 제품이 아르헨티나에 들어가려면 아르헨티나기관의 안전검사를 받으라는 것이다. Mercosur규정에 위반하는 명백한 비관세장벽이다. 브라질이 즉각 반격했다. 12월 30일 브라질로 들어오는 아르헨티나 장난감에 대해 수입허가증을 요구하는 발표를 했다. 역내자유유통이 보장된 제품에 대해 수입허가를 받도록 했으니 국경을 통과하는데 최대 60일을 기다려야 한다.


국제통상법교수인 개발부 무역국장 웰베르(Welber Barral)박사는 이번 조치가 아르헨티나의 무역규제에 대한 보복조치임을 명백히 했다. 작년 10월 당시 브라질 개발부장관인 미겔(Miguel Jorge)박사가 아르헨티나에 취한 조치가 무역정책의 변화를 위한 압력이지 통상보복은 아니라는 입장과는 확연한 변화가 있다. 브라질의 이번 조치로 수출이 까다로워진 아르헨티나 제품은 이제 40개로 늘어났다.


브라질 재계는 이번 조치를 환영하면서 차제에 Mercosur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브라질이 더 이상 Mercosur에 볼모로 잡혀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중 필자가 몇 년 전부터 주장해온 대안에 동조하는 내용이 있어 흥미롭다. 바로 Mercosur를 현재의 불완전한 관세동맹(CU)에서 FTA로 돌려놓자는 주장이다. 관세동맹인 Mercosur는 회원국간에 역외관세율을 통일해 놓았기 때문에 역외국가와 FTA를 체결하려면 회원국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즉, 블록협상을 통해서만 FTA를 추진할 수 있다. Mercosur가 정상적인 발전을 하여, 초국가적 공동체 기구의 설립을 통해 Mercosur를 운영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었다면 지금과 같은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브라질은 자율권을 가진 공동체기구의 설립에 반대했고,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는 역내교역으로부터 별 이득을 얻지 못했다. 교역확대의 돌파구는 역외국가들과의 FTA체결을 통해 가능한데, 이것이 어려워지면서 각자의 길을 찾게 되었다. 모든 회원국이 ‘Mercosur덕분에’ 대신 ‘Mercosur때문에’ 역외국가와 FTA를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Mercosur를 FTA로 돌려놓으면 브라질이 책임국의 부담도 덜고 역외국가와 FTA도 체결할 수 있다. 그래서 브라질재계가 가장 안달이 난 것이다. 룰라의 등장이래 한창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는데 ‘Mercosur때문에’ 시장개척에 발목을 잡혀있기 때문이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원래부터 경쟁국관계이다. 영토와 인구로 보자면 아르헨티나는 브라질의 상대가 안된다. 그러나 지형적으로 북쪽은 아마존, 동쪽은 안데스로 가로막혀 있어 브라질은 남쪽의 아르헨티나와 동거동락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양국의 애증은 자연적인 현상이다. 문제는 아르헨티나이다. 브라질과는 무역적자를 이유로 브라질트럭의 입경을 금지하고, 우루과이하고는 외국인투자유치 문제로 견원지간이 된 상태이다. 여기에 베네수엘라까지 들어오면 Mercosur는 통제불능의 관세동맹이 될 수도 있다. 정치적 논리를 배제한다면 현실적인 해법은 서로를 놓아주는 것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자성의 시간을 갖은 다음 다시 노력해보는 것이다.


사실, 브라질 기업인들의 Mercosur에 대한 관심은 이미 상당히 줄어들어있다. 경제수치가 입증한다. 1998년 브라질 수출의 17.4%가 Mercosur에서 이루어졌으나, 2008년에는 11%, 작년에는 한자리 수로 마감했다. 브라질은 외국인투자와 수출증대로 외환보유고가 급증하고 있는데 반해, 아르헨티나는 그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사실, Mercosur가 이 지경에 이른 데에는 브라질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 공동시장의 성립을 목표로 설정해 놓았으면서도 이에 필요한 공동체 기관의 설립에는 인색했다. 얼마 되지도 않는 회원국들이 서로 합의하여 결정하면 되지, 뭐 하러 주권을 제한하려는 것이 이유였다. 그리고 예민한 품목이라고 하여 자동차, 설탕, 에탄올 등은 무역자유화 품목에서 제외되어 있다. 역내시장도 통합하지 못하고, 역외시장과의 협상에서도 정책조율을 못하니 사실상 불구자인 셈이다.


브라질은 국제협상에서 Mercosur가 협상블럭으로 활동할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것도 만만치 않다. EU와의 협상에서 아르헨티나가 자동차시장의 개방을 반대하더니, 도하라운드에서도 브라질과 대립 각을 세웠다.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관세동맹인 것이다. 이 정도면 처음으로 돌아가자 하더라도 굳이 말릴 사람이 많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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