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남아공, 핵무기 포기에서 아프리카 원자력 허브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서정민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2010/04/20

한국 대표팀이 참가하는 2010년 월드컵 개최로 최근 우리에게 친근한 나라,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한국과의 경제 전반 특히 원자력 협력에 있어서도 중요한 거점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만 아니다. 월드컵 개최를 앞둔 남아공은 최근 고민에 빠져있다. 전력수급에 심각한 우려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2008년 초 발생한 전력공급 부족현상이 두드러져 제한송전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남아공 월드컵 개최도시는 요하네스버그(Johannesburg), 케이프타운(Cape Town) 등 9개 도시다. 사용될 경기장은 10개다. 남아공 월드컵의 경제적 효과(GDP)는 약 73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주요 수혜산업은 건설, 통신, 관광산업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직접적 경제적 효과 외에 남아공 국가와 기업의 이미지 제고, 각종 국제경기 개최 여건 제공, 남아공 경제에 대한 신뢰도 증대,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입증가 등 간접적 경제효과도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사회 전분야로 파급되고 있는 노동쟁의 및 남아공 정부의 비효율적 관리시스템 운영, 고급 기술 인력의 해외유출로 인해 월드컵의 긍정적 파급효과를 극대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치안, 실업, 인프라 구축 미비 등으로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 및 운영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실질적으로 남아공 정부는 물론 기업, 호텔 등에서 걱정하고 있는 것은 전력이다.


남아공은 최근 심화되고 있는 전력공급 부족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2025년까지 현재의 발전용량 약3만 8000MW를 두 배로 확충하는 전력인프라 확충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로서는 독립발전(IPP) 프로젝트 및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 위주로 참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아공은 우리나라의 전력기술을 높이 평가하고 있고, 우리 기업의 참여를 적극 요청하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현지 기술인력 교육지원 등과 같은 상호 협력관계 구축을 통해 우리 기업의 남아공 전력시장 진출을 지원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핵무기를 포기한 남아공


남아공의 핵 개발 역사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특히 핵무기 개발을 천명한 북한과 접한 우리에게 남아공의 평화적 핵무기 포기는 더욱 그렇다. 핵무기를 개발해 보유한 나라가 이를 포기한 경우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거의 유일한 사례로 남아 있다. 남아공은 국제원자력기구 사찰 과정을 거쳐 비핵국가로 되돌아갔다.


남아공은 냉전시절인 1974년께부터 핵무기 개발에 들어갔다. 남아공은 당시 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으로 인한 국제적 고립과 쿠바군의 앙골라 사태 개입 등 주변 아프리카 정세 불안 등에 대비하기 위해 핵무기 개발을 시작했다. 78년 12월 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을 완료한 뒤 89년까지 비밀리에 6기의 핵무기를 만들었다. 그러나 80년대 말 사회주의권과 소련이 붕괴하면서 주변 안보상황이 급변했고, 쿠바군도 철수했다. 또 당시 남아공 백인 정권은 장래 탄생할지도 모를 흑인 정권에 핵무기를 넘겨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어 그것들을 미리 해체하는 쪽으로 나아갔다. 그런 뒤 남아공은 91년 9월 국제원자력기구와의 안전조처 협정 서명 이후 2년 반 동안 50여 핵 관련 시설에 150여회의 사찰을 받았다.


남아공은 핵무기를 포기했지만 원자력 발전소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남아공의 전력생산을 주도해온 석탄 화력발전소의 위치 때문이다. 남아공의 주요 석탄광은 주로 북부에 위치해 있다. 이 때문에 발전소도 탄광 주변에 많이 지어졌다. 문제는 남아공의 전력소비가 남부 해안인 케이프 타운이나 더르반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석탄을 장거리 운반하는 것이나 전력을 멀리 송전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판단한 남아공 정부는 원자력 발전소의 건설을 결정했다.


현재 남아공에는 두 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 중에 있다. 쾨베르그(Koeberg)에 있는 가압수형원자로(PWR)들이다. 쾨베르그-1기는 1976년에 착공돼 1984년에 상업운전을 시작했고, 쾨베르그-2기는 같은 해 착공돼 1985년 가동됐다. 각각 921MWe 용량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울진 1,2호와 같이 프랑스 Framatome 기술로 건설됐다. 아프리카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인 동시에 현재도 유일하게 상업적 운전을 하고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발전은 전체 발전의 5% 정도만을 차지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 확대 추진 중


남아공은 전력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과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위해 1999년 본격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 해 남아공 정부는 원자력 에너지 개발 및 평화적 이용을 위해 원자력법을 제정했다. 더불어 원자력 관련 연구개발, 원자력치료기술 및 방사능폐기물 관리 등을 전담하는 원자력기업(NECSA) 외에 안전관리 업무 등을 담당하는 원자력규제청(NNR)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값싸고 풍부한 국내자원에 의존해 저렴한 전력을 생산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국내 수요를 충당하지 못하면서, 추가 원전 건설계획이 2006년 이후 계속 나오고 있다. 그해 남아공 정부는 케이프 지역에 원전건설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7년 초 국영전력회사(ESKOM) 이사회는  2025년까지 원자력 발전을 20GWe까지 끌어올려 전체 전력생산의 25% 이상을 차지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프랑스의 아레바(Areva)와 미국의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수주에 성공해 사업을 추진해 나가려 했다.


그러나 2008년 12월 에스콤은 급작스레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재정난이 그 이유였다. 남아공 정부도 원전 건설이 수년 늦어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NESCA도 2025년까지의 건설계획을 수정해 “2030년까지 건설될 원전들이 27GWe를 생산해 전체생산의 30%를 담당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남아공 정부는 월드컵이후 재정상황이 개선되면 즉각적으로 원전건설에 착수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2009년 5월 남아공 정부와 ESKOM은 “2012년 새로운 원전 건설을 시작해 2018년까지 4000MWe 규모의 발전소를 건설하길 희망한다”고 밝힌바 있다. 자원에너지부 넬리시웨 마구바네차관도 “우리가 재정을 감당 할 수 있건 없건 남아공은 실질적으로 원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고 강조했다.


핵 허브를 꿈꾸는 남아공


남아공은 현재 재정난으로 대체 에너지 개발 정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 최초의 유일한 원전보유국가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나가고 있다. 월드컵 이후 본격적인 원자력 전력생산 분야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4년의 핵에너지 이용 경험을 바탕으로 아프리카에서 원자력 관련 분야를 주도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아프리카 남부는 물론 아프리카 전체의 핵 허브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남아공의 야심에는 이유가 있다. 우선 국내 전력공급이 현재 부족하기 때문이다. 남아공은 한반도의 6배에 달하는 면적에 4600만 명의 인구를 가진 거대한 나라다. 여기에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 탄소배출을 제한하는 국제적 규범이 적용될 경우 현재의 석탄 의존형 전력생산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남아공 정부는 2003년 재생에너지 백서(White Paper on Renewable Energy) 발표 이후 2013년까지 바이오매스 등을 활용 총 전력 생산의 5%를 충당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남아공 정부가 원자력 발전에 나름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풍부한 천연자원이다. 남아공 GDP의 6.3%, 수출액의 30%를 지하자원이 점유하고 있다. 생산량 기준 세계 1위의 광물인 금, 플래티넘, 망간, 크롬, 질석, 바나늄 등이 대표적이다. $80/kgU 이하로 회수할 수 있는 고품질 우라늄의 확인된 매장량은 231천 톤으로 세계 4위에 해당한다. 우라늄 광석 수출에 이어 고가의 원자로 농축연료를 생산해 국내소비는 물론 해외 수출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남아공 핵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궁극적으로 남아공이 꿈꾸는 핵 허브는 아프리카 남부의 최대 공업국으로서 미래에는 주변국의 에너지 공급까지 책임진다는 것이다. 풍부한 지하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남아공과 주변 국가들에 있어 철강 산업 등 광산업 발전에 엄청난 전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향후 남아공의 핵 기술이 각광을 받는다는 전망을 뒷받침 한다. 남아공 전력회사 ESKOM은 아프리카 내 최대 전력회사로 남아공뿐만 아니라 남부 아프리카 전력의 95%,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전체전력의 60%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보츠와나, 레소토, 모잠비크, 나미비아, 스와질란드 그리고 짐바브웨는 남아공 전력 수입 의존도가 크다.


아프리카 전체를 보아도 대륙의 에너지 허브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아프리카는 세계 인구의 14%가 살지만, 세계 상업용 에너지의 7%를 생산하고 있고 생산된 에너지의 단지 3%만을 소비하고 있다. 또한 아프리카의 인구는 매년 3% 정도 성장하고 있지만, 에너지 인프라 개발의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1차 에너지 공급이 소비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하는 만성적인 공급부족 현상을 보이고 있다. 남아공이 아프리카 에너지 분야를 주도할 가능성이 여기서 발견된다.


아프리카의 에너지 거점으로 진출해야


남아공은 높은 잠재력을 가진 우리의 원자력 협력 대상 국가다. 더불어 한국의 원전 및 관련 기술을 전수받기 원하는 나라다. 2007년 5월 남아공 광물에너지부(DME) 차관을 포함한 대표단이 한국을 방문해 원전 신설에 대한 자문을 듣기도 했다. 가장 경제적인 방법으로 수준 높은 한국의 기술을 배우는 것에 큰 관심을 보여 왔다. 2004년 2월에 체결된 한-남아공 과학기술협력협정을 바탕으로 남아공은 나노기술, 생명공학, 천문우주, 원자력, 수소에너지 등 5개 중점 기술협력 분야를 선정해 한국과의 협력을 추진해왔다.


2008년 8월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원자력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남아공의 국영 원자력 연구기관인 NECSA 상호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양해각서에서 양 기관은 원자력 안전 및 원자로, 핵연료, 방사성폐기물 관리, 원자력 시설 해체 및 제염, 원자력 응용, 환경 모니터링, 방사성 기술, 인력개발 등에서 광범위하게 협력을 추진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양 기관은 이를 위해 관련 기술정보를 교환하고 합의한 주제의 공동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상호 시설 방문 및 회의 개최를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 양국의 협력이 본격화하지 못하고 있다. 남아공의 잠재력을 적확히 파악하고 있는 서방은 전통적으로 남아공과 유럽 국가들과의 에너지‧광물자원 협력을 강화하여 왔으며, 최근에는 중국․러시아 등의 진출이 확대 추세에 있다. 특히 중국은 자국의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에너지‧광물자원 확보를 위해 최근 남아공 광산개발 투자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만 중국 제2의 철강 유통업체인 Sino Steel이 페로크롬 광산개발에 2억 3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중국 국영 철강생산업체인 Jisco는 남아공 IFM社 지분을 인수(29%)하여 연간 12만 톤의 페로크롬을 생산해 중국․대만․일본․한국 등에 판매하고 있다. 또 Zijin Mining도 남아공 Ridge Mining사(플래티넘 생산) 지분 20% 인수해 핵 원료에 대한 관심도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2007년 7월 원자력에너지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우리도 시급히 남아공과의 원자력협력협정 및 원자력안전협정의 조속한 체결과 실질적 협력에 나서야 한다. 또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남아공과 다른 아프리카 국가의 진출을 위해서는 다른 지역의 시장과는 차별화된 접근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아프리카 국가와는 패키지 딜을 통한 진출이 필요하다. 사업비가 없어 원전 건설을 연기하고 있는 남아공과의 전략적 협력이라는 장기적 목표를 가지고 접근해야 할 것이다. 즉 남아공의 기타 자원을 확보하는 등과 연계한 협상방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불어 원전건설 사업이 대규모 자금, 고급기술, 높은 위험성, 장기투자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리스크 분산차원에서 현지 및 선진 업체와 전략적 제휴도 고려할 만하다. 현지 공기업 혹은 대기업 그리고 현지 시장 환경에 정통한 선진국 업체와의 합작진출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초기에는 선진업체와 J/V 형태로 참여하여 경험을 쌓은 후 독자적인 수행능력을 확보하면서 수주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전략적 접근이 아프리카의 에너지 거점이 될 남아공 진출에 필수적이다.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게시글 이동
이전글 남아공의 주요 기업들 2010-04-20
다음글 국제유가 100달러 가능한가? 2010-04-26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