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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이란에 대한 추가제재 조치의 명과 암

이란 홍성민 중동경제연구소 소장 2010/05/31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가 큰 실익이 없다는 점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된 상황에서 미국은 추가 제재안을 UN에 다시 제출했다. 그 동안 미국과 유럽국가들이 강력히 주장해왔던 이란중앙은행을 제재명단에 등재와 원유와 가스 거래에 대한 규제강화 등의 제재안이 제외됐다는 사실은 이를 뒤받침 한다. 2006년부터 미국이 주도한 이란제재에 대한 4차례 협상과정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큰 걸림돌로 작용했지만, 이번에는 합의에 이르러 제출하였다. 이에 대해 다시 브라질과 터키는 즉각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그토록 집요하게 이란의 제재조치에 집착하는가?” 하는 문제로 되돌아가볼 필요가 있다. 지중해, 수에즈운하, 홍해 및 걸프만에 대한 통제권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의 이란에 대한 집착은 핵문제이외에 다른 시각을 던져준다. 이 같은 상황은 9/11 미테러 사태이후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집착을 연상케 한다. 그렇기에 미국과 서방의 집착은 보다 큰 의미에서 살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아랍속담에 “불씨를 입으로 불면, 불똥이 튀거나 아니면 재에 뒤덮일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지금 전세계 관심거리 가운데 가장 핵심사안중 하나인 핵(核)문제가 불씨라면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힘을 모아 그 불씨를 힘껏 불어보려는 입장이다. 물론 화염이든 재가 되든 어떤 형태로든 그 충격이 되돌아 올 것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으면서 말이다.


이런 와중에 미국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 추진과 관련하여 무기의 판매금지와 은행에 대한 제재 등을 골자로 하는 추가제재 결의안을 5월 18일 유엔에 제출했다. 이 제재안은 탱크, 전투기, 전함 등 8가지 종류의 중무장 무기의 이란에 대한 판매금지를 비롯해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관련한 화물을 적재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에 대한 국제적인 조사체제를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세부적으로는 첫째로 우라늄 채굴에 대해 이란의 국외투자 금지, 둘째로 이란에 대한 공격용 헬리콥터, 군함, 미사일 등 군수물자 8가지 품목의 판매금지, 셋째로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과 관련한 모든 활동금지 등이 그 내용이다. 물론 이 제재안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도 동조했다.


이에 반발이라도 하듯 이란은 지난 5월 17일 브라질과 터키의 중재로 이뤄진 핵연료 교환 합의안을 국제원자력기구, IAEA에 정식 제출했다. 주요 골자는 이란이 자국의 3.5% 농도의 농축우라늄 1천200kg을 터키로 반출한 뒤, 이를 테헤란 연구용 원자로 가동에 필요한 20% 농도의 농축우라늄 120kg으로 돌려받는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이란은 핵무기 비확산조약(NPT) 비준국으로서 평화적 목적의 핵 프로그램은 운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이란이 핵무기개발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핵 프로그램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터키의 에르도안 총리는 이란에 대한 제재에 반대하면서 “이란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국가도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며,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 또한 이란을 고립시키거나 국제사회가 일방적으로 제재를 가할 경우 ‘커다란 실수’가 될 것이라며 제재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는 출구 없는 막다른 길로 가는 것이며, 충돌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란제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란 또한 외국업체들의 유전개발권을 박탈해 국내업체들로 넘길 계획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란의 핵개발 의혹에 대해 국제사회의 추가제재가 논의되는 시점에 일부 외국회사들이 이란 에너지 부문의 신규 투자를 중지한 상태에서 이 같은 입장표명은 제재조치에 대해 이란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논리인 것이다.


이란이 추가제재조치에 대해 강경히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서방의 명(明)은 이란의 굴복이고, 암(暗)은 이란의 버티기로 비유할 수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이란의 버티기다. 미국의 관심은 이란경제의 개방화와 석유산업의 민영화에 초점이 맞춰져있고, 이란은 정권의 젖줄인 석유이권 만큼은 내줄 수 없다는 논리이다. 걸프전이후, 10여년에 걸친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조치에 우리는 그 해답을 보아왔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때와 다르다. 그렇기에 이란의 강경대응은 중동에서 새로운 큰 불씨로 커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아프간 전쟁이후 이라크사태가 진정되기는 했지만, 완전히 해결책을 찾지는 못한 상태이다. 미국은 서둘러 이 전쟁을 마무리하고 중동에서 FTA를 비롯한 경제문제 해결로 돌아가야 한다. 여기서 간과하지 않을 수 없는 변수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 평화정착문제이며, 이란은 이 문제에도 깊이 관여돼 있다. 다시 말하면 핵문제 해결의 배경에 이스라엘-이란간 문제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이 문제에 관한 한 미국은 이스라엘의 지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면 이란측을 지원하는 나라들을 보자! 지금은 한 발짝 물러서서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은 분명 이란의 후원세력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들 두국가가 제재조치에 동조하는 입장도 내막을 알고 보면 이라크에서의 유전개발과 무관하지 않은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이란은 총공사비 75억달러의 건설비가 투입될 이란-파키스탄간 총연장 900㎞의 가스관을 4년 이내에 건설하기로 5월 29일 전격 합의했다. 이 파이프라인은 이란의 남부 파르스 유전지대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파키스탄으로 운반하게 된다. 이 가스관을 통해 파키스탄에서 수입될 천연가스는 파키스탄 가스생산량의 약 20% 정도이다. 애초에는 인도까지 참여하기로 되어있던 거의 20년전 이뤄진 프로젝트를 인도가 참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합의됐다는 점과 파키스탄이라는 나라가 문제로 떠오른다.


1964년 터키, 이란, 파키스탄 등 3개국은 ‘지역개발협력기구 (RCD)’을 발족시킨 후, 1991년 이 기구를 경제협력기구(ECO)로 확대-개편하여, 1992년에는 아프가니스탄,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및 우즈베키스탄 등 7개의 새로운 회원국을 받아들여 중앙아시아를 포함하는 새로운 경제협력기구로 확대되었다. ECO 또한 에너지와 관련있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포함돼 있으며, 그 가운데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이 포함돼 있다. 이와는 별도로 이란과 시리아는 유럽연합(EU)과 같은 방식의 경제연합체를 중동 지역에 도입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상황은 이란에 대한 강경제재조치가 극에 달할 경우, 아직 끝나지 않은 아프가니스탄의 안정화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개념을 포기하고 ‘알-카에다’와의 전쟁으로 전쟁개념을 바꿨다. 그래서 현재 아프간, 파키스탄, 및 예멘에서 진행중인 전쟁도 알카에다와의 전쟁이다. 따라서 이란제재조치에 대한 결과는 명보다는 암쪽의 입장에서 핵무기개발에 대한 각국의 입장과 중동평화라는 거시적 안목에서 이란의 핵문제를 조명해볼 가치가 있다. 불행하게도 암쪽 입장이 계속 진행된다면, 중동평화에 대한 기둥이 움직일 수 있으며, 그 여파는 원유가격 인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태도를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 이란핵의 본질에 접근하는 지름길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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