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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중국제품과 브라질의 노사단합

브라질 조희문 한국외국어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2010/06/14

중국과 교역하면서 중국 상품의 홍수에 홍역을 겪지 않은 국가는 없다. 브라질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상품의 거침없는 하이킥으로 브라질산업계가 엄청난 홍역을 앓고 있다. 올해 1/4분기만 하더라도 수입물량이 45.5%나 증가했다. 수입증가는 브라질 경기호황을 의미한다. 사실, 동 기간에 한국의 자동차수출도 80.2%나 증가했다.


중국산 제품의 선호는 브라질 소비계층의 구매력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중국산 제품이 중하층 소비자들의 높은 수요를 충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브라질 소비층의 구매력 폭이 증가하고 있다. 소비품뿐만 아니라 산업부품의 공급에서도 마찬가지이다. IT와 전자산업은 중국산 부품조달이 없으면 공급대란이 일어날 정도로 의존도가 증가하고 있다.


급기야 브라질 산업계가 나섰다. 중국 때문에 국내산업이 위기에 처했으니 정부가 해결책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그런데 주장하는 방식이 흥미롭다. 평소 같으면 기업 또는 노조가 각각의 주장을 할 텐데, 이번에는 기업과 노조가 단합하여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기업 살리자고 업체와 노조가 단합하는 것은 브라질의 전통이 아니다. 기존의 사고방식으로 이해되지 않으니 중국이 브라질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이 간다.


ABC 빠울리스따(자동차산업이 몰려있는 상파울로 부심지역)에 있는 금속노조가 금형업체 및 부품업체들과 손을 잡았다. 정부를 찾아가 자동차업체들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제품을 규제해 달라는 요구를 하기위해서다. 산자부와 연속회의를 갖고 국내산업을 초토화하고 있는 중국제품의 수입규제를 주장했다. 적절한 조치가 없으면 앞으로 선거에서 정부편을 들 수 없다는 협박에 가까운 요구였다.


이들 노조와 업계는 자동차업체들이 국내공급이 가능한 제품들을 중국의 덤핑가격에 유인받아 수입한다는 논리를 폈다. 불공정 무역행위라는 것이다. 브라질정부가 1988년에서 2009년까지 적용한 총126건의 덤핑판정에서 중국이 30건을 차지했고, 현재 적용중인 총38건의 반덤핑조치 중 15건이 중국이 대상이다. 일견, 중국제품은 덤핑의 의심이 갈만하다.


문제는 브라질정부가 나서서 국내기업을 보호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에 있다. 중국이 아무리 브라질에 수출해도 브라질이 손해나는 장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브라질수출의 주요고객이다. 철광석, 곡물 등 엄청난 양의 원자재를 수입해가고 있다. 올 해 양국의 예상 경제성장률은 브라질이 5.5%, 중국이 9.5%이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서로가 필요한 보완관계에 있다. 1/4분기에는 중국이 총6억7천만 불의 흑자를 보았다. 그러나 브라질 정부는 느긋하다. 경기상승으로 국제원자재가격이 상승하고 곡물수확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무역흑자로 돌아서기 때문이다.


브라질 정부는 작년에 중국산 신발과 타이어에 대해서 반덤핑관세를 부과했다. 그리고 자동차부품업체의 요구를 검토하고 있다. 이제 산자부는 금속노조와 기업들의 요구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음은 다른데 있는 것 같다. 주요고객인 중국과 불필요한 무역마찰을 피하고 싶은 것이다. 중국이 불공정거래행위를 하고 있다면 그 증거를 내놓으라는 느긋한 입장이다. 여기에 자동차업계의 주장도 만만치 않다. 국내공급단가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중국제품을 수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단가가 오르면 결국 소비자부담으로 돌아가니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중국에 원자재를 수출하고 브라질에 공산품을 공급하는 상호 보완관계인데 이를 정부가 굳이 인위적으로 건드릴 실익이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 정부는 어느 일방을 드러내놓고 옹호할만한 입장이 아니다. 올해 말에 있을 대통령선거 때문이다. 중국제품이 국내산업에 피해를 입힌다고 하여 근거없이 무역규제를 할 만한 명분도 없다. 그렇다고 그냥 방치하다가는 국내산업에게 상당한 타격을 주고 민심이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접근을 하고 있다.


대통령선거에서 가장 큰 이슈는 일자리 창출이다. 경쟁력이 없다고 국내산업을 방치할 수 없는 노릇이다. 중국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브라질에서조차 정치인들에게 풀기 어려운 숙제를 내주고 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었던 노사공조를 성사시켜 가면서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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