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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이스라엘의 국제구호선단 공격과 가자지구 경제

이스라엘 홍성민 중동경제연구소 소장 2010/06/16

이스라엘은 지난 5월 30일 팔레스타인 구호물품을 싣고 가자지구로 가던 구호선박을 특공대가 공격하여 또 다시 전세계의 비난을 사고 있다. 구호물자 여부를 떠나 “공해상에서 민간선박을 공격했다”는 사실 자체가 “국제법”을 무시한 처사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국제법을 무시해가면서까지 이스라엘이 강경하게 나오는 이유는 피치 못할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납득이 가지 않는 점은 미국의 태도이다. 세계평화를 위해서 피를 흘리며 전세계 전장을 누비고 다니는 미국의 자세가 이스라엘의 위법(違法) 행위에 대해서는 무감각한 반응을 보이며, 아예 배후에서 강력한 지원의사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모사드”사건 때도 그랬고 지난 3월 “정착촌 문제”가 불거져 나올 때도 그랬다. 국력(國力)과 외교력의 한계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천안함” 사태로 국제적인 동조를 얻어야하는 한국의 입장에선 씁쓸한 입맛을 다시지 않을 수 없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5월 30일 새벽 가자지구에서 약130km 떨어진 공해상에서 국제 인권단체 ‘프리 가자운동’의 구호선박(Freedom Flotilla)이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과정에 충돌이 빚어졌다. 구호선박 6척에는 42개국 출신의 구호활동가와 선원 682명이 승선하고 있었다. 이스라엘 해군 특수부대가 국제구호선단을 나포하는 과정에서 승선자들과 충돌하여 19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이스라엘군도 배에 타고 있던 친팔레스타인 운동가 9명이 숨졌다고 밝히고 있다. 사망자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터키의 태도는 더욱 완강하며, 터키의 자선단체는 15명이 숨졌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사고는 예고돼 있었다. ‘자유 가자운동’을 포함한 친팔레스타인 민간단체들이 이스라엘이 봉쇄한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스라엘은 수차례에 걸쳐 반입불허를 경고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동안 불편한 관계를 주고받던 이란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모사드사건”, “정착촌 문제”, “이란 핵개발” 문제 등으로 계속 설전을 하던 이란이 중동사태에 당사자로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스라엘-이란 두 국가가 이번 사건을 기회로 마주친다면, 두 국가는 그들이 원하던 무대에 글로브를 끼고 한판승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에도 이란의 적신월사가 가자지구에 의약품, 의류, 식량 등 2천톤 가량의 구호품을 전달하려 했으나 이스라엘 군함의 제지로 인근 해상에서 뱃머리를 돌려야 했다던 아픈 기억이 있다. 이란 국영방송은 음식과 장난감, 건축 자재 등을 실은 구호선 1척이 6월 13일 이란의 한 항구에서 가자를 향해 떠났으며 나머지 1척은 오는 18일 추가로 출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란의 한 관리는 가자지구 봉쇄가 풀릴 때까지 이란은 구호선을 계속 보낼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향후 이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응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가자지구는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이 이집트로부터 빼앗을 땅이다. 주민이 약 150만명인 가자지구에는 전체 인구의 2/3이상이 팔레스타인 난민들이며, 이들은 1987년에는 이스라엘에 대한 봉기(intifada)를 일으킨 주역이기도 하다. 2007년 6월 PLO의 강경파인 ‘하마스’가 온건파인 ‘화타’를 몰아내고 가자지구를 장악하자,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무력화시킬 목적으로 육상과 해상의 모든 출구를 봉쇄하고 최소한 필요한 구호품만 반입시키고 있다. 2008년 12월 - 2009년 1월까지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공습으로 팔레스타인인 1400명이 숨지고 상당수의 건물과 주택이 초토화되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구호지원은 하마스의 군사시설로 전용될 수 있다며, 모든 물자의 반입을 현재까지 금지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그 당시 가자지역에서의 충돌을 조사하기 위한 국제인권이사회의 조사에도 협조를 거부한 채 계속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3년 동안 물자반입이 금지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집트-가자지구간 비밀통로인 땅굴을 이용한 물자반입으로 연명하고 있으며, 삶의 질은 최악으로 치닫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나마도 최근 이스라엘의 지하통로 봉쇄로 물자반입은 거의 어려운 실정이다. 


이스라엘의 봉쇄정책으로 가자지구의 경제는 거의 황폐화된 상태다. 이스라엘 인권단체인 브첼렘(B'tselem)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봉쇄정책으로 가자지구내 공장과 작업장의 95% 정도가 문을 닫았고, 전기사정은 극도로 악화되어 전체주민의 98%가 하루 8∼10시간의 정전에 시달리고 있으며, 2%의 주민은 전혀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생필품은 이집트와의 국경지대에 조성된 불법적인 지하땅굴을 통해 조달되기는 하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이용이 곤란하며, 농부들도 살충제와 관개에 필요한 장비의 부족으로 농지는 황폐화되고, 어부들의 경우도 조업구역이 가자지구로부터 약 5㎞로 제한돼 있어 생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목을 끄는 대목이 땅굴사업이다. 위험하기는 하지만 가장 수익성이 좋은 사업으로 호평 받는 것이 지하터널 사업이다. 이집트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가자지구의 라파시에는 800개의 지하땅굴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마스는 가자지구에서 지하땅굴에 대한 허가료를 받지만, 이스라엘과 휴전을 선언한 이후 35개에 대한 땅굴에 대해 영업을 정지시켰다. 이스라엘은 2009년초 20여일에 걸쳐 지하땅굴을 집중적으로 폭격하여 폭파시켰지만 대부분 복구되었다고 주장하며, 이집트에 대해서도 공동대처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민주투쟁결의(PCDCR)에 따르면, 2007년 이후 115명이 땅굴에서 사망했다고 한다. PCDCR는 땅굴을 파는 데 1만 6000명의 인력이 동원됐으며, 이 가운데 대부분은 저임금 미성년자가 동원되기에 희생자 가운데 약25% 정도는 10대의 어린이들이 희생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국제구호단체, 특히 인권단체들이 가자지구 지원에 목숨을 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가자지구 봉쇄로 인한 단순한 생필품의 지원으론 한계가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기초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경제여건이 마련되기 이전에는 지하땅굴은 계속 번질 것이며, 그렇지 못할 경우 어린이들의 희생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국제사회는 “인도적인 구호물품 반입” 보다도 궁극적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이 자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경제여건을 마련해주는데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가장 쉬운 답은 “가자지구 봉쇄조치 해제”이다.  


아무튼 이번 사건이 예견된 일이긴 했지만 너무 황당하기만 하다. 앞으로 하늘과 육지에서 에서 이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질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 만일 지구곳곳에서 이 같은 무법행위가 다시 벌어진다고 하면, 누가 구호활동에 선뜻 나서겠는가! 이번 사건은 이스라엘의 생존권이 중요하다면, 팔레스타인인들의 생존권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전세계에 알려준 계기가 되었다. 그런 점에서 “국제법”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문명국가란 법을 잘 준수하는 국가라는 점을 이스라엘은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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