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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이란 제재 및 향후 동향

이란 유달승 한국외국어대학교 이란어과 부교수 2010/08/05

지난 6월 9일 유엔안보리가 제4차 대이란 결의안 1929호를 채택한 뒤 미국은 7월 1일 이란의 에너지 개발에 참여하거나 정유제품 및 정유기술을 공급하는 외국기업들에 대해서 미국 내 은행 거래 및 자산 거래를 금지하는 포괄적 이란 제재법을 발효시켰다. 유럽연합은 7월 26일 금융과 에너지 부문에 대한 이란제재안을 승인했다. 미국과 유럽연합의 이란 제재는 이란의 심각한 에너지구조를 겨냥한 것이다. 이란은 세계 2위의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2위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고 세계 5위의 원유 수출국임에도 불구하고 정유시설 미비로 가솔린 40%를 수입하고 있다.


미국의 이란 제재는 크게 세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 첫째, 이번 제재는 이란을 압박하기 위한 세계여론을 조성할 뿐만 아니라 이란경제를 약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현재 미국은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수행하고 있기에 제3의 전선을 형성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또한 오바마 행정부는 대외정책에서 외교적 해법을 선호하고 있다.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이 존재하고 있지만 현재 이스라엘은 하마스와의 갈등을 비롯한 다양한 내부 문제를 가지고 있고 2009년 가자전쟁 이후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무모한 공습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둘째, 이번 제재는 지역적, 국제적 협력을 통해 이란을 봉쇄하기 위한 것이다. 이제까지 3차례에 걸친 이란제재 결의안은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2006년과 2007년은 만장일치, 2008년은 인도네시아가 기권했지만 14개국이 찬성했다. 하지만 이번 제4차 대이란 결의안은 찬성 12표, 반대 2표로 통과됐다. 브라질과 터키가 반대표를 던졌으며 레바논은 기권했다. 미국은 이란 봉쇄정책을 통해 이란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을 확대하려고 한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이란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압박을 강행하면서 많은 국가들로 하여금 이 정책의 수용을 강요하고 있다.


셋째, 이번 제재는 보다 유리한 입장에서 협상하기 위한 조치이다. 7월 27일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라마단 이후 9월 서방국가들과 핵협상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9월 핵협상에서 어떠한 합의가 도출될지는 아직 예측할 수 없지만, 이란의 조건 없는 복귀 용의는 이번 제재의 가시적인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제재를 이란공격 시나리오를 위한 수순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8월 1일 마이크 멀린 미국 합참의장은 NBC방송에 출연해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란에 대한 공습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의 평화·군축연구소인 ‘옥스퍼드 리서치 그룹(ORG)’은 지난 7월 15일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폴 로저스 브래드포드 대학교수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국의 군사공격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이스라엘의 잠재적인 군사행동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은 이라크 북동부 또는 아제르바이잔 군사시설을 활용한 공습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의 공습 목표는 이란의 핵, 군사 시설 뿐만 아니라 연구센터와 대학 시설을 포함하고 있어서 심각한 민간인 피해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한 이란의 대응은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 호르무즈 해협 봉쇄 및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및 아랍에미레이트를 비롯한 친서방 걸프산유국에 대한 미사일 공격, 이라크와 아스가니스탄에서 반서방 그룹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질 것이다. 또한 이란은 NPT 탈퇴와 핵무기 개발을 추진할 것이다. 이 보고서에서는 이스라엘의 군사공격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고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제재를 통해 이란의 핵 정책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이란의 어떠한 정치그룹도 이란의 핵 정책을 반대하고 있지 않고 그들은 핵 정책을 일종의 핵 민족주의 운동으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제재를 통해 이란의 핵 정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 제재 정책은 이란의 핵 정책을 변화시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단기적, 장기적으로 중동지역의 불안 요소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단기적으로 이번 제재는 중동지역의 긴장 상태를 더욱 고조시킬 것이다. 예를 들면, 경제 제재와 선적 검사는 잠재적으로 페르시아 만에서 무력 충돌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유가와 천연가스가 급등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세계경제, 특히 유럽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것이다. 천연가스 수출경쟁국인 러시아는 이란의 유럽 진출을 막고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독점체제를 구축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유럽경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미국의 이란 제제가 과연 성공할 것인가? 그 제재의 결과를 현 상황에서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제재의 효과는 불투명하고 아직 미지수이다. 그것은 이란을 둘러싼 외부적, 내부적 환경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외부적 환경으로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의 이란제재에는 찬성했지만 미국의 이란제재에 대해서는 동참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현재 이란의 최대교역국이고 사활적인 에너지 안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란은 중국의 3번째 원유공급국으로 매우 중요한 전략국가이다. 또한 중국은 유엔 안보리의 이란제재에서 최대 수혜국이 되고 있다. 한국 건설업체들이 이란 플랜트 시장에서 철수할 경우, 중국이 대부분 차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러시아는 최근 이란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7월 23일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관한 거짓말을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하자 26일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서를 통해 “러시아의 객관적 접근 방식을 왜곡한 것으로, 전적으로 용인할 수 없는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러시아와 이란의 공조체제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는 첨단 지대공 미사일 방어체제인 S-300 5기를 이란에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또한 지난 7월 27일 러시아는 유럽연합의 이란제재안이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안을 무시하는 것이라면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밖에 터키, 브라질, 인도, 파키스탄과 같은 국가들이 미국의 이란제재에 동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내부적 환경으로는 미국의 이란제재로 이란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고 이란국민들이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다. 이것은 이란국민들의 반서구 감정을 확산시켜 서구의 경제 제재에 대항하는 이란 정부의 강력한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아흐마디네자드 정부는 반대파의 입지를 약화시켜 강력한 토대를 구축할 수 있다.


또한 이란정부는 정부보조금 삭감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란정부는 이제까지 휘발유와 생필품 지원정책을 통해 생필품 가격을 억제해 왔다. 하지만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들이 혜택을 받는 것은 소득 재분배의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정부보조금을 삭감하는 대신 중, 저소득층에게 생필품 구매보조금을 현금으로 지불하는 방안이다. 당초 이 정책은 9월 23일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미국의 이란 제재가 구체화된 현실에서 물가 상승을 비롯한 경제 혼란을 고려해 내년 3월 21일로 연기했다.


미국과 유럽연합의 중재를 위한 제재 정책은 표면적으로는 성공적인 외교 전술이지만 향후 이란과 서구의 관계는 불신이 확산되고 갈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확대하는 이란의 동방 정책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란의 동방 정책에는 한국도 포함되어 있다. 2001년 5월 28일 개설한 이란 멜라트 은행 서울지점은 동북아시아의 유일한 이란은행이다.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부 비확산 및 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은 8월 3일 이란 멜라트 은행 서울지점의 자산 동결을 포함한 대이란 독자제재를 요청했다. 이란 멜라트 은행 서울지점의 자산이 동결되면 금융 거래가 불가능해져 사실상 지점이 폐쇄된다. 미국의 포괄적 이란 제재법은 제재 위반의 내용에 대한 적용과 해석이 명확하지 않아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0월 1일경 포괄적 이란 제재법의 시행 세칙이 나오기 이전까지는 이에 대한 혼란이 지속될 것이다. 국내 은행들은 7월 9일부터 이란계 금융회사 및 이란 기업과 모든 거래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현 시점에서 우리 정부의 신중한 판단과 현명한 대책이 무엇보다도 요구된다. 이란은 중동국가 가운데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이자 3대 원유 공급국이다. 만약 미국의 이란 제재에 동참하면 이란과의 관계는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2005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이란 핵 결의안에 한국이 찬성하자 이란은 10월 중순부터 2006년 3월까지 한국 제품 수입을 전면 금지했던 사례가 있었다. 이번 사태는 향후 우리나라의 대이란 외교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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