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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남아공 경제의 비관

남아프리카공화국 서상현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책임연구원 2010/08/06

신흥 시장이라고 불리는 국가들을 주시하고 있으면 다음과 같은 일부 패턴(pattern)의 정치 움직임을 종종 보게 된다. 먼저 금융위기 등 글로벌 경제의 위축으로 한 국가의 경제가 위태로워지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특히 서민층들의 불만이 팽배해진다. 이로 인해 이후 선거가 실시되며 많은 대통령 후보들이 이들의 이익을 대변한다며 좌파적인 이데올로기로 성장보다는 분배에 중점을 두는 정책들을 제시한다. 이에 대해 국내외 투자가들은 큰 불안에 빠지게 되고, 선거는 이러한 공약을 내건 후보들이 당선되는 사례가 높다. 그러나 그런 대통령 후보가 국가의 수장으로 당선이 되면 공약들은 보다 신중해진다. 즉 경제정책에 있어 분배보다는 성장우선으로 착실한 경제 운영을 시행한다.


2009년 5월, 취임한 남아공의 제이콥 주마 대통령도 현재 이러한 「대본」에 따르고 있는 것 같다. 적어도 경제면에서는 세상을 바꿀 것 같은 행동은 취하지 않고 있다. 선거 기간 중에는 좌파적인 이데올로기가 강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선 이후 비즈니스에서는 대체로 이해 있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의 정부에 새롭게 지명된 재무장관이나 중앙은행 총재도 극단적인 변혁보다 온건한 변화를 지향하고 있다. 물론 현재 그가 취임한 기간이 1년이 조금 지난 시점이라는 점에서 이것이 그의 정책을 모두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의 국제정치, 경제 환경면에서 그가 대통령 후보였던 시절에 공약을 내세웠던 정책들을 실행하기에는 우호적이지 않다. 특히 경제성장을 위해 외국인 투자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그의 급진적인 경제정책들은 결코 호감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의 남아공 경제는 주마 이전의 정부에서 수행했던 것과 비교해서는 결코 좋은 성적은 아니다. 남아공은 2003년으로부터 2007년까지 매년 5% 가까운 경제 성장을 기록했지만 현재의 남아공 경제 상태는 이러한 고성장으로 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것의 주요인은 물론 2008년 말부터 시작된 글로벌 경제의 위축이 오늘날 남아공 경제의 성장을 낮게 가져오는 요인이지만, 남아공 국내 경제성장의 동력도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2007년까지 남아공 경제 성장의 배경에는 흑인들의 중산층의 출현을 계기로 이들의 급속한 소비증가가 내수 소비를 증가시켰고 남아공경제를 이끈 요인이 되었다. 특히 「은행에서 돈을 빌려서 소비한다」라는 풍조가 일시적으로 널리 퍼진 적이 있을 정도로 이 시기에 흑인중산층의 소비는 남아공 경제를 뒷받침 한 가장 큰 요인이 되었다. 그러나 현재에 와서는 중산층은 은행에서 빌린 차용금에 대한 상환이 점점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가계의 가처분소득에 대한 부채의 비율은 80% 가까울 정도로 증가하였다.
좀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제는 중산층으로 상승할 수 있는 계층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1994년 흑인정권 수립 이후 흑백간의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흑인경쟁력강화법(BEE)을 만들어 흑인들에 대한 의무고용과 흑인 CEO 양성 등을 통해 일정 수준의 흑인들이 중산층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었다.
그러나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이로 인한 글로벌 경제의 위축은 남아공 인종계층에서 상대적으로 교육 수준은 낮은 채로 머물고 있는 흑인층들에 큰 타격을 주었다. 즉 금융 위기의 여파로 남아공 국내에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고용에서 밀려나게 된 주요 계층이 흑인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는 일용직이나 특별한 기술이 없는 계층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실업자가 되면 새로운 기술이나 학력이 낮기 때문에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것도 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따라서 기존의 흑인 중산층이 무너지고 새로운 중산층으로의 진입은 어렵게 되어 흑인 중산층의 붕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2000년 이후 남아공 소비시장을 이끌었던 흑인 중산층이 사라짐으로써 남아공 경제가 당분간은 과거와 같은 큰 성장을 이룰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을 내세우게 되는 근거가 되고 있다.
특히 남아공의 실업률은 공식적으로 약 25%에 이르고 있으며 또한 국가에서 생활보호 등을 받고 있는 국민의 수는 취업자의 수를 상회하고 있다. 특히 공식적인 수치에 의한 실업자 대부분이 흑인들이 차지하고 있고, 비공식적 추계로는 실업률이 40%에 달할 정도로 1일 평균 생활 이하의 국민들이 최근 증가하고 있는 것도 남아공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밖에 에이즈 등으로 인한 평균 수명이 49세로 짧아지고 있다는 점도 남아공 경제의 향후 전망도 밝지만은 않는데 이는 노동생산성의 저하와 이들에 대한 의료지출비 등이 기업과 정부에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이밖에 범죄율이 높은 것도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데, 살인 사건의 90%이상은 미해결인 채 미궁 속으로 들어간다. 이러한 치안부재는 외국인들의 투자를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폐해가 생긴 가장 큰 요인은 물론 과거 수백 년간 실시된 인종차별정책(apartheid) 때문이기도 하다. 약 340년간 실시된 백인들의 유색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정책은 정치, 경제에서의 착취뿐만 아니라 교육 등에 있어서도 철저한 차별정책인 이어져왔기 때문에 오늘날 흑인들이 남아공 사회에서 백인들에 비해 경쟁력을 갖춘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이것을 단시일에 바꾸는 것도 어렵다.
따라서 과거 흑인 대통령이 취했던 정책들과 마찬가지로 주마 대통령도 발전소나 학교 등의 인프라 정비에 돈을 쏟아 붓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이 열매를 맺기 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따라서 주마 대통령은 이전 대통령들이 이룩한 비약적인 경제 성장은 바라는 것 보다는 어려운 악조건에서 대통령 취임을 가능하게 한 천성의 카리스마를 이번에는 사회를 안정시키기 위해 발휘할 필요가 있다. 즉 경제문제는 단시일에 급격한 호조로 만들기는 어렵지만 아직도 남아공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들 중의 하나인 치안문제나 에이즈와 같은 보건문제 그리고 교육문제는 그의 의지 여하에 따라 큰 성과를 볼 수 있다.
치안문제의 경우 2010 월드컵 개최기간에 보여주었던 놀라운 성과에서 알 수 있듯이 남아공 정부와 국민들의 의지 여부에 따라서 향후에서 큰 개선점을 이룰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사회분야이다.
남아공 경제가 향후 몇 년간은 2007년 이전과 같은 고성장을 달성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남아공 주식시장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이것은 아프리카 대륙의 어느 국가들보다 거시(macro) 경제 정세가 양호하다는 점이 투자가들에게 인식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아공 기업들의 경우 당분간은 국내보다는 아프리카의 다른 국가들에 대한 진출을 활발히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남아공 기업들의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투자와 진출은 놀라운 성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남아공 기업들은 통신과 금융 그리고 자원개발시장에서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
남아공 기업은 나이지리아나 탄자니아, 나아가서는 앙골라 등의 국가들에 까지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특히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남아공 국내시장의 위축은 남아공기업들의 외부로의 진출을 가속화시켜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진출의 페이스가 빨라질 가능성도 높다. 이러한 나라들은 이전의 남아공과 동일한 발전의 길을 더듬고 있기 때문이다.
남아공 기업들이 진출하는 국가들은 향후 연5%의 경제 성장을 달성할 가능성이 있다. 그 배경에는 남아공과 마찬가지로 중산층의 증가나 비교적 풍부한 국외 이주자의 U턴 귀국, 그리고 프런티어(frontier)시장에 대한 투자의 유입이 있기 때문이다.


투자가에 있어서는 남아공 우량 기업들의 이러한 투자가 시장진출을 위한 통로가 되기도 한다. 남아공기업들은 다른 신흥 국가들과 비교해도 경영 상태가 좋다. 즉 수익률이나 배당이 높고 기업 관리에 뛰어난 기업들도 있다.
이전에 남아공 기업들은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 국가에 주로 진출했지만, 최근에는 주변국에 대한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내고 있다. 은행이나 통신 회사, 소매업에 있어서는 아프리카에 보다 많은 매력이 있기 때문인데 이는 최근 아프리카 국가들의 높은 경제성장으로 소비시장의 규모가 증가하고 있고 또한 구매력 인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직은 경쟁력이 심지 않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아프리카경제-장기적인 전망은 밝다
물론 「아프리카 르네상스」의 시나리오에는 단서가 많이 붙는다. 2008년에 1차 산품의 가격이 폭락하면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천연 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것이 밝혀졌다.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은 2008년은 짐바브웨뿐이었지만, 2009년에는 6개국으로 증가하였고 여기에는 남아공도 포함되었다.
도로망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거나 전력 공급이 불안정하는 등 기본적인 인프라의 정비가 진행되고 있지 않는 점도 큰 과제이다. 나이지리아와 같이, 유망한 시장이면서도 재산권의 법 정비를 제대로 갖추어 있지 않아 외국인 직접투자의 저해를 가져와 경제 성장을 방해하는 국가도 있다.
그러나 최근 다시 자원 가격이 안정되고 있고, 거시경제정책을 충실히 이행한다면, 아프리카의 대부분의 국가들은 향후 비교적 높은 성장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남아공의 우량 기업이 경영 자원을 주변국에 던지고 있다는 사실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대륙의 장기적인 잠재력을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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