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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라마단(ramadan)과 원정 거지

아프리카ㆍ 중동 일반 홍성민 중동경제연구소 소장 2010/08/19

8월 11일 이슬람의 금식월(禁食月)인 라마단이 시작됐다. 이 기간은 크리스마스에 버금가는 소비활성화가 이루어지기 흔히 ‘라마단 특수(特需)’라 불려진다. 라마단기간에는 소비제품의 증가외에도 자선행위나 기부행위가 많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라마단 특수는 거지들에게도 예외일 수는 없다. 거지들도 세계화 바람을 타고 산유부국으로 원정구걸을 나서고 있다고 한다. 씁쓸한 일면이 아닐 수 없다.


아부다비 경찰에 따르면, 한 달 동안 계속되는 라마단기간동안 부유층들의 기부행위가 늘어나기에 서남아시아나 인근 아랍국가에서 UAE로 ‘원정 구걸’을 위해 입국하는 거지들이 증가한다고 한다. 아부다비 경찰청은 아시아계 거지 1명을 체포했다고 밝히면서, 체포될 당시 그는 한화 약20만원의 현금, 휴대전화 그리고 자비심을 유발하기 위한 이슬람경전, 코란을 몸에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더욱이 그는 구걸할 때 화상이 있을 경우 불쌍하게 보여 돈을 더 벌 수 있을 것 같아 일부러 왼팔에 화상을 입혔다고 한다. 이들 거지들은 라마단 특수를 노리고 왕복항공료를 부담하고 입국하여 이슬람사원이나 호텔 등지를 전전하며 구걸행위를 하며 많게는 수천만원의 수입을 올리는 거지도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원정 거지’가 아니라 ‘추한 국제적인 무역상’이라 불러도 과장이 아닐 듯싶다. UAE 경찰은 ‘구걸 행위 자체가 불법’이기에 돈을 쉽게 벌기 위한 방편으로 구걸하는 거지들에게 적선하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슬람에서는 무슬림이 실천해야할 5개의 기둥((五柱)이 있는데, 1) 고백(샤하다), 2) 예배(살라트), 3) 희사(자카트), 4) 단식(사움), 5) 성지순례(하지)가 그것이다. 그 가운데 단식은 이슬람력 9월인 ‘라마단’의 한 달 동안 일출시부터 일몰시까지 단식(斷食)을 행하며, 이 시간대에는 먹고 마시는 것 외에 흡연, 거친 말과 행동을 삼가며 성행위까지도 금해야 한다. 물론 노약자, 임산부, 수유중인 어머니, 월경중인 여성,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병사들, 만성적인 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무슬림은 단식이 면제된다. 단식이 끝나고 이슬람력 10월 첫째 날부터 성공적인 단식을 축하하는 이슬람의 2대 축제중 하나인 ‘이드 알-휘트르(Eid al-Fitr)’ 축제가 3일 동안 성대하게 열린다.


이 같은 라마단은 이슬람력의 특성상 4계절을 통해 두루 경험할 수 있다. 매년 11일이나 12일 앞당겨지는 라마단은 태음력을 사용하는 이슬람의 특징이다. 이슬람력은 1년이 354일이며, 매달이 29일 30일로 교차하며 지나가고, 30년에 11번의 윤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무함마드가 AD 622년 메카에서 메디나로 이주한 해를 성천(聖遷), 즉 ‘히즈라’라고 하여 그 해 7월 16일이 히즈라 원년 1월 1일이 된다. 따라서 이슬람력을 따르는 무슬림들은 4계절을 통해 라마단을 맞이할 수 있다.


이처럼 성스러운 달로 알려진 이슬람 ‘라마단’의 가장 큰 특징은 단식(fasting)이며, 무슬림들은 한 달 동안 단식을 통해 ‘인내(patience)’, ‘겸손(humility)’, ‘영생(spirituality)’을 몸소 실천한다. 단식은 특정 목적을 위해 일정 기간 동안 물외에 아무런 식사를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단식행위는 각종 종교에서 수행의 한 형태로 전해지고 있으며, 전통적인 의료수단으로도 행해진다. 특히 종교적 혹은 정신적 단식행위는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신약 및 구약에도 언급돼있다. 그렇기에 유대교나 기독교에도 단식행위가 있으며, 불교에서는 번뇌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단식행위가 이루어진다.


단식을 하면 정신이 맑아지고 몸이 경쾌해지며 체중도 줄어든다. 신체적으로 중요한 것은 체내의 독소 제거이다. 동물은 본능적으로 병에 걸리면 스스로 단식을 한다. 단식을 하면 장안의 노폐물뿐만 아니라 혈액이나 근육 등 신체내의 모든 조직에 쌓인 독성물질들이 요도나 피부로 혹은 호흡기를 통하여 체외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라마단 기간동안 무슬림들의 단식행위는 정신적, 육체적 재충전을 위한 일종의 수행기간이다. 무슬림들에겐 성스러운 기간이기에 특수에만 집착하는 상혼(商魂)만 강조하는 것은 장기적 안목에서 볼 때 원정 거지와 다를 바 없는 비신사적 경제행위가 된다.


이슬람을 보는 한국기업들의 안목도 이젠 매우 높아졌다. 한국의 대기업들도 라마단 기간에는 자사제품을 구입할 경우 일정액을 사회복지기관에 기부하는 행사를 벌인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인 갤럭시S 구입 땐 100디르함이 복지기관에 기부금으로 전달된다. LG전자 사우디아라비아 지사도 고아원 어린이들을 위해 일몰 뒤 첫 식사인 ‘이프타르(iftar)’를 제공할 예정이고, 현대자동차 중동본부도 라마단 기간동안 차량구입자에게는 1년간 보험료를 대납해주고 시계 교환쿠폰도 지급하고 있다.


이슬람을 미워하는 이스라엘도 라마단을 맞이하여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담화를 통해 무슬림들이 라마단을 잘 보내고 팔레스타인과의 직접협상을 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백악관 성명을 통해 라마단의 시작을 기념하며 15억 무슬림들에게 축하메시지를 보내고 백악관에서도 이프타르를 주최할 것을 주문했다. 이슬람에 적대적인 국가들까지 라마단을 격려하는 의도는 내심 원정 거지의 역할을 모면하고 더 높은 차원의 협력관계를 유지하자는 데 있다. 라마단이 끝나고 맑고 건전한 신체로 재무장한 무슬림들과 우호적인 선린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자선행위에도 동참해야 한다.


1950년대만 해도 세계의 비만인구는 1억명이 안 됐지만, 지금은 68억 세계인구 가운데 과체중과 비만에 시달리는 사람이 약 16억명 정도로 4명중에 1명은 비만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에는 질환의 60%, 사망의 73%는 비만이 원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2008년도 조사결과 한국인의 32.8%가 비만이었다. 우리도 비만과의 전쟁으로 엄청난 국고손실이 있음을 감안할 때, 무슬림의 단식행위를 단지 종교적인 의례행위로 치부하지 말고, 재충전(recreation)의 기회로 보면 편견도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라마단 특수를 노려 그저 상품만 팔겠다던 의식에서 벗어나 무슬림들의 자선행위에 동참하고 있는 기업들을 볼 때 성숙한 우리의 기업문화를 엿볼 수 있다. 성숙한 기업문화의 잣대로 무슬림들의 행위를 보면 ‘원정 거지’를 추방하는 사태는 기업문화에서도 같은 형태로 적용될 수 있다. 세계 10대 교역국으로서 ‘성스러운 자선행위’에 우리도 참여할 수 있다는 능력은 향후 중동교역에 좋은 파트너로서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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