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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이스라엘 대사와 광주시

이스라엘 홍성민 중동경제연구소 소장 2010/08/31

이스라엘은 명실공히 IT강국이다. 최근 미사일과 인공위성 산업분야에서 급속한 성장을 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대표적 벤처기업인 VVC(Vertex Venture Capital)가 한국벤처투자와 1억5천만 달러 규모의 공동펀드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지난 8월 23일 중소기업청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과 이스라엘간 공동펀드 결성을 계기로 이스라엘의 첨단기술력과 국내 벤처업계의 응용기술력을 결합한 사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조치로 한국기업들의 중동진출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찾아온 반가운 소식이다.


금년 들어 이스라엘은 특히 ‘이란의 핵문제’에 대해 국제적으로 큰 목소리를 내고, 팔레스타인과의 직접협상을 위한 회담도 제안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처럼 국제적으로 꿈틀대는 배경은 <첨단기술과 경제력>에 있다. 금년 5월 OECD에 가입한 이스라엘은 최근 원유매장지가 발견되어 산유국으로의 꿈도 키우고 있다. 8월 18일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지는 이스라엘 정유개발업체인 ‘기보트 올람’이 시추중인 한 탐사광구에서 약15억 배럴 정도의 원유매장량이 확인되었으며, 천연가스도 함께 매장돼 있다고 보도했다. 일일 생산량 약 380배럴로 추산되는 이스라엘 원유는 비중을 표시하는 API지수 39-40도 정도로 원유의 질도 우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전체 매장량의 약15-20% 정도가 상업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약4억 배럴 정도를 상업화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에 이스라엘이 한국벤처투자와 협력하기로 한 점도 이스라엘의 적극적인 해외진출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중소기업청은 이스라엘의 VVC가 한국에 사무소를 열고 국내 중소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심사 및 사후관리 업무를 수행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벤처투자는 국내 유망 벤처업체의 관련정보를 VVC에 제공하고, 중소기업 진흥을 목적으로 모태펀드에서 최대 2천500만 달러를 공동펀드에 출자할 계획이다. 한국업체들 또한 이스라엘 기업의 해외영업망을 활용하여 미국이나 유럽으로 진출할 기회도 모색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이스라엘의 첨단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한국의 고급인력과 기술을 바탕으로 이를 상용화할 수 있는 한국의 중소기업을 발굴하겠다는 것이 이번 체결된 MOU의 핵심 골자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의 해외 경제협력이나 진출이 대기업 위주로 형성돼 있음을 볼 때, 중소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마련한 셈이다.


한국의 중소기업이 중동진출에 큰 애로를 겪는 요인중에는 ‘정보의 부족’이 가장 큰 것이고, 그 다음이 ‘자본력과 경험부족’이다. 한국의 중동진출이 반세기를 경과했음에도 중소기업이 큰 성과를 나타내지 못한 이유는 위의 요인에 근거한다고 볼 수 있다. 제4차 중동전쟁이후, 한국의 대중동정책은 ‘석유자원’ 때문에 산유부국의 걸프지역 편향적으로 이루어졌다. 그 틈새에서 비아랍국가인 이란과 괄목할만한 경제적 유대관계를 지속해온 점은 그나마 큰 다행이었다. 그러나 현재 진행중인 대이란 경제제재조치와 향후 전개될 제재조치의 강도심화는 한국의 중동진출에 커다란 암초가 되고 있다. 비록 중소기업이긴 하지만 이스라엘과 공조하기로 한 이번 MOU는 여러 측면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중동 20여개 국가들은 크게 나누어 <아랍과 비아랍> 두개의 경제권역으로 나눠져 있으며, 비아랍의 대표적 3국가가 터키, 이스라엘, 이란이다. 그러나 이스라엘과는 ‘아랍의 금수조치’로 1974년 이후 관계가 소원해왔음은 부인할 수 없다. 정부의 다원외교가 중요시되는 부분이다. 편중되지 않고 융통성 있는 외교정책은 민간기업들에게 좋은 진출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다. 중동의 아랍국가들중에도 UAE와 카타르 같은 나라들은 능숙한 외교정책으로 경제협력면에 있어서 좋은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이란의 경제제재조치의 뒤에서 신음하고 있는 한국기업들의 탄식을 볼 때 다시금 민간외교의 중요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협력의 밑바탕에는 양국간 상호교류를 통한 문화적 교류가 큰 역할을 해왔음을 우리는 과거 경험에서 배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투비아 이스라엘리 주한 이스라엘대사의 8월 23일 광주방문과 광주시장과의 만남은 한국의 지방자치단체에게 하나의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될 수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09년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지방채 잔액이 25조 5천331억원으로 2008년 19조 486억원에서 34.1%나 증가했으며, 공기업 부채도 2006년 50.2% 증가한 이후, 2007년 15.5%, 2008년 14.6%, 2009년 22.1% 증가했다고 한다. 지방재정 자립도가 53-54%에 불과한 현실에서 지자체의 부채 증가는 국가경제의 암초가 될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246개 시‧군‧구 자치단체 가운데 금년도 지방세로 공무원 인건비도 충당하지 못하는 곳이 무려 137곳이나 된다고 한다. 국고보조금 등을 빼고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쓸 수 있는 예산 가운데 인건비 등 경상경비를 제외한 가용재원의 비율은 69개 자치구 중 35곳(50.7%)이 평균 5% 이하라고 한다. 따라서 독자적으로 지자체사업을 벌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지자체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열악한 지자체의 경영난에 일조를 한 것 또한 방만한 경영과 무관하지 않다. 언론의 보도대로 호화청사 건립이나 주민생활과 무관한 국제행사와 전시성 행사, 지방공기업들의 무분별한 개발사업 등은 2007년 1조원이 채 안되던 광역단체 산하 개발공사의 채권발행 잔액이 2년 만에 15조원으로 폭증한 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연간 1700개의 축제가 열린다. 전국적으로 치면 4-5개의 축제가 매일 열리는 셈이다. 여기에 쓰이는 재원만도 연간 7000억이 넘는다고 한다. 국제행사나 축제가 가져온 경제적 효과를 결코 부인하지 않는다. 문제는 행사의 질을 높여서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말이다.


이제 세계는 국제화(Globalization) 시대이다. 국민의 바램인 지방자치가 실행 된지도 오랜 세월이 흘렀건만 재정난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우리는 그 탈출구를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찾아야 한다. 더 이상 정부의 세원(稅源)에 의존하는 한 지방자치는 정착될 수 없다. 아울러 지나치게 관광인프라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강점인 ‘기술(skill)과 경제성장의 노하우(know-how)’를 가지고 세계로 진출해야한다. 이러한 전략은 한국의 중소기업과 지자체가 상생(相生)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스라엘 대사는 광주시장 면담에 앞서 이스라엘 관광청 주최의 ‘성지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우리는 이스라엘 대사의 발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비록 한국의 지방도시에서 열리는 세미나일지라도 직접 달려가 지자체장을 직접 만나 양국간 협력에 관한 메시지를 던졌다. 중소기업의 공공펀드 조성이 한국경제의 규모로 볼 때 큰 관심사가 아님은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이스라엘대사와 광주시장의 만남 또한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지자체의 재정난과 한국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고려하면 여기서 하나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행사를 위한 행사가 아닌 실익을 위한 행사로 개최될 때, 중동산유국의 거대한 국부펀드도 한국의 지방을 찾을 것이다. 차제에 지자체 행사에 중동관련 국제세미나나 문화행사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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